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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친 면의 대화

전가경 지음
아트북스

2024년 06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19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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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7.18MB)
ISBN 9788961964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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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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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한국 출판의 지형을 책-디자인으로 그리다
한국의 북디자이너 인터뷰집

시각 문화 연구자 전가경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북디자이너 열한 명(열 팀)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쓰고 엮은 대담집 『펼친 면의 대화: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가 출간되었다. 2022년부터 2년간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책과 디자인에 관한 저자와 디자이너들의 대화가 골자를 이루고, 사이사이 삽입된 저술이 출판의 역사와 책의 형태를 둘러싼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하우스와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두루 아우르며 상업 출판부터 미술 출판에 이어 독립 출판까지, 다양한 분야와 언어권을 넘나들며 각기 다른 방법론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열한 명의 작업자를 한데 묶는 주제는 다름 아닌 종이책이다.
그래픽디자인을 연구하고 대구에서 출판사 사월의눈을 운영하는 디자인 저술가 전가경은 사진책을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 그리고 디자인 간의 관계를 오랜 시간 모색해왔다. 이 책에서 그의 관심사는 이 시대의 북디자인이 무엇인지 가려내거나 책의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는 데 있지 않다. 대신 인터뷰에 참여한 디자이너를 향한 깊은 애호를 바탕으로 그들 작업의 자취를 면밀히 살피고, 이를 시각 문화와 디자인사의 관점으로 꿰어내어 아직 단단히 정립되지 못한 한국 현대 북디자인사의 계보를 조각조각 그려낸다. “매끄러운 세계가 반강제되는 시대에 지문의 존재 이유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종이책”(279쪽)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펼친 면의 대화』는 책을 향한 헌사이자,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작업자들의 노동을 여실히 조명하는 한편으로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책의 뒷면으로 우리를 데려가, 책의 표정을 짓고 글자의 자리를 마련하는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들어가며

‘장르’를 디자인하기
김다희의 책

출판사 직원하기, 디자이너 되기
조슬기의 책

놀라지 않을 정도의 새로움
박연미의 책

책의 최소 요건을 고민한다
신덕호의 책

어떤 최선의 세계
전용완의 책

서사를 구축해주는 가장 적합한 도구
이재영의 책

한번쯤 해보고 싶은 것
김동신의 책

세상에 해가 되지 않고 오래 남는 책
박소영의 책

한계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움
오혜진의 책

페미니스트 실천으로서의 북디자인
굿퀘스천의 책

그간 역사 쓰기의 밑바탕에는 발전주의가 전제 조건처럼 깔려 있었다. 디자인사도 전통적인 역사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디자인사가 기록하는 것은 시대의 ‘새로움’과 ‘천재들’ 같은 예외적 개인이었다. 이러한 역사관에서 누락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일상에서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나가는 익명의 디자이너들이다. 산업시대 이후 디자인에는 소통과 타협이라는 녹록지 않은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 그럼에도 그간 많은 디자인 행위는 특출한 디자이너 한 명의 성과로 여겨지거나 과정보다는 결과가 주목받았던 것이 현실이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은 부단한 타협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태어나기 어렵다. _「장르를 디자인하기」

나에게는 본문 디자인의 원칙이 있는데, ‘수정하기 편하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래야 중쇄 때 추가 수정 작업이나 작업자 변경시에 작업이 쉬워진다. 이는 조판자이자 관리자로서의 입장인데, 디자이너로서의 훌륭한 레이아웃에 대한 욕심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_「출판사 직원하기, 디자이너 되기」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속표지처럼 요소를 덜어낸 화면을 좋아한다. 개념적이거나 미니멀한 포트폴리오라면 지금보다 좀더 ‘있어 보일 것’ 같기도 하고.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속표지처럼 정보 없이 심플하게 디자인하면 시리즈 전권을 모아 볼 때는 조화롭더라도 낱권으로는 힘이 약하다. 팔리는 상품으로서 책 한 권 한 권을 생각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지점이기도 하고. 멋진 디자인도 좋지만 디자이너로서 주어진 조건과 환경 안에서 성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한다._「놀라지 않을 정도의 새로움」

‘100가지 담배 종이 샘플을 하나씩 포개서 제본하면 그것을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책’이라고 불리기 위한 최소 요건 말이다. 샘플 종이의 두께와 패턴이 모두 다르다. 고무가 들어간 종이는 부드러운 패턴을 띠고, 엠보싱 같은 질감이 있다. 이 종이 묶음에 텍스트 기반 정보는 없다. 하지만 개인의 기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종류, 두께 등에 차이를 주어 생산한 종이들이기 때문에 종이 자체가 정보를 가진다. 이 담배 종이로 책을 만들어보려고 한다._「책의 최소 요건을 고민한다」

누구나 ‘읽기’ 위해 펼쳐드는 본문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책의 영토다. 그러나 그렇기에 가장 급진적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변화에 느리고 둔감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변화의 파장이 가장 클 수 있음을 함의한다. 상업 출판 디자인에서 책의 존재감은 여전히 표지로 판가름나고, 본문은 책의 판매와 인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의 역사를 좀더 거슬러올라가보면 책의 몸체는 본문에 있었다._「어떤 최선의 세계」

책에는 6699프레스와 함께한 여러 목소리들이 정갈하면서도 우아하게 정렬되어 있다. 대화와 발화가 많은 6699프레스의 책 특성 때문인지 다양한 처지, 배경, 직업, 국적의 사람들이 띄엄띄엄 등장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툭툭 던진다. 거기에는 그리움, 위로, 슬픔, 외로움, 회환, 안타까움, 분노, 다짐, 회의 등 감정의 파고가 선율처럼 이어진다. 하나의 단상집이자 현대를 사는 외로운 다수에게 따스한 말을 건네는 책. 그만큼 이재영이 기획한 책에는 경청할 줄 아는 한 디자이너의 단면을 볼 수 있다._「서사를 구축해주는 가장 적합한 도구」

작업 과정에서 생각보다 나에게 규범들이 강하게 내재해 있음을 느꼈다. 좋은 것이라고 교육받았던, 혹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조형적 재료들이었기 때문이다. 작업하는 동안 아름다움이라는 잣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나 자신을 상대로 계속 조율해나갔다. 디자인에서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일까,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가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_「한번쯤 해보고 싶은 것」

기발하거나 큰소리로 주위를 집중시키는 디자인보다는 작업자의 노동이 여실히 보일 만큼 낱자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짜놓은 본문이나 옛 책의 고전적인 타이포그래피의 여운이 훨씬 깊다. 균형이 잘 잡힌 그런 디자인 말이다. 얀 치홀트를 모를 때부터 펭귄북스를 좋아했는데, 무엇 하나 건드릴 게 없을 만큼 단단한 짜임새였다. 표현의 화려함보다는 완연한 어울림을 추구하다보니 열화당의 방향과 잘 맞아 오래 일할 수 있었다. 오래전에 출간한 책이더라도 여전히 짜임새가 좋고,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비례와 균형이 좋은 책들……. 그런 책을 좋아한다._「세상에 해가 되지 않고 오래 남는 책」

논문 마지막에 개념미술가 솔 르윗의 말을 인용하며 “지시문에 따라 누구나 드로잉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조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기에 이 말에 완벽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솔 르윗은 결과물의 아름다움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설정된 제약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이다._「한계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움」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운동가이기도 한 이들에게 출판이 자연스러운 도구인 이유는 이렇듯 책이라는 매체의 보수성과 급진성이라는 이중적 속성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사례는 책 만드는 여성의 서사를 구축시켜나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역사에서 문자로 대변되는 책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그 견고한 제도 속에서도 여성들은 기명과 익명의 책 쓰기와 공동 출판으로 제도권의 틈새를 벌리려 노력해왔다. 그러니 이들이 앞으로도 만들어나갈 책을 주목해보자. 그곳에는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내일의 언어가 구축될 테니까. 여전히 우리 주변에 변화할 것이 남아 있는 만큼, 우리에게는 언어가, 보다 평등한 내일을 위한 책의 언어가 필요하다._「페미니스트 실천으로서의 북디자인」

예술 출판과 상업 출판의 사이
개척자이자 노동자로서의 디자이너

그간 시각디자인 업계가 일컫는 아름다운 책은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나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예술 출판물에 치우치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오늘날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한 국내 북디자인의 조형을 면밀히 살피기 위해서는 상업 출판에 종사하는 수많은 디자이너와 그들이 만드는 다종다양한 책을 안팎으로 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책의 첫 대화 「‘장르’를 디자인하기」에서 민음사 출판그룹의 황금가지와 민음인, 판미동의 책을 10년 이상 만든 디자이너 김다희는 장르 문학의 범주로 묶여 평가절하되었던 SF와 공포 소설, 추리소설 디자인의 계보를 그린다. 그의 북디자인은 “소설과 비소설, 순문학과 장르 소설 간의 조형적 구분 짓기가 와해되는 과정”(16쪽)을 보여주며, 나아가 아름다운 책을 겨루는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하는 실용서,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 디자인의 가치를 들여다보게 한다. 다음 장 「출판사 직원하기, 디자이너 되기」에서 만나는 문학과지성사의 디자이너 조슬기는 조판자와 관리자의 역할을 도맡는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업계의 현실을 전한다. 그는 탈네모꼴의 빨간색 로고, 사각형 프레임과 아이코닉한 일러스트의 한국 시인선 디자인 등, 문학과지성사의 전통적인 시각 정체성을 계승하되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야 한다는 이중 과제를 달성하는 베테랑 디자이너의 노련함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시공사, 민음사를 거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박연미는 「놀라지 않을 정도의 새로움」에서 클라이언트들과의 사려 깊은 협력 경험을 나눈다. 이는 최선의 디자인이 다수의 협업자와의 부단한 소통과 타협 과정으로 빚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디자인은 “예술 출판의 새롭고 도전적인 북디자인만큼이나, 관습에 벗어나면서도 대중성을 겸비하려는 상업 북디자인의 시도 역시 또하나의 실험이 될 수 있다”(100쪽)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기도 하다.


책의 본성에 파고들며
다시금 열리는 접촉점의 세계

사물로서의 책을 바라보는 새 활로를 제시하는 것 또한 『펼친 면의 대화』의 가치다. 늘 종이를 다루는 디자이너로서 이들은 책의 형식에 대한 저마다의 화두를 품고 있다. 독일을 근거지로 두고 문화·예술계 클라이언트와 주로 협업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신덕호는 「책의 최소 요건을 고민한다」에서 자신의 논문 주제를 소개하며 책을 책이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묻는다. 인쇄 공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각기 다른 재질로 제작되어 그 자체로 정보를 가지는 담배 종이 100장을 제본한다면, 우리는 이를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형식적 특성에 주목하는 그의 질문은, 영상의 시퀀스를 책의 언어로 번안하는 작업처럼 상이한 문법의 매체를 지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거듭된다. 열화당과 문학과지성사 등을 거쳐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전용완은 「어떤 최선의 세계」에서 표지를 북디자인의 중심으로 보는 일반적인 잣대로 인해 후위에 서는 본문 조판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그가 섬세하게 직조한 낱말과 글줄 사이, 빈틈없이 다듬은 여백과 정렬은 경제성에 가리어 등한시되곤 하는 책의 몸체인 본문을 본연히 밝힌다. 그의 타이포그래피적 탐구에서 글자와 단어, 문장과 글은 “언제든 새롭게 조립되어 새로운 의미망의 세계로 진출할”(169쪽) 가능성을 얻는다. 이어지는 「세상에 해가 되지 않고, 오래 남는 책」에서 열화당의 인하우스 디자이너 박소영은 간결한 타이포그래피와 종이의 질감을 온전히 전하는 표지 등, 열화당의 디자인 정체성을 장인적 감각으로 계승한다. 웬만하면 표지에 별도의 후가공을 하지 않는다는 그가 만든 책에서는 지질의 물성이 즉물적으로 느껴진다. 종이가 가진 무한대의 백색, 그 면면을 매만지며 펼쳐지는 접촉점의 세계는 다량의 데이터가 무수하게 쏟아지고 휘발되는 현시대에 종이책의 가치를 다시 상기하게 한다.


책에서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불명확한 가치를 향한 열한 가지 조형

『펼친 면의 대화』는 아름다움이라는 첨예한 주제에 대한 열한 가지 입장을 책으로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주관으로 2020년부터 시작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은 북디자인이 드물게 공적 제도 아래 다루어지는 반가운 시상이지만, 매해 심사 기준과 선정작에 대한 크고 작은 반론이 제기된다. 출판사 돌베개의 디자인 팀장으로 근무했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김동신은 「한번쯤 해보고 싶은 것」에서 그간 자신이 선보인 단행본 디자인을 되돌아보며 “디자인에서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가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232쪽)고 회고한다. 그의 북디자인은 그동안 좋은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습득한 조형의 장치에 반문하며, 우리에게 뿌리깊이 내재된 미의 잣대와 그를 만드는 규범의 정치성을 재고하는 계기가 된다. 반면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주관적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저마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분명한 상이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김다희에게는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노련함”(32쪽)이, 신덕호에게는 “이 내용에 왜 이런 책이 나와야 하는지, 개연성을 잘 설명해주는 책”(136쪽)이, 박소영에게는 “기발하거나 큰소리로 주위를 집중시키는 디자인보다 작업자의 노동이 여실히 보일 만큼 치밀하게 짜놓은 본문”(274쪽)이, 이재영에게는 “낱자와 글줄이 만들어내는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대비”(205쪽)가 그것이다.
한편 디자인 스튜디오 오와이이를 운영하며 다양한 분야의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아우르는 디자이너 오혜진은 책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과정에 보다 집중한다. 책이라는 형태와 형식이라는 제약이 결코 결과물의 아름다움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그는 「한계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움」에서 그래픽디자인 방법론으로서의 북디자인을 선보인다. 설정된 조건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변수, 그로부터 구축한 맥락으로 인해 그의 디자인은 특정 양식이나 분류에 포섭되지 않고 매번 다른 대답을 보인다.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한국 북디자인사에 아로새겨진 분투의 장면들

디자이너가 출판으로 사회를 개간(開墾)할 수 있을까? 이 책이 던지는 어쩌면 가장 뜨거운 질문은 6699프레스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이재영에 의해 힘을 얻는다. 그에게 책은 발언권을 빼앗긴 이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무대이며 디자인은 그들의 서사를 구축하는 가장 적합한 도구다. 변칙적인 타이포그래피 운용과 다채로운 색지 사용이 돋보이는 그의 자체 출판물은 비인격적인 잣대에 눌린 이들에게 고유한 자리를 찾아준다. 다양한 처지와 배경, 직업, 국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넌지시 풀어내는 그의 책에서는 경청할 줄 아는 디자이너의 사려를 볼 수 있다. 각각 봄알람과 보슈라는 인쇄물 기반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우유니, 신선아 디자이너가 공동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굿퀘스천은 2017년 디자인계의 페미니스트 모멘트를 이끈 장본인이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운동가이기도 한 그들의 사례는 “지고지순한 기록 보관소임과 동시에 급진적 언어가 기입되는 대항적 매체”(358쪽)이기도 한 책의 생명력을, 그리고 메시지의 확산이라는 출판의 본령을 일깨운다.
열한 명의 디자이너와의 대화에서 시작하여 시각 문화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한국 북디자인사의 장면을 되짚는 저자의 노련한 저술은 디자인으로 출판의 역사를 읽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한 시대를 보여주는 아카이브로서 『펼친 면의 대화』가 인터뷰집 이상의 가치를 갖는 이유다. 평균 10년 이상 그래픽디자인을 수행한 인터뷰이들은 2000년대 중반 시각디자인계의 지각 변동을 몸소 겪으며 현재 국내 출판 디자인 분야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세대다. 그렇기에 이들과의 대화는 한국의 북디자인을 공시적·통시적으로 조망할 원자재가 된다. 나아가 단편의 대화들은 서로를 두둔하거나 때로 경합하며 북디자인의 여러 소주제에 관한 치열한 토론의 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펼쳐진 지면 위에서 첨예하게 다루는 책, 그리고 북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책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지면이 끝나며 시작되는 화보 지면에서는 해당 디자이너의 북디자인 사양을 도판과 함께 실었다. 지종(재킷-표지(싸개)-띠지-면지-본문)과 본문 및 표지의 서체, 후가공과 제본 방식 등 서지 사항을 최대한 자세하게 수록했다. 화보 지면에 실린 책의 실제 판형을 가늠할 수 있도록 『펼친 면의 대화』와 비교한 상대적인 크기를 사각형으로 보여주는 것 또한 이 책의 사려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인터뷰이
김다희(민음사 디자이너)
김다희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재학하는 동안 한글꼴연구회 및 한울 활동을 했고, 활자공간에서 글꼴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민음사 출판그룹 미술부에서 황금가지, 민음인, 판미동 브랜드의 북디자인과 출판 관련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파운데이션’ ‘스페이스 오디세이’ ‘듄’ 시리즈, 『이갈리아의 딸들』 『시녀 이야기』 개정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0주년 특별 기념판, 켄 리우 단편선 등을 디자인했다. 『출판문화』 『기획회의』 등에 북디자인 관련 글을 쓰기도 한다.

조슬기(문학과지성사 디자이너)
조슬기는 동국대학교에서 광고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우연한 기회에 편집 디자인을 알게 되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여러 출판사를 거쳐 문학과지성사에 입사해 11년째 근무중이다.

박연미(프리랜서 디자이너)
박연미는 시공사, 민음사를 거쳐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하필 책을 선택했고, 아직 책을 디자인하고 있으며, 언제까지 만들고 있을지 상상해본다. 2022년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수여하는 제52회 한국출판공로상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신덕호(더플로어플랜 운영, 프리랜서 디자이너)
신덕호는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와 함부르크 예술대학교(HFBK) 그래픽디자인과를 졸업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 더플로어플랜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프로파간다프레스, 현실문화, 아트선재센터, 백남준아트센터, 바라캇 컨템포러리, 쿤스트할 오르후스(Kunsthal Aarhus), 리드바젤(LIEDBasel) 등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주로 일해왔다. '물질적 매체로서의 책’의 형식적 특성에 주목하는 작업을 즐겨 한다.

전용완(외밀 운영, 프리랜서 디자이너)
전용완은 열화당, 문학과지성사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2018년부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중이다. kimnuiyeon.jeonyongwan.kr

이재영(6699프레스 운영,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재영은 6699프레스를 운영하는 그래픽디자이너다. 6699프레스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로, 2012년부터 기업, 미술관, 출판사, 예술가 등과 협업하여 시각 문화 전반에서 다양한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뉴 노멀』 『1-14』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되었으며, 『서울의 목욕탕』 『너의 뒤에서』 『한국,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11』 등을 기획하고 출간했다. 〈타이포잔치 2019〉에 작가로, 〈타이포잔치 2021〉에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출판국장을 역임하며 『글짜씨』를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현재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와 북디자인을 강의한다. 6699press.kr

김동신(동신사 운영,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동신은 돌베개출판사 디자인팀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2020년 2월부터 동신사라는 이름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 강의, 글쓰기 등의 일을 하면서 2015년부터는 ‘인덱스카드 인덱스’라는 연작물을 만들고 있으며, 2018년과 2019년 〈Open Recent Graphic Design〉의 기획자 및 작가로 참여했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에 작가로 참여했다.

박소영(열화당 디자이너)
박소영은 동아대학교 공예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공책 디자인 그래픽스, 601비상을 거쳐 2013년부터 열화당에 재직중이다.

오혜진(오와이이 운영, 프리랜서 디자이너)
오혜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그래픽디자이너다. 2014년부터 오와이이를 운영하며 여러 시각 매체 작업을 아우르고 있다. 네덜란드 얀반에이크 아카데미의 워크숍 ‘매지컬 리소’(2016)와 미국 오티스미술대학교의 디자이너 레지던시 프로그램(2018)에 초청받은 바 있다. 영국 웹진 「잇츠나이스댓」(2020), 『월간 디자인』(2021)의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로 선정되었고 세계 다수의 매체에 작업이 소개되었으며, 캐나다 〈Poster Show〉(2018), 한국 〈타이포잔치 2019〉(2019), 〈도시건축비엔날레〉(2021), 〈Unparasite〉(2021), 〈젊은 모색 2023〉(2023), 네덜란드 〈POST/NO/BILLS #5〉(2024) 등 여러 전시에 참여했다. ohezin.kr

굿퀘스천(프리랜서 디자이너)
굿퀘스천은 대전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들과 함께 좋은 질문을 발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최첨단 변화구파 신선아는 대전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 그룹 보슈와 비혼 여성 커뮤니티 ‘비혼후갬’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대담무쌍 강속구파 우유니는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FDSC 열심 회원들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전가경

그래픽디자인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강의하며, 대구에서 ‘사월의눈’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책을 기획하고 만든다. 갈수록 짧아지는 그래픽 생애 주기의 현장과 공백으로 놓여 있는 한국 그래픽디자인 역사를 출판 기획 및 저술을 통해 연결 짓는 데 관심이 있다. 『세계의 아트디렉터 10』 『세계의 북 디자이너 10』(공저) 등을 썼고, 『아파트 글자』 『작업의 방식』 『정병규 사진 책』과 『한국의 90년대 전시 도록 xyz』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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