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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밤나무의 백 년 이야기

김상삼 지음
학이사어린이

2024년 06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8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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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0.85MB)
ISBN 9791158545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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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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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삼 아동문학가의 역사 장편 동화이다. 배달민족 백 년의 역사, 그 아픈 시간을 의인화한 약밤나무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과 코로나 시대까지 4대에 걸친 한 가정의 이야기이자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담았다. 세계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2022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백 년을 하루같이
빼앗긴 나라의 슬픔
북간도 호랑이
약밤나무가 본 한국전쟁
전쟁의 상처
총알을 품은 느티나무
38선과 휴전선
약밤나무의 위기
끝없는 전쟁
잘난 자식과 아픈 손가락
부모의 가슴앓이
다시 나타난 산까치
큰 바위 얼굴
태석이의 귀농
약밤 식품공장 준공식

[머리말]

이 작품은
4대에 걸친 한 가정의 이야기 속에 담긴 민족혼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사실과 상상의 나래로 펼쳐가는 의인화 동화이다.
글로벌시대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 여러분은
머지않아 세계무대로 나가야 한다.
다만 우리의 뿌리문화 바탕 위에
세계화를 이루어 나가길 바라는 뜻에서
이 책이 민족혼을 익히는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


[책 속으로]

이 약밤나무는 갑이(캐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평양에서 약밤을 가져와 상주 산골에 심었다. 약밤은 다른 곳에 심으면 잘 자라지 않고 맛도 달라진다고 했다. 속담에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경북 청도에 있는 씨 없는 감나무를 다른 지방에 갖다 심으면 씨가 생기듯이 약밤나무도 그렇다고 했다.
‘백두대간을 잇는 상주 산골은 평안도 함종리 산골과 해발 높이와 환경이 비슷하니 약밤나무를 심으면 잘 자랄 거야.’
이런 생각으로 토종 약밤 5개를 산밭에 심었단다. 그런데 다람쥐가 파먹었는지 안 나고 비탈에 심은 약밤나무만 살아남았다.
“범호야, 이 토종약밤나무는 평양 함종에만 있는 천연기념물이니 네가 잘 키워보렴.”
갑이의 할아버지는 아들인 범호에게 이런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어린 범호는 아버지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p. 18~19, ‘백 년을 하루같이’ 중에서


“내가 없는 동안 약밤나무를 아주 잘 가꾸었구나.”
범호는 이렇게 말하며 약밤나무 그늘에 앉았다.
“집사가 거름도 많이 주고 잘 가꾸어주었지요.”
“그런데 어린 밤나무도 많이 있구나.”
“첫 밤을 먹지 않고 밭에 심었어요.”
“잘했다. 아주 잘했어.”
범호는 갑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빙그레 웃었다.
“나는 어머니랑 함께 아버지가 아무 탈 없도록 해달라고 은행나무 아래서 정화수 떠놓고 빌었어요. 할아버지 산소 앞에서도 빌었고요.”
“내가 간도 호랑이가 된 게 다 네 기도 때문이었구나.”
“아버지가 간도 호랑이가 되었다고요? ”
갑이가 물었다. 범호는 간도에서 독립군으로 있을 때 복잡하게 얽힌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p. 42쪽, ‘북간도 호랑이’ 중에서


“세상에, 빨간 완장을 찬 인민 위원장 세상이 되었어.”
“누가 아니래. 덕이는 지나 나나 잘난 것도 없는데 어느 날 붉은 완장을 차더니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살리고 하잖아.”
“맞아. 죽여야 할 사람 명단을 만들어 인민 위원장한테 가서 허락만 맡으면 끝장이야. 그 명단을 보고 사람을 잡아다가 죽이니까 말이야. 그것도 마을 사람 다 모인 앞에서 공개처형을 하니까 시키는 대로 안 할 사람이 어디 있어.”
“맞아, 이거 무서워 살겠어?”
“그러니까 목숨 부지하려면 덕이 눈치 보며 굽실거리며 살 수밖에 없지.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눈으로 보여준 것이니까.”
농부들은 잠깐 쉴 때 이렇게 짧은 말만 하고는 일어섰다. 그 짧은 말 속에 범호네 식구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더욱 궁금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으로 여겼다.
‘왜 이안천의 물이 붉게 흐르는지 이제야 그 까닭을 알겠군.’
약밤나무는 고개를 저었다. 그토록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한 사람의 기분에 따라 죽일 수 있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아무래도 범호네가 걱정되었다.

-p. 74~75, ‘전쟁의 상처’ 중에서


“무슨 일로 이 밤중에 자동차가 마을로 들어올까?”
약밤나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크게 떴다. 자세히 보라는 듯 구름 사이로 달빛이 내렸다. 얼핏 보니 한국전쟁 때 수없이 보았던 국군 지프차처럼 보였다. (중략) 약밤나무는 궁금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럴 때 발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 긴 겨울밤이 새날로 이어졌다. 아침이 되자 나무꾼들이 올라왔다.
“별이 된 간도 호랑이가 진짜 하늘로 올라갔다지?”
“어젯밤에 지프차로 갑이가 엄마와 같이 국립묘지로 갔대.”
“그래도 별이 되니 예우가 다르긴 하네.”
나무꾼들의 말은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울고 있을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불행의 늪으로 밀어놓고도 전쟁은 아직 끝날 줄 몰랐다.

-p. 101~102, ‘총알을 품은 느티나무’ 중에서


힘이 빠진 목소리가 어쩐지 오래 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특히 사산을 한 충격에 남편의 전사 소식은 가슴앓이 병이 되었다. 아들도 지금 월남에서 목숨 걸고 싸우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운명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의 죽음까지도 가슴은 아팠지만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남편처럼 아들도 그렇게 될까 봐 불안한 것 같았다.
“조상님, 전쟁이 징그럽습니다. 월남전에서 5099명이나 죽었대요. 부디 우리 갑이가 살아서 돌아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소원이 없습니다.”
갑이네 어머니는 똑같은 소원만 되풀이해서 빌었다.
“얼마나 전쟁의 상처가 깊었으면 저리 걱정을 할까?”
약밤나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갑이네 어머니를 지켜보았다. 일본의 압박과 한국전쟁에서 버텨온 힘겨운 삶이 얼굴 가득 주름으로 묻어나고 있었다.

-p. 144~145, ‘끝없는 전쟁’ 중에서


“자식은 모두 소중하지만 아픈 손가락이 있게 마련이지.”
“아픈 손가락이라니요?”
“다른 자식에 비해 잘되지 않아 마음 쓰이는 자식이란 뜻이야.”
약밤나무는 태석이의 먼 훗날을 미루어 짐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세월이 지나야 알겠지만 결과는 뻔했다. 장손에게 관심이 더 쏠리게 되어있고, 자식들은 관심만큼 자란다고 했기 때문이다.

-p. 154, ‘잘난 자식과 아픈 손가락’ 중에서


새날이 밝았다. 은행나무 둥지에서 날아온 까마치가 말했다.
“약밤나무님, 분이 할머니가 아파 누웠대요.”
“어디가 아픈데?”
“화병인 가슴앓이 병이 깊어졌나 봐요.”
“그럴 만도 하지. 막내마저 집을 나가 소식이 없으니까.”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요.”
“왜 그런 소릴 하지?”
“유언을 했거든요. 죽기 전에 큰아들 한번 보는 것과, 태석이 소식 듣는 게 소원이라고요.”
약밤나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나마나 국제전화요금이 비싸도 미국으로 전화를 한 것 같았다.
‘한국말을 못하는 며느리와 손자라 통화가 잘 안 될 게 뻔하지. 큰아들은 회사일로 바빠 전화도 받지 못할 것 같고.’

-p. 184~185, ‘부모의 가슴앓이’ 중에서


‘세계에서 하나뿐인 토종약밤나무단지!’
그 가치는 알밤 그 이상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유전자가 재산이 되는 시대에 식물학자와 생명공학자들이 이 단지에 드나든다. 학술지에 세계에서 하나뿐인 ‘토종약밤나무단지’가 소개되자 방송사마다 찾아온다. 덩달아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이 세상에서 한 곳밖에 없는 토종약밤은 황금 알이 된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태석이도 그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다. 갑이의 뜻을 헤아려 귀농한 것이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은근한 미소가 피어난다.
‘그래. 그렇게 되면 나는 죽어도 죽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과 기록으로 영원히 사는 것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니 약밤나무는 행복했다. 그래서 웃고 있는데 갑이가 올라왔다. 혼자가 된 갑이의 어깨가 더욱 축 처져 있다. 문득 갑이의 외로움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런 갑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약밤나무도 신이 났다.

-p. 199~200, ‘다시 나타난 산까치’ 중에서


“조상님, 어제 태암이 친구인 병두와 이호가 다녀갔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태석이를 찾아 귀농할 수 있도록 힘써주겠대요. 이게 다 조상님들의 음덕입니다.”
갑이의 목소리가 혼자 외롭게 사는 노인의 모습이 아니라 꿈에 부푼 젊은이 같았다.
‘희망이 생기면 없던 힘도 생기는 걸까? 어제까지만 해도 다 죽어가던 노인이 저렇게 활력이 넘치다니…….’
갑이의 활기찬 모습은 곧 약밤나무의 기쁨이었다. 약밤나무도 덩달아 신이 났다. 아내의 묘를 두 팔로 보듬은 갑이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할멈. 할멈이 살았을 때 이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

-p. 216, ‘태석이의 귀농’ 중에서


얼마가 지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약밤 식품공장으로 왔다. 약밤과 은행알을 굽는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약밤나무까지 전해왔다. 캐리와 찬이는 눈을 만난 강아지처럼 좋아서 뛰어다녔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온 산은 진달래꽃을 활짝 피워놓고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산을 붉게 물들인 그 속에서 뻐꾹새 노래가 울려 퍼졌다.
“꿩, 꿩, 꿩.”
꿩 소리도 산비탈을 굴러 내려왔다. 새 중에서 제일 고운 노래를 한다는 꾀꼬리 소리도 끼어들었다.
‘사람들은 알까? 꾀꼬리도 뻐꾹새도 토종이 아니듯 캐리나 찬이도 단일민족은 아니란 것을. 그래도 이젠 배달의 겨레다. 백의민족이다.’

-p. 244~245, ‘약밤 식품공장 준공식’ 중에서

이 땅에 뿌리내린 배달민족 백 년의 역사
약밤나무의 시선으로 파헤치다

배달민족 백 년의 역사는 한마디로 아픔이었다. 나라를 빼앗겨 가난에 시달리고, 전쟁과 민주화 운동으로 많은 이들이 죽기도 했다. 『22일간의 떠돌이』, 『신라의 피리 소리』 등 우리나라의 지난날과 오늘날을 동화로 다뤄 온 김상삼 아동문학가는 이번 장편 동화 『약밤나무의 백 년 이야기』를 통해 그 아픔의 역사를 약밤나무의 눈으로 보여준다.

범호의 아버지가 평양에서 가져와 상주에 심은 토종 약밤 5개. 다람쥐가 파먹었는지 비탈에 심은 한 알만 살아남아 나무가 되었다. 비탈에 선 약밤나무 산밭 위쪽에는 범호네 조상 산소가 위치해 있다. 약밤나무는 움직일 수 없지만 자주 산소에 오는 범호네와 오가는 나무꾼들, 큰 바위 얼굴처럼 생각이 깊은 까마치가 눈과 귀가 되어 준 덕에 역사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간도 호랑이가 되어 독립운동을 하던 범호는 한국전쟁 때 목숨을 잃고 만다. 범호의 아들 갑이는 범호의 뜻을 이어 군인이 되지만 월남으로 떠난 사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덕인지 무사히 월남에서 돌아온 갑이는 분이와 결혼해 태암이와 태석이를 키우며 개량종 밤나무와 토종약밤나무를 가꾼다. 하지만 태암이의 학비로 대부분의 땅을 잃게 되고 태석이는 말없이 집을 나간다. 미국으로 유학 간 태암이는 그곳에서 결혼해 캐리를 낳지만 한국으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갑이와 분이는 소식이 드문 태암이와 집을 나간 태석이 때문에 속앓이를 한다. 약밤나무는 자신을 잘 돌봐준 갑이네에 은혜를 갚고 싶어 한다. 50년 살기도 어려운 밤나무가 100년 동안 살 수 있었던 것은 정성 어린 보살핌 덕분이었다. 하지만 죽어가는 가지와 푸석한 잎으로는 자신이 없다. 약밤나무는 죽음의 그림자 아래에서 백 년 사이 빠르게 변한 세상을 떠올리며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본다.

범호네 4대가 겪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과 월남전 같은 과거 역사적 사실은 오늘의 우리나라가 되기까지의 희생과 민족정신을 일깨운다. 또한 약한 이들의 목소리는 무시당하기 쉬운 현대 사회의 문제점까지 꼬집으면서 아이들이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까마귀와 까치 사이에서 태어난 까마치, 중국 밤나무와 한국 밤나무 사이에서 태어난 약밤나무, 천연기념물이 된 철새를 통해서는 혼혈인 찬이와 캐리도 모두 우리 민족임을 보여준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민족의 뿌리를 알고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열린 마음으로 세계로 나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탈에 심은 작은 약밤은 커다란 나무가 되어 약밤나무단지를 만들 정도로 자손을 퍼트린다. 그 긴 시간, 대를 이어 약밤나무를 보살핀 범호네 4대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족혼을 배우고 자신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 볼 힘을 기를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상삼

· 경북 상주에서 출생
· 대구교육대학과 동 대학원 졸업, 초등학교 교장으로 봉직하다 정년 퇴임
· 창주문학상,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 계몽문학상 및 한국동화문학상 등 다수 수상
· 통신문학지 71호까지 전국 무료 배포
· 지은 책으로는 장편동화 『별나라에서 온 형』 등 50여 권
· 교사로 재직 시
- 1972. 전국연구발표(푸른기장-상주전의초등)
- 1976. 금오대상(교육부문-대구내당초등)
- 1995. 대통령 표창(대구교대부초)
- 2006. 국민훈장 황조(대구남명초등)
· 정년 퇴임 후
- 2016. 수필 ‘엄마의 자리’로 소태산문학 대상 받음
- 영남대, 교대, 보건대, 도서관에서 아동문학강의
- 창주문학상 심사위원, 〈매일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 역임
· 장편동화 『신라의 피리 소리』 2021년 대구문화재단 창작 지원
· 장편동화 『22일간의 떠돌이』 2021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콘텐츠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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