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마음
2024년 06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9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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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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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도 치료법도 없이 오로지 통증으로 인한 고통뿐인 병 섬유근육통. 몸이 우그러질 정도로 아프고 머리가 깨질 정도로 고통스러운데도 몸에는 조금도 이상이 없는 이상한 병이다.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치료법도 없고, 사회적 인정도 받기 어렵다. 오로지 통증과 고통만이 실재할 뿐이다. 교사 생활 중에 갑자기 찾아온 병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칩거해야만 했고, 홍대 앞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던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재주도 많았던 삶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누구도 대신 아파줄 수 없기에 오롯이 홀로 견뎌야만 했는데…. 저자는 그저 포기하지 않는 마음 하나로 그 시간을 버텨냈고 지금도 버텨내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버텨낸 투병의 과정과, 그 힘든 가운데서도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아갔기에 기어이 또 성장한 기록을 담아낸 에세이이다. 사실 극심한 통증과 사회생활에서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고립 속에서 그녀가 선택한 일들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였다. 통증의 시간을, 그 기약 없는 고통의 시간을 해독하기 위해 쓴 글이 하나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통증이 극심할 때는 형광등의 불빛만 봐도 두통에 시달릴 정도로 힘든 시간 속에서도, 특정 재질의 옷이 아니면 아예 입을 수조차 없어서 아끼던 옷을 다 버려야 하는 암담함 속에서도, 거의 언제나 절인 배추처럼 축 늘어지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면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지켜낸다. 글을 쓰고 문구를 만들어 팔아보고 재활 운동을 한다. 몸이 좋아지면 할 일들을 추리고, 아낌없는 헌신을 베풀어준 남편에게 애정을 표하고, 식물들에게 물을 주면서 때때로 몰려드는 억울함과 원망, 그리고 좌절감을 애써 털어낸다. 그렇게 보낸 5년의 생생한 기록을 때로는 일기처럼, 때로는 편지처럼 친숙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에 담았다. 문장 하나하나에 스며든 아픔과 의지가 동시에 느껴져 이상하리만치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처음 발병하고 5년간 교단을 완전히 떠나고 다시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려두고 그저 지금 이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온 결과, 그녀는 이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수영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오래 할 수 없고, 맘껏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5년 전의 무기력에서 계속 앞을 향해 헤쳐나온 자신을 본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여 어떻게든 앞으로만 나아가려고 노력한 결과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가져다준 성장이라고 믿는다.
각박하고 힘겨운 세상이다. 뭔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이다. 마음속에 가득한 회환과 원망이 의지로 떨쳐내지지 않는 시절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앞으로 나가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기적과도 같은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걸, 그렇게 계속 걸어나가면 된다는 걸, 머나먼 미래까지 바라볼 여력이 없어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버텨나가면 된다는 걸, 이 책의 아름다운 문장과 단단한 정서가 호소한다. 지금 우리 시대에 주는 울림이 큰 책이다.
1부 포기하지만 말아주세요
진단명, 섬유근육통
통증의 시작
아무 이상도 없다니 이상해
그래도 새 학기는 시작되었다
약물 과다 복용 금지
내가 결혼을 하다니
죄송하지만 휴직하겠습니다
안녕, 나의 반짝이던 시간들
병원에 다니지 않는 환자
홀로 남겨진 임신 초기
최악의 임신성 두통
2부 통증이 일상이야
좋아하는 일을 해도 통증은 있다
2020년 어느 봄날
나는 이제 학교를 그만둔다
재활 운동을 시작하다
몸이 절인 배추처럼 무거워
반드시 이 옷을 다시 입게 될 거야
약속과 계획이 없는 삶
편두통과의 전쟁
문구점 사장 라이프
집에만 있다고 우울해하지 마
엉망인 부분은 들키고 싶지 않아
식물이 내 손을 잡아주었어
그리움만 쌓이네
3부 마지막 무대는 시작되지 않았어
다시 시작하기
모든 터널엔 끝에 있어
새로운 몸을 갖고 싶어
인생의 엉킨 목걸이 풀기
여행이 전생의 기억처럼 느껴진다
잃었지만 얻을 수 있어
안부 인사를 미뤄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사라져버린 내가 궁금했을 너에게
가방 사러 가는 날
살아서 보답해야지
마지막 무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다시, 수영장으로
에필로그
이 글은 통증의 시간을 해독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통증과 함께 이어진 병가, 휴직, 휴직의 연장 그리고 퇴직까지. 사람들에게 지난 시간의 나는 단지 아픈 사람일 뿐이었다. 나의 시간은 아팠다는 말 하나로 성에가 낀 유리창처럼 뿌옇게 희미해졌다. 뽀득뽀득. 나는 그 유리창을 닦아본다. 뿌옇고 희미한 것, 이건 나의 시간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나는 내 시간에 의미를 찾아주고 싶다. 어떤 이는 내가 몇년째 ‘부재중’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난 어디에도 간 적이 없었다. 나 여기 있다고, 여기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투쟁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건강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의 그 시간들이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간 것은 아니라고. 하루에 단 십 분을 산책하는 날도, 혹은 아예 바깥에 나가지 못한 날도 나는 더 나아지기 위한 마음을 단 한 순간도 놓은 적이 없었다.
-9~10쪽
처음엔 오른쪽 목이 아팠다. 통증이 온몸으로 퍼지며 섬유근육통이란 진단명을 받게 된 것은 반년 후의 일이었다. 나쁜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내 몸은 순차적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목을 치료하러 갔다가 온몸에 주사를 맞게 되고, 엑스레이와 MRI를 찍다가 핵의학 검사를 받게 되었다. 한 달 동안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한 후 받아 든 결과지는 이상 없음. 모든 것이 이상했다.
-17쪽
두 달 전 경추 MRI 결과를 봤을 때와 비슷한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몸이 아픔에도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을 때 환자가 가지게 되는 두려움. 나는 이제 신경성이나 심인성 질환을 의심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나의 통증이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지 불안했다.
B 대학병원 의사는 다행히 나의 통증을 의심하지 않았고, 약 처방을 여러 방면으로 바꿔보는 식으로 치료를 이어 나갔다. 그곳에서 나는 통증에 쓸 수 있는 모든 약, 즉 뉴론틴, 익셀, 심발타, 리리카, 아이알코돈을 순차적·복합적으로 복용했으나 모두 효과가 없었다. 마침내 마지막 마약성 패치가 부작용 때문에 실패로 끝나자 더 이상 시도해볼 수 있는 약이 없게 되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총점 79.75점이라는 높은 점수의 섬유근육통 설문지 점수뿐이었다.
의사도 나도 말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 시기 나는 섬유근육통, CRPS(복합부위 통증증후군)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점점 불안감이 커져갔고, 신동욱 배우의 CRPS 투병 이야기를 보며 자꾸 눈물이 났다.
다시 아프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37쪽
옷은 나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 옷을 입고 갔던 곳, 했던 일, 만났던 사람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감정적인 물건이었다. 내가 그 옷들과 어떤 설렘을, 어떤 떨림을, 어떤 공기를 공유했는지 자꾸 떠올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마음을 굳게 먹고 옷걸이에서 옷을 하나하나 빼냈다. 내가 아직 건강했을 때 음악 페스티벌에 입고 갔던 옷,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할 때 입었던 옷, 가장 친한 친구 결혼식 때 입었던 옷을 꺼내 차곡차곡 개키는데 마음이 시렸다. 옷을 정리하는 것은, 마치 내가 그 옷들과 함께했던 청춘의 시간을 정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이십 대와 삼십 대 초반이, 가장 건강했던 나의 모습이, 가장 활발하고 생기 넘치게 이곳저곳을 누비던 나의 시간이 옷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69~70쪽
내 몸 상태를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할까.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 라고 말하는 것은 어차피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절인 배추 같은 상태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몸통에 물 을 잔뜩 머금어 무겁게 축 늘어져 배추 본연의 파릇함을 잃은 상태. 섬유근육통은 마치 그런 상태로 살아가는 느낌이다(자매품으로 데친 시금치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절인 정도가 매일 다르긴 하다. 굉장히 괜찮을 때는 겉절이 정도였다가 어떤 날은 절여놓고 몇 달은 잊은 채 방치해둔 상태 같다.
-128쪽
편두통과의 싸움에선 내가 완패다. 나는 매번 지기만 했다. 감히 이길 생각도 없다. 그저 잘 어르고 달래 앞으로의 생에서 덜 만나려고 노력할 뿐이다. 머리에 심장이 있는 듯 혈관이 쿵쿵거리는 까만 밤중에 편두통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괴로웠다. 이제 그 밤에는 덜 들르고 싶다. 숨지 않고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149쪽
식물을 받은 후 사흘 후에 물을 줘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그날이었다. 나만 믿고 우두커니 서 있는 커다란 식물은 혼자서 물을 먹을 수 없었고, 내가 죽든 살든 일단 그 식물을 살리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나는 생사를 고민하다 눈물을 닦고 몬스테라에게 첫 물을 주었다. 내가 자발적으로 키운 첫 번째 식물이자 나를 제외하곤 처음으로 잘 키워보고 싶은 다른 존재였다. 나는 화분에 물을 주고 또 주면서 이 아이가 나를 일으켰다는 것에 북받쳐 올라 다시 울고 눈물을 닦기를 반복했다. 그날 내 눈앞의 풍경은 눈물 필터 덕에 조금 뿌옜다. 그러다 눈물을 닦으니 푸르고 파릇한 잎들이 서 있는 것이 참으로 예뻤다. 감격스럽게 예뻤다. 죽을 생각 말고 사 주 후에 또 물을 줘야지, 라고 미래를 계획하게 되었다.
-171~172쪽
가끔 노래하던 내가 그리우면 예전에 내가 노래했던 영상을 본다. 노래를 들으며 다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날을 꿈꿔본다.
통증이 많이 나아진대도 기타 연주는 어려운 미션일 것이다. 그럼에도 완전히 포기해버리고 싶진 않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나는 다시 사람들 앞에서 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공연은 오 년 전이었다. 내가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아니다, 마지막 무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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