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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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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5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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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3.30MB)
ISBN 9788937456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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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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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명이 모인 대도시에 일인 가구의 비중은 갈수록 증가하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의례다. 입학식에 모인 학생들은 눈과 몸으로 새 규칙을 익힌다. 명절에 모인 가족은 차례를 지내고 집안의 평안을 빈다. 신도들은 매주 성직자의 지도에 따라 기도를 올리고, 어느 생일 파티에서나 케이크에 초 끄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의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근대 사회학의 선구자 에밀 뒤르켐은 의례가 없다면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했다. 사람들은 평생 한 번일 결혼식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쓴다. 거창한 차례상과 강제적인 국가의례는 기존의 권위를 되살리려는 허례허식으로 보인다. 많은 사회학 이론이 사회를 통합하는 의례의 기능을 강조해 왔지만, 이러한 주장이 현대 사회에까지 유효할까? 사람들은 왜 여전히 쓸모없어 보이는 행동에 집착하는 것일까? 실험인류학자 드미트리스 지갈라타스는 전 세계의 의례의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 의례의 수수께끼를 낱낱이 밝힌다.

“의례는 소용이 없어 보이는데도 진정으로 없어서는 안 되고 신성한 뭔가로 경험된다. 하지만 음악, 미술, 스포츠 등 인간 활동의 다른 의미심장한 영역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기괴하거나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는 것이 사실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닐 수 있다.”
─ 들어가며
1장 의례에는 이유가 없다
2장 인간은 의례적인 종이다
3장 무질서 속의 질서
4장 인간 사회의 접착제
5장 군중이 열광할 때
6장 초강력 접착제의 탄생
7장 희생에서 얻는 것
8장 건강하고 행복한 의례
9장 의례의 힘 이용하기

감사의 글
참고 문헌

사람들에게 의식을 왜 수행하냐고 물으면 가장 전형적인 반응은 당혹스러운 표정, 긴 멈춤 그리고 마침내 다음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들이다. “우리가 이 의례를 왜 하느냐니 무슨 말이죠? 그냥 해요. 그건 우리 전통이에요. 그게 우리라고요. 그건 우리의 본분이에요.”
이것이 의례의 역설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예로부터 내려왔다는 점 외에는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잘 알지 못하면서 자기네 의례의 중요성을 맹세하곤 한다.
─ 1장, 「의례에는 이유가 없다」 중에서(30쪽)

의례는 우리가 애초에 일정 수준의 사회적 정교화를 통해서만 자각할 수 있는 몹시 걱정스러운 전망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의 진화한 메커니즘이 인생의 난관에 다소 적합하지 않은 다양한 영역에서 의례는 그런 메커니즘을 우회하거나 재조정함으로써 난관을 극복하도록 돕는 정신적 도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쓸모 덕분에 인간의 영혼은 의례에 대한 갈망이 깊다. 우리가 의례를 수행하는 데 끌리는 이유는 단지 그러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2장 「인간은 의례적인 종이다」 중에서(59~60쪽)

트럼펫이 다시 울렸다. 때가 왔다. 행사장은 고요해졌다. 알레한드로는 소녀에게 꼭 잡으라고 당부했다. 그는 숨을 길게 들이마신 뒤 몇 초 동안 정신을 집중하며 불을 노려보았다. 그런 다음 용기를 그러모아 위를 쳐다보고 첫발을 뗐다. 그는 흔들림 없는 투지로 불타는 숯을 가로질러 걸었다. 고개를 높이 쳐든 모습은 한창 전투에 임하는 전사처럼 반항적이고 열렬해 보였다. 그가 숯 밭의 반대편 끝에 도착하자 군중 사이에서 함성이 터졌다. 소녀가 내렸고, 두 사람은 가족이 자랑스러워하며 다 함께 포옹하기 전 겨우 끌어안을 시간을 가졌다.
─ 5장 「군중이 열광할 때」 중에서(191쪽)

실제로 고통과 기부금의 관계를 살펴보았을 때도 유의미한 정적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의례 중 고통을 더 많이 경험한 신도일수록 자선 단체에 돈을 더 많이 주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의례의 친사회적 효과는 고통스러운 활동을 몸소 경험한 사람들에 국한되지 않았다. 행렬에서 그들과 동행한 사람들도 비견되는 기부금을 냈다. 그 관찰자들은 일가친척이 피어싱을 받는 동안 옆에 서 있었고, 짐을 나르는 동안 나란히 걸었으며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을 위해 울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의 희생을 대리 경험했다. 그들은 능동적 수행자처럼 느꼈을 뿐만 아니라 그들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카바디 당일에는 전 공동체가 더 너그러워졌다.
─ 6장 「초강력 접착제의 탄생」 중에서(245쪽)

새로운 의례는 날마다 탄생하지만 그중 극소수만이 유의미한 시간 동안 존속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의식은 길고 무자비한 문화적 선택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생존자다. 따라서 의례의 힘에 의지하려는 사회 공학적 시도는 그런 전통과 비교할 때 의미 있는 유사성을 확고히 하지 않는 한 실패할 공산이 크다. (…) 단순히 옛날 관행을 베낀다고 해서 그 결과가 그대로 따라온다는 보장은 없다.
─ 9장, 「의례의 힘 이용하기」 중에서(373쪽)

★ 장대익, 제인 구달 강력 추천

“각종 의례 행사에 지쳤는가?
의례는 사회를 위한 초접착제이자 개인의 내면세계를 바꾸는 원동력이다.
전 세계의 의례 현장을 실험실로 삼은 저자는
의례가 인간 본능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밝힌다.”
─ 장대익(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공감의 반경』 저자)

“매혹적인 주제를 제대로 연구한 매력적인 책. 배울 것이 아주 많다.”
─ 제인 구달(영장류학자·환경 운동가)

의례와 습관은 다르다
인류학의 오랜 가설에
사회심리학이 내놓는 대답
한때 여러 자기계발서가 ‘나만의 리추얼’을 강조한 적 있었다. 하루의 시작에 그날그날의 목표를 점검하고, 나를 다독이고 성장시키는 마음의 주문을 외우는 식이다. 그러나 저자는 의례와 습관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짚는다. 습관은 개인의 목표를 일상화하고 루틴으로 만들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반면 의례는 인과적으로 불투명하다. 우리가 기우제 춤을 춘다고 꼭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렇게 한다.
의례의 진정한 효과는 무의미해 보이는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에서 온다. 의례는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모든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전 세계 많은 사회에 갓 태어난 아기를 위험과 오염에 공포에 보호하는 탄생 의례가 있다. 죽은 동포를 위해 산 사람의 거처보다 화려한 무덤을 짓는 장례 의례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의례들은 뚜렷한 목적이 없다. 특정한 절차를 정확히 지켜야 하고,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필요하다면 실용적인 목적 이상으로 오랜 시간 여러 번 지속될 수 있는 행동은 분명 습관과 차이가 있다.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공동체다.

인간의 사고와 믿음,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접착제’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는 사회심리학과 뇌과학의 방법론으로 의례의 기능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일례로 의례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음에도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해 준다. 도박사, 뛰어난 운동선수는 세간이 미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에 의지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는 미신이 아니라 자기 세계 안의 또 다른 질서다.
자칫 인지적 오류로 보일 수도 있는 이러한 기제는 스트레스와 위기에 대처하는 역량을 부여함으로써, 생존에 급급한 약자가 아닌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진 강자라는 신호를 줌으로써 인류의 긴 역사 동안 살아남았다. 시간과 돈, 신체적 고통이라는 희생은 그러한 희생을 하는 사람이 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신뢰를 준다.
의례의 강력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례는 의례의 실천자뿐 아니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다. 드미트리스는 스페인의 산페드로 마을, 인도양의 모리셔스섬 등에서 수행하는 불 건너기 의식에서 이러한 접착 효과를 과학적으로 추적한다. 극한 의례의 참가자들은 소중한 사람을 업고 600도가 넘는 뜨거운 석탄 위를 걷는다. 화상은 물론 생명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이 의식 동안 참가자와 마을 공동체 일원은 생리적으로 높은 동조 수치를 보인다. 참가자와의 사회적 친밀도가 클수록 수치는 더 비슷해졌다. 생리학적인 동조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높일 뿐 아니라 경제학 실험에서 더 많은 돈을 기부하는 변화를 이끈다.
어느 날 저자는 사원 관리자의 꾀에 빠져 마음의 준비도 없이 불 건너기에 참여하게 된다. “ 온몸을 질주하는 아드레날린과 하루가 지나고도 이어질 만큼 강한 행복감을 느꼈다. 나중에 내 경험을 돌이켜 보며 이 단발적 활동이 어떻게 그처럼 오래가는 강한 정서를 낳았는지에 대해 놀랐다.” 극한 의례는 단지 자극적인 데서 사람들을 고양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의례의 일부로 만들어 하나가 되었다는 감각을 만든다. 이는 생물학적 수준과 심리학 수준뿐 아니라 행동적 수준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이끈다. 그가 연구가 끝난 후로도 계속 현지의 친구들을 찾아가게 되었듯이 말이다.

인간은 의례적인 종이다!
전염병, 전쟁, 기후 위기에 맞설
오래된 인간 본성의 과학적 재발견
2020년대의 우리는 사회적 접착제를 통해 충분히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을까? 코로나19 범유행 동안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도 기상천외한 방법을 개발해 또는 간신히 틈을 내어 사회적 의미를 유지하려 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라인 입학식과 졸업식이 열렸고, 인적이 없는 산꼭대기에서 결혼식을 열거나 처벌을 무릅쓰고 가족의 장례를 치르러 한 이들이 있었다. 종교와 국가, 직장에서의 의례는 더 느슨해지고 세속화되었으나 그 본래의 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우리 존재를 불안정하게 하는 위기가 다시 찾아올 때, 지금의 생활 양식은 우리를 얼마나 단단하게 지지할 것인가? 지속 불가능한 성장, 지구 자원의 착취, 기후 위기와 정치적 불안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의례가 자연 선택을 거쳐 수천 년간 지속된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힘을 대신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 책이 밝혔듯 인간이 의례적인 종이라는 발견이다. 세계가 분절되고 사회의 안전망이 취약해진 지금, 의례의 재발견은 인간 본성이 가진 연대의 힘을 슬기롭게 사용할 실마리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Dimitris Xygalatas)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인류학 및 심리학과 조교수, 실험인류학연구소 소장. 의식, 음악, 스포츠 등 인간 본성의 독특한 면을 드러내는 문화적 관행을 실험실과 현장에서 연구하는 인류학자이자 인지과학자다.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에서 종교학 석사학위를, 영국 퀸스 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남부 유럽과 아프리카 모리셔스공화국에서 현장 조사를 수행했다. 전임 교수가 되기 전 번역가, 작가로 활동했으며 국내에는 EBS 다큐멘터리 「뇌로 보는 인간: 종교 편」에 처음 얼굴을 비췄다.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뇌과학과 진화생물학 분야의 책을 주로 옮긴다. 옮긴 책으로 『의식의 탐구』, 『기적을 부르는 뇌』,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뇌, 인간을 읽다』, 『지구 이야기』, 『생각의 한계』, 『뇌와 마음의 오랜 진화』, 『과학철학』, 『꿈꾸는 기계의 진화』, 『포유류의 번식』, 『참 괜찮은 죽음』, 『편견 없는 뇌』 등이 있다. 『진화의 키, 산소 농도』와 『대멸종 연대기』로 제31회, 제38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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