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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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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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에 감추어진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부터 마약왕을 잡기 위한 분석화학과 DNA 분석의 환상적인 협업, 지문 분석의 오류로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한 FBI의 흑역사, DNA 재분석으로 오랜 옥살이에서 풀려난 일본의 스가야 도시카즈 이야기, 각종 법과학 증거들을 모아 범행을 입증한 ‘농약 사이다 사건’ 등 끝까지 추적해 스모킹건을 찾아내는 치열한 법과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1부 법과학으로 보는 범죄의 흔적
‘과학수사’와 ‘법과학’, 뭐가 맞을까?
법과학의 진화
거짓말과 심리생리검사
직접증거와 간접증거-‘농약 사이다’ 사건
마약과의 전쟁-분석화학과 DNA 분석의 협업
FBI의 흑역사-지문 분석
그놈 목소리-음성 분석
검은돈을 만진 자-지문 분석과 DNA 분석의 협업
불길 속에 감추어진 진실-아동학대 사건
2부 보이지 않는 목격자 DNA
모든 사람의 DNA는 다르다
DNA 구조와 세포
PCR과 DNA 분석
DNA 증거가 틀릴 확률
혈액형이 같다고 범인인가
동식물이나 미생물도 DNA가 있다
3부 범죄 현장 속 DNA 분석
끝까지 간다!-DNA 데이터베이스
훈 할머니의 가족 찾기-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법과학자들의 골칫거리-Y염색체 분석
발가락이 닮았다-친자 확인
완전히 새로운 접근-DNA 몽타주
풀리지 않은 신비-후성유전학
일종의 연좌제가 아닌가?-친족 검색
난 억울합니다-DNA 결백
4부 법정에서의 과학적 증거
과학과 판례-이현령비현령
심증과 확증 사이 1-판사가 보는 법과학
심증과 확증 사이 2-우도비
나가는 글 우리나라 법과학의 현재와 미래
부록 법과학과 함께한 30년
“나는 개인적으로 ‘과학수사’보다는 ‘법과학’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과학수사는 왠지 수사에 적용하는 과학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라 범위가 국한된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포렌식 사이언스가 수사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법정에서 쓰이는 과학’이라는 점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첨단 과학기술로 범죄 사실을 밝힌다고 해도 판사가 그 증거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포렌식 사이언스에서 중요한 것은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자격(법률 용어로 ‘증거능력’)과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힘(법률 용어로 ‘증명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법과학은 수사에 쓰이는 과학적 ‘기술’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수사를 통해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기소와 그 이후의 재판에도 쓰이는 과학’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16쪽)
“분석화학과 DNA 분석의 협업은 마약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환상적인 조합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조합이 갖추어지지 않아 증거로서의 자격인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2016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마약을 복용한 피의자의 소변과 모발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피의자는 소변과 모발이 자기가 보는 앞에서 밀봉된 것이 아니므로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에서는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하급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증거물의 수집 단계부터 분석 결과를 얻기까지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증거관리의 연속성chain of custody’이라고 하는데,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의자가 보는 앞에서 밀봉하지 않아 증거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변과 모발이 피의자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DNA 분석 결과가 있었으면 이런 아쉬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43~44쪽)
“이것이 바로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다. 숫자로 표기된 특정한 사람들의 DNA 프로필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다가 미제로 남았거나 미궁에 빠진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비교해서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는 국가 제도다. 모든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으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범죄자들의 DNA 프로필을 보관하고 있다. 2010년 DNA 데이터베이스를 처음 운영한 이래, DNA 데이터베이스는 사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이것의 진정한 위력은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르는 여러 건의 미제사건을 해결했다는 점에 있다. 32년 만에 범인이 밝혀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진범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DNA를 채취한다고 했을 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135~136쪽)
“그럼 이쯤에서 DNA 데이터베이스 근거 법률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잠시 살펴보자. 채취한 DNA는 익명으로 코드화해서 누구 것인지 알지 못하게 하고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특정 부서로 한정해두었다. DNA 분석을 담당한 감정관조차 인적 사항을 전혀 알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DNA 분석은 필요한 부분만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그 외의 유전정보 분석은 절대로 할 수 없으며, 어길 시의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 분석 후 남은 샘플은 복원이 불가하도록 폐기해야 한다.”(143쪽)
“DNA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했으나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고,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그러던 중 2003년과 2007년에 그에 의한 살인사건이 또 발생했다. 무려 20년 넘게 경찰을 비웃으며 범죄를 이어가고 있던 것이다. 궁지에 몰린 경찰은 2010년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DNA 데이터베이스에 범인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흑인 청년과 범인의 DNA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DNA 프로필을 정확하게 반씩 공유하고 있어 둘이 부자관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경찰은 청년의 아버지를 몰래 뒤밟아서 그가 먹다 버린 피자 조각을 수거한 후 범인의 DNA와 비교했다. 2010년 7월 ‘그림 슬리퍼’는 그렇게 극적으로 체포되었다. 열네 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6년의 재판 끝에 열 건의 살인이 인정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188~189쪽)
“하지만 법과학이란 우물을 평생 파온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무엇보다 오래된 판례를 바탕으로 한 법조계의 판단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디지털 기술의 혁명으로 DNA나 이화학 분석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이론이나 실제적인 면에서 과학적 타당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많은 연구 결과 거짓말탐지기의 정확성은 90퍼센트를 상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프라이 판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다고 해서 무조건 과학적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대 과학의 발전을 감안한다면 옳지 않다. 가장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DNA 분석에도 전문가의 주관적 해석이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법과학 증거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의 판례가 더 많이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222쪽)
“그곳은 사고 수습대책 인력, 인명구조 인력, 희생자 가족들이 얽히고설켜서 참담하고도 부산한 모습이었다.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수부가 침몰된 배에서 꺼낸 시신 한 구가 막 팽목항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시신이 자기의 자식임을 확인한 부모는 정신을 잃을 듯이 울부짖었고 주위도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 장면을 뒤에서 지켜보던 나도 흐르는 눈물과 미어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지만, 서둘러 필요 사항을 협의해야 했다. 협의 내용은 모든 시신에 대해 국과수와 검찰이 각각 감정을 한다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시신 인양 후 24시간 이내에 DNA 감정 결과를 얻어 해당 가족에게 통보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기술이 개량되어 분석하는 시간이 빨라졌다고는 하나 24시간 이내는 거의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던 시점이라 조정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100미터 전력 질주를 마라톤 거리만큼 해야 한다는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다.”(246~247쪽)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추천! ★★★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무학산 살인사건 등 무수한 미제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를 정착시킨 주역
이승환 박사의 법과학 이야기
혈흔, 지문, 유리조각, 체액, 그리고 DNA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끝까지 추적하는 과학수사의 치열한 현장 속으로!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로 32년 만에 진범을 찾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사건명이 변경되었고, 수사 인력만 8천여 명이 투입된 ‘무학산 살인사건’도 살해 현장에 남겨진 DNA를 분석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렇게 CCTV나 다른 증거가 없어도 범죄 현장의 ‘보이지 않는 목격자’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바로 법과학의 힘이다.
30년 동안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사건을 겪어온 베테랑 법과학자 이승환 박사의 《보이지 않는 목격자》가 출간되었다. DNA 감정의 기초 개념과 적용부터 법정에서 허용되는 과학적 증거의 범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들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까지, 이 책에는 법과학의 다양한 수사 기법과 핵심적 지식들이 생생한 사건 현장을 따라 펼쳐진다. 이승환 박사가 들려주는 법과학 이야기를 따라가노라면 법과학은 단순한 수사기법이 아니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깨닫게 된다.
불길 속에 감추어진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부터 마약왕을 잡기 위한 분석화학과 DNA 감정의 환상적인 협업, 지문 분석의 오류로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한 FBI의 흑역사, DNA 재분석으로 17년 6개월의 억울한 옥살이에서 풀려난 일본의 스가야 도시카즈 이야기, 각종 법과학 증거들을 모아 범행을 입증한 ‘농약 사이다 사건’ 등 끝까지 추적해 스모킹건을 찾아내는 치열한 법과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대한민국 DNA 감정의 문을 연
베테랑 법과학자가 들려주는 법과학의 세계
대한민국 법과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단기간에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의 법과학자들은 빠르면서도 정확한 한국의 법과학 감정 능력에 놀라기도 한다. 그 눈부신 발전 뒤에는 대한민국 법과학의 역사를 개척해온 1세대 법과학자 이승환 박사가 있다. 그는 ‘유전자 감식’이라는 말조차 생경하던 시대에 법과학의 틀을 세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또한 대검찰청 DNA 감식실장과 법과학연구소장으로 지내며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주한미군 윤금이 씨 살해사건, 무학산 살인사건 등 무수한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 DNA 데이터 베이스’를 정착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것은 숫자로 표기된 DNA 프로필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다가 미제사건 또는 미궁에 빠진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비교해 일치하는 사람을 찾는 시스템이다. 기본권 침해 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에 따라 도입이 지연되었기도 했으나, 제도가 오용 또는 남용될 여지를 차단하는 한편 이 제도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저자의 치열한 노력 끝에 2010년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이 데이터베이스는 현재 미제사건의 강력한 해결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PCR 기술과 지금까지도 DNA 분석의 핵심인 STR 분석법을 국내 최초로 수사에 적용해 대한민국 법과학 기법의 발전을 이끌었다.
30년 동안 법과학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이승환 박사는 그간의 경험을 총동원해 법과학 드라마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부록에는 저자의 소회를 담아 법과학과 함께한 시간을 기록했는데, 예를 들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세월호 사건 등 대형 참사의 DNA 신원 확인 임무를 맡으며 겪은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과 법과학자로서 사건을 대하는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결정적 증거물을 끝끝내 찾아내고야 마는 과학수사의 박진한 과정뿐만 아니라 묵묵히 이 분야의 발전에 힘써온 저자의 사명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DNA 분석의 기초 개념과 적용
법정에서 허용되는 과학적 증거의 범위
여러 사건들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
〈시그널〉 〈라이프 온 마스〉 같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알쓸범잡〉 〈용감한 형사들〉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등 여러 예능 방송의 소재로 쓰이며, 법과학은 이제 우리에게 친숙한 분야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 대부분이 범죄 스토리텔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작 법과학이 무엇인지, 특정 사건에 법과학이라는 도구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독자들이 과학수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하고 단순한 흥미를 넘어 전문적 지식을 쉽고 정확하게 알게 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1부에서는 심리생리검사, 화재감식, 지문 분석, 음성 분석 등 법과학의 다양한 분석법과 이론적인 지식을 소개하고, 이 기술들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주요 범죄 사건을 들어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2부와 3부에서는 과학수사의 핵심인 ‘DNA 감정’이 무엇인지, 어떤 원리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쉽게 설명한다. 성폭행 용의자를 확인하는 Y염색체 분석(152쪽), DNA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범인의 피부, 머리카락, 눈동자 색을 추정하는 DNA 몽타주 기술(174쪽),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DNA 변화 중 하나인 메틸레이션을 이용하는 메틸레이션 분석(180쪽) 등 최신의 DNA 감정 기법이 소개된다. 저자는 이 다양한 기법과 함께 ‘잠자는 흉악범 미국 연쇄살인사건’, ‘하일브론의 유령 사건’, ‘가짜 백수오 사건’,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 ‘아시카가 사건’ 등 국내외의 범죄 사례도 소개하는데, 법과학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이런 구체적인 사건들에 얽힌 이야기는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다. 또한 법과학은 ‘법정에서 쓰이는 과학’이라는 점에서 수사 이후 기소와 재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로 범죄 사실을 밝힌다고 해도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4부에서는 법과학을 통해 얻은 과학적 증거가 법정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법과학자의 입장에서 살핀다.
흔적을 쫓는 끝없는 사투
완전 범죄는 없다! 보이지 않는 목격자 DNA
법과학이란 수사와 재판에서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과학 분야를 활용하는 것으로, 과학적 범죄수사 방법을 의미한다. ‘과학수사’ 또는 ‘포렌식 사이언스’라고도 한다. 범죄 해결을 위해 물리학, 생물학, 법의학 등 자연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범죄학, 심리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적 지식의 원리를 총동원한다. 따라서 법과학의 분야도 매우 다양하며, 한 사건이 발생하면 여러 분야의 수사기법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1부에서 다루는 ‘마약왕’ 사건에서는 압수한 마약에 화학 분석을, 마약을 담은 비닐봉지에 DNA 감정을 진행했고, 마약 표면에 묻은 범인의 DNA를 검출하는 데 성공해 국내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42쪽). 또한 2016년에 일어난 한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아이와 친부의 옷에 남은 미세한 흔적에 루미놀을 분무해 그것이 혈액임을 확인했으며, 옷 곳곳에서 DNA를 검출한 결과 친부의 아동학대 범행을 입증할 수 있었다(75~76쪽).
이처럼 DNA 감정은 완전 범죄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모든 사람의 DNA는 다르고, 수십 년이 지나도 DNA 감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DNA 감정은 증거물에서 생체 흔적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흔적에서 DNA를 추출하고, 추출된 DNA를 PCR 기술을 이용해 증폭시켜 분석하는 것이다. 이 기법은 증거물이 누구 것인지 밝혀내는 식별뿐만 아니라 의약품 조사나 식품의 원산지를 밝혀내는 데도 적용되고 있으며, 현재는 20여 개의 세포만 있다면 분석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다.
32년 만에 범인이 밝혀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는 “DNA를 채취한다고 했을 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혈흔이나 정액흔 외에도 모근, 손톱에 붙은 미세한 피부조각에서도 DNA 추출이 가능하다며, 사건 현장에는 DNA 분석의 대상이 되는 증거들이 널려 있다고 말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범죄자들이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발전해가는 법과학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도 그곳에는 목격자가 있습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목격자 DNA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과학수사 전문가를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막연한 동경을 넘어선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각종 범죄물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전문적이고 정확한 시선으로 범죄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법과학자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DNA 감정 전문가. 서울 대학교에서 동물학(분자생물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분자유전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동안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근무하며 DNA 감식 업무를 총괄하는 DNA 감식실장, 법과학 전반에 대한 연구와 기획을 담당하는 법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1992년에는 미국 FBI 법과학연구소에서 방문과학자로 연구한 바 있으며, 2007년부터 3년간 서울시립대학교 생명과학과(유전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2024년 현재는 화성의과학대학교 경찰과학수사학과에서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 과학수사에 DNA 분석 기법과 국내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92년 국내 최초로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기법을 이용한 유전자 감식 기술을 개발해 수사에 적용했으며, 1993년에는 현재까지도 DNA 분석의 핵심인 STR 분석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2012년부터 3년간 법무부 지원으로 ‘DNA 감식의 국산화 및 선진화 연구 사업’을 이끌었고 이 연구 결과물로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에 사용될 수 있는 DNA 감식 시약을 국산화했으며, 2017년에는 세계 DNA 감식 분야의 최고 학술단체인 국제법유전학회ISFG 총회의 한국 개최를 주도했다.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 등 흉악 범행에 쓰인 흉기의 흔적들을 분석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서로 《생물학 명강 1》(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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