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자를 위한 한비자 읽기
2024년 06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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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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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이런 『한비자』의 사상사적 기여가 기존의 법가 사상(신도, 신불해, 상앙)의 사상을 흡수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순자』와 『노자』 등 기존의 사상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가능했던 것임을 강조한다. 유가와 도가, 법가를 가르고 사상 간에 큰 간극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 제자백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실제로는 도가와 법가가 밀접한 영향 관계 속에 있고, 법가가 유가에 내장된 어떤 측면이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후대의 유가사상 속에서 법가가 살아남았다고 보는 관점은 인(仁)과 법(法)을 대립되는 것으로 보는 기존의 생각들을 재고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한비자』의 사상사적 측면들을 살펴보는 것과 동시에 지은이는 자신만의 읽기를 시도하는데, 바로 한비자의 문장에 대한 천착이 그것이다. 「세난」, 「고분」, 「화씨」 등 『한비자』의 유명한 글들을 원문과 함께 수록하여 살펴보면서, 그 많은 문장들을 쓰면서도 어떻게 일관된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았는지를 ‘연주체’라는 형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삼엄하면서도 날렵한 문장이 『한비자』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핵심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독학자의 공부’ 시리즈는 더 깊이, 더 넓게 동양고전을 읽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시리즈입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텍스트들이 고정되고 불변하는 ‘진리’가 아니라,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맥락’(context) 속에 존재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공부는 함께할 때 즐거운 것이지만, 반드시 혼자서 이해하고 새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 ‘독학자의 공부’ 시리즈가 작지만 단단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들어가며 _ 통치론의 새 지평
1부 한비의 생애와 문장
1장 _ 한비의 생애
한비, 전국시대 최후의 대사상가 | 한비와 이사, 라이벌? | 한비의 시대
2장 _ 한비의 문장
「세난」 주석 비교 | 「세난」 분석
2부 한비자의 문제의식
1장 _ 군신관계와 통치론
현실인식 : 군신관계는 불신이 기본 | 통치론
2장 _ 복합적인 사상의 결
자료로서의 역사와 그 해석 | 이전 사상에 대한 검토 : 『노자』 | 당대 사상조류의 검토와 비판 | 「고분」 : 현실인식과 우환의식을 담은 예술 산문
3부 사상과 이야기
1장 _ 법가 사상의 흡수 : 세·술·법
세(勢) : 성인에서 보통의 임금으로 | 술(術)·법(法) : 군신관계의 역학
2장 _ 도가와 유가의 영향
노자에서 한비자로 : 도가와 법가 | 유가와 법가
3장 _ 역사와 이야기
이야기의 바다 | 한비의 글쓰기 | 연주체
맺는 글 : 이상에서 현실로
참고문헌
한비자는 선왕(先王) 혹은 성인(聖人)에서 ‘보통 임금’으로 통치 주체를 옮겼다. 이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탁견이었다. 유가에서 도가까지, 심지어 묵가에서조차 선왕이라는 문명의 창조자, 문화의 모범에서 통치론을 구상하는 이상(理想)정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비자는 이 강고한 틀을 깼다. 한비자를 통해 통치는 이상의 영역에서 당대 현실과 ‘지금 여기’의 문제로 바뀌었다.(16쪽)
현대의 한비자 연구가 천치유(陳奇猷)는 『한비자신교주』(韓非子新校注)에서 주요 주석가를 섭렵하면서 ‘구주’(舊注)라고 표시한 글을 보여 준다. 구주란 당나라 때의 이찬(李瓚)의 주석과 당나라 이전 위진(魏晉) 시기 위(魏)나라 때의 유병(劉昞)의 주석을 말한다. 유병의 주석은 일부만 전한다. 한나라 때부터 주요 유교 경전에 주석 작업이 이루어진 데 비해 『한비자』 주석은 생각보다 늦다. 원나라와 명나라에도 『한비자』에 관심을 갖고 기록한 책이 보이지만 청나라 때 와서야 고증학자들의 손에 상세한 검토가 이루어진다. 왕선겸(王先謙)에 의해 집대성된 것이 『한비자집해』(韓非子集解)다.(38쪽)
『장자』와 비교해 보면 한비의 글쓰기와 사고가 분명해질 것이다. 『장자』는 역사전거를 인용하기보다는 우화와 창작, 빗대는 이야기로 자신의 논점을 뚜렷하게 한다. 한비가 역사와 전거에 젖줄을 대고 있다면 장자는 창작된 이야기, 픽션에 뿌리를 내렸다. 둘 차이는 상당하다. 한비는 역사에서 이론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고, 『장자』는 역사에서 허구로 진행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한비는 역사에서 자신만의 교훈과 거울을 보았고(이 점 유가와 비슷하지만 해석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장자는 역사를 이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로 허구성을 증폭시켰다. 한비는 이야기성이 풍부한 역사를 감계(鑑戒)로 집중시킨 반면 장자는 허구성을 확대해 문학 쪽으로 성취를 이뤘다. 한비의 글이 밀도가 높아 보이는 까닭이 여기 있다. 그는 자신의 테마를 위해 모든 것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장자』는 읽을수록 까다로워지는데 이야기성이 풍부해지면서 해석의 여지가 많아진다.(69쪽)
유가와 법가는 군신관계를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극명하다. 유가나 법가 모두 임금 중심의 인위(人爲)를 정치의 핵심으로 본다. 도가 계열의 사상가들이 인위에 반대해 무위(無爲)를 주장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유가와 법가의 공통점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유가는 인위의 정치에서 군신관계를 필수적이라 하면서 덕(德)으로 수렴되는 인간성 혹은 통치자의 관대함이라는 여지를 폭넓게 인정한다. 그리고 군신관계는 협력관계로 군신이 상보적임을 주장한다. 법가는 유가에 비해 군신 사이를 갈등과 경쟁, 심하게는 상반되는 관계로 본다. 신하가 임금을 죽일 수 있고 실제 시해한 사건이 역사에 적지 않다고 말한다. 법가에서 신하는 임금이 감시하고 통제하며 처벌하는 대상이다. 이때 쓰는 방법이 술(術)이다. 임금 자신만이 간직하고 누구에게도 노출해서는 안 되는 비기(祕技) 같은 것.(134~135쪽)
한비자는 원래 한자(韓子)였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를 부르던 관습과 전통에 비춰 볼 때 ‘한자’가 맞는 명칭이다. 명나라 때까지도 ‘한비자’를 ‘한자’라 불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한자가 한비자가 되었을까. 당나라의 걸출한 문인 한유(韓愈)를 높여 한자(韓子)라 부르는 일이 송나라 때 생겼다. 성리학이 득세하면서 이단 의식이 강화된다. 한유를 한자라 부르면서 또 한 명의 한자, 오리지널 한자를 한비자로 낮춰 부른 것이다. 성(姓) 뒤가 아니라 이름 뒤에 자(子)를 붙이는 희한한 작명이 송나라 성리학의 확산과 더불어 관례화된 것. 깔보는 뉘앙스를 간직한 채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전통시대에 두 사람이 공유했던 ‘한자’라는 명칭은 현재 다 사라지고 한비자만 남았다.(172~173쪽)
맥락적 읽기를 통해 자신만의 고전 읽기로!
『한비자』 이해의 새로운 지평!
고전, 특히 동양고전을 읽는다는 행위에는 특별한 아우라가 함께한다. 천 년, 혹은 이천 년 이상의 시간을 넘어 지금까지 전해지는 불변의 진리, 혹은 인생이나 처세에 중요한 비법을 담고 있다는 신비함 같은 것들이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감싸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탄이 가득한 21세기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논어』나 『노자』 같은 고전을 읽고 이해하려는 이들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북튜브 ‘독학자의 공부’ 시리즈의 책들은 바로 이런 독자들이 더 깊고 더 넓게 동양고전의 세계와 접속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독학자의 공부’ 시리즈의 네번째 책 『독학자를 위한 한비자 읽기』는 법가 사상의 핵심적인 문헌이자 제자백가 시대의 마지막 걸작인 『한비자』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다. 특히 한비자의 ‘통치론’을 『한비자』의 여러 글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비자의 사상사적 기여를 도출해 낸다. 유가와 도가와 같은 기존의 사상이 ‘선왕’이라는 문명의 창조자이자 문화의 모범을 기준으로 통치 행위를 구성했다면, 한비자는 ‘보통 임금’으로 통치 주체를 옮겼다는 것, 군신관계의 본질을 불신으로 파악하고 왕을 통치의 초점으로 두었다는 것, 제가와 치국 즉 사와 공의 영역을 분명히 구분했다는 것 등등. 한비자가 사상사에 공헌했다고 평가받는 지점들을 짚어 내고 있다.
지은이는 이런 『한비자』의 사상사적 기여가 기존의 법가 사상(신도, 신불해, 상앙)의 사상을 흡수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순자』와 『노자』 등 기존의 사상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가능했던 것임을 강조한다. 유가와 도가, 법가를 가르고 사상 간에 큰 간극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 제자백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실제로는 도가와 법가가 밀접한 영향 관계 속에 있고, 법가가 유가에 내장된 어떤 측면이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후대의 유가사상 속에서 법가가 살아남았다고 보는 관점은 인(仁)과 법(法)을 대립되는 것으로 보는 기존의 생각들을 재고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한비자』의 사상사적 측면들을 살펴보는 것과 동시에 지은이는 자신만의 읽기를 시도하는데, 바로 한비자의 문장에 대한 천착이 그것이다. 「세난」, 「고분」, 「화씨」 등 『한비자』의 유명한 글들을 원문과 함께 수록하여 살펴보면서, 그 많은 문장들을 쓰면서도 어떻게 일관된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았는지를 ‘연주체’라는 형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삼엄하면서도 날렵한 문장에 『한비자』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핵심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정보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곡부서당(송양정사松陽精舍)에서 서암(瑞巖) 김희진(金熙鎭) 선생님께 한문을 익혔습니다. 한림원과 민추(현 고전번역원)에서도 한문고전을 읽었습니다. 영어도 부지런히 읽는 편이라 운이 닿아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UPenn)에서 방문학자로 책을 읽었습니다. 넓게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국고대 한나라 이전 선진(先秦)시대 저작을 두루 읽고 있습니다. 다양한 담론이 쟁명(爭鳴)하는 모습이 장관이라 글읽기가 흥미롭습니다. 사회교육단체인 〈파이데이아〉와 〈인문학당 상우〉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매주 동양고전을 읽고 있습니다.
저서로 『기록자의 윤리, 역사의 마음을 생각하다 : 문학으로서의 『사기』 읽기』가 있으며, 『당시 300수』를 공역했고 일본의 유학자 이토 진사이(伊藤仁齊)의 저서 『논어고의』(論語古義), 『맹자고의』(孟子古義), 『동자문』(童子問) 등을 번역했습니다.
작가의 말
독학자는 홀로 공부하는 사람이다. 홀로 공부하는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의 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체험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독학자(獨學者)는 외골수로 빠지기 쉽고 곧잘 독단에 물들며 권위에 금방 투항한다. 고독을 견디기 힘들어 사회적 통념에 안이하게 타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독학자는 독학(篤學)하는 사람이어야 하다. 독실한[篤] 공부란, 옛사람의 말을 따르자면, ‘널리 배우고[博學], 깊이 묻고[審問], 신중하게 생각하고[愼思], 분명하게 분별[明辯]하는 것’을 말한다. 독학자는 고독하기에 독실하게 공부해야 한다. 독학자는 입문자가 아니다. 입문해서 부지런히 나아가 자기 길을 찾는 사람이다. 입문했다 한들 언제까지 초보자로 남을 수는 없는 법. 그들은 어디엔가 묵묵히 살아간다. “숨어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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