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
2024년 07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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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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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동물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그 마음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동물이 겪는 감정적 문제가 실은 우리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 주며 인간 자신에 대한 성찰에 이른다. 결국은 자연사박물관의 박제가 되거나 고독과 권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사육동물들의 비극적 생애사를 인간의 역사 속에 편입시키는 한편,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이 종을 뛰어넘은 우정과 사랑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사례들을 통해 ‘회복’에 대한 희망을 전하며 우리가 아끼는 다른 생명체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묻는다.
서론 14
1 올리버의 꼬리 끝 19
2 코끼리의 마음속으로 81
3 우정 요법 149
4 우리를 비춰 주는 동물 201
5 프로작을 먹는 동물들 249
6 줄리엣이 앵무새였다면|동물의 자살에 대한 생각들 293
에필로그|귀신 고래가 인간을 용서할 때 331
개정판 후기 355
감사의 말 361
옮긴이 후기|과연 동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365
미주 369
찾아보기 407
16쪽: 정신을 가진 동물은 모두 이따금씩 정신줄을 놓을 수 있다.
46쪽: 인간은 다른 동물의 행동에 감정 상태를 부여할 때 특히 신중해야 한다.
64쪽: 불법 고기 거래나 밀렵으로 부모나 무리가 죽임을 당한 고릴라, 오랑우탄, 보노보 새끼들을 돌보는 동물원에서 재활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그들을 안아 주고, 털을 골라 주고, 놀아 주는 유인원 대리모들이 있을 때다.
78-79쪽: 요즘 나는 가슴속 몇 군데 뻥 뚫린 곳으로 찬바람이 드나드는 느낌이다. 그 구멍 중 하나는 개 모양이고, 사람 모양의 구멍도 있다. 올리버가 죽은 지 몇 년 후 나는 어쨌든 다시 사랑에 빠졌다. 코끼리 여섯 마리, 코끼리 물범 몇 마리, 침팬지 한 무리, 새끼 고래 한 마리, 다람쥐 한 쌍,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이 당겨져서 내 삶으로 들어온 듯한 사람 몇 명과 말이다. 그 일이 없었다면 내가 이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운이 따른다면 상실과 좌절을 겪고 난 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상처가 세상을 끌어안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어쨌든 내게는 그런 행운이 찾아왔다. 불안증에 걸린 개 한 마리가 나를 동물의 왕국에 들여놓은 것이다.
123-24쪽: 우리가 어떤 환경에 사는지는 우리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실 이는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지만 동물들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정신질환에 걸리거나 경악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씨월드의 범고래나 타이크 같은 코끼리가 조련사를 공격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다른 조련사, 공원 관계자, 관객들이 놀라는 모습을 전하며 호들갑을 떤다.
136쪽: 나는 마음씨 따뜻하고, 지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육사들을 여럿 만났다. 이들은 자신이 돌보는 동물들을 정말 아끼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빛이 나지 않는 일에 큰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육사는 보통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돈은 못 벌고, 일자리 자체도 안정적이지 않으며, 위험하고,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다. 그리고 아마 가장 힘든 점은 결정권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육사가 자신이 돌보는 야생 개 몇 마리가 우리를 똑같은 패턴으로 돌며 원을 그리고, 더 이상 새끼들과 놀아 주지 않거나 몸을 동그랗게 말고 휴식을 취하는 등 점차 강박행동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치자.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육사들에게는 자신이 보살피는 동물의 복지를 확실히 보장할 만큼 큰 변화 - 가령 더 큰 전시관을 세우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다양한 먹이를 주는 등의 - 를 일으킬 힘이 없다.
137쪽: 좋은 전시 동물이 되려면 결국 그 동물이 사람들한테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판다와 고릴라의 탄생은 엄청난 관람객을 불러 모으고 언론에서도 인기를 끈다. 하지만 과연 하루에 몇 시간씩 자신의 갓난 새끼가 눈부신 조명 아래 완전히 노출된 채 전시되기를 원하는 포유류 어미가 얼마나 되겠는가?
352쪽: 올리버가 죽은 후 몇 년 동안 나는 그를 떠올리면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애써 피하려고도 해봤다. 대신 나는 코끼리와 앵무새, 고양이와 고래, 말과 바다표범을 만났다. 그들의 가죽, 깃털, 모피에 손을 뻗을 때마다 나는 올리버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동물도 인간처럼 미쳐 버릴 수 있을까?
/ 반려견 올리버의 마음속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
◆ “올리버가 죽은 후 몇 년 동안 나는 그를 떠올리면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애써 피하려고도 해봤다. 대신 나는 코끼리와 앵무새, 고양이와 고래, 말과 바다표범을 만났다. 그들의 가죽, 깃털, 모피에 손을 뻗을 때마다 나는 올리버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352쪽
이 책의 주장은 인간이 아닌 “동물도 감정이 있다”라는 어찌 보면 평범한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전혀 평범하지 않은데, 아직도 우리는 동물을 인간과 같은 수준의 생명체로 바라보고 있지 않으며 동물의 정신은 (첨단과학에서도 여전히 수수께끼인) 인간의 뇌보다 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을 탈출한 사자를 보며 한편으로는 그 외로움과 고립감을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동물이 스스로 탈출을 감행했는지 의구심이 이는 건 이런 이해의 단면을 잘 보여 준다. 만약에 이런 주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동물의 범위를 우리가 가깝게 여기지 않는 동물로 조금만 더 넓히거나, 동물도 인간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 같은 주장으로 나아간다면 더 많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개, 당나귀, 말 등 다양한 동물들과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에게도 사실 동물의 정신건강은 큰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비록 어린시절을 함께한 당나귀 맥이 ‘조현병 당나귀’라 불릴 정도로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저자가 동물의 정신건강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혼 후 커다란 목양견 올리버를 입양하고 나서부터였다.
올리버는 저자가 집을 비운 어느 날, 에어컨을 밀어내고 방충망을 갉아 구멍을 낸 끝에 창밖으로 54킬로그램에 달하는 몸을 던졌다. 그곳은 4층이었다. 우연히 “하늘에서 개가 떨어지는” 걸 본 이웃이 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간 덕분인지, 수의사들이 보기에도 기적적으로 올리버는 살아남았다. 수의사는 발륨과 프로작을 처방해 주며 말했다. “1층으로 이사하세요. 그리고 동물행동심리 전문의를 만나보셔야 할 겁니다.” 이후 로렐의 삶도 올리버의 심각한 분리불안과 함께 혼돈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발륨과 프로작, 각종 재훈련 등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올리버는 2년 만에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올리버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저자는 상실의 아픔에 빠진 반려인이자 과학사학자로서 정신병을 앓는 다른 동물들의 아픔과 그들을 돌보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렇게 6년간 마음의 병을 앓는 고릴라, 보노보, 고양이, 돌고래, 앵무새, 코끼리들을 만나고 이들을 돌보는 정신과 의사, 수의사, 동물원 사육사, 훈련사, 그리고 평범한 반려인들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인 끝에 탄생했다. 동물의 마음은 과연 인간과 얼마나 닮아 있는 것이며, 또 그 마음의 병은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저자는 올리버를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이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 인간의 정신의학사 속에 포함되어야 할 순교자 동물의 역사
/ 동물과 인간 사이를 교차하는 정신적 고통은 무엇을 말하는가
◆ “다른 생명체에게 정신과 약을 먹인다는 것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 사이의 정서적 신경화학적 유사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 지금 쓰이고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 대부분은 20세기 중반에 개발된 것들로 애초부터 동물이 실험 대상이었다./252쪽
◆ “우리는 존은 저렇고 메리는 이래, 라는 식으로 보통 인간을 한 개인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바로 뒤돌아서는 아키타종은 공격적이다, 회색곰은 사납다, 고래는 영리하다 이런 식으로 동물을 하나의 종으로만 바라보며 뭉뚱그려 생각한다. 왜 인간만 개별적 취향과 개성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 되어야 하는 걸까? 두 마리 개가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나 같은 집에 산다 해도 한 마리는 청소기 공포증을 앓을 수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완전히 멀쩡할 수 있는데 말이다.”
저자가 ‘미친 동물들’의 150년 역사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보다 순교자 동물의 역사다. 동물의 정신병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정신병에 대한 이해의 변천사와 맥을 같이하는데, 그 과정에서 동물은 늘 인간을 대리한 실험 대상이었다. (정서적 회복탄력성 개념을 가르쳐 준) 이반 파블로프의 개들은 정신착란을 일으킬 정도로 혼란스러운 자극에 시달려야 했고, (모성이 부재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보여 준) 해리 할로의 새끼 원숭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로부터 떨어져 철창 안에서 가짜 어미 인형들로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실험실의 가장 충실한 일꾼 생쥐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이 이 길고 고통스러운 여정에서 인간의 정신을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당했던 고문과 학대는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수준이다. 저자는 인간의 불안정한 마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실은 이렇게 다른 동물을 관찰하면서 배운 사실이라는 점을 되새기며, 그 전제가 된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공통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뇌 발달 단계에서 감정적 필요가 충족되지 못한 경우나 신뢰를 형성해야 할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경우 어느 생명체나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일찍 어미와 분리된 실험실 동물, 동물원 동물, 농장 동물들이 나타내는 중증 상동증이 시설 보호 아동에게서도 똑같은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들이 먹는 베타 차단제를 처방해 불안증을 치료한 동물원 고릴라 지지 등 인간과 동물이 증상과 치료법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동물의 정신병 역시 인간의 정신병과 같은 메커니즘을 전제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함을 이야기한다(인간의 경우 언어를 통한 상담이 가능하지만, 그럴 수 없는 아이나 소통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관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동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저자는 이와 같은 논의를 끝까지 밀고나가, ‘동물도 자살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까지 이른다.
◆ “인간의 자살 가운데 어떤 자살은 압도적으로 불편한 상황에서 그것을 그만 끝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게 된 결과일 수 있듯이, 동물도 그런 경우 자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갇혀 사는 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
/ 동물원 사육사의 딜레마
◆ “동물의 행동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해석자는 보통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다. 동물원 사육사, 훈련사, 생추어리 사람들, 보호소 실무자와 자원봉사자들은 동물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자신의 기본 업무를 완수하려면 동물이 원치 않는 행동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 이들은 동물의 취향과 선호, 기벽, 같이 있고 싶어 하는 동물 친구, 그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대우, 그리고 결코 양보하지 않는 지점이 뭔지 잘 알고 있다. / 58쪽
◆ “나는 마음씨 따뜻하고, 지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육사들을 여럿 만났다. 이들은 자신이 돌보는 동물들을 정말 아끼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빛이 나지 않는 일에 큰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육사는 보통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돈은 못 벌고, 일자리 자체도 안정적이지 않으며, 위험하고,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다. 그리고 아마 가장 힘든 점은 결정권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육사가 자신이 돌보는 야생 개 몇 마리가 강박행동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치자.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육사들에게는 자신이 보살피는 동물의 복지를 확실히 보장할 만큼 큰 변화 - 가령 더 큰 전시관을 세우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다양한 먹이를 주는 등의 - 를 일으킬 힘이 없다. / 136쪽
이 책은 또한 이와 같이 실험대상이 되거나 구경거리가 되어 온 동물들의 피해의 역사를 전하는 동시에, 이런 환경에서 마음의 병을 얻은 동물들을 돕는 사육사와 수의사, 정신과의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실험실에서 유일한 동반자였던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로 끔찍한 자학 행동을 계속하는 보노보 브라이언이 기적적으로 이를 멈추고 무리의 우두머리로까지 성장한 이야기에서 가장 영웅적 노력을 보여준 건 절망적 상황에서도 절대 브라이언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사육사들이었다. 그들은 브라이언의 세계를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식사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제공하고, 동일한 일과가 반복되도록 심혈을 기울이며, 유순한 성격의 고릴라가 늘 주변에 있도록 배치했다. 고릴라 지지가 키톰베의 괴롭힘으로 불안에 떨며 전시관 울타리 밑에서 잠을 청할 때도 그녀의 곁에 있어 주려고 전시관 옆에 간이침대를 마련하고 불침번을 선 것은 사육사들이었다. 또 고릴라 지지와 그녀를 괴롭히는 키톰베의 갈등 속에서도 결국 합사를 선택한 사육사 자닌 재클의 혜안 역시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 중 하나다. 당시 키톰베는 지지를 비롯한 다른 고릴라들을 괴롭혀 무려 10년을 혼자서 감금 생활 중이었는데, 이를 안타까워한 자닌은 지지의 회복을 지켜보며 합사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자닌이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지지가 업어 키운 새끼 고릴라들이 장성해 이제는 지지를 보호해 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 자닌의 판단은 옳았고 키톰베도 고립에서 벗어나 공격 행동을 멈추고 무리에 녹아들었다. 이는 모두 20년 넘게 그들을 돌봤던 자닌이 고릴라 각각을 개별적으로 잘 알고 또 애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10년간 이스트코스트 동물원에서 영장류 사육사를 하다가 그만둔 제니퍼 헤멧의 이야기는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육사들의 딜레마를 전해 준다. 그녀가 돌보던 로랜드고릴라 톰은 번식을 위해 다른 동물원으로 가게 됐는데, 거기서 학대를 당하고 왕따가 된 톰은 몸무게가 3분의 1이나 줄어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제니퍼가 간신히 보살펴 건강을 되찾게 만들어 놓자 동물원 측은 그를 또 다른 동물원으로 보냈다. 몇 달 후 톰이 옮겨간 동물원으로 그를 보러 간 제니퍼. 톰은 제니퍼를 보자마자 울부짖기 시작했다. 제니퍼는 그런 톰을 보고 돌아와 결국 이틀 만에 사직서를 냈다. 새 동물원에서는 톰을 너무 흥분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방문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저자는 이렇게 “마음씨 따뜻하고 지적인” 많은 사육사들이 “가족처럼 생각하는” 동물들이 아파하는 순간이 온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음을 안타까워하며 노고를 아끼지 않는 사육사들과 훈련사 등 실무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 동시에, 포획과 감금의 문제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반박할 여지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 우정과 사랑으로 아픈 마음이 나을 수 있을까
/ 동물의 회복력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 “고독은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우울을 유발한다. 순전히 외로움 때문에 시들어 가거나 죽기도 하는데, 동물들 간의 기묘한 우정 가운데 상당수는 바로 이런 외로움으로 설명할 수 있다.”/235쪽
◆ “다른 동물을 이해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이해해야 해요.” 코끼리 수도승은 말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몰랐던 것은, 이 진실이 역으로도 성립한다는 것이었다./342쪽
◆ “우리가 그 아픔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그들이 고통받고 있고, 그것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보다는 차선의 문제다.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누군가가 자기 자신, 자신이 즐기는 것,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 “다른 생명체를 치유함으로써 우리 자신도 치유할 수 있다.”
저자의 반려견 올리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치료와 회복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올리버는 프로작과 발륨을 복용하며 수의사가 권하는 온갖 재훈련을 시도했지만 듣지 않았다. 재훈련의 경우 일반적으로 반려인이 시도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려견이 아프다고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가며 같이 있어 주는 일이 모두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이렇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며 죄책감에 빠지게 되고, 이는 저자 로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로렐이 다양한 동물들의 임상 사례를 취재하며 올리버에 대한 죄책감을 벗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 정신병의 원인 또한 다양하다는 데 있었다. 그것은 과거의 학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유전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으며,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 무엇보다 저자가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에서조차 동물들이 놀라운 회복력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정신병에 걸린 사육동물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의 통제가 용이하기 때문에 인간보다 훨씬 더 높은 회복력을 보여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마음의 병이 (약물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보조적인 역할일 뿐이며) 결국 우정과 사랑이 전해져야 나을 수 있으며, 그 도움은 종을 초월해서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염소가 예민한 말을 위로하고, 도우미견이 PTSD로 불안에 떠는 인간을 안정시키며, 사육사가 사육 동물을 돕고,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돕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정보
Laurel Braitman
캘리포니아 남부의 감귤 농장에서 나고 자랐다. 코넬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과학사및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가디언,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글을 써왔으며, 지금은 스탠퍼드 의대에서 의사들에게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비주얼 아티스트, 뮤지션들과 동물들에게 콘서트를 열어 주기도 한다. 힘든 일을 겪는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따뜻한 캐서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23년, 두 번째 책 What Looks Like Bravery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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