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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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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2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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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9.55MB)
ISBN 9791141606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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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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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하는 여자-린다 B를 위한 진혼곡』은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알바니아의 ‘문학 대사’ 이스마일 카다레가 2009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공산독재가 한창이던 1980년대 알바니아를 배경으로 어느 여자의 자살에 얽힌 수수께끼와 당의 기준을 충족할 작품 창작으로 고뇌하는 극작가를 통해 전체주의적 감시하의 삶과 사랑, 예술을 그린 작품이다.

1963년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을 발표한 이래 세계적인 작가로 입지를 굳히고 ‘조국 알바니아보다 더 유명’해진 이스마일 카다레. 그가 일생에 걸쳐 탐구한 주제는 2차세계대전 직후부터 약 40년간 알바니아를 장악한 엔베르 호자의 독재정치와 그 체제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이다. 알바니아는 공산국가 중에서도 전체주의적 통제가 가장 심했던 나라로, 대중활동과 사적인 일상은 엄격히 감시를 받았으며 정치범은 모두 수도 티라나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배를 갔다. 『떠나지 못하는 여자』는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당의 명령이 삶과 죽음의 법칙에 앞서는 그곳, 카다레 스스로 ‘작가의 천적’이라 밝혔던 전체주의적 세계에서는 사랑을 하고 미래를 꿈꾸며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은 물론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그 편집증적 감시하의 형벌과도 같은 삶을 그리며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절묘하게 결합해낸 이 작품은 ‘멜로드라마와 비극, 신화를 통해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조망하는 훌륭한 소설’(〈가디언〉) ‘이스마일 카다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향한 전 세계적인 염원에 다시금 불을 붙일 작품’(〈뉴욕 타임스〉) 등의 찬사를 받았다.
1장 · 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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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 195

이스마일 카다레 연보 · 245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판사가 그에게 털어놓았듯이 위험은 그 책들에서 튀어나온 게 아니었다. 중대한 반역행위에는 그런 게 전혀 필요 없었다. 중대한 반역행위는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13쪽)

린다를 만나고 미제나는 유배법규를 알게 되었다. 매일 오후 정해진 시각에 경찰서에 출두해야 한다는 것, 허락을 받지 않고 지정된 구역을 벗어날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도. 인근 도시마다 정해진 형벌이 있었다. 더 먼 도시로 가는 경우엔 형벌이 배가되었다. 수도는 최고형이었다. 무기징역 또는 사형. (124쪽)

이 세기말에 암의 존재를 확인하는 유방검사가 갑자기 궁극적인 기회가, 거의 구원의 기회가 되다니. 게다가 그걸로 부족한지 암이 없다는 결과가 거꾸로 죽음의 소식을, 모든 희망의 종말을 의미하다니. 여자는 자기 목숨을 걸고 며칠을, 단 몇 시간의 정상적인 삶을 사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 희생마저 거부당했다. (160쪽)

거기엔 어둠의 논리가, 완전히 변태적인 논리가 작용했다. 그녀가 친구의 애인을 훔친 거고, 그런 일이야 너무도 흔한 게임 아니냐고 말하는 것 역시 쉽다. 하지만 아니다, 거기엔 다른 무엇이 있었다. 도저히 그에게 다가갈 수 없는 처지인 린다가 암을 소망한 것만큼이나 비뚤어진 방식으로 미제나를 부추겨 이 우회로로 접어들게 만든 것이다. (165쪽)

그 시절 린다는 열여덟 살이었다. 다음 ‘서류’는 그녀가 스물세 살이 되면 올 터였다. 그다음은 스물여덟. 그리고 두 번 ‘서류’를 더 받으면 서른여덟, 그리고 마흔셋. 아냐, 그후에는 더 살고 싶지 않을 거야. 고마워, 프롤레타리아독재, 난 네가 얼마나 선하고 올바르고 완벽한지 알아. 학교에서 우리 머리에 그렇게 주입했으니까. 그렇지만 난 너무 지쳤어…… 이런 삶을 더는 못 살겠어. (183쪽)

이해하겠니? 난 단 하루도 자유를 경험하지 못할 거야. 린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이 가니? 단 하루도 자유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 말이야…… 어디에도 아무 희망을 걸지 못한다는 것…… 어디에 기대야 할지 몰라서 난 암에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어…… 암이 도와주길 기대했어…… 그런데 암마저도 날 거부했어…… (183~184쪽)

<b>이스마일 카다레의 독자들은 매년 노벨상 위원회가 그를 간과하는 것에 경악한다.
2009년 알바니아에서 처음 출간된 이 작품은 전 세계적인 염원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이다.
-뉴욕 타임스

“그 여자는 유배상태입니……
아니, 유배상태였습니다.”</b>

공산독재가 한창인 1980년대 후반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극작가 루디안 스테파는 아무 설명 없이 당 위원회의 소환을 받고 불안감을 느낀다. 예술 심의회에서 검열중인 자신의 신작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사회주의리얼리즘의 기준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유령을 등장시킨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애인 미제나가 자신을 고발했을까? 얼마 전 말싸움 도중 분을 이기지 못하고 ‘당에서 붙인 스파이가 아니냐’며 몰아붙인 것이 화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국의 관심사는 엉뚱하게도 그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자살이었다. ‘린다 B’라는 그 젊은 여자는 공산당에 숙청당한 옛 귀족 집안 출신으로,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소도시에 유배되어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였다. 그 죽음에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는 없는지 조사가 진행되던 중 여자의 소지품에서 루디안이 그녀의 이름까지 적어 직접 사인을 해준 책이 발견되었으며, 일기장에서는 그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 것.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한 번도 본 적 없는 젊은 여자의 자살에 대체 그가 무슨 책임이 있단 말인가. 둘 사이의 접점은 그녀의 친구이자 루디안의 비밀스러운 애인 미제나뿐이다. 얼마 전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을 보이던 미제나가 감춘 진실은 무엇인가.

린다의 꿈은 오직 하나, 한 번이라도 수도 티라나에 가보는 것이다. 지정받은 거주지 바깥으로는 한 발짝도 나설 수 없도록 그녀를 속박하는 전체주의의 법은 에우리디케를 구속한 지옥의 족쇄보다 더 혹독하다. 5년마다 갱신되는 유형을 견디던 린다는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자유와 예술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극작가 루디안에 대한 동경을 키워간다. 루디안의 작품을 찾아 읽고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정보를 집착적으로 수집하는 사이 린다의 동경은 그와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갈망으로 커져가고, 미제나의 도움으로 친필 사인이 담긴 책까지 손에 넣자 그 바람은 갈수록 절박해져간다. 당국의 허가 없이 수도에 발을 들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해질 린다가 티라나에 갈 수 있는 방법은 그곳의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을 자격을 얻는 것뿐. 결국 린다는 단 며칠, 몇 시간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면 목숨을 걸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몸속에서 암세포가 발견되기를 바라고, 미제나는 친구의 기이한 희망을 위해 자신의 특권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린다의 죽음은 암이 발견되었기 때문인가? 혹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루디안은 묘한 책임감에 내몰려 자살의 이유를 알아내려 하지만, 미제나도 판사도 당신은 알 필요가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한다. 당의 기준을 통과할 작품의 완성, 낯모르는 여자의 자살. 무엇 하나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갯속을 헤매는 그의 머릿속에서, 에우리디케를 속박한 저승의 족쇄를 끊어내려 고뇌하는 오르페우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b>편집증에 사로잡힌 전체주의 정권의 끊임없는 통제
그 감시하의 삶에 대한 절묘한 은유와 풍자</b>

소설은 끊임없이 따라붙는 감시의 눈길을 의식하며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루디안의 시점을 통해, 알바니아와 수도 티라나의 억압적 공기를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넷 중 한 사람은 국가를 위해 감시를 한다는 소문”이 도는 그곳에서는 누구든 평소 카페의 어느 자리에 즐겨 앉는지, 애인과 친구로는 누가 있는지 당이 낱낱이 파악하고 있으며, 조사실은 피로 얼룩져 있고 당 지도자에 대한 비난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처형의 이유가 된다. 아무 의미 없는 언동에 정권비판의 의도가 덧씌워지고, 이름 없는 젊은 여자의 죽음조차 체제전복적인 음모의 가능성을 의심받는다. 예술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당에서는 모든 작품을 사전에 심사해 “적대적인 슬로건은 색출”하고 “긍정적인 인물에 비해 부정적인 인물에 할당된 텍스트 비율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며, “돋보기를 들고 원고를 샅샅이 살펴가며 지문을 채취하고 수상쩍은 독자의 신원을 파악하려” 든다. 수정을 거듭하며 힘겹게 써나가는 작품의 초고가 고스란히 제시되는 극중극 장면은 그러한 제약 속에서 작품활동을 이어나가야 했던 루디안의 압박감을 효과적으로 전한다.

그 자신이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까지 그러한 통제를 몸소 경험한 카다레는 신화와 전설, 구전민담을 통해 조국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그려내는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다. 지하세계에 발이 묶인 에우리디케와 그녀를 지상으로 불러오려는 오르페우스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유를 누릴 수 없는 린다와 그런 그녀를 자신의 상상 속에서 거듭 티라나로 소환하는 루디안의 모습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이에 더하여 카다레는 오르페우스가 전통적인 리라에 현을 두 줄 추가했다는 각색으로 신화를 변주한다. 지옥의 문지기개 케르베로스를 잠재우기 위한 술책으로 나온 그 혁신은 관료주의에 빠진 올림포스에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예술작품조차 정치적 잣대로 재단을 받아야 했던 프롤레타리아독재의 부조리한 단면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수수께끼의 조각이 맞춰지는 사이 어느 평범한 여자의 자살로 시작된 이야기는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추방된 모든 이의 비극으로 확장되고, 이중의 베일 뒤에 감춰졌던 또다른 진실이 하나둘 드러나는 마지막 몇 페이지는 정부의 감시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현실을 암시하며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삶을 위해 죽음을 소망해야 했던 린다, 그녀에게 반쪽짜리 자유라도 주고 싶었던 미제나. 두 사람과의 기이한 삼각관계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던 루디안은 어떠한 결말을 마주할 것인가. 지옥의 형벌과도 같은 통제하의 삶과 사랑, 예술에 바치는 비가 『떠나지 못하는 여자』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이름을 독자들의 뇌리에 다시 한번 각인시킬 거장의 걸작이라 할 것이다.

작가정보

Ismael Kadare

1936년 알바니아 남부 지로카스트라에서 태어났다. 티라나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모스크바의 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 수학했다. 1963년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돌의 연대기』 『꿈의 궁전』 『부서진 사월』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광기의 풍토』 등 많은 작품을 통해 신화와 전설, 구전민담 등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려내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독재정권 아래 놓여 있던 알바니아에서 몇몇 작품은 출간 금지라는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전체주의와 독재체제를 고발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잃지 않았고,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우스꽝스러운 비극, 기괴한 웃음을 만들어내며 세계적인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독재정권이 무너지기 직전 1990년 프랑스로 망명한 카다레는 지금까지 파리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2년 프랑스의 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치노델두카 국제상을 수상했고, 2005년 제1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스페인의 권위 있는 아스투리아스 왕자상(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2016년 레지옹도뇌르 최고훈장을 수훈했고, 2019년 제9회 박경리문학상, 2020년 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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