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논어』 강의 7 – 술이
2024년 07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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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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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 알아들어[知言]
사람을 잘 알아보자[知人]’는 것,
이것이『논어』다
‘이한우의『논어』 강의’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도 『논어』를 선비의 정신 수양서로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논어』는 보통사람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사대부의 교양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고 공부해야 할 ‘지금 여기’의 필독서이고 리더십의 보고다. 나는 일터에서 4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터라 『논어』에 관한 한 이한우의 해석이야말로 진짜라는 촉이 온다. 특히, 『논어』는 나이 들거나 은퇴해서 여유가 생긴 다음이 아니라 한참 현역일 때, 사람 보는 눈이 절실한 리더일 때 읽으라는 이한우 선생의 말에서 그의 ‘논어 강의’의 진가를 확인한다. 지금 여기서 일하는 모든 분들께 감히 ‘진짜 논어’를 추천한다.
- 최인아(최인아책방 대표, 전 제일기획 부사장) -
1. 가장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오해받아왔던 『논어』의 재발견
― ‘꼰대들의 도덕 교과서’에서 ‘제왕학(리더십) 고전’으로의 환골탈태
『논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떤 고전 필독서 목록에도 『논어』는 빠지지 않고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공자 왈, 맹자 왈’이라는 관용구에서도 드러나듯, 『논어』는 젊은 세대에게 봉건적 예절을 설교할 때나 써먹는 ‘꼰대들의 도덕 교과서’ 같은 이미지로 소비되어왔다. 물론 이는 전혀 근거 없는 편견은 아니다. 오랜 세월 『논어』는 주자학의 그늘 아래 선비들의 정신 수양서 정도로 박제되어 왔기 때문이다.
20여 년 동안 『논어』 『주역』 『한서』 『태종실록』 등 동양 고전 수십 권을 번역하고 강의해 온 이한우가 새롭게 해석한 『논어』는 일상의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그런 책이 아니다. 공적 영역에서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할 것이며, 또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소통할 것인가, 그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을 제시한 실천서다. 『논어』는 옛말로는 제왕학의 고전, 지금 말로는 리더십 훈련서다.
그렇다면 적재적소에 사람을 써야 하는 리더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람을 알아보는 눈, 지인지감(知人之鑑)이다. 사람을 판단하는 실마리 중 하나는 말이다. 행동하는 바를 보고 그 사람의 인성과 능력을 가늠하려면 대개는 이미 늦다. 한마디로 ‘논어(論語)’란 논어지인(論語知人), 즉 “말을 논해 사람을 잘 알아보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한우의 ‘논어’ 강의』 는 그간 『논어』에 들러붙어 있던 온갖 편견과 오해를 걷어 내고, 『논어』의 진면목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재발견해냈다.
제왕학(리더십)의 고전으로 환골탈태한 『논어』의 시각으로 보면 핵심 개념들도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개념이 예(禮)이다.
예(禮)란 주희가 좁혀놓은 것처럼 가례(家禮)나 예법(禮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리(事理), 즉 ‘일의 이치’를 말한다. 먼저 공자가 생각했던 예(禮)를 알아보자. 『예기』 중니연거(仲尼燕居)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예(禮)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에 임해서 그것을 다스리는 것이다. 군자는 자신의 일이 생기면 그것을 다스리게 되는데,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예가 없으면 비유컨대 장님에게 옆에서 돕는 자가 없는 것과 같다.” 예를 이처럼 공자 자신이 명확하게 ‘일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말하는데도 한사코 퇴행적으로 예절이나 가례에 국한시켜서 이해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무지 때문이고 또 하나는 주자학의 체계적인 왜곡 때문이다. - 본문 18쪽
그간 예의범절 정도로 해석되어 온 예(禮)를 고전 문헌들과 『논어』의 문맥 속에서 ‘일의 이치’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주자학의 그늘을 과감히 벗어나 『논어』를 공자가 본래 추구했던 바로 그 지향점 속에 놓았기에 가능했다. 이제 갓 쓴 선비들의 고상한 손에서 일하는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짜『논어』’를 돌려줘야 할 때다.
2. 불가능한 꿈을 꾸었던 탁월한 현실주의자, 공자의 부활
― ‘일의 형세(命)’ 와 ‘권도(權道)’ 사이에서 지켜낸 ‘마땅함[義]’
『논어』가 구닥다리 예의범절 관련서 취급을 받다 보니, 공자 또한 현실의 구체성과 복잡성을 무시하고 홀로 강직한 척하는 순진한 명분주의자 정도로 그려져 왔다. 이런 공자 모습은 사실 허상이다. 실제 공자는 고집불통[固]에 빠지는 것을 가장 경계했으며,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에만 집착하는 것을 알량한 인[小仁]이라고 여겼고, 널리 사람들을 은혜롭게 하는 큰 어짊[大仁]을 높이 평가했다. 이 책의 저자 이한우가 생생하게 되살려놓은 공자는 기어이 일이 되도록 만드는 ‘탁월한 현실주의자’였다. 공자는 ‘일의 이치[禮]’와 ‘일의 형세[命]’를 두루 헤아려, 때에 맞게 적절하게 그리고 기어이 일을 성사시키는 ‘권도(權道)와 시중(時中)’을 추구한 인물이다.
이런 공자의 면모를 단번에 보여주는 것이 제자 자로와 염유가 “마땅함을 들으면 곧장 행해야 합니까?”라는 같은 질문을 던지자 각각 서로 다른 답변을 해주는 장면이다. 자로에게는 “부모형제가 계신데 어찌 들었다고 해서 이에 곧장 행하겠는가?”라고 답하고, 염유에게는 “들었으면 곧장 행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던 제자 공서화가 의아하게 여겨 묻자 이에 공자는 “자로는 뒤로 물러서려는 경향이 있으니 그래서 나아가게 한 것이다. 염유는 남보다 앞서려는 성향이 있으니 그래서 물러나게 한 것이다”라고 답한다. 사람에 따라, 때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말과 행동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자의 현실주의는 부와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냉혹한 정치꾼의 권모술수와는 거리가 멀다. 법과 형벌이라는 폭력의 힘이 아니라 어짊[人]과 다움[德]이라는 사람됨의 힘으로 좋은 정치를 세상에 펼치려 했던, 어쩌면 그 불가능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에 기어이 구현하고자 애태웠던 사람이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했던 공자를 잘 드러내는 모습 중 하나가 부귀빈천에 대한 시각이다.
우리는 흔히 부귀빈천에 대한 유가(儒家)의 견해를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말로 압축해 왔지만, 그것은 여기서 공자가 밝히는 바와는 차이가 있다. 공자는 빈천이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싫어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빈천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과 그것을 마음에서 우러나서 편안하게 여기는 것[安]과는 다르다. 단지 부귀를 얻는 도리가 잘못되었다면 그런 부귀에 처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빈천하게 된 과정이 설사 도리에 맞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릇된 방법으로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뿐이다. … 그런데 주희는 이에 대해 “가난과 천함을 편안히 여김[安貧賤]”이라고 주석을 달아 오늘날 말하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안빈(安貧)을 만들어냈다. 공자와는 거리가 먼 생각일 뿐만 아니라 위선의 뿌리가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 본문 215~217쪽
또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마음을 가질 것을 촉구했을 뿐 공(公)을 위해 사(私)를 버리라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을 공자는 위선이라고 생각했다. 이익을 보게 되면 이익을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이익이 마땅한지를 살펴서[見利思義], 마땅하다면 이익을 취하라고도 했다. 공자의 사상은 이토록 현실적이다.
3. 국내 『논어』 그 오역의 역사를 마감한 정확한 우리말 번역
― ‘읽으면 이해되는 『논어』’, 20여 년 동양 고전 번역의 결실
그동안 『논어』를 절개 있는 선비들의 도덕 수양서로, 공자를 명분에 살고 죽는 도덕주의자로 봐왔던 역사만큼이나 국내 『논어』 번역도 오랜 세월 오역과 오독의 역사를 답습해왔다. 『이한우의 ‘논어’ 강의』는 논어에 대한 해석뿐만 아니라, 원문 번역 자체도 새롭게 혁신하였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 이한우가 『인물지』, 『설원(상·하)』, 『심경부주』, 『대학연의』(상·하), 『주역』(상·하), 『태종실록』(전 19권), 『완역 한서』(전 10권), 『이한우의 군주열전』(전 6권) 등 지난 20여 년간 경전(經典)과 사서(史書)를 해설하고 번역해오면서 고전을 연구해 왔고, 2016년부터는 논어등반학교를 만들어 매주 학생들과 『논어』를 읽어왔던, 바로 그 결실이 이 책의 『논어』 번역에 그대로 영글어 맺혔기 때문이다.
그간 『논어』 번역서들의 오역 사례들을 전부 나열하자면 작은 책 한 권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그중 핵심적인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들자. 기존 번역들은 하나같이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을 “교언영색하는 자는 어질지 않다”라고 해 왔다. 이한우는 이를 달리 번역한다. “정교한 말과 아름다운 얼굴빛을 가진 사람들 중에 드물구나! 어진 사람이여.” 교언영색을 직역하면 ‘정교한 말과 아름다운 얼굴빛을 가진 사람’인데 어찌 그 자체로 나쁜 의미겠는가. 결국 교언영색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교언영색하는 이들 중 사이비(似而非)를 가려내는 문제로 바뀌는 것이다. 어떤가? 『논어』 전체 문맥뿐만 아니라, 이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가? 또 가장 유명한『논어』 첫 번째 장 ‘학이 1’을 예로 들어 그간 어떻게 논어 번역이 엉뚱하게 되어 왔는지 보자.
학이편 두 번째 구절,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불역낙호(不亦樂乎).’ 앞의 구절만큼이나 엉뚱하게 오역되고 있는 것이 이 말이다. 대개는 이렇게 번역한다.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 이 오역에서 방점은 ‘먼 곳’에 찍어야 한다. 물론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면 반갑다. 그러나 이런 정도 내용이 『논어』 첫머리 세 문장 중 두 번째를 차지할 수는 없다. 만일 이런 번역이 맞다고 한다면 반문을 해보겠다. 가까이 있는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지 않다는 말인가? … 이런 오역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실마리는 붕(朋)에 있다. 붕은 사적인 친구[友]가 아니다. 공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친구[同志之友)]가 붕이다. 주희는 이를 같은 무리[同類]라고 했다. 비슷한 뜻이다. 두 번째 실마리는 원(遠)이다. ‘멀다’라는 뜻밖에 모르면 우리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여기서 원(遠)은 멀다가 아니라 ‘공명정대하다’라는 뜻이다. 『논어』 ‘안연 6’에 나오는 다음 구절에서 원(遠)이 무슨 뜻인지 짐작 가능하다. - 본문 36~37쪽
‘읽으면 이해되는 『논어』’, 이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오래된 숙제를 『이한우의 ‘논어’ 강의』가 달성해냈다. 이것은 이 책의 저자 이한우가 『논어』와 공자를 재발견해 낼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힘이기도 하다.
4. 『논어』의 맥을 공자의 지평에서 찾아 나가는 해석학적 시각
― ‘형이상·중·하(形而上·中·下)’, 『논어』 풀이를 위한 삼각편대
이 책의 저자 이한우가 2016년부터 논어등반학교에서 『논어』를 강의하면서 해석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형이상·중·하(形而上·中·下)’이다. 형이상(形而上), 형이하(形而下)라는 말은 『주역』을 총론적으로 풀이한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공자 말로서 지금도 철학에서 널리 쓰인다. 쉽게 말해 형이상은 추상적인 것, 형이하는 구체적인 것을 말하는데, 형이중(形而中)은 저자 이한우가 직접 창안한 해석 도구이다. 오늘날 용어로 치자면 정의(定義)라 하겠다. 형이상학과 형이하 사이에 형이상을 살짝 풀어주는 형이중(形而中)을 만들어 넣은 이유는 그래야만 『논어』에서 사용하는 공자 언어가 생생하게 입체적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또한 『논어』는 탁월한 미지의 편집자에 의해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텍스트라서, 『논어』해석의 ‘첫 번째 실마리’는 바로 『논어』 자체의 문맥 속에 있다고 보았다. 『논어』의 ‘형이상적인 개념’은 『논어』 문장들의 ‘형이중(정의)’, ‘형이하(사례)’ 차원에서 구체성을 얻게 되고, 또한 형이하 사례들은 ‘형이상’과 ‘형이중’의 차원에서 그 핵심 의미를 파악 가능하다.
‘형이상·중·하’라는 해석 방법은 그간 저자가 사서삼경을 중심으로 한 경서(經書) 번역과 연구뿐만 아니라 『태종실록』(전 19권), 『완역 한서』(전 10권), 『사기』(근간) 와 같은 사서(史書) 번역을 놓지 않은 이유와도 맞물려 있다. 경서(經書)가 형이상(개념)과 형이중(정의)이라면, 형이하(사례)가 곧 사서(史書)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격적으로 동양 고전을 연구하기 전에 하이데거를 비롯한 서양 철학의 해석학 훈련을 20여 년간 해오면서 얻은 통찰의 결과이기도 하다.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호학(好學)이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흔히들 호학을 ‘학문이나 책 읽기를 좋아한다’로 풀이하고는 한다. ‘형이상·중·하(形而上·中·下)’라는 해석 도구로 『논어』를 해석학적 지평에서 풀어가 보면, 그간 ‘호학’이라는 말이 얼마나 왜곡되어왔는지 절감하게 된다. 우선 ‘학이 14’에서 공자는 “일은 주도면밀하게 하고 말은 신중하게 하면서 도리를 갖춘 이에게 나아가 (아직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면 실로 (문을)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형이중으로 형이상에 해당하는 호학(好學)을 풀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어디에도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없다.
‘옹야 2’에서는 (노나라 임금) 애공이 공자에게 “제자 중에서 누가 배우기를 좋아하는가?”라고 묻자 공자는 “안회라는 자가 있어 ‘배우기를 좋아해’ 분노를 다른 데로 옮기지 않고, 잘못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았는데,” 일찍 죽어 지금은“그가 가고 없으니 아직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한다. 이것은 호학을 형이중 혹은 형이하로 풀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는 우리는 공자의 본뜻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즉 호학(好學)이란 사실상 ‘겸손하게 부지런히 스스로를 바꿔 나가라’는 뜻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한우의 ‘논어’ 강의』는 『논어』해석의 실마리를 우선 『논어』 자체의 맥락 속에서 찾아내고, 그것을 방대한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풀어냄으로써, 『논어』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낼 수 있었다.
작가정보
1961년 부산 송도해수욕장 근처에서 태어나 여름만 되면 팬티만 입고 송도해수욕장을 오가던 개구장이였다. 중학교 때는 가방에 책 대신 야구 글러브를 넣고 다닐 정도로 야구에만 미쳐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영화 [친구]에 나오는 교사 못지않은 선생님들한테 자주 맞아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1981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데모하다 얻어맞는 여학생을 보고 충격을 받아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겁이 많아서인지 결국 혁명가의 꿈을 접고 공부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1985년 대학원에 들어가 철학을 공부했다. 마르크스에 대한 미련이 컸지만 대학원 과정 때 우연히 접하게 된 하이데거에 매료되어 석사학위 논문으로 [마르틴 하이데거에 있어서 해석학의 문제]를 썼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1985년부터 번역을 시작해 첫 작품으로 《헤겔 이후의 역사철학》을 냈다. 그 후 지금까지 평균 1년에 한 권 정도 번역 작업을 해왔다. 심지어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번역병으로 근무할 때에는 네 권을 번역해 계급마다 한 권씩 번역한 셈이 됐다. 번역은 나의 운명을 바꿔놓기까지 했다. 1990년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이 [중앙일보]의 《뉴스위크》였다. 그때 정식기자로 일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번역하는 기자’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기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삶은 점점 그쪽으로 몰고갔다. 1991년 《월간중앙》에 김용옥의 《대화》를 비판한 것이 계기가 돼 [문화일보] 학술 담당기자로 자리를 옮겼다. ‘번역하는 기자’에서 ‘기사 쓰는 기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문화일보] 기자 생활 만 3년째 되던 1994년 12월에 [조선일보]의 제의를 받았다. [조선일보] 학술 출판 담당기자로 일하면서 한국 지식인 사회의 명암을 볼 수 있을 만큼 봤다. 2001년부터 1년 동안 독일 뮌헨에서 연수 생활을 하면서 촌티도 많이 벗었다. [조선일보] 국제부에서 일했고, 지금은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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