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뢰레
2024년 06월 2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PDF (5.16MB) | 140 쪽
- ISBN 9791198496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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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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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다른 나를 발견하는 사람, 김민성의 첫 산문집
스무 살 전까지만 해도 펜싱이 어떤 스포츠인지, 관심조차 두지 않던 작가 김민성은 대학교 동아리에 들어가 펜싱을 시작하게 되었다. 늦깎이로 시작한 펜싱이 저자 마음에 말간 꽃을 피운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늦게 시작한 펜싱인만큼 매일, 치열하게 훈련해야 했다. 이기고 싶은 마음, 좌절하고 싶지 않은 마음,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이 책은 바로 그 치열함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몹시 사랑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아는 펜싱 칼은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이 단단한 쇠로 만들어졌다지만 작가의 플뢰레 칼은 줄곧 부러졌다고 한다. 그리고 부러진 칼을 모아두고 쌓아두었다. 펜싱에는 “칼은 새를 잡듯이, 살짝 쥐면 새는 도망가고 너무 꽉 쥐면 죽을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을 두고 작가는 ‘칼은 마음을 다루는 일’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칼과 마음은 섬세하게 다뤄야 꺾이지도, 부러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한 것들은 거칠고, 날카롭고 아프다. 작가의 이런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마음 앞에 얼마나 섬세하고 다정했는지, 얼마만큼 사려 깊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지키고, 뛰어넘어야 했던 작가의 지난한 삶을 통해 인생이 단단해지는 법과 마음을 바라보고 보듬을 줄 아는 삶의 다정한 태도를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1장 펜싱하는 마음
나는 나를 발명해야 한다
검의 대화
펜싱 선수의 진화
내가 할 수 있는 펜싱의 전부
플뢰레
종소리를 대신 들어주는 사람
일류가 되는 방법
상대는 죽여 없애야 할 적이 아니다
나는 이제 질 준비가 되어 있다
빠라드 리포스트의 시간
찔려도 내가 찔려야 한다
2장 펜싱하는 태도
꿈의 근처, 이탈리아 프라스카티 펜싱 클럽
자율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사람들
전통이 강한 이유
세계 랭킹 1위의 수법을 훔치다
피스트의 주인
대가들
몸에서 머리까지, 머리에서 몸까지
선생님, 제가 뛰는 것보다 힘들던데요
나는 인간적이고 싶지 않다
펜싱은 마음의 대결
3장 펜싱하는 방법
펜싱을 잘하는 방법
펜싱 스파링의 세 가지 목표
이너게임 오브 펜싱
펜싱과 존중
져도 당당하게 이겨도 당당하게
펜싱은 아무것도 아니다
성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 올리다 보면
잘 살기 위한 단 하나의 규칙
능동성은 기술이 아니다
펜싱 선수가 경기 중간에 신발끈을 묶는 이유
에필로그 |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
상상 속의 나에게 이야기한다. 긴장할 필요 없어. 어차피 내가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내 안의 실력이니까. 상대가 어마무시하게 빠르고 기술이 매우 정교해도 괜찮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 뿐이야. 승패는 나의 소관이 아니야. 자신있고 과감하게, 싸워볼만 하다는 태도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죽을 힘을 다해서. 그렇게 해서 이겼다면 잘 싸운 것이다. 졌다면, 어쩔 수 없다. 최선을 다했다면 거기까지가 그날의 나의 도달점인 것이다. 그곳에서부터 다시 노력을 쌓으면 된다.
_32p, 「내가 할 수 있는 펜싱의 전부」 중에서
칼은 도구일 뿐이다. 칼이 꺾여도 마음은 남는다. 요즈음의 궁리는 손안의 새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허공에는 칼이 다니는 길이 있다. 부단히 길을 닦아 막힘이 없어질 때 새는 한없이 가벼워질 것이다. 그때 나로부터 뻗어 나간 꽃이 상대의 가슴 속에서 환하게 피길 바란다.
_37p, 「플뢰레」 중에서
인내에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다는 마음. 겁나서, 조급해서 먼저 덤벼들지 않는 대범함. 그런 것이 지금 내게 부족할 것이고 그건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서 잡아내야 할 때가 있다면 기다리면서, 끌어들여서 단번에 치고 찔러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펜싱과 삶은 다르지 않다. 인내하자. 지금은 빠라드 리포스트의 시간.
_52p, 「빠라드 리포스트의 시간」 중에서
타고난 환경은 어쩔 수 없지만 인간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선택은 마음가짐에서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닌 마음가짐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남들보다 늦더라도 끝까지 가보겠다는 마음가짐. 끝에는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만 도달할 것이다.
_68p, 「전통이 강한 이유」 중에서
윤리와 감정은 일치하지 않는다. 옳음은 기쁨과 다르고 그름은 슬픔과 다르다. ‘비정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정이나 인간미가 없다’이다. 윤리보다 감정에 비중을 두는 게 인간다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스승을 인간적이지 않다고 할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인간적이고 싶지 않다. ‘인간적임’의 기준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삶의 중점을 어디에 두냐에 있지 않다. 자신의 존재와 타인에 대해 숙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 나는 거기에 인간다움이 있다고 믿는다.
_84p, 「나는 인간적이고 싶지 않다」 중에서
펜싱 칼에 깃든 아름답고 다정한 이유
펜싱은 칼끝으로 상대를 반드시 찔러야만 득점할 수 있는 게임이다. 과거에는 진검으로 게임을 하다가 상대의 칼을 막지 않고 서로 찌르기만 해 선수들이 모두 사망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펜싱 종목 중 하나인 ‘플뢰레’는 그런 치명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칼끝에 찔려 상대가 다치지 않도록 꽃 모양의 버튼을 단 연습용 칼을 만든 것이다. 칼로 상대를 찔러야 이길 수 있는 스포츠이지만, 반대로 상대를 해치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칼은 누군가를 해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마음. 칼에게 꽃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누군가를 생각하게 한다. 김민성 작가 산문집 《플뢰레》는 작가 본인이 직접 다루는 날 선 도구에서 다정한 이유를 발견하고 섬세한 마음을 덧붙인다. 지난한 경험들이 축적된 작가만의 단단한 문체로 펜싱이 이토록 다정하고 아름다운 스포츠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두려움에 주저하지 않고 지금의 피스트 위에 설 수 있기까지
쌓아 올린 시간들이 증명해 낸 무너지지 않는 삶의 태도
“실력은 외부 요인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실력을 결정하는 건 평소 해온 훈련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펜싱의 전부라고 믿는다.” (33p)
김민성 작가는 스무 살, 대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펜싱을 시작했다. 대개 어린 나이부터 펜싱을 시작하는 펜싱 선수들과는 출발 지점이 조금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선수 출신들을 꺾고 동호인 출신 최초 엘리트부 우승을 거머쥐었다. 펜싱 하나만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나갔기 때문에 이뤄낸 가치 있는 결과들이었다. ‘출신’이라는 무의미하고 낡아 빠진 경계선을 오로지 실력으로 깨부순 것이야말로 작가 삶에서 가장 빛나는 산물이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혹독했던 훈련량과 물러서지 않았던 마음들을 견고하게 쌓아 올린 증명이기도 하다. 펜싱은 평평한 피스트 위에서 상대와 겨루는 게임이지만 그곳은 거칠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 큰 곳이다. 우리 삶도 매일 오르막길을 오르는 버거운 기분이지만 작가는 그런 순간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우리가 서 있는 피스트 위의 주인은 누구인지를. 상실하고 주저앉으려는 순간 작가의 단단한 글을 통해 우리는 삶을 바로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온몸으로 무언가를 진하게 사랑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사려 깊은 응원
“나로부터 뻗어 나간 꽃이 상대의 가슴 속에서 환하게 피어나기를.” (37p)
칼에 플뢰레, 꽃이라는 이름을 달아준 이의 마음을 생각한다. 작가는 언제나 칼끝에 꽃을 달아준, 칼을 꽃이라 이름 붙여준 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펜싱을 해왔다. 이것이 작가가 주어진 순간들을 마주하는 다정한 태도인 것이다. 책에 담긴 작가의 생각과 사유들은 칼처럼 곧게 뻗어있고, 단단하고, 아름답다. 펜싱이 작가에게 멋진 인생을 선물해 준 것처럼 이 책에 담긴 기쁨과 환희, 두려움과 슬픔, 이 모든 감정의 총체들을 통해 독자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작가의 글은 온몸으로 무언가를 부단히 사랑하고, 아팠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사려 깊은 응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민성
고려대학교에서 철학과 국문학을 전공했다. 스무 살, 대학 동아리에서 처음 펜싱을 접했다. 예선 전패를 밥 먹듯이 했지만 줄넘기가 끊어질 때까지 훈련을 계속했다. 스물일곱 살, 동호인 대회에서 첫 우승을 했다. 서른한 살, 대만 국제대회 3위, 동호인 엘리트부 우승을 하고 국가대표 선발전 예선을 통과했다. 오늘, 전문 선수로서 도전을 계속하며 고려대학교 펜싱부 코치를 하고 있다. 펜싱 대중화를 위한 온라인 커머스 ‘펜싱의 계절’을 운영 중이다.
펜싱의 계절 fencingseason.kr
인스타그램 @fleuret.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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