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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북하우스

2024년 07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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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86MB)   |  약 10.2만 자
ISBN 9791164052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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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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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브런치북 대상작 『태어나는 말들』은 자살한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삶의 가장 내밀한 구석까지 파고든 딸의 상실과 회복의 기록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닫아버린 어머니는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언급하기를 꺼리는 불온한 존재로서 은폐된다. 이 책의 저자인 조소연 작가 또한 오랫동안 어머니에 대해 말하기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더 늦기 전에 고인의 딸이자 같은 여성으로서 ‘어머니에 대해 말해야 한다’라는 사명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태어나는 말들』의 특별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 쓰인 모든 문장은 죽음을 뚫고, 침묵을 깨트리며 세상으로 나왔다. 그녀가 말하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영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피안의 세계에서도 홀로 외롭게 존재할 것이기에, 가장 아픈 상처에서부터 파고들어 어머니의 삶을 다시 조명하고자 한 것이다. 조소연 작가는 이 책으로 ‘쓰기’를 통해 애도를 표현하고, ‘쓰기’를 통해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의 가장 내밀한 쓰임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의 등장으로 서점가의 눈 밝은 독자들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예감하게 될 것이다.
들어가며 7

1부 애도와 기억

수치심과 자살 13
말할 수 없는 죽음 21
은폐의 동조자들 27
내 딸이여, 시간을 초월하는 운명이 덮쳤소 35
어머니의 산 그리고 모성 (1) 39
어머니의 산 그리고 모성 (2) 47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51
고통의 기원과 역사 59
사랑은 넘쳐흐르는 노래가 되어 65
구원자 75
지상의 죄인 81
어머니, 대담한 늑대 89
잿더미와 부서진 뼈들 95
자궁, 동굴에 갇힌 여자들 105

2부 여성은 왜 아픈가

고통을 질료로 삼다 117
자궁이 병들다 123
히스테리의 역사 127
‘말할 수 없음’에 대하여 쓰기 137
여성의 광기는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143
비탄의 연대자 151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여자 155
자궁, 영혼들의 영토 161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들판을 헤맬 때 167
영혼의 품위를 지키는 일 181
불확실의 바다를 건너는 법 187
내가 가장 자유로웠을 때 193
몸, 수치심과 욕망과 혼돈의 텍스트 201
암흑을 들여다보는 연습 209
당신의 죽음을 어루만지는 언어들 213

3부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바람은 씨앗을 잉태하고 (1) 221
바람은 씨앗을 잉태하고 (2) 229
바다는 그 설움을 237
목숨마다 넋 나가지 말게 하고 243
겉절이와 할머니 251
당신은 역사의 표현이다 261
내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영광과 슬픔 265
사랑하는 마음은 무성하고 깊고 그윽하네 275

나가며 285
작가의 말 295
참고 도서 305

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이것은 어둠 속으로 추방된 자가 지상낙원의 세계에서 추방된 또 다른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내가 추방되지 않았다면 결코 그녀의 이야기는 탄생하지 못했으리라. 그녀는 나를 낳았지만, 나는 이제 그녀를 낳는다.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되어 그녀를 빛의 세계로 밀어낸다. (7쪽)

2018년 5월 7일, 어머니가 자살했다. (14쪽)

어떤 죽음은 가능한 한 빠르게 지상에서 치워버려야 할 부끄러운 죽음으로 은폐된다. 내 어머니의 죽음이 그러했다. 어떻게 해서 한 여성이 살았던 67년의 생애가 그토록 한순간에 치워질 수 있는가. 장례식을 치르는 내내 그리고 이후로도 몇 년간 우리는 어머니를 제대로 애도할 수 없음을 조금씩 차차 알아가게 되었다. 그녀의 죽음은 ‘말할 수 없는 죽음’이었기에. (22쪽)

어머니의 부재가 주는 실감은 바다의 심연과 같아서 우리는 점차 희박해져가는 공기 속에서 한 줄기의 빛, 한 모금의 공기를 갈구하게 되었다. 그 부재가 주는 숨 막힘은 나로 하여금 진실에 대한 갈구와 열망으로 이끌었다. 어머니에 관한 진실을 재구성하고, 말하기 힘든 침묵의 행로에 숨통의 길을 내고 싶었다. (34쪽)

그것은 부재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일지도 몰랐다. 내가 부재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흔적과 유해를 낱낱이 그러모아 그 형상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당신의 형상과 지형도가 불완전한 미완성에 그친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이 생의 광휘와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었음을 기억하고자 했다. 당신의 인생에는 오로지 비극만 있었던 것이 아님을 얘기하고자 했다. 당신이 그토록 쏟아지는 빛의 한때에 속했던 인간임을 말하고자 했다.
나는 당신이 가진 그 빛과 어둠, 모두를 보고자 한다. 당신의 빛을 집어삼킨 그 어둠의 실체를 밝음의 세계 위에 꺼내놓고 싶다. 당신의 정신을 기울게 했던 그 파멸의 기원을 추적함으로써, 한낮 여름의 빛처럼 부서진 당신의 열망들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50쪽)

그 부끄러움은 어머니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나를 ‘배운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에 비해 나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아는 자가 되었다. 나는 어머니의 교양 없음이 부끄러웠고, 수치와 분노와 슬픔을 거침없이 ‘세련’되지 못하게 표출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본능적인 방식으로는 어머니가 느끼는 분노와 슬픔이 결코 세상에 이해받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어머니는 평생 육체노동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나를 사무직 노동자로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것을 과연 계급 상승이라고 봐야 할까? 그러나 나는 그런 이상한 계급적 우위 속에서 어머니의 교양 없음을, 세련되지 못함을, 야성성을 미개하다고 생각했다. (86쪽)

나는 밤새도록 그 울음소리를 듣다가 어머니의 삶을 양지 위로 끌어내기 위해 동이 터오는 새벽이면 이 글을 쓴다. 새들이 울기 시작하면 그 울음소리는 금기의 벽을 뚫고 빛의 세계 위를 떠돈다. 그 떠도는 소리를 붙잡아 나의 단어 한 자 한 자에 그녀의 영혼이 실리기를 바라는 불가능한 염원이 나를 매일 책상 앞에 앉도록 한다. 어머니는 평소에 글이란 것을 전혀 읽지 않던 사람이었기에 그녀가 살아 있다면 이 글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부재하는 지금 이 글은 떠도는 울부짖음을 받아 적은 것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나는 그녀의 죽음을 통해 그녀의 삶을 재건하고 있는 셈이다. (103쪽)

어머니는 삶의 공허를 일깨우는 질문으로 나에게 비수를 꽂고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붓에 찍어 글을 쓰게 한다. 글을 쓸 때는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글을 쓸 때의 나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놓인 영매의 심정이 된다. 누군가의 고통을 질료로 삼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진실하지 않으면, 그 고통을 그대로 대변하지 않으면, 나는 상처나 고통을 전시하여 동정을 구하거나 피고름 나는 자기 상처를 핥고 또 핥는 무력한 변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고통을 대변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애초에 나는 불가능한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끊임없이 미끄러지고 엎어지면서 앞으로 나간다. 마치 뱀이 기어가듯이. 뱀이 이 땅을 사랑해 대지를 기어가듯 나는 그녀를 사랑해 그녀를 위한 언어를 찾아 기어다닌다. (118~119쪽)

나는 그녀의 폐허 위에 삶을 재건하려는 불가능한 꿈을 꾸었다. (120쪽)

나는 치욕스러울 때면 어머니를 생각했다. ‘나는 내 어머니가 이 세계의 치욕을 견디며 키워낸 사람이다’ 하고 중얼거려 보았다. 어머니는 자신의 결혼반지를 팔아 나를 대학에 보냈고,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내보냈다. 그녀가 열네 살의 나이에 홀로 집을 나왔을 때처럼 그녀가 삶에 대해 가졌던 열망이 나를 더 먼 곳으로, 더 넓은 곳으로 돛대를 펼치고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내가 세상의 치욕을 견디는 방법은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지금의 내가 살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치욕에 무너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치욕은 우리 영혼의 품위를 시험한다. 그럴 때 자기 안에서 꽃을 피우는 것. 나를 살릴 그 꽃과 같은 존재의 기억들을 불러들이는 일. 그녀를 기억하는 일에서 나는 살아감의 상처에 연고를 바른다. (184쪽)

우리는 현재라는 씨앗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추위의 절정은 나의 씨앗이 진창 속에 있거나 길거리의 오물 속에 갇혀 있어도 내가 씨앗을 품은 존재임을 말해준다. 그 절정은 봄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한다. 계절은 흩어지는 눈발을 부수며 돌아온다. 이 부서진 것들을 안고 우리는 다시 돌아온다. 캄캄하게 내리는 눈들 속에서, 이 헐벗은 계절을 뚫고. (191쪽)

나는 당신을 왜 사랑하는지, 무엇이 당신을 고통에 빠뜨렸는지, 그 죽음마저도 나는 왜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시작된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가 질문하는 자로 변모되는 순간이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동안 살아 있게 된다. 질문함으로써 죽음을 유보한다. 폐허 위에 서서 질문으로써 씨앗을 심는다. 그 무수한 질문들이 내 삶에 뿌리 내리고 나무의 싹이 나고 숲을 이룰 때까지. 그 질문들의 뿌리는 사랑이다. 당신을 사랑하는 한 나는 질문한다. 당신에 대한 끊이지 않는 질문이 나를 살게 한다. 나는 살아서 오래도록 당신에 대해 묻겠다. 당신이 살아 있을 때 하지 못했던 것. 그것이 내가 받은 천형이다. (217~218쪽)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물 밖으로 나와 테왁에 기대어 숨을 뱉어낼 때, 그들이 껴안고 있는 테왁은 마치 하나의 알처럼 보인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육신으로 하나의 알을 품고 그것에 기대어 삶을 살아낸다. 테왁은 그들의 목숨줄이고, 파도에 몸이 휩쓸릴 때마다 그들이 저승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지 않게 지켜준다. 그들은 테왁으로 고통과 맞닥뜨리는 존재이다. 나에게도 테왁이 있다면, 그것은 글을 쓰는 일이 될 것이다. 매일의 물질이 매일의 글쓰기가 되어 삶에 대한 허무와 냉소로 가라앉지 않게 해줄 것이다. 나는 그들처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해 들어간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위해. (249~250쪽)

나는 추방되었고, 내가 있던 곳에서 아주 멀리 떠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정착지를 발견했다. 어머니가 나를 그녀의 세계에서 추방하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새로운 땅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286쪽)

멀리 떠난 밤배가 등대의 불빛을 향해 돌아오듯 나는 이곳에서 불을 밝히고 죽음에서 삶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나는 조용히 속삭일 것이다. 살아내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듯, 소멸하는 나의 생과 모든 순간들을. 산 능선의 암흑을, 밤의 고독을, 짐승들의 울음을, 살아 있음의 고통을, 밤의 부엉이처럼 응시하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293쪽)

“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불온할 수 있지만
반드시 쓰여야만 했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태어나는 말들』은 서두를 여는 강렬한 첫 문장에서부터 ‘어머니’의 존재를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경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폭력적인 방식’이란 바로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병 없이 천수를 누리다가 눈을 감는다 하더라도 가족의 죽음이란 언제나 깊은 슬픔을 몰고 오기 마련이기에, 사랑하는 가족이 자신의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을 때 남은 유가족이 느낄 슬픔이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나에게 생명을 준 어머니의 자살은 삶을 뿌리째 흔드는 재해와 같은 비극이다.
이처럼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이야기를 『태어나는 말들』의 조소연 작가는 온전히 부딪쳐가며 독자들에게 펼쳐놓는다. 자살하기 전 어느 날부터인가 정신이 허물어졌던 어머니, 그녀의 외도, 욕망, 자식들에 대한 집착과 결함까지 모두 기록해나간다.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적나라하게 고인의 치부를 밝히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소연 작가는 말한다.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모두 걸고 지키고자 한 비밀이었기에 나는 여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나의 말소리가 어머니의 영혼에게까지 들린다면 그 영혼은 나를 휘감고 통곡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 나는 말해야만 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간통, 불륜, 외도라는 단어로 그녀에게 죄의 낙인을 씌우고자 함이 아닌, 그녀의 욕망이 어떤 과정으로 비틀리고 왜곡되어갔는지, 그것이 어떻게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를 드러내야만 한다.”
이 책은 사회적·도덕적 잣대로 어머니를 재단하기 위해서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쓰였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로 거의 평생을 살아온 한 여성을 다시 이 세상에 불러들이고자 한 것이다.
“내가 부재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흔적과 유해를 낱낱이 그러모아 그 형상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붙이듯 산산조각 난 삶의 파편들을 글로 정리해 이리저리 맞춰보는 이 행위는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진 어머니의 넋을 글이라는 그릇에 다시 담는, 말이라는 신물(神物)을 통한 ‘내림굿’이다. 작가 조소연은 딸이자 같은 여성으로서 문장 하나하나에 혼과 신을 갈아 넣어 이 뒤늦은 참회의 위령제를 주관한다.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지금의 내가 살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치욕에 무너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1부 애도와 기억’이 어머니에 대한 회고라면, ‘2부 여성은 왜 아픈가’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작가 조소연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해 키워낸 존재가 자신임을 받아들인다. 어머니의 생전에는 수없이 싸우고, 불화하며, 때때로 그녀의 세련되지 못한 욕망을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그런 부끄러움마저도 어머니가 자신을 ‘배운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한 사람의 생애에 과연 어머니만큼 깊이 엮여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어머니에 대해 쓴 이 책은 필연적으로 작가 조소연의 자전적 에세이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여성으로서의 욕망과 욕구를 버리고, 치욕과 삶의 풍파를 잊고 가장 몰입했던 것이 바로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조소연 작가는 어머니에 대하여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슬하에서 자란 자신에 대하여 써 내려간다. 서로를 할퀴고 원망하는 가족,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할 트라우마와 상처, 인간적인 결함과 치부까지를 낱낱이 밝히는 이 글쓰기는 결국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그 결과 조소연 작가는 마침내 오랫동안 불화해왔던 자신의 삶과 화해하며, 진정한 자유와 내면의 평화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3부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에서 작가의 시선은 어머니와 나에게서 더 나아가 아무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던 약자들의 아픔으로 확장된다. 제주도로 이사와 해녀들의 이야기로부터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비극에 주목하고, 피해자들의 상처에 공명하며 거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해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말한다.
마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깊은 슬픔과 비탄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조소연 작가의 목소리는 점차 생기와 삶에 대한 의지로 넘쳐흐른다.
“살아내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듯, 소멸하는 나의 생과 모든 순간들을.”
어머니를 복원하며 스스로 삶을 수렁으로부터 건져낸 이 ‘자기 해방의 글쓰기’는 읽는 이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만큼의 감동을 품고 있다. 영원처럼 계속될 것만 같은 슬픔에서 회복해 모든 순간을 사랑하겠노라 결심하는 조소연 작가의 변화는 각자 저마다의 슬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크나큰 위로가 된다. 지금 느끼고 있을 슬픔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우리 또한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소연

13년간 문학 인문 예술 분야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2023년부터 제주에서 글쓰기 공동체 ‘자기 해방의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의 경계에 서 있을 ‘당신’을 발견하기 위해, 당신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을 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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