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2024년 07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5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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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서문
PART I. 잘못된 신화: 과거
1. 팔레스타인은 빈 땅이었다
2. 유대 민족에게는 땅이 없었다
3. 시온주의와 유대교는 같다
4. 시온주의는 식민주의가 아니다
5. 1948년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났다
6. 1967년 6월 전쟁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전쟁이었다
PART II. 잘못된 신화: 현재
7.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 국가다
8. 오슬로 신화
9. 가자 신화
PART III. 잘못된 신화: 미래
10.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길이다
맺음말: 21세기의 ‘정착 식민지 국가’ 이스라엘
옮긴이의 말
타임라인
주석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야말로 20세기 홀로코스트의 최대 피해자가 21세기 무소불위의 가해자가 되는 역사적 아이러니의 결정판이다.
_추천의 글: 이스라엘 문제의 본질을 짚어낸 단비 같은 길잡이
나의 바람은 이 분야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나 배경지식이 있는 학생들 모두에게 이 책이 유용한 도구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라는 늘 뜨거운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 책은 균형 잡힌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서 식민지화되고, 점령당하고,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신해 권력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또 하나의 시도다.
_서문
결론적으로 팔레스타인은 빈 땅이 아니었다. 19세기 팔레스타인은 근대화와 민족 국가화 과정이 진행 중인 풍요롭고 비옥한 지중해 동쪽 세계의 일부였다.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막도 아니었다. 20세기 근대 사회로 접어들기 직전의 유목 국가였으며, 그 변혁에 따르는 이점과 폐해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시온주의 운동에 의한 식민지화로 인해 이 근대화 과정은 팔레스타인 원주민 대부분에게 재앙이 됐다.
_01. 팔레스타인은 빈 땅이었다
지금까지 밸푸어 선언을 살펴본 모든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영국의 다양한 의사 결정자들이 팔레스타인을 유대인의 고향으로 간주하는 게 그 지역에 대한 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후, 이 동맹 덕분에 유대인들은 영국 국왕의 총칼로 보호받는 동시에, 영국의 후원하에 유대 국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_02. 유대 민족에게는 땅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비전 뒤에는 고전적인 반유대주의 정서가 숨어 있었다. 유대인 공동체를 팔레스타인 쪽으로 밀어붙인 것은 종교적 이유만이 아니었다. 유대인 없는 유럽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는 유럽에서 유대인을 사라지게 함과 동시에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일이었다.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하면 메시아의 재림이 일어날 것이었다.
_03. 시온주의와 유대교는 같다
누군가가 팔레스타인이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었고, 땅 없는 이스라엘 민족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논거 자체를 빼앗기게 된다. 팔레스타인인이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은 정당한 소유자에 대한 근거 없는 폭력 행위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시온주의를 식민주의로 논의하는 일과, 팔레스타인인을 식민지 원주민으로 논의하는 문제를 분리하기는 어렵다. 이 두 가지는 같은 해석으로 연결되어 있다.
_04. 시온주의는 식민주의가 아니다
과거든 현재든 이스라엘의 종족 청소 정책이 시사하는 바를 국제 사회가 인식하고 해결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무시하고서는 양측 분쟁 당사자들을 화해시키려는 시도들은 모두 지속적으로 힘을 잃을 것이다. 이것이 ‘1948년 사건’을 종족 청소 작전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다. 정치적 해결책이 갈등의 근원, 즉 팔레스타인인의 추방을 회피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거 회피가 이전의 모든 평화 협정이 붕괴된 주요 원인이다.
_05. 1948년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났다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의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이 정책들을 팔레스타인인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점령 이후 새 통치자는 서안과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매우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가두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도 아니고, 시민도 아니었다. 시민권 없는 거주민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시민권과 인권이 없고 스스로의 미래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거대한 감옥에 갇힌 수감자이고, 여러 면에서 여전히 그렇다.
_06. 1967년 6월 전쟁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전쟁이었다
민주주의를 판별하는 기준은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소수자를 얼마나 포용하는가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진정한 민주주의에 훨씬 못 미친다. 그 사례가 있다. 새로운 영토를 얻은 다음에 다수의 우월한 지위를 보장하는 여러 법안이 통과됐다. 시민권에 관한 법, 토지 소유권에 관한 법,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귀환법이 그것이다. 귀환법은 세계 어디에서 태어났더라도 모든 유대인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 법은 노골적으로 비민주적이다. 1948년 유엔 총회 결의안 194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팔레스타인인의 귀환권을 전면 거부하기 때문이다.
_07.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 국가다
사실 극단적인 압박이 있지 않고서야 원주민 집단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자기 땅을 정착민 집단과 나눌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슬로 협상이 공정하고 평등한 평화 추구의 과정이 아니라 패배하고 식민지화된 민족이 타협에 동의하는 과정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고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해결책을 억지로 모색해야 했다.
_08. 오슬로 신화
사실 2009년 ‘캐스트 레드 작전’이 시작된 이후로 나는 이스라엘의 정책을 “점진적 대량 학살”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매우 민감한 용어여서 사용을 망설였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설명할 다른 용어를 찾을 수가 없다.
_09. 가자 신화
‘두 국가 해법’은 유대 국가가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즉, 유대인은 다른 곳이 아닌 팔레스타인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개념은 반유대주의의 핵심에 가깝다. 간접적으로 말하자면,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유대교가 같다는 가정에 기반해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유대교의 이름으로 하는 일이라 고집하고, 그것이 세계 각국에서 거부당하면 이스라엘뿐 아니라 유대교를 향한 비판이라고 주장한다.
_10.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길이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진정성 있는 시도가 이뤄지려면, 역사의 단면을 깊이 다뤄야 한다. 시오니즘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식민지 프로젝트로 변모할 수 있었다. 문명 사회에서 식민주의를 거부하던 그 시기에 말이다. 유대 국가의 설립이 유럽, 특히 서독 입장에서는 사상 최악의 반유대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쉬운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새로운 독일”을 인정한다고 처음으로 선언한 국가였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은 많은 돈을 받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팔레스타인 전체를 이스라엘로 바꿀 수 있는 백지 위임장을 받았다는 점이다. 시온주의는 스스로를 반유대주의의 해결책이라고 제안했지만, 반유대주의가 계속 존재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_맺음말
ㆍ역사는 어떻게 학살의 무기가 되는가?
ㆍ팔레스타인의 비극을 만들어 낸 이스라엘에 대한 10가지 신화
ㆍ이스라엘 역사학자 일란 파페는 왜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가?
ㆍ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권력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용기 있는 시도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현대 교양인이라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단편적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이스라엘과 서구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들이다.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프레임에서 이스라엘은 《성경》에 기술된 약속된 옛 땅을 찾은 민족이며, 가련한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이고, 중동 국가들의 위협을 이겨 낸 위대한 국가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빈 땅이었고, 그 땅의 ‘일부’ 정주민들은 유대인의 평화로운 정착을 방해했으며, 틈만 나면 테러를 저지르며 평화를 거부하는 야만인들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에 우호적이고 팔레스타인에 적대적인 이러한 시각이 이스라엘과 서구 세계가 합작한 역사 왜곡에서 비롯된 것임을 통렬히 비판한다. 그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이어질 역사의 왜곡이 비판할 수 없는 신화가 되고,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앞으로도 지속될 종족 청소의 원동력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
일란 파페는 비판을 막는 이스라엘에 대한 10가지 신화를 뽑아내 역사적 맥락과 근거를 가지고 비판한다. 이 책의 감수자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 교수는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반유대주의의 가해자였던 유럽과 서구 사회가 홀로코스트에 침묵하면 떠안게 된 원죄 의식은 1948년 독립 이후 이스라엘에 보내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연대로 나타났고, 이를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배려로 포장하면서 팔레스타인인의 기본권 침해에는 침묵하는 서구의 도덕적 이중성을 고발하고 있다.”
이희수 교수가 요약한 바와 같이,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이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쫓아내려는 반유대주의의 결과물이며,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이스라엘에 대한 부채감으로 유럽과 서구 사회가 그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시오니즘은 성서적 복음주의로 포장되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천 년간 살아온 곳을 식민지화하고 신의 논리로 종족 학살을 벌이고 있음을 논증한다. 삶의 모든 기반을 잃어버리고 최소한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스라엘은 노예 계약과 같은 평화 협정을 강요하고 결국 팔레스타인은 저항한다. 이것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앞으로도 이어질 일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비판받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 입장에서 탈맥락화하고 탈역사화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고 시오니즘의 식민주의적인 성격을 지적하면 반유대주의자가 된다. 역사와 맥락을 제거한 공간에 들어선 이스라엘 건국 신화는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전쟁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유대인 학자 일란 파페는 자신의 책을 “균형 잡힌 책이 아니며 오히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에서 식민지화되고, 점령당하고,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신해 권력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또 하나의 시도”로 평가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변하려는 사람은 없다. 역사 전쟁에서 패배한 이 사람들의 눈앞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 게토가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는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매일 사람이 죽어 나간다. 우리가 팔레스타인에 눈을 감는 한 남은 해법은 단 하나, 팔레스타인 말살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에 물어야 한다. 당신들은 어떻게 학살의 피해자에서 21세기의 학살자가 되었냐고.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는 우리가 이스라엘에 물어야 할 이야기가 담겨 있다.
ㆍ국제형사재판소(ICC)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ㆍ서구의 시선을 넘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을 보여 주는 역작
ㆍ왜곡된 역사가 얼마나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경고
뉴스로 접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대부분 팔레스타인의 테러와 이스라엘의 ‘조금 과도해 보이는 보복’ 정도로 전해진다. 우리는 저 멀리 중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며 ‘사이좋게 지내지’라는 생각을 하다 일상으로 돌아온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능가하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거대한 감옥 속에서 종족 청소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이스라엘은 전쟁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2024년 5월 현재 전쟁 범죄를 담당하는 국제형사재판소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영장 발부를 시도하고 있지만 설령 영장이 발부된다고 하더라도 네타냐후가 실제로 체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네타냐후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보복으로 가자 지구를 침공했다. 그 결과 가자 지구 내에서만 3만 5,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대다수는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한 민간인이다.
하마스의 도발과 테러에 맞대응하는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익숙한 구도다. 그런데 하마스는 왜 테러를 벌이는가? 왜 인간을 폭탄과 방패로 쓰는가? 서구 언론이 전하는 하마스는 비이성적이고 광신적인 테러 집단처럼 보인다.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안 된다는 테제는 유효하다. 그러나 우리가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면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선택지가 펼쳐져 있을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식민지 시대 조선과 조선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유대인들은 유럽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반유대주의는 언제나 유대인을 움츠리게 했다. 그럼에도 유대인들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애국심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시오니즘과 전쟁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원래 땅이 없는 유대인이 약속의 땅을 찾아야 한다는 시오니즘의 비전은 환영받지 못했다. 국민 국가가 탄생하면서 유대인들도 국가의 국민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이미 정주민이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땅은 유대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고 팔레스타인에 정치적 공백이 생겼다. 여기서 시오니즘과 유럽의 반유대주의가 결탁한다. 시오니즘은 복음을 앞세워 팔레스타인을 식민지화하려고 했고, 유럽은 유대인들을 유럽에서 몰아내고 싶어 했다. 여기에 전쟁이 일어나면서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됐다. 이스라엘 건국은 정치적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유대인들에 대한 유럽의 죄책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면죄부였다.
그 결과 만들어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식민화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빼앗고 군대를 동원해서 팔레스타인 땅 밖으로 내몰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순식간에 난민이 됐다. 유대인들이 처음 팔레스타인에 와서 정착할 때 도와줬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제 식민지 주민이 되어 버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아 거대한 감옥 게토를 만들었고 생필품을 통제했다. 목숨 줄을 쥔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을 제시한다. 아무런 정치적 외교적 자주적 권한 없이 이스라엘의 식민지가 되라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통보다. 몇천 년간 살아온 땅의 주인들은 순식간에 노예가 될 처지가 됐다. 팔레스타인인에게 선택지는 존재하는 것일까?
일란 파페가 전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는 왜곡된 역사가 어떻게 학살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스라엘은 중동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피해자로 각인되어 있다. 중동이 먼저 도발하고 이스라엘은 정당방위를 한다. 상대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주인의 손발을 묶어놓고, 주인이 침을 뱉으면 팔다리를 부러뜨리는 정당방위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비판하면 반유대주의자가 된다. 홀로코스트 옹호자가 되느니 팔레스타인 게토를 긍정하는 게 낫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는 말이 통하지 않는 테러범이고 이스라엘은 선량한 피해자가 된다. 실상은 이스라엘이 21세기에도 식민지화를 진행하는 나라이며, 200만 명을 넘게 수용하는 감옥을 만들고, 생필품을 통제하여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팔레스타인에서,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아무도 이스라엘의 진짜 건국 과정을 돌아보지 않는다. 이스라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역사는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신화가 됐다. 역사 전쟁에서 승리한 결과 이스라엘은 학살의 가해자가 됐다.
유대인 역사학자의 이스라엘 비판은 ‘땅과 깃발(영토와 국기)’ 앞에서 인류의 양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 준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탈맥락화, 탈역사화했기에 가능했다. 이스라엘은 원하는 대로 역사를 조작하여 면죄부를 얻었다. 역사라는 감시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인간은 괴물이 된다. 일란 파페의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는 저자 자신의 평가처럼 균형 잡힌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만큼은 편향되어 있지 않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은 복잡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인간의 관점임을 이 책은 보여 주고 있다.
작가정보
Ilan Pappe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로서 영국 엑서터대학교에서 재직 중이다. 같은 대학의 유럽 팔레스타인 연구 센터 소장이기도 하다. 현대 중동,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팔레스타인 비극사 The Ethnic Cleansing of Palestine》(2007)를 썼고, 노엄 촘스키와 함께 《위기의 팔레스타인과 가자 The On Palestine and Gaza in Crisis》(2011)를 집필하기도 했다. 2015년 《이스라엘의 개념 The Idea of Israel》으로 영국 JQ 윈게이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역사학을 공부한 후, 현재 출판, 교육, 공연, 축제 등의 분야에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글을 우리말로 옮기거나, 우리말 희곡과 그림책을 영어로 옮긴다. 사람과 사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고, 세계 시민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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