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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 김승진 옮김
생각의힘

2024년 06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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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9.22MB)
ISBN 9791193166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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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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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격차, 불평등에 주목하며 경제학은 물론,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이 시대의 지성, 아마르티아 센.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은 그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사람들, 그가 정면으로 맞선 시대에 대한 고찰을 담은 회고록이다.
1933년, 아직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나 타고르가 세운 학교에서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소년 아마르티아는 당시 인도를 뒤흔들었던 벵골 대기근과 힌두-무슬림 간 종교 분쟁을 목도하며 큰 충격을 받고, 이 유년 시절의 강렬했던 경험은 그를 경제학으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이후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당대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수학하며 당시 학문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후생경제학을 펼쳐나가려 분투한다. 경제학을 도구로 사회 전체의 행복 추구를 지향했던 위대한 사상가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사상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는 ‘아마르티아 센 입문서’로서도 읽을 수 있다.
감사의 글
서문

1부
1장: 다카와 만달레이
2장: 벵골의 강들
3장: 벽이 없는 학교
4장: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5장: 논쟁의 세계
6장: 과거의 현재

2부
7장: 마지막 기근
8장: 벵골과 방글라데시라는 개념
9장: 저항과 분할
10장: 영국과 인도

3부
11장: 캘커타의 도시성
12장: 칼리지 가
13장: 마르크스에게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14장: 초기의 전투
15장: 영국으로

4부
16장: 트리니티의 문
17장: 친구들과 동아리들
18장: 어떤 경제학인가?
19장: 유럽은 어디인가?
20장: 대화와 정치
21장: 케임브리지와 캘커타 사이에서
22장: 돕, 스라파, 로버트슨
23장: 미국을 접하다
24장: 케임브리지를 다시 사고하다

5부
25장: 설득과 협력
26장: 가깝고도 먼

미주
주제 찾아보기
인명 찾아보기

하지만 1947년에 ‘인도-파키스탄 분할Partition’로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커뮤널 폭동과 끔찍한 유혈 사태가 끊임없이 슬픔을 유발했다. 또한 이는 우리가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다카는 새로 수립된 동파키스탄의 수도가 되었고, 친가 쪽 집안은 터전을 산티니케탄으로 옮겨야 했다. 나는 산티니케탄이 좋았지만 다카가, 또 우리 집 자가트 쿠티르가 그리웠다. 위층 쪽마루를 너무나 향기롭게 해주었던 커다란 목련 나무는 더 이상 내 삶의 일부가 아니게 되었다. 다카의 옛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지, 이제는 누가 그들과 놀고 있을지, 우리 정원의 망고와 잭프루트는 어떻게 되었을지도 궁금했다. 나는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렸다. 다카를 잃은 것은 산티니케탄이 주는 충족감(매우 큰 충족감이었지만)으로 메워지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삶을 즐겼지만, 그렇다고 옛 삶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_48~49쪽, 1장 「다카와 만달레이」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인데도 의외로 독창적일 수 있다는, 시험 점수의 기만적인 속성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웠지만, 여학생들이 자신의 역량과 성취를 일관되게 줄여 말하는 경향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산티니케탄의 여학생들은 굉장히 지적으로 뛰어나고 재능이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하려는 것 같았다. 젠더 불평등은 내가 평생에 걸쳐 관심을 가진 주제인데, 나는 문화에 만연한 젠더 편향과 편견(그것을 억누르려 하긴 했지만 산티니케탄에도 그런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이 여학생들이 자신의 성취나 능력을 내세우지 않도록 독려해서 더 쉽게 만족하고 덜 경쟁적이 되어서, ‘더 잘하는 학생’의 지위는 남학생들이 갖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내 궁금증 모두에 대해 답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인도에서 겸양의 심리학이 여성에게 불리한 젠더 편견을 강화하는 요인 중 하나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받는 불이익에는 너무나 많은 측면이 있어서 그것을 구성하는 원인을 다 알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오늘날에도 더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일으키는 왜곡이 인도만의 일은 아니다.
_98쪽, 3장 「벽이 없는 학교」

나는 1953년에 프레지던시 칼리지를 떠나 케임브리지로 가게 된다. 1953년은 스탈린이 사망한 해였고, 제20차 소련 공산당대회에서 흐루쇼프가 스탈린 정권의 악행을 폭로한 1956년보다는 아직 한참 전이었다. 하지만 1950년대 초에도 소련에서 자행된 ‘숙청’과 ‘전시용 재판’을 글이나 기사로 접해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런 일이 정치적 반대파에게 거짓 자백을 강요한 다음 그 자백을 근거로 지극히 가혹하고 불의한 처벌을 내리는 방편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이 문제는 커피하우스에서의 토론에 자주 등장했는데, 때때로 나는 친구들 대부분에게 버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르크스라면 통째로 틀렸다고 생각하는 우파(이것은 매우 잘못된 진단이었다)와 러시아에 압제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민중의 민주적 의지’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진정한 좌파’(내게는 의아할 정도로 순진한 믿음으로 보였다) 사이에서, 나를 포함해 소수의 몇 명은 갈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동의받는다는 느낌은 기쁘긴 하지만, 다른 이들의 동의를 얻는 데 덜 의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불평등과 부정의를 없애고자 하는 대의에는 여전히 깊이 공감하면서, 그리고 권위주의와 정치적 독실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회의적인 마음을 가지고서, 곧 나는 순응을 요구하는 정당에는 일원이 될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의 정치 활동은 정당 활동과는 다른 것이어야 할 터였다.
_309쪽, 12장 「칼리지 가」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있는데(침대 주위가 온통 책장이라 침실보다는 서재 같았다) 내가 처한 곤경과 가장 먼저 내 병을 진단한 사람이 나라는 두 가지 사실이 마음속을 여러 번 지나갔다. 나는 내가 사실 두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는 ‘환자인 나’로, 이 환자는 지금 막 너무나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 또 하나의 나는 그 환자를 책임지고 있는 ‘에이전트인 나’였다. ‘에이전트인 나’는 책들을 찾아보며 환자가 겪고 있는 곤란을 신중하게 진단했고,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운이 좋으면 환자를 살릴 수도 있을 검사 결과를 얻어냈다. ‘에이전트인 나’가 사라져버리고 ‘환자인 나’가 그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게 두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무엇으로도 위로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이나마 힘이 나는 생각이기는 했고, 다가올 몇 달간의 전투에 그러한 힘이 꼭 필요하리라고 생각했다(몇 달이 아니라 몇십 년의 전투가 될 줄은 몰랐다). ‘에이전트인 나’는 ‘환자인 나’에게 첫 번째 과제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 무엇인지와 우리에게 어떤 기회들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까무룩 잠이 들었을 때는 동이 트고 있었다. 가난한 행상인이 목청껏 물건을 파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텃밭에서 직접 기른 야채일 것이다. 삶에 온갖 어려움이 있을 텐데도 그의 목소리에는 결기가 가득했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가 생존하려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자 왠지 모르게 용기가 났고 나도 결기를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또한 환한 햇빛과 함께 또 하루가 시작된다는 사실에도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나는 자야 했지만 길게 자거나 영원히 자고 싶지는 않았다.
_344~345쪽, 14장 「초기의 전투」

내 대학 시절에는 우리 각자가 가진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해야 할 이유를 말해주는 것들이 도처에 있는 것 같았고, 이 생각은 케임브리지에 있으면서 점점 더 내게 분명해졌다. 전쟁에서 희생되어 트리니티 채플의 벽면에 이름이 새겨진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영국인이지만, 그들이 성인이 되어 트리니티 일원으로서 갖게 된 정체성은 그들 각자의 원래 나라와도 공존하고 있었다. 그들은 수단부터 인도까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정체성을 유일한, 그리고 매우 분열적인 범주화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회분석가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다층적인 정체성의 풍성함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본국, 시민권, 거주지, 언어, 직업, 종교, 정치 성향, 그 밖에도 수많은 정체성은 우리 안에서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고 그 정체성들 모두가 우리 각자를 자기 자신이 되게 해준다.
_554쪽, 24장 「케임브리지를 다시 사고하다」

정의에 대한 감각이 닿는 범위는 우리가 누구를 알게 되고 누구에게 익숙해지느냐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의에 대한 감각은 다른 이들과 마주치게 되는 기회에 의해 촉진될 수 있고 여기에는 거래와 교환도 포함된다. 반대로 타인이 익숙하게 여겨지지 않으면 그들을 내 생각에서 멀리 두게 되고 정의를 고려할 때 배제하게 될 수 있다. 타인과의 접촉은 더 큰 규모에서 도덕을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공동체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2차대전 때 영국에서 영양실조 인구가 크게 줄고 전후에 NHS가 실시될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전쟁이 일으킨 절박함으로 인해 사람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전에 없이 가까움을 느끼게 되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영국 사회가 영국 사람들 전체의 후생에 대해 더 큰 책임을 받아들이게 된 태도상의 변화는 제도 개혁이 촉진되는 데 일조했다. 반면 강하게 계층화된 사회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경향이 관찰되는데, 카스트와 계급의 분할이 실질적으로 공동의 목적이 사라진 상태를 산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_589쪽, 26장 「가깝고도 먼」

발이 닿는 모든 곳을 고향으로,
만난 이들 모두를 스승으로 삼은
위대한 사상가, 아마르티아 센의 원점을 만나다

1998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가난하고 박탈당한 사람들을 위한 옹호자’ ‘경제학계의 양심’으로 불린 아마르티아 센. 그의 연구는 기근, 인간 개발 이론, 후생경제학, 빈곤 메커니즘, 젠더 불평등, 정치적 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하다. 대차대조표와 무역 거래, GDP에 집착하며 효용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경제학에서 벗어나 인간의 ‘좋은 삶’을 위한 경제학으로 커다란 방향 전환을 이룬 아마르티아 센의 사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은 센이 경제학자의 지위를 다지기까지의 전반 생을 중심으로 술회하며 훗날 그가 추구하게 되는 학문적 관심사와 뿌리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책의 원제 ‘세계 속의 집’(Home in the world)은 센에게 ‘아마르티아’(산스크리트어로 ‘불멸’을 의미)라는 이름을 주었고, 그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도의 시인이자 사상가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저서 ‘가정과 세계’(The Home and the world)에서 따왔는데, 어렸을 때부터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자양분으로 쌓았던 센의 인생 편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성과 자유에 대한 신념, 다양성의 소중함을 배웠던
산티니케탄에서의 어린 시절

1933년, 다카(당시 인도의 도시, 현재는 방글라데시의 수도)에서 태어난 센은 다카 대학 화학과 교수였던 아버지 아슈토시 센, 타고르의 협력자이자 산스크리트어와 힌두이즘 학자였던 외할아버지 크시티 모한 센 등의 영향으로 유명한 학자와 사상가들에게 둘러싸여 자랐다. 센은 1941년부터 산티니케탄 학교에서 공부하는데, 타고르가 설립한 이 학교는 야외 수업, 체벌 금지가 특징인 진보적인 남녀공학으로,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의 문화 등 광범위한 내용을 커리큘럼에 담으며 당시 인도 학교 교육 전반에서 강하게 작용하던 문화적 보수주의와는 대조적인 다양성을 내세웠다. 또한 시험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학생들의 호기심 육성을 강조하는 등, 학교의 방침 곳곳에 타고르의 신념이 녹아들어 있었다.
하지만 센이 산티니케탄 학교에서 공부하던 10년간, 인도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었다. 식민 치하에서 전시 지원 활동이라는 명목의 경제적 수탈이 예삿일이었고, 1943년에 일어난 벵골 대기근으로 인해 200만~300만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또한 힌두교도-이슬람교도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피비린내 나는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결국 인도는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과 힌두교 국가 인도로 분할되고 만다. 수많은 사람이 살던 곳을 떠나 종교와 일치되는 국가로 이주했는데, 센의 가족들도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혼돈의 시기를 통과하며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불합리한 폭력과 죽음은 센이 이후 일생을 바쳐 연구하게 되는 빈곤과 불평등 문제, 인간을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보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센의 사상을 키운
캘커타와 케임브리지에서의 지적 체험

1951년, 센은 경제학과 수학을 배우기 위해 캘커타 대학 프레지던시 칼리지에 입학한다. ‘새로운 인도, 지금만큼 가난하지도 부도덕하지도 않고 어처구니없도록 잘못 돌아가는 부분도 없는 인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그러려면 경제학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295쪽).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의 개척적인 사회선택 이론서 『사회적 선택과 개인적 가치』가 출판된다. 애로우가 이 책에서 제시한 ‘불가능성 정리’는 명백하게 합리적인 기본 절차를 충족해야 할 경우 독재 이외의 사회선택 메커니즘으로는 일관성 있는 사회적 의사결정이 산출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제 막 독립을 하고 좋은 민주 국가가 되고자 하는 인도에서 일관성 있는 사회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민주적 정치체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애로우의 정리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민주적 일관성이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센은 이에 동의하기 어려웠고 독재 메커니즘이 아닌 사회적 선택의 규칙이 성립될 수 있는 또 다른 공리적 조건들이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센은 애로우가 탐구했던 사회적 선택의 문제에 맹렬히 몰두했고, 이는 평생에 걸친 센의 학계 경력에서 지극히 중요한 주제가 된다.
경제학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1953년부터 재적했던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모리스 돕, 피에로 스라파, 데니스 로버트슨, 조앤 로빈슨 등 여러 우수한 학자를 최고의 스승이자 동료로 만나게 된다. 특히 피에로 스라파는 이탈리아 출신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비트겐슈타인과 안토니오 그람시의 사상과 이론 형성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스라파의 경제학적 아이디어는 물론 철학적 아이디어는 센의 관점을 확장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좋은 삶’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자유, 다원성에 대한 관용이라는 믿음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에서 드러나는 센의 삶의 궤적은 세계 근현대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유소년 시절에 목격했던 기근 사망자들과 종교 분쟁의 희생자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본 채플 벽에 빼곡하게 새겨진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트리니티 칼리지 학생들의 이름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종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 간 대립에 휘말려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이들은 센의 인생 곳곳에 존재했다. 약육강식의 냉혹한 역사 속에서 고통받는 약자들을 그저 외면했다면 인류에 기여한 센의 다양한 연구는 실행되지 않았으리라. 그는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왜 대기근이 발생했을까. 식량이 있어도 너무 비싸 살 수 없는 경제적인 부자유, 기근의 실태를 대중에게 숨겼던 보도의 부자유 때문이었다. 센이 목격한 종교 분쟁의 희생자였던 카데르 미아는 집에 먹을 것이 없어 일거리를 찾으러 위험을 무릅쓰고 적대적인 지역을 찾았다가 살해당하고 만다. “빈곤은 살해당할 위험이 굉장히 높은 상황을 무릅쓰지 않을 자유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었다”(200쪽). 센은 자유의 박탈이 부른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자유에서 찾는다. 기근의 원인을 분석한 연구를 통해 그가 발견한 기근 퇴치의 필수적 요소는 바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였다. “자유로운 언론이 있다면 기근이 시작되었을 때 언론이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될 것이고, 민주적인 투표 제도가 있다면 기근 시기나 기근 직후의 시기에 집권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근을 지체 없이 해소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262쪽). 실제로 인도는 영국 식민 치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언론을 갖게 된 이후 더는 기근 피해를 입지 않는다.
센이 회고록을 집필하던 당시인 2021년에도 지금도, 알카에다, 보코하람, IS, 강력한 반유대주의,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에 대해 조직적인 적대를 표출하는 이슬람 혐오 집단 등 종교 정체성 기반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교 정체성뿐만 아니라 정치 성향, 젠더, 지역 갈등 등으로 양극화되어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며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곧잘 인간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묶어 쉽게 재단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복수의 ‘집’(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며, 누군가의 정체성을 하나의 범주만으로 가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 센의 입장이다. “본국, 시민권, 거주지, 언어, 직업, 종교, 정치 성향, 그 밖에도 수많은 정체성은 우리 안에서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고 그 정체성들 모두가 우리 각자를 자기 자신이 되게 해준다”(554쪽). 정체성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관용적으로 만들고, ‘좋은 삶’에는 자유가 불가결하다는 것을 온 생애에 걸쳐 증명했던 아마르티아 센의 메시지는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가정보

(Amartya Sen)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철학 교수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학장으로 재직했고 199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미국경제학회장, 인도경제학회장, 국제경제학회장, 계량경제학회장을 지냈다. 『집합 행동과 사회 후생(Collective Choice and Social Welfare)』(1970, 2017), 『자유로서의 발전(Development as Freedom)』(1999), 『아마티아 센, 살아 있는 인도(The Argumentative Indian)』(2005), 『정체성과 폭력: 운명이라는 환영(Identity and Violence: The Illusion of Destiny)』(2007), 『정의의 아이디어(The Idea of Justice)』(2010) 등 다수의 명저를 집필했으며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2012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인문학 훈장(National Humanities Medal)을 받았고 2020년에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연방공화국 대통령이 수여 연설을 한 독일 서적 협회 평화상(Peace Prize of German Book Trade)을 수상했다.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계몽주의 2.0』, 『친절한 파시즘』, 『불복종에 관하여』, 『앨버트 허시먼』, 『그날 밤 체르노빌』, 『커리어 그리고 가정』, 『인종이라는 신화』,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권력과 진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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