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에 신경 쓰지 마라, 여기 과학이 있다
2024년 06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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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7739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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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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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에 조종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비만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세상은 무의미한 직업으로 가득한데, 마음에 안 드는 직장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일까? 루크 오닐은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곱씹어 봐야 할 심오한 문제들을 하나씩 제시하며 과학이 그 질문에 어떻게 답을 내놓는지 보여 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더욱 떠들썩해진 백신 접종 문제부터 획기적인 신약의 개발과 비용 문제,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우울증과 약물 중독, 그리고 고령화와 함께 점점 관심을 끌고 있는 안락사에 관한 논의까지, 인류가 직면한 주요 문제를 폭넓게 다루었다. 그중에는 마약 합법화처럼 논란이 많은 주제도 있는데, 루크 오닐은 심각하고 난해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위트를 놓치지 않았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정보를 얻는 것보다 선별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 시대에, 과학과 사실의 힘을 빌려 논쟁적인 이슈들의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은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1장. 자유의지_당신이 내린 결정은 누구의 뜻인가?
2장. 백신 접종_그렇게까지 겁먹을 이유가 있을까?
3장. 신약 개발_신약은 왜 그리 비싸며,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4장. 비만_덜 먹고 더 많이 운동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5장. 우울증_마음의 염증도 치료할 수 있으니, 힘을 내 볼까요?
6장. 약물 중독_나를 해치는 줄 알면서도 왜 벗어나지 못할까?
7장. 마약 합법화_모든 마약을 합법화하는 날이 올까?
8장. 범죄_사람들은 왜 법을 무시하고 범죄를 저지를까?
9장. 성 고정관념_아직도 화성, 금성,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을 믿는가?
10장. 인종 차별_인종을 구분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기는 한가?
11장. 직업_무의미한 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보람 있게 살려면?
12장. 빈부 격차_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일까?
13장. 기후 위기_지구가 망가지면 되돌릴 수 있을까?
14장. 존엄한 죽음_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을 외면해도 될까?
15장. 미래_우리는 어떤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
감사의 글
참고 문헌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조종하는 가장 사악한 경로는 광고다.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의 경제 모델은 노골적으로 명백하며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다. 이 회사들은 사용자 정보를 수집한 다음, 가능성이 큰 고객 목록을 표적화하려는 광고주에게 판매한다. 좋은 일 아닌가? 실제로 보고 싶은 광고를 보고, 정말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게 해 주니 말이다. 음, 하지만 그렇지 않다. 광고주가 사용자에 대한 모든 종류의 정보, 그러니까 사용자가 광고주에게 알릴 생각이 없는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증거가 계속 쌓이고 있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성격이나 정치적 성향 등 많은 것을 드러낸다. 최근의 연구에서 연구진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좋아요’를 조사해 사람들을 ‘외향적’ 또는 ‘내향적’으로 분류했다. 그런 다음, 각 그룹에 알맞은 맞춤형 광고를 게재했다. 뷰티 회사를 예로 들면,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은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와 같은 문구를, 외향적인 사람에게는 “스포트라이트를 사랑하고 순간을 느껴 보세요”와 같은 문구를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 이 캠페인은 350만 명의 사용자에게 도달했고, 1만 346회의 클릭을 유도했으며, 궁극적으로 390회의 구매를 이끌었다. 자신의 성격 유형에 맞는 광고를 본 사람들은 구매 가능성이 54% 더 높았다. 이러한 기법을 ‘심리적 대중 설득’이라고 한다.
- 〈1장. 자유의지_당신이 내린 결정은 누구의 뜻인가?〉
겉으로 보기에 의학의 미래는 모두에게 유망한 듯하다. 수십만 명의 과학자와 의사가 새로운 치료법을 찾거나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한 가지 목표 아래 수십 년 동안 노력해 왔다. 지금 이 순간, 기존의 치료법이 신통치 않거나 마땅한 치료법이 없던 다양한 질병을 다스릴 신약이 승인되고 있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신약이 파이프라인 안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제부터 주사제, 문제 있는 유전자를 수정하는 기술, 장기 교체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치료법이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누구나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그 문제는 ‘이 모든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이다. 당신은 그 돈을 낼 의향이 있나? 그렇다손 치더라도 지급할 능력은 있나? 아니라면 정부가 대신 비용을 부담해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당신과 자녀의 생명에 어떻게 가격을 매겨야 할까?
- 〈3장. 신약 개발_신약은 왜 그리 비싸며,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앞으로 우울증 치료에서 진전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일까? 이 분야 최고의 화제는 단연코 면역계의 새로운 역할에 관한 것으로, 면역계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생각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 누구나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해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면역계의 역할은 백혈구를 활용하여 감염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익한 시스템이 어째서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일까?
면역계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생각은 사람들이 감기나 독감에 걸리면 식욕 부진, 사회적 위축(이불 속에 기어든다), 우중충한 기분(낮에 TV를 볼 때만 나빠진다) 같은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증상은 진화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하면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감염의 전파를 통한 지역 사회 전체의 붕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희한한 반응은 ‘질병 행동’으로 불리며, 감염병뿐 아니라 류머티즘성관절염이나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이러한 면역계 질환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데, 관절염의 경우 관절이, 크론병의 경우 소화계가 표적이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 〈5장. 우울증_마음의 염증도 치료할 수 있으니, 힘을 내 볼까요?〉
처방약 중독과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사례로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옥시코돈 중독을 꼽을 수 있다. 옥시코돈은 중등도 및 중증의 통증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진통제인데, 헤로인을 비롯한 다른 아편제와 마찬가지로 뮤-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한다. 이 약물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옥시코돈은 1916년 독일에서 처음 만들었다. 독일의 제약 회사 바이엘이 1800년대 후반에 헤로인을 만들었는데, 헤로인의 골치 아픈 특성을 깨닫고 생산을 중단하기 전까지 이것을 기침약으로 판매했다. 이후 헤로인의 진통 효과를 유지하되 중독성은 없기를 바라며 옥시코돈을 개발했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 1990년대에는 제약 회사 퍼듀 파마가 처방용 옥시코돈을 개발하여 ‘옥시콘틴’이라는 제품명을 붙였다. 1995년에 옥시콘틴이 출시되자 중등도부터 중증의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의학적 혁신으로 환영받았다. 그리하여 이 약은 블록버스터가 되었고, 퍼듀에 350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의료용으로 또 불법으로 옥시콘틴을 사용하다가 중독되면서 이 약은 순식간에 남용 약물이 되었다. 최신 미국 데이터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7년 사이에 옥시콘틴 남용으로 무려 4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느 선진국과 달리 지난 몇 년간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감소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아편유사제 남용 위기이며, 옥시콘틴은 이 위기의 ‘제트 연료’로 불린다. - 〈6장. 약물 중독_나를 해치는 줄 알면서도 왜 벗어나지 못할까?〉
환경적 요인은 당연히 유전적 요인만큼이나 중요하며, 실제로는 유전보다 환경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환경적 요인을 알면 전문가가 개입하여 환경을 바꿈으로써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중독은 환경과 유전자의 조합으로 일어나며, 매트 리들리가 말한 바와 같이 ‘양육을 통한 본성’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즉, 중독 위험이 큰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 영향은 그가 특정 환경에 처한 경우에만 드러날 것이다.
부모의 관심 부족, 동료의 압력, 약물 가용성, 빈곤 등 다양한 환경적 영향이 중독의 위험 요인으로 입증되었다. 어린 시절에 학대당한 적 있는 사람들이 관련된 법적 소송 900건을 폭넓게 연구한 결과, 이들은 나중에 커서 약물 남용 문제를 겪을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성적 학대를 포함한 어린 시절의 학대와 불우한 경험은 성인이 되어 중독에 빠질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동기의 성적 학대 경험은 남성 알코올 중독의 4~5%, 여성 알코올 중독의 7~8%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소녀들이 소년들보다 불우한 생활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여러 연구와 일치한다. 어린 시절에 성적 학대를 경험한 여자아이는 동일한 수준의 아동기 스트레스에 노출된 남자아이보다 나중에 커서 중독에 빠질 위험이 더 크다. - 〈6장. 약물 중독_나를 해치는 줄 알면서도 왜 벗어나지 못할까?〉
만약 마약 사용을 합법화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첫째, 정부는 마약의 생산·유통·판매를 규제하면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580억 달러의 수입이 창출될 것으로 추정되므로, 미국 정부는 1080억 달러의 순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도 불법 마약을 퇴치하기 위해 연간 300억 유로를 지출하는 만큼, 마약 사용 합법화에 따르는 경제적 이익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마약을 합법화하면 범죄율이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마약이 불법이라는 사실 자체가 살인, 폭력, 절도 등 범죄의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약 관련 범죄가 광범위하고 고질적인 이유도 따지고 보면 마약의 불법성 때문이다. 마약 불법화의 끝판왕인 ‘마약과의 전쟁’은 여러 보고서에서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는데, 이 문제를 자세히 조사한 미국의 카토 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우리는 마약을 금지하는 것이 국내외 정책 입안자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비생산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약과의 전쟁은 되레 마약 과다복용을 부추겼으며, 강력한 마약 카르텔을 형성하고 유지하도록 부채질했다.” 그렇다면 성인의 마약 사용을 음지에서 끌어내 합법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 〈7장. 마약 합법화_모든 마약을 합법화하는 날이 올까?〉
안전성 문제는 별개로 하고, 대마초를 합법화하면 10대들 사이에서 대마초 사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우려 사항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여러 보고서를 살펴보면 기분 전환용 대마초 사용을 승인한 대다수 주에서 10대들의 대마초 사용량이 실제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합법화로 인해 청소년들의 대마초 사용량이 감소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된다. 첫째, 금지 딱지가 붙으면 더 하고 싶어지는 ‘금단의 열매’ 효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둘째, 대마초가 ‘거리’에서 ‘허가(21세 이상)된 판매점’으로 이동함에 따라 접근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 〈7장. 마약 합법화_모든 마약을 합법화하는 날이 올까?〉
오늘날 보편적 기본 소득을 논의하게 된 동기 중 하나는 많은 부분의 자동화 추세다. 마크 저커버그는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 소득이 더욱 필요해질 거라고 말했다. 이는 특히 현재 저임금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2010년 미국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시급 20달러 미만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확률이 83%에 달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하면 알코올이나 약물 소비가 증가할 거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2014년에 세계은행은 이 문제에 관한 30건의 개별 연구를 검토한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는 공적으로 소유된 기업의 이익을 인구 전체에 분배할 수 있는데, 이는 사회가 소유한 자본에 대한 수익이 각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시카고대학교의 글로벌 시장 경제 전문가 패널은 21세 이상의 미국 시민 모두에게 연간 1만 3,000달러의 기본 소득을 지급하면 불평등으로 황폐해진 현재 사회에 모든 종류의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 소득을 받아도 사람들은 여전히 일을 하고 경제 활성화와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다. 기본 소득 옹호자들은 그것이 노동자들을 임금 노예제의 횡포에서 해방하며, 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을 추구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극복하고 여가를 늘릴 수 있게 해 준다고 주장한다.
- 〈11장. 직업_무의미한 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보람 있게 살려면?〉
이러한 초대형 자선가들과 관련하여 과거와 달라진 흥미로운 현상 한 가지는 사람들이 거대 부호가 되는 연령이다. 예전에는 존 D. 록펠러나 앤드루 카네기처럼 노년에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이 많았다. 록펠러는 76세가 되어서야 재단을 설립했고, 카네기는 68세에 첫 번째 도서관을 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마크 저커버그의 기부금이 록펠러, 헨리 포드, 카네기의 기부금을 합친 것보다 많다. 저커버그는 1984년생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많은 돈이 좋은 일에 빠르게 투자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과거에 정부가 부유층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걷어 가난한 이들에게 재분배했던 (본질적으로 민주적인) 방식이 재조명받고 있다. 오늘날 이런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이제는 거대 부호들이 이전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고 자신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돈을 기부하는 (엄밀히 말해서 비민주적인)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돈이 효율적으로 지출되고 있는지, 또는 올바른 일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평가할 명확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억만장자를 통제하고 그들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부를 재분배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12장. 빈부 격차_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일까?〉
영국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드 벨라이그는 최근 네덜란드 의사인 베르트 케이저르가 폐암으로 죽어가는 한 남성의 집으로 불려 간 사연을 보도했다. 그 남자는 때가 왔다고 느꼈다. 케이저르가 간호사와 함께 도착했을 때, 침대 주위에서는 35명이 술을 마시며 울고 있었다. 남자가 “여러분, 괜찮아요!”라고 외치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아이들을 방에서 데리고 나간 뒤 의사가 주사제를 투여했다. 이는 안락사의 전형적인 시나리오다. 케이저르 박사는 네덜란드의 임종 클리닉에서 근무하는데, 2017년 한 해 동안 네덜란드 전체에서 시행된 총 6,600건의 안락사 중 750건을 담당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반적인 자살보다 안락사가 훨씬 낫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2017년에 네덜란드에서는 1,900명이 자살했고, 추가로 3만 2,000명이 완화 진정제를 맞고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네덜란드의 현재 모습이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 〈14장. 존엄한 죽음_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을 외면해도 될까?〉
현재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법에 따라 ‘만약 나의 정신 상태가 (친척을 알아볼 수 없다든지 하는) 특정 수준 이상으로 나빠지면 안락사되어도 무방하다’고 동의해 놓았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의 안락사가 증가했으며,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사태를 불안해하고 있다.
사전 동의에 따라 안락사되는 치매 환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의료윤리학자 베르나 판 바르선은 안락사검토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했다. 그가 사임한 직접적 이유는, 치매에 걸리기 전에 안락사에 동의했던 환자가 막상 때가 되자(진행성 치매에 걸린 것으로 판단된다) 거세게 저항하는 바람에, 의사가 주사제를 투여하는 동안 가족이 제지해야 했던 끔찍한 사건 때문이었다. (……) 이 문제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결정을 내린 사람이 정상이 아니게 되었을 때도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되었다. 판사들은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판결문이 낭독되자 법정에서는 작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정신 기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죽기를 선택할 수 있을까? 만약 아니라면 누군가가 죽기를 원하는지 확인하는 것을 어느 시점에서 중단해야 할까?
- 〈14장. 존엄한 죽음_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을 외면해도 될까?〉
“과학적 관점으로 세계의 주요 문제를 바라보는 책. 여기에 가짜 뉴스는 없고, 유머는 많다.”
- ‘아마존’ 독자 서평 중에서
만약 자신이 고통스러운 불치병에 걸리거나 치매로 가족을 못 알아보는 등의 특정 상태에 처하게 되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사전 동의하는 제도가 있다면, 당신은 미리 동의해 둘 의향이 있는가?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가 타고난 유전자 결함 때문이라면 이 사실을 고려해 감형을 해주어야 할까? 마약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면 차라리 마약을 합법화해 양지로 끌어내고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는 편이 나을까?
자기 삶의 통제권, 백신 접종, 신약 개발, 비만, 우울증, 약물 중독, 마약 합법화, 범죄와의 전쟁, 성 고정관념, 인종 차별, 무의미한 직업, 빈부 격차, 기후 위기, 존엄한 죽음, 미래…… 이 이슈들은 오늘날 전 세계가 맞닥뜨린 주요 문제이자, 우리 앞에 놓인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이처럼 난해하고 논쟁적인 문제들을 마주한 지금, 우리는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면 좋을까? 세계적인 면역학자 루크 오닐은 이 물음에 과학적 해답을 찾고자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이슈를 파헤쳤다.
가령, 당신이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하고 대화를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 사람에게 다가가 작업을 더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당신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당신의 뇌가 ‘준비 전위’를 발사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정을 내린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뇌라고 할 수 있다. 또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때, 배가 고프거나 피곤한 정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평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리에 스며든 광고 이미지가 당신을 조종한 결과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루크 오닐은 벤저민 리벳의 유명한 자유의지 실험을 비롯해 다양한 연구 사례를 제시하며, 진정 우리의 삶을 통제하는 것은 무엇인지 짚어 본다.
또한,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 인종 차별과 성차별에 관한 통념을 살펴보고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주장’ 대신 과학과 사실, 통계와 데이터의 힘을 빌려 문제의 진실에 다가간다. 그리고 비만, 우울증, 약물 중독처럼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하고 손가락질하기 일쑤인 사안에 대하여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를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이 책에서는 마약 합법화나 안락사 논의처럼 첨예한 논쟁이 오가는 문제도 다루는데, 루크 오닐은 각 이슈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장과 근거를 고루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런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시행하는 실제 정책과 그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데이터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루크 오닐은 말한다. 과학의 핵심은 숙고라고. 직감으로 대응하는 것과 달리, 숙고하면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각을 게을리하면 가짜 뉴스에 취약해진다. 과학은 가짜 뉴스의 해독제다. 과학이 위대한 까닭은 실험에서 얻은 ‘정보’와 여러 과학자가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궁극적으로 재현한 ‘실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류 앞에 놓인 매우 중요한 문제들을 함께 풀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과학자는 항상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궁극적으로 어둠을 빛으로 바꾼다.
작가정보
Luke O’Neill
아일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학자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생화학·면역학부의 생화학 교수다. 세계적인 면역학자이자, 해당 분야에서 다수 인용되는 연구자 상위 1%에 속한다. 아일랜드 라디오 방송국 뉴스토크Newstalk의 〈팻 케니 쇼Pat Kenny Show〉에서 인기 있는 주말 프로그램을 맡아, 과학과 관련한 까다롭고 복잡한 질문에 특유의 재치 넘치는 태도로 전문가다운 답을 제시한다. 번뜩이는 재치와 대중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이용해 과학을 해체함으로써 어려운 질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전매특허다. 인간 면역 체계에 관하여 혁신적인 연구를 한 공로로 2016년, 왕립학회의 회원이 되었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인간과 생명의 진화에 관한 과학적 통찰을 담은 책 《휴머놀로지》와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후 50년》(공저)으로 이름을 알렸고, 자국의 어린이를 위해 《위대한 아일랜드 과학책The Great Irish Science Book》을 썼다. 이 책 《허튼소리에 신경 쓰지 마라, 여기 과학이 있다》는 아일랜드도서상Irish Book Awards 비소설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최근에는 생명과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해외 과학 저널에 실린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번역해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진화론의 교과서로 불리는 《센스 앤 넌센스》와 알렉산더 폰 훔볼트를 다룬 화제작 《자연의 발명》을 번역했고, 2019년에는 《아름다움의 진화》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다. 최근에 옮긴 책으로 《이토록 굉장한 세계》, 《숨겨진 뼈, 드러난 뼈》, 《브레인 케미스트리》,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주 퀘스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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