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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를 위한 읽기책

개념부터 흐름 파악까지 인문 고전 읽기
정승연 지음
봄날의박씨

2024년 06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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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9.91MB)
ISBN 9791192128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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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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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세미나를 하는 이들을 위한 독법책. ‘감상’에 그치지 않는 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념어로 점철된 인문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난감한 이들을 위한 읽기책이다. “공부와 우정이 결합된 배움의 장소”로 세미나를 정의하며 인문학 세미나의 존재 의의와 방식에 대해 두루 말했던 『세미나책』 저자의 후속작으로, 개념과 흐름을 파악하는 읽기 방법부터 문제의식을 텍스트에서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까지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읽기’는 텍스트의 ‘정보’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나’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를 갱신하는 읽기이며, 이런 점에서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습관이나 신념 등을 파괴해 가는 읽기이고, 따라서 ‘내 삶을 바꾸는 변신의 기술’로서의 읽기이다.
인문 고전을 깊이 읽어 갈 때 오는 이런 변화를 끌어 내기 위해 텍스트를 눈으로 좇으며 내러티브를 파악하는 읽기에서 벗어나 어떻게 분석적 읽기로 갈 수 있는지, 해석을 요구하는 개념들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읽기에서 쓰기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일러 주고 있다.
머리말_많이, 자주, 고민하면서 읽기

1장 ‘읽기’란 무엇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표현된 것 사이
읽는 것과 읽혀지는 것
감응의 역량
※덧달기 1_읽기와 달리기

2장 읽는 사람은 누구인가?
‘읽기’가 불러내는 ‘사람들’
내 안의 ‘사람들’과의 대화
나 바깥의 사람들과 함께-읽기
‘옳음’을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
※덧달기 2 _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거짓말

3장 어떻게 얼마나 읽어야 할까?
논리적 절차에 대한 이해
축적된 데이터의 신비로움
병렬연결
얼마나 읽어야 할까
텍스트 세트 만들기
문제의식의 문제
잘 설정된 문제의식의 힘
매일매일 뭐든지 읽기
※덧달기 3 _ 논리학과 사상사와 사전

4장 분석적 읽기와 비판적 읽기
읽기의 모델을 바꾸기
내러티브 읽기에서 분석적 읽기로
해석을 요구하는 개념들
반복해서 ‘보기’
비판적 읽기를 넘어서
‘비판적 읽기’는 어떻게 좌초하는가
그럼에도 ‘비판적 읽기’가 필요한 이유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덧달기 4 _ ‘해설서’를 적극 활용하세요

5장 개념을 중심으로 읽기
‘개념’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개념’은 왜 어려운가?
‘개념’이란 무엇인가?
철학자들의 ‘개념’
어려운 것은 어렵게
※덧달기 5 _ 개념 정리 노트 만들기

6장 흐름을 파악한다는 것의 의미
텍스트라는 신체
문단 단위로 읽기
문장을 중심으로 읽기
※덧달기 6 _ ‘생각’은 연필과 형광펜으로 하는 것

7장 생산의 관점에서 읽는다는 것
읽은 것은 어떻게 자리잡는가
낚시대 드리우기
읽은 것을 이어붙이는 메모들
읽기와 쓰기
※덧달기 7 _ 모든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순 없다

텍스트가 그것과 대면하는 사람의 상상력을 훨씬 더 많이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텍스트를 읽을 때, 우리는 우리가 읽고 싶은 바를 거기(텍스트)에 훨씬 더 많이 투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이유로 동일한 텍스트를 읽었음에도 서로 읽은 바가 달라집니다.
이를 통해 또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것을 읽을 때, 사실은 우리가 어떤 것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눈앞의 텍스트는 내 신체 안에서 새로 써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 읽은 것은 사실 텍스트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진짜로 읽은 것은 내 신체가 새로 써 낸 텍스트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우리의 ‘신체’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1장 ‘읽기’란 무엇인가?」 중에서)

어떤 텍스트를 최대치로 읽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스스로 최대치의 변신을 거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바뀔 때마다 텍스트는 다른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요. 역으로 텍스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내가 바뀝니다. 그렇게 변신의 순환고리가 구성됩니다. 내가 바뀌었다면 텍스트가 다르게 읽히게 되고, 텍스트를 열심히 읽었더니 내가 바뀌는 겁니다. 너무 아름답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순환 속에 한 번 들어간 사람은 결코 읽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1장 ‘읽기’란 무엇인가?」 중에서)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읽어 갈 때, 나에게서 터져 나오는 낯선 목소리를 못 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내용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에 머무르는 가운데에서도 그런 목소리들이 있다는 것만은 의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경우 내용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으로 읽기를 끝내곤 합니다. 그러고선 ‘읽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읽은 게 정말 읽은 것일까요? 물론입니다. 저는 그것도 읽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은 내용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에만 머물며 딱 한 번 읽은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그 텍스트와의 상호작용도 딱 그만큼에 머물 뿐이죠.
그런데 세상에는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책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그 텍스트가 가진 잠재력의 10%도 채 못 건지게 되는 책들도 분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피노자의 『에티카』 같은 책은 이미 몇 번을 읽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없는 책입니다.(「2장 읽는 사람은 누구인가?」 중에서)

인문학 강의를 듣거나 세미나에 참여하다 보면 강사나 튜터로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이때 묻고 싶지 않으셨나요? “문제의식이 도대체 뭐고,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인가요?”라고 말입니다. 세미나 텍스트를 읽다 보면 “당장 텍스트의 요지가 뭔지, 뭘 문제 삼고 있는 건지 알아내는 데 급급할 뿐인데 ‘문제의식’이라니!” 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데 반대로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저 읽기에 급급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문제의식’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내가 바로 이 텍스트 앞에 앉아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학입문 : 서양철학사로 익히는 철학의 기초’라는 제목의 세미나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3장 어떻게 얼마나 읽어야 할까?」 중에서)

이렇게, ‘해석적인 읽기’를 하려면, 스피노자를 읽을 때, 그가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무엇과 대결하려고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분석적인 읽기’가 텍스트 내부의 논리적인 구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해석적 읽기’는 텍스트 바깥과 텍스트 내부를 오가면서 해당 철학자의 핵심적인 ‘개념’이 어떤 함축을 가지고 있는지 해독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가 처음 이야기한 ‘왜 읽는가’의 문제를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것 다 빼고, ‘왜 읽는가’에 답한다면 그것은 ‘반응적인 것을 넘어서, 비로소 생각하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의미에 비춰 보자면, ‘해석적 읽기’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컨대, ‘해석’을 통해 우리는 그 철학자가 ‘어떻게 넘어서고 있는지’를 읽어 내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한 가지 읽기의 모델이 더 필요합니다. (「4장 분석적 읽기와 비판적 읽기」 중에서)

‘개념’은 다만 ‘글을 잘 읽기 위해 알아야 하는 단어’라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예를 들어 동해 바다를 두고 ‘영해’나 ‘수산자원’을 떠올리는 사람과 ‘해양생태계’를 떠올리는 사람이 경험하는 세계는 다를 겁니다. 어떤 요구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을 두고 ‘소요’라고 이름 붙이는 사람과 ‘시위’라고 이름 붙이는 사람, ‘혁명’이라고 이름 붙이는 사람의 세계도 다를 테고요. 요컨대 ‘개념’은 우리의 세계 경험을 구성하고, 그럼으로써 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행동에도 영향을 줍니다. (「5장 개념을 중심으로 읽기」 중에서)

내 삶을 바꾸는 변신의 기술로서의 ‘읽기’!
- 중요한 것은 그 책을 ‘읽었는가’가 아니라 ‘겪었는가’다


인문 고전 세미나를 하는 이들을 위한 독법책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이 나왔다. 분량도 내용도 만만치 않은 인문 고전책을 읽어 갈 때는 글자를 눈으로 좇아 가는 것만으로는 다 읽을 수가 없다. 설령 뒤표지를 덮으며 끝까지 읽었더라도 그렇게 읽은 내용으로는 정작 세미나 자리에서 ‘감상’ 이상을 말하기가 어렵다. “분석-종합, 개념적 독해가 일어나야 하는 텍스트를 두고 ‘감상적 독해’에 머무르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 저자는, “공부와 우정이 결합된 배움의 장소”로 세미나를 정의하며 인문학 세미나의 존재 의의와 방식에 대해 두루 말했던 전작 『세미나책』에 이어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을 펴냈다.
20여 년간 철학세미나 덕후로서 함께-읽기를 해오며 문탁네트워크 등 공부공동체에서 서양철학 튜터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히 텍스트의 정보를 흡수하는 읽기가 아니라 ‘텍스트와 나’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를 갱신하는 읽기를 말하며, 그런 읽기를 위한 노하우를 나눈다. 이 책을 통해 인문 고전을 분석-종합하고 개념적으로 독해하는 이들이 많아져 더 많은 인문 고전 세미나가 열리고 각 세미나 자리가 풍성한 토론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텍스트를 읽을 때 터져 나오는 낯선 목소리 듣기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읽어 갈 때, 나에게서 터져 나오는 낯선 목소리를 못 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내용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에 머무르는 가운데에서도 그런 목소리들이 있다는 것만은 의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경우 내용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으로 읽기를 끝내곤 합니다. 그러고선 ‘읽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읽은 게 정말 읽은 것일까요? 물론입니다. 저는 그것도 읽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은 내용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에만 머물며 딱 한 번 읽은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그 텍스트와의 상호작용도 딱 그만큼에 머물 뿐이죠.
그런데 세상에는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책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그 텍스트가 가진 잠재력의 10%도 채 못 건지게 되는 책들도 분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피노자의 『에티카』 같은 책은 이미 몇 번을 읽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없는 책입니다.(『세미나를 위한 읽기책』, 35~36쪽)

문학작품만이 아니라 인문 분야에 해당하는 책을 읽게 되면 심경이 복잡해질 때가 종종 있다. 왜냐하면 인문학이란 그간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껴 왔던 것들, 혹은 별 의식하지 않고 지냈던 것들을 꺼내보이며 이것이 당연하냐고, 혹은 아무 의식 못한 배면에는 이런 것들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을 거는 텍스트들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설령 낯설고 어려운 언어로 쓰여서 따라 가며 읽기 바쁜 책이라도, ‘왜 이런 말을 하지’나 ‘이건 좀 이상한데’ ‘불편하다’ ‘도저히 모르겠다’ 같은 혼란스러운 반응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이 목소리들을 잠재우며 ‘일단’ 읽어 가기보다 이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고 저자는 말한다. 텍스트와의 이런 상호작용은 기존에 굳게 믿어왔던 ‘나’라는 존재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내가 완전히 동화되는 텍스트, 나에게 내 속의 어떤 다른 목소리도 일깨우지 못하는 텍스트 - 편안함 속에 안주하는 읽기는 ‘오락’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인문 고전 공부는 오락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해석하고 바꿔 가기 위한 읽기이며, 이를 위해서는 낯선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필수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이 목소리들을 잠재우며 읽는 것에 익숙하며 또한 들리는 목소리들을 혼자 처리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미나’를 통한 ‘함께 읽기’가 인문 고전 읽기에는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텍스트에 유연한 신체가 되어 내 안의 ‘굳은’ 신념과 옳음을 내려놓고 ‘나를 갱신하는 읽기’를 위해서는 타자의 목소리가 필수인 것이다.

‘읽기’는 다만 어떤 정보, 지식 등을 ‘나’에게 저장하는 행위가 절대 아니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읽기’는 언제나 어떤 ‘변화’를 유도하고자 합니다. 그 ‘변화’는 단일한 내가 변화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나’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다른 ‘나’의 영향력이 확대되어서 결국엔 지배적인 ‘나’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읽기’는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고, 그 중에서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일들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바로 내 삶을 바꾸는 ‘변신의 기술’로서 ‘읽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 42~43쪽)


문제의식을 갖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

인문학 강의를 듣거나 세미나에 참여하다 보면 강사나 튜터로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이때 묻고 싶지 않으셨나요? “문제의식이 도대체 뭐고,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인가요?”라고 말입니다. 세미나 텍스트를 읽다 보면 “당장 텍스트의 요지가 뭔지, 뭘 문제 삼고 있는 건지 알아내는 데 급급할 뿐인데 ‘문제의식’이라니!” 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데 반대로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저 읽기에 급급한 것일지도 모릅니다.(『세미나를 위한 읽기책』, 64쪽)
인문학 세미나에 가면 늘 듣게 되는 ‘문제의식’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데, 특히 아직 인문 고전 세미나 초보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문제의식’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고,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제의식’이 인문 고전 세미나에서 중요한 이유와 더불어 그것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문제의식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내가 바로 이 텍스트 앞에 앉아 있는 이유”라며, 저자는 예를 들어 ‘철학 입문 : 서양철학사로 익히는 철학의 기초’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가정한다. 이 세미나를 신청한 어떤 사람은 ‘철학과 좀 친해지고 싶어서’ 세미나를 신청했다. 세미나가 시작되고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을 읽기 시작하면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아낙시만드로스 등등 이름도 생소하고 발음도 어려운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하고 ‘아, 나는 철학하고는 친해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바로 이 문제의식 ‘왜 나는 철학학고 친해지기 어려운가’를 붙잡고 그 문제의 답을 텍스트에서 찾아보자고 말한다. 답이 납득이 되면 넘어가면 되고 만약 되지 않는다면 질문을 약간 바꾸어 본다. ‘나는 왜 철학과 친해지려고 했나’처럼.
문제의식은 애초에 잘 설정되기가 어렵다. 해당 담론장에 대한 정보와 지식들이 필요하고 텍스트를 둘러싼 문제제기들이 어떠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잘 정리된 문제의식을 갖기는 어려운 게 당연하며 작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텍스트를 점점 깊고 넓게 읽어 가야 한다. 최초의 문제의식에 답할 만큼 텍스트를 읽어 가려면 필요한 문장 독해와 개념 독해에 대해서 이 책은 함께 다루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읽는 이도 텍스트도 문제설정도 모두 공부할수록 변해 간다는 점이다.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을 통해 내가 바뀌는 만큼 텍스트가 달라지고 텍스트를 열심히 읽으면 내가 바뀌고 문제의식이 바뀌는 순환에 동참해 보시길.

텍스트는 읽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그가 어떤 상태를 지나가고 있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읽기’도 ‘쓰기’와 마찬가지로 어떤 완성된 ‘전체’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각자의 조건에 따라 최대치에 이르는 것뿐이죠. 그렇다면, 어떤 텍스트를 최대치로 읽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스스로 최대치의 변신을 거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바뀔 때마다 텍스트는 다른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요. 역으로 텍스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내가 바뀝니다. 그렇게 변신의 순환고리가 구성됩니다. 내가 바뀌었다면 텍스트가 다르게 읽히게 되고, 텍스트를 열심히 읽었더니 내가 바뀌는 겁니다. 너무 아름답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순환 속에 한 번 들어간 사람은 결코 읽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세미나를 위한 읽기책』, 22~23쪽)

작가정보

저자(글) 정승연

문탁네트워크 회원.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으나, 끝내 졸업은 ‘안’ 했다. 따라서 여전히 자신을 ‘학생’(배우는 사람)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가장 큰 배움을 준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인문학’이고 다른 하나는 ‘육아’다. ‘인문학’을 통해 ‘화를 잘 내는 법’을 배웠다면, ‘육아’를 통해 ‘화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요즘은 두 가지가 섞여서 ‘화를 낼 때와 안 낼 때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진심으로 믿는다. 그래서 여전히 ‘세미나’를 만들고, ‘세미나’ 참가 신청을 하고, ‘세미나’를 한다. 어느 철학자라 하더라도 일단 그 사람의 책을 읽고 나면 금세 팬이 되고 마는 자타공인 ‘펄럭 귀’로서, 여전히 ‘공부’할 것이 많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것과 이제 여덟 살 된 딸이 장차, 거리낌 없이 제 갈 길 가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다.
자타공인 세미나 덕후로서 『세미나책』을 썼고, 다 커서 만난 다른 ‘학생’ 친구들과 함께 『다른 아빠의 탄생』과 『다르게 겪기: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며 읽는 책들』을 썼다.

작가의 말

“그러자면 되도록 많은 글을, 자주, 고민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읽기는 그런 종류의 읽기입니다. 세미나를 하거나, 강의를 하러 다니다 보면 특정한 ‘인문 고전’의 ‘내용’을 문제 삼는 것보다 ‘인문 고전’을 ‘읽는 법’이 먼저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분석-종합, 개념적 독해가 일어나야 하는 텍스트를 두고 ‘감상적 독해’에 머무르는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미나가 그저 감상을 나누는 시간이 되고 마니까요. 그러한 모임을 무의미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넘어서고 싶었던 것은 그런 단순한 ‘일상적 감상’을 재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감상’이 어떤 이유로 발생하였는지, 그리고 그러한 ‘일상적 감상’의 수준을 넘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좀 더 깊은 심도를 가진 문제를 풀어 보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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