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알바
2024년 06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5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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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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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알바』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모두 인생의 가장 푸른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십 대들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미성년과 성년의 경계에서,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의 어느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십 대들이 각자의 성장통을 오롯이 겪어 내고 끝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는 여섯 편의 이야기.
유학생 고준하
지박령 열차
선녀 콤플렉스
콩
비의 경계선
작가의 말
영지 얼굴을 향해 손을 날렸다. 짝! 소리와 함께 영지의 얼굴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가려졌다. 영지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날 쳐다보았다. 놀란 표정은 금방 웃는 미소로 바뀌었다. “내가 왜 알영지가 된 줄 알아? 너한테 조금이라도 덜 괴롭힘당하려면 알바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거든. 그렇게 수많은 알바를 하다 보니 한번에 알겠더라. 첫날 양말 속에 든 카드를 보자마자, 이 일이 보통 일이 아니란 걸 말이야.” 목소리는 떨렸는데, 영지 입가엔 미소가 보였다. “이건 너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신의 알바였어.” “내가? 내가 뭘? 어릴 때 친구끼리 장난 좀 친 걸 가지고 그러냐?” “너한테는 장난이었지? 당하는 사람은 아니거든. 그래서 난 학교도…….” “그래서 전학 간 거야?” “전학? 억울한 게 그거야. 난 학교까지 그만둘 정도로 힘들었는데, 너는 기억도 못 해. 그냥 착한 딸, 착한 학생으로 살잖아.” 영지의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본문 26쪽)
잠결에 손가락 끝에 뭔가 닿는 것 같았다. 살짝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엄마가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엄마가 고개를 떨굴 때마다 옆에서 잠든 이안이 보였다. 이안도 소파 위로 한쪽 팔을 뻗고 눈을 감고 있었다. 곰지락곰지락. 아주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뻗은 팔의 손가락 끝에 뭔가 닿았다. 이안의 손가락 하나가 내 손가락 끝에 닿았다 떨어졌다. 벌컹벌컹. 잠자던 심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모든 신경이 내 손가락 끝으로 모아졌다. 티브이 소리도 사라지고, 시끄러운 주영만의 코고는 소리도 사라졌다. 검지와 검지가 만났다. 내 손가락 끝마디에 이안의 손가락 끝이 살며시 올려졌다. 손가락을 바닥 융선의 소용돌이 무늬를 따라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이안이 가진 무늬는 어떤 모양인지 온 신경을 집중해서 꼼꼼히 훑어 내렸다. 빙글빙글 소용돌이 모양으로 손가락과 손가락이 춤을 추었다. 밭고랑 모양 곡선의 요철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쉬지 않고 달렸다. 눈을 떴다. 이안도 눈을 떴다. 마주 보며 이안이 소리 없이 웃었다. 이안 뒤로 작은 창문이 보였다. 가로등 불빛 밑으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첫눈이다! (본문 50쪽)
“여기가 어디지?” 지민이는 꽃다발 사이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르겠어? 원래 지박령은 죽은 곳에서만 머물러야 해. 여기는 바로 네가 죽은 곳이고. 근데 너는 순환 열차로 뛰어들어서 영혼이 순환선과도 서로 얽혀 버린 것 같아.” “그럼 이 꽃다발은…….” “이건 다 너를 위한 거야. 널 까맣게 태워 버린 사람보다 널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지민이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 노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본문 71쪽)
“귀신에 씌어 보니 어땠어?” 한해정이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무서워 마. 널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죽은 건 네
가 아니라 나야. 내가 지박령이지. 조금 전의 경험은 모두 한해정, 내가 겪었던 일이야. 나는 지금도 매일 지박령 열차를 타고 같은 자리를 돌고 있어. 만날수록 자꾸 더 그리워지는 엄마를 매일 만나고, 세월이 제법 흘렀는데도 나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친구도 만나. 하지만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도 말을 할 수도 안아 줄 수도 없어. 이 기분, 이젠 너도 알겠지?” 한해정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본문 72쪽)
덩치 큰 선배를 제압하는 강주를 보는 순간, 나는 이거다 싶었다. 나는 늘 뭐라도 잡고 매달리고 싶었다. 누구도 나를 어쩔 수 없도록 힘이 세지고 싶었다. 시작은 그랬다. 그런데 하다 보니 운동이 좋아졌다. 역기와 하나가 되어 땅을 짓누를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무게감이 좋았다. 그 순간만큼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문 98쪽)
“해라야, 이제 돌아가야 해. 우리 함께 가자.” 마지막 한 조각이 없으면 남을 줄 알았는데, 엄마는 풀린 매듭을 움켜쥐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손을 뒤로 감추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엄마랑 벼
리랑 함께라면 살 수 있는데. “엄마, 끝매듭이 풀렸잖아!” 내가 울먹였다. “나에게 끝매듭은 너희들이야.” 엄마는 내 오른 손목을 낚아챘다. 순간 내 몸은 가볍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두둥 한번 떠오른 몸은 내 마음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자석처럼 엄마가 이끄는 대로 공중을 날아 거실을 지났다. 그래. 어쩜 엄마를 따라가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다. 버티고 매달리던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쫙 풀렸다. 공중에 뜬 몸은 베란다를 지나 창문 밖 허공으로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빠밤 빠빠바밤 빰빰빰. 그때 내 방에서 핸드폰 벨 소리가 들렸다. 내 귀가 꿈틀댔다. 강주에게서 온 전화였다. 학교, 강주, 역도, 친구들……. 여기엔 내 것들이 있었다. (본문 111쪽)
날개옷이 더 세차게 펄럭거렸다. 난간을 잡은 손이 점점 풀리고 있었다. 엄마가 혼자 멀리 떠날까 봐 늘 불안했다. 겨우 생각해 낸 게 매달리는 일이었다. 함께 살자고 매달려도 보고, 그게 아니면 뭐든 붙잡고 매달리면 땅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여기에서 살려면 매달릴 힘이 내게 필요했다. 처음 만난 강주에게 살려 달라 매달린 이유였다. “엄마!” 하늘을 보던 엄마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었다. “엄마, 나 살고 싶어!” (본문 113쪽)
“너도 매일 맞는다. 왜? 너는 그 애보다 키도 더 큰데.” “그게…… 싸움은 덩치랑 상관없더라고요. 근데 이번에 치국이 말리다가 나도 힘이 많이 세진 걸 알았어요. 다음엔 맞고만 있진 않을 거예요.” 뒷머리에 콩의 손길이 느껴졌다. 콩이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부드러운 손길에 눈이 저절로 감겼다. (본문 139쪽)
“나, 선이 필요했어. 경계선을 넘어 벗어날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좀 쉬고 싶어.” 녀석이 담담한 목소리로 바닥에 선을 그으며 말했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나는 쉽게 대답을 못 하고 눈만 마주쳤다. “엄마랑 나 사이에는 경계선이 없거든. 학교에 있어도, 내 방에 숨어도, 어디에 있든 난 엄마를 벗어날 수 없어.” 녀석이 말을 이었다. “그때 비의 경계선 얘길 들었어. 왠지 비의 끝을 뚫고 나가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그곳에 가고 싶었는데…… 무서웠어.” 현수의 표정이 엄마한테 전화 왔을 때처럼 일그러졌다. “엄마가 그렇게 무서워?” 현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현수 이야기를 들어 줄 시간이 있을 것 같아 더 묻지 않았다. (본문 159쪽)
“야, 대사천! 사진 한 방만 같이 찍자.” 얼굴에 다시 웃음을 찾은 현수가 다가왔다. “비의 경계선 없어지기 전에 찍자. 구름 우산 오류가 수정되어서 곧 비를 멈출 거래.” “근데 아까부터 사진은 왜?” “경계선을 넘어 쉬고 나면 다시 돌아가야 되잖아. 우리 엄마니까. 그러려면 보험이 필요하거든. 수학 천재랑 함께 있었다는 증거 사진. 우리 엄마는 너라면 다 용서가 될 거거든. 흐흐흐.” 나는 팔꿈치로 현수의 옆구리를 쳤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본문 164쪽)
‘성장통’은 바로 변장한 ‘축복’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모두가 이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신의 알바』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모두 삶의 어느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십 대들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독자 개개인의 이야기와 조우해 새롭게 탄생하는 서사는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기존의 보편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작가의 사유는 전작들을 갱신한다. 작가의 깊은 사유는 저절로 넓고도 선명한 이야기가 되는 법이다. 오랜만에 청소년 소설로 돌아온 김태호 작가의 사유는 어디쯤 와 있고, 또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허망하게 사라져 간 아이들에게 묻지 못했던 삶의 선택을 「선녀 콤플렉스」 속 해라의 간절한 외침으로 답해 본다. “엄마, 나 살고 싶어!”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에 실린 여섯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살아야 한다’이다. 작가는 인생의 가장 푸른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십 대들에게 살아가면서 「유학생 고준하」처럼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처음’도 경험해 보고, 「콩」처럼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과 빈자리만 남기고 떠난 이별의 쓰라림도 느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신의 알바」와 「지박령 열차」에서처럼 때론 뜻하지 않은 고난을 만날 수도 있는데, 그땐 지지 않고 맞서서 버티어 낼 용기도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고도.
미래를 계획하고, 목표를 하나씩 이뤄 나가는 삶도 좋고, 하루하루 생각 없이 즐겁게 지내는 삶도 가치 있다. 어떻게 살든 그건 내 삶이다. 내 인생은 오직 나의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말인데,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군자의 비현실적인 말은 아닐 것이다. 과정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괴로운 과정에서 최선의 올바름, 아름다운 삶, 소중한 가치를 찾게 되는 십 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지금의 고민과 방황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맞닥뜨린 현실에 물러서지 않고 한 번 더 용기를 내게 될 것이다.
“이건 너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신의 알바였어!”
피해자에게 ’용서라는 고통’을 강요하지 않는 새로운 학폭 서사
단편집의 첫 문을 여는 표제작 「신의 알바」는 고등학생이 된 영지가 중학교 때 자기를 괴롭히던 수민이를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수민이는 영지에게 “어릴 때 친구끼리 장난 좀 친 걸 가지고 그러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하지만, 그런 수민이에게 영지는 “너한테는 장난이었지? 당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이라고 억울한 듯 쏘아붙인다.
수민이는 정말 몰랐을까? 수민이는 사실 자신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 사회가 그리고 또래 그룹이 자기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학폭 가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수민이가 알고 있든 없든 영지는 나름의 방식으로 수민이가 알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자기가 겪은 고통을 수민이도 똑같이 경험하게 한 것. 가해자 수민의 사유는 피해자 영지가 겪은 아픔이 자기에게 찾아왔을 때, 영지와 똑같이 피해를 당하고 억울함으로 가슴이 미어터질 때, 그때 비로소 시작된다. “이건 너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신의 알바였어!”라고 차갑게 말하며 끝내 수민이로부터 벗어나고야 마는 영지. 자기 힘으로 다시 삶의 주도권을 야무지게 움켜쥔 영지의 승리가 뭉클하다.
이렇듯 표제작 「신의 알바」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느 학폭 서사와 다르다. 작가는 피해자 영지의 ‘분노’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펼친다. 영지의 분노는 억울함에서 시작된다. 가해자의 피해의식이나 강자의 분노는 규범이고 약자의 억울한 감정은 분노로 간주되곤 하는 현실에서, 피해자는 분노를 표출해도 되는지부터 고민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용서마저 강요당한다. 마치 약자의 유일한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신의 알바」의 영지는 우리가 흔히 접하던 피해자 캐릭터와 다르다. 영지는 너무나 당연하게 용서를 구하는 수민이를 용서하는 대신 자기가 당한 만큼 똑같이 되갚아 주는 쪽을 선택한다. 피해자에게 용서라는 또다른 고통을 강요하지 않고, 처벌로 정의를 구현하는 서사가 무척 새롭다.
줄거리
〔 신의 알바 〕
“이건 너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신의 알바였어!”
고2 수민이는 알바 모집하는 직업소개소에서 중학교 동창이었던 영지를 만난다. 중학교 때 수민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영지는 어느새 수민이보다 키도 훌쩍 컸고, 예전처럼 수민이에게 당하고만 있지 않을 정도로 마음도 단단해졌다. 중학교 때 기억만으로 영지를 만만하게 본 수민이는 알바를 하는 과정에서 영지로 인해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되고, “그냥 장난이었다고.”라고 말하며 영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영지는 그런 수민이를 차갑게 뿌리친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며 또다른 고통을 떠안기지 않는 서사가 통념을 깬다. 용서는 피해자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런 말이 정말 고통받는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까?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와 똑같은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 이것은 보복이 아니라 최고의 위로다. 이야기 속에서 잠깐 언급되는 카프카의 「변신」처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부조리와 맥락이 닿아 있는 주제성 또한 인상 깊다.
〔 유학생 고준하 〕
“너희들은 앞으로 처음 만나는 순간들이 넘쳐 날 거야. 그 순간순간 아주 소중히 기억해야 해.”
유학 생활 4년차. 중3이 된 고준하에게 부모님은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준하만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 고준하는 자신만의 공간에 평소 좋아하던 같은 반 여자친구 이안을 초대한다. 그 소식을 들은 고준하의 두 살 많은 친구 주영만은 드디어 첫키스를 하게 되는 거냐며 난리법석을 떨고, 고준하는 그런 일 없다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다음 날 고준하는 이안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방 안의 불을 끄고 친구 주영만이 천장에 붙여 둔 야광 별을 감상한다. 마침 그때 가끔 들러 고준하의 먹을거리를 챙겨 주는 엄마와 고준하네 집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친구 주영만이 들이닥친다. 잠시 어색한 기운이 돌지만 이들은 곧 한 공간 안에서 각자의 공간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안온한 시간을 보낸다. 조금 이른 나이에 부모로부터 독립된 공간에서 자기만의 생활을 꾸려 나가는 고준하의 우정, 사랑, 그리고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처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 지박령 열차 〕
“널 까맣게 태워 버린 사람보다 널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자신이 죽은 곳을 떠나지 못하고 죽은 장소를 계속 맴도는 영혼을 지박령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태움’을 당한 한해정은 그들에 대한 원한과 자신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련으로 죽은 영혼이 하늘로 떠나지 못하고 2호선 순환열차를 따라 같은 자리를 맴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목숨을 버리려던 지민이는 지박령이 된 한해정을 만나 사연을 듣게 되고, 한해정의 원한을 풀어 그녀가 저승으로 갈 수 있게 돕는다. 그러면서 지민이는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를 다시금 기억해 내고, 다시 살아가 보기로 한다. 지나간 한해정의 삶을 돌고 도는 순환 열차에서 마침내 내린 지민이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다.
〔 선녀 콤플렉스 〕
역기와 하나가 되어 땅을 짓누를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무게감이 좋았다.
그 순간만큼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현대적으로 차용한 창작을 통해 끝내 엄마로부터 독립하고야 마는 청소년을 그린 이야기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굴레에 묶여 가부장제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여성을 대표하는 엄마와 달리,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겠다고 선언하는 해라의 모습이 인상 깊다. 욕망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것, 외적이고 세속적인 가치에 우선하는 ‘자유’, 삶에서 뜻하지 않은 고난을 만났을 때 지지 않고 맞서서 버티어 내는 용기 같은 것이 슬픈 서사에 진하게 녹아 있다.
〔 콩 〕
“너도 매일 맞는다. 왜? 너는 그 애보다 키도 더 큰데.”
지방 소도시의 한적한 읍내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수호는 치국이라는 친구에게 담배 셔틀을 해 주며 우울한 날들을 보낸다. 어느 날 심사가 뒤틀린 치국에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던 수호는 ‘콩’이라는 여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또 어느 날에는 험상궂은 남자들에게 쫓기는 콩이 수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콩은 수호네 근처 커피숍에서 일하는 한국계 베트남인으로, 종종 밥을 함께 먹기도 했던 사이다. 또래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수호와 사회적 약자인 콩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은 볶은 콩처럼 톡톡 튀고, 빈 콩 껍질처럼 빈 자리만 남기고 떠난 콩과의 이별은 커피처럼 쓰다.
〔 비의 경계선 〕
“엄마랑 나 사이에는 경계선이 없거든.
학교에 있어도, 내 방에 숨어도, 어디에 있든 난 엄마를 벗어날 수 없어.”
수학 천재로 유명한 김이주는 수학 학원에서 만난 같은 반 친구 강현수의 제안으로 함께 ‘비의 경계선’을 찾아나선다. 평소와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선로가 잠기고, 열차가 멈추는 등 그곳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김이주와 강현수는 그곳으로 가는 길에 만난 한 가족과 할머니와 함께 도와가며 마침내 ‘비의 경계선’에 도착한다. 이주는 어디에 있어도 엄마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고 지쳐 엄마를 벗어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쉬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는 현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잠시 쉰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마음먹는다. 저마다의 이유로 비의 경계선을 찾은 이들이 잠시 선을 넘어 숨을 돌리고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가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처럼 맑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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