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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의 사나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8
안톤 체호프 지음 | 박현섭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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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6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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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61MB)
ISBN 9791141600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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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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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갈매기」 「벚나무 동산」 등으로 셰익스피어 이래 가장 많이 공연되는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는 탁월한 단편소설 작가로도 명성이 높다.  간결한 이야기 속에서도 생생한 인물 묘사, 절묘한 전개와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선보여 단편소설의 형식을 완성했다고도 일컬어진다.
체호프의 타계 120주기를 맞이하는 2024년 7월 15일을 앞두고, 이를 기념해 펴내는 『상자 속의 사나이』에는 1884~1903년에 발표된 체호프의 중단편 중에서  작품성이 뛰어난  13편을 엄선해 연도순으로 수록했다. 곤경에 처한 불우한 이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굴」 「아뉴타」 「반카」 등의 초기작은 물론, 더욱 무르익은 기량으로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녹여낸 「6호실」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등의 중기작, 대표적인 걸작으로 회자되는 「귀염둥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등의 말기작, 죽음을 예감하고 마지막으로 발표한 단편 「약혼녀」까지 체호프 소설의 진가와 매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두루 아울렀다. 더불어, 오랫동안 체호프의 소설과 희곡을 번역하고 연구해온 역자 박현섭의 상세하고 풍부한 해설은 작품 하나하나를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굴 _7
아뉴타 _17
반카 _27
의사 _37
6호실 _49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_135
대학생 _153
상자 속의 사나이 _163
구스베리 _187
사랑에 관하여 _207
귀염둥이 _225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_47
약혼녀 _277

해설 | 우리 모두가 ‘상자 인간’이다 _311
안톤 체호프 연보 _333

‘저에게 와주세요, 사랑하는 할아버지,’ 반카는 편지를 이어갔다. ‘예수님 이름으로 저를 여기서 데려가주길 빌어요. 불쌍한 고아를 가엾게 여겨주세요. 다들 저를 때려요. 배가 너무 고프고, 말도 못하게 힘들어서 눈물만 나와요. 저는 하루종일 울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주인이 구둣골로 머리를 때리는 바람에 기절했다가 간신히 깨어났어요. 저는 개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알료나와 애꾸눈 예고르카, 그리고 마부 아저씨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제 손풍금은 딴사람한테 주지 마세요. 이반 주코프는 언제나 할아버지의 손자입니다. 저에게 와주세요.’ _「반카」(34쪽)

하기야 죽음이 모든 인간의 정상적이고 필연적인 결말이라면,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해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어떤 장사치나 관리가 오 년이나 십 년을 더 산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만약 의술의 목적이 약이나 치료를 통해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라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뭐하러 고통을 덜어주지? 첫째, 고통은 인간을 완성의 길로 이끌어준다고 하지 않는가? 둘째, 만약 인류가 알약과 물약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정말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면, 인류는 종교와 철학을 완전히 버리게 될 것 아닌가? _「6호실」(71쪽)

인간은 왜 이런 상실과 손해 없이 살 수 없는 것일까? 자작나무며 소나무들을 뭣 때문에 다 베어버렸을까? 이 목초지는 어째서 일없이 놀리고 있는 것인가? 어째서 사람들은 항상 꼭 필요한 일을 하지 않고 그 반대되는 일을 하는 것일까? 어째서 야코프는 평생 욕을 하고, 으르렁대고, 주먹을 흔들어대며 자신의 아내를 함부로 대했는가? 좀전에는 뭣 때문에 그 유대인을 겁주고 능멸한 것일까? 아니, 도대체 왜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망치는가? 그래서 바로 이런 손해들이 생기는 것 아닌가! 이 얼마나 끔찍한 손해인가! _「로트실트의 바이올린」(149쪽)

노파가 울었던 것은 그의 이야기 솜씨가 감동적이라서가 아니라 그녀에게 베드로가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며, 또한 그녀가 자신의 전 존재로 베드로의 영혼 속에서 일어난 일에 몰입했기 때문이리라.
갑자기 그의 영혼 속에서 환희가 물결쳤다.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춰야 할 정도였다. 그는 생각했다. 과거는 차례로 전개되는 사건들의 끊임없는 사슬을 통해 현재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는 방금 자신이 그 사슬의 양쪽 끝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쪽 끝을 건드렸더니 다른 쪽 끝이 움직인 것이다.
_「대학생」(160쪽)

“그런데 우리가 답답하고 비좁은 도시에 살면서 하잘것없는 서류를 작성하고 카드놀이를 하는 것, 이건 상자 속 삶이 아닐까요? 혹은 우리가 놈팡이들, 소송꾼들, 어리석고 게으른 여자들 틈에서 평생을 보내면서 온갖 헛소리를 말하고 듣는 것, 이건 상자 속 삶이 아닐까요? (…)” _「상자 속의 사나이」(185쪽)

‘너무 맛있어!’
그리고 그는 허겁지겁 구스베리를 먹으며 연신 되풀이했습니다.
‘아, 너무 맛있다! 형님도 좀 드시우!’
구스베리는 딱딱하고 시었지만, 푸시킨이 이런 말을 했죠. ‘우리를 북돋워주는 기만은 진실의 어둠보다 소중하다’라고요. 저는 한 명의 행복한 인간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염원을 확실히 실현한 인간, 인생의 목표를 성취하여 자신이 바라던 것을 얻고, 자신의 운명과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는 인간을. 예전에도 저는 인간의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무슨 까닭인지 묘한 슬픔을 느끼곤 했는데, 지금 이 행복한 인간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거의 절망에 가까운 괴로운 심정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_「구스베리」(200쪽)

오, 그녀가 어찌나 그애를 사랑하는지! 그녀는 여태껏 어떤 상대에게도 이처럼 깊은 애착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영혼이 지금처럼 헌신적으로, 사심 없이, 기쁘게 굴복했던 적은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모성애가 점점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남의 식구인 이 소년을 위해, 그의 볼에 팬 보조개를 위해, 학생모를 위해 그녀는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기쁨에 차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고? 그 이유를 누가 알겠는가? _「귀염둥이」(244쪽)

“어떻게 하지? 어떻게?” 그는 머리를 감싸쥐며 물었다. “어떻게?”
좀더 지내다보면 해결책을 찾게 될 것도 같았다. 그때는 새롭고 멋진 삶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끝은 아직 저멀리 있고,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_「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275~276쪽)

안녕, 내 고향! 갑자기 온갖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안드레이, 그의 아버지, 신혼집, 벌거벗은 여인과 꽃병. 이 모든 것은 더이상 그녀를 위협하지도, 괴롭게 하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유치하고 사소하게 느껴졌으며 계속 뒤로 뒤로 멀어져갈 뿐이었다. 두 사람이 객실에 자리잡고 나서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토록 커다랗고 심각해 보였던 과거의 그 모든 일은 작은 덩어리로 쪼그라들어버렸고, 이제까지는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도 않았던 미래가 장대하고 광활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_「약혼녀」(301~302쪽)

★ 노벨연구소 선정 세계문학 100선 ★ 가디언 선정 ‘역대 세계 최고의 책’ 100선 ★ 1888년 푸시킨상

19세기 러시아문학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며
단편소설과 희곡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가 체호프

러시아문학은 19세기에 푸시킨, 레르몬토프를 뒤이어 고골과 투르게네프를 거쳐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에 이르기까지 황금시대를 한창 구가했다. 그 유산을 이어받은 체호프는 세기말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19세기를 마무리지은 작가라 할 만하다. 비록 1904년 마흔넷의 나이로 숨을 거두면서 20세기에 활동을 오래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일찍이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밥벌이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한 이래 반평생이 넘도록 집필에 치열히 몰두해 짧은 생애에 비하면 굉장히 방대한 작품들을 남겼다.
체호프는 주로 평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일상의 단면을 포착해 삶의 진실에 다가가며 ‘열린 결말’로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단편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간결함은 재능과 자매지간이다.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비결은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는 데 있다”고 하면서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의 가치와 미학을 스스로 구현하고자 했다. 가볍고 소소한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단편뿐만 아니라 보다 긴 호흡으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편도 여럿 발표했지만 장편소설을 쓰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고, 그 대신 희곡 창작에 꾸준히 열정을 쏟았다. 말년에는 그 노력의 결실로,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상연되는 4대 장막극 「갈매기」 「바냐 삼촌」 「세 자매」 「벚나무 동산」을 내놓으면서 훗날 ‘현대 희곡의 아버지’로 불리며 길이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현대 단편소설 형식의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체호프는 단편소설에 특히나 두각을 나타낸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의 체호프’ 레이먼드 카버, ‘캐나다의 체호프’ 혹은 ‘우리 시대의 체호프’ 앨리스 먼로, ‘교외의 체호프’ 존 치버를 위시해 어니스트 헤밍웨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네이딘 고디머 등을 꼽을 수 있다.

의사이자 환자로서 살면서도 쉼없이 창작을 이어간
체호프의 작가 인생을 총망라한 중단편선

모스크바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체호프는 이후 의사와 작가 활동을 병행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의학은 나의 법적인 아내이고 문학은 나의 정부”라고 할 정도로 의학에 대한 애정과 소신을 나타냈다. 의사로서 러시아 각지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접한 경험과 열악한 의료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 의사답게 인간의 생로병사를 냉정히 관찰하는 시선이 작품에 담겨 있으며, 실제로 작품에 여러 의사 캐릭터가 나오기도 한다. 권태에 빠지거나 불성실한 의사가 자주 등장하는 편이지만, 이들과 달리 체호프는 진료는 물론이고 의료 봉사와 전염병 방역 사업에도 힘쓰는 바람직한 의사로 활약했다.
의학부를 졸업한 해인 1884년에 처음 객혈한 이후 평생 결핵을 앓은 체호프는 의사이자 환자로, 두 입장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어려서부터 가난으로 고생한데다 결핵으로 인해 육체적 고통에 줄곧 시달려서인지 체호프의 작품들에는 인간의 유한한 삶과 죽음, 고통에 대한 비애와 통찰이 배어 있으며, 암담한 현실에 대한 염세적인 인식과 함께, 더 나은 미래가 도래하리란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인식과 유머도 동시에 반영되어 있다.


[수록작 세부 소개]

‘체혼테’ 시기의 걸작들-「굴」(1884) 「아뉴타」(1886) 「반카」(1886)
체호프는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파산하자 고향에 홀로 남아 학비를 스스로 벌어 김나지움을 졸업했다. 가족들이 있는 모스크바로 가서 의학도로 공부하면서도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그는 돈벌이를 위해 ‘안토샤 체혼테’ 등의 필명으로 단편들을 엄청나게 많이 써서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다. 먹고살기 위해 쓰인 이 ‘체혼테’ 시기의 작품들 중에서도 걸작이라 할 만한 작품들을 이 책에 실었다.
오래 굶은 끝에 아버지와 구걸하러 거리로 나온 여덟 살 소년의 눈에 비친 현실과 환상을 그린 「굴」에서는 주점 간판에서 ‘굴’이란 글자를 발견하고 굴에 대해 상상하다가 정신을 잃는 소년이 겪는 심신의 변화 과정이 묘사된다. 가난한 의대생 클로치코프와 헌신적인 여성 아뉴타가 동거하는 삶의 한 장면을 포착한 「아뉴타」에서는 아뉴타를 여러 용도로 착취하는 클로치코프와 말없이 순응하는 아뉴타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반카」는 모스크바의 구두장이에게 견습공으로 팔려와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아홉 살 소년 반카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고향에 계신 할아버지께 자기를 제발 데려가달라며 애원하는 편지를 쓴다는 이야기다. 애처로운 반카의 가련한 호소가 심금을 울리는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성냥팔이 소녀」만큼이나 유명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알려졌다.
“예술가는 등장인물과 그의 말에 대한 재판관이 되어서는 안 되며, 편견 없는 증인이 되어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는 체호프는 이 초기 작품들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의 언동을 담백하게 보여줄 뿐 어떤 도덕적 판단을 내리거나 억지 감동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그만의 특징을 이미 나타내고 있다.

‘체호프의 의사들’ 중 한 사람이 등장하는 「의사」(1887)
위독한 아들 미샤를 살려달라는 옛 연인 올가의 간청을 받지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난감해하는 의사 츠베트코프의 복잡한 심경 변화를 그린 작품. 올가는 미샤가 츠베트코프의 아들이라 주장하지만 그는 올가가 다른 두 남자에게도 그렇게 주장해 양육비를 받는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진실을 알 수 없어 분통을 터뜨리고, 그렇게 의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이야기는 무겁게 막을 내린다.

중견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준 중기의 대표작 「6호실」(1892)
1886년 당대 유명 신문 〈신시대〉에 단편 「추도식」을 본명으로 발표한 이후로 보다 진중한 주제의 작품들을 집필하던 체호프는 1888년 푸시킨상을 수상하며 성공가도를 걷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돌연 사할린섬으로 찾아가 3개월간 체류하며 의사로서 유형지의 실태를 조사하는 활동을 감행하는데, 1890년에 이루어진 이 사할린 여행은 일종의 전환점으로 작용해 작품세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1892년에 발표된 중편 「6호실」은 의욕을 잃은 현실도피적인 의사 라긴이 그가 근무하는 병원의 정신병동 6호실에서 모처럼 대화가 통하는 환자 그로모프를 만나 철학적 논쟁을 벌이곤 하다가 차츰 고립되어간다는 이야기다. 두 인물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 논쟁적 사상적 요소들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발표 당시에 독자들뿐만 아니라 평론가, 동료 작가들에게서 비상한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종말을 눈앞에 둔 제정러시아의 지식인들을 짓누르던 폭압적인 현실을 반영한 「6호실」은 체호프를 깊이 있는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시킨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유대인 차별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담긴 「로트실트의 바이올린」(1894)
손해보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인색한 노인 야코프는 관 짜는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평생 함부로 대한 아내가 죽자, 이를 계기로 회한을 느끼고 평소에 혐오하던 유대인 로트실트에게 바이올린을 유품으로 남긴다. 자기 잇속을 챙기는 데 급급하고 인색하다는, 당시의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체현한 야코프라는 인물을 통해 유대인 차별을 풍자한 것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유대인인 드레퓌스 대위의 구명 운동을 벌이던 에밀 졸라를 체호프가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작품이다.

인생의 신비를 깨우친 젊은이의 황홀경을 그린 「대학생」(1894)
신학대학생이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한 이야기를 과부 모녀와 나눈 후, 과거가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고 신비로운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서 시작해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해지면서 밝은 분위기로 마무리되는 이 이야기는 체호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자 그간 내놓은 소설들이 대체로 너무 비관적이라는 평에 맞서서 일종의 ‘낙관주의 선언’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소小 삼부작’-「상자 속의 사나이」·「구스베리」·「사랑에 관하여」(1898)
표제작 「상자 속의 사나이」는 자기 몸과 소지품을 외투, 덮개나 케이스로 감싸고 다니며 여러 무의미한 규칙으로 자신을 속박하는 강박적인 삶을 살아가던 ‘상자 인간’ 벨리코프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그린다. 주변 사람들이 합심해 이 마흔이 넘은 그리스어 교사 벨리코프를 우크라이나에서 온 교사의 누이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데, 그 전말을 동료 교사 부르킨이 함께 사냥 나온 수의사 이반 이바니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된다. 뒤이은 「구스베리」에서는 이반 이바니치가 자기 동생 니콜라이가 극도로 절약하고 인색하게 군 나머지 전략적으로 결혼한 아내마저 잃지만 구스베리가 있는 농장을 사는 꿈을 이룬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에 관하여」에서는 이 두 사냥꾼이 묵게 된 영지의 지주 알료힌이 지인의 아내 안나를 사랑하게 되지만 남의 가정을 감히 파괴할 수 없어 단념했다는,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로 연관된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세 작품은 ‘소 삼부작’이라 불리며, 공통적으로 사회규범이나 관습에 얽매여서 혹은 자기 스스로 만든 세계에 갇혀서 삶을 일신시킬 기회를 놓쳐버린 인물들을 때론 익살스러우면서도 우수 어린 필치로 그리고 있다.

톨스토이가 열렬히 찬미한 「귀염둥이」(1899)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귀엽고 선량한 올렌카가 남편을 연이어 여의는 불행 속에서도 삶을 이어간다는, 그동안 주로 ‘귀여운 여인’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유머러스한 이야기다. 뜨거운 호응과 함께 찬반양론을 촉발한 작품으로, 반려자의 관심사를 자기 것인 양 말하는 올렌카를 두고 당시 여자 독자들이 주관이라고는 없는 여성상을 그렸다며 항의하기도 했으나, 톨스토이는 극찬하면서 자기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열성적으로 낭독해주기까지 했다고도 전해진다.

‘열린 결말’로 자유로운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1899)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하던 중년 바람둥이 구로프는 휴양지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젊은 유부녀 안나를 만나 한동안 밀애를 즐긴다. 그후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았음을 깨달은 구로프가 안나를 찾아가고, 재회한 두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삶을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체호프가 훗날 결혼하게 되는 배우 올가 크니페르와 사랑을 한창 키워가던 시기에 쓰인 이 작품은 두 사람이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고민하는 시점에서 도덕적 판단을 포함해 모든 것을 독자의 상상에 맡긴 채 마무리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견 진실한 사랑을 예찬하는 듯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언제 변심할지 또 어떤 파국을 맞이할지 모르는 사랑의 씁쓸한 이면을 상기시키며 애수를 자아낸다.

체호프가 유서처럼 써내려간 마지막 단편 「약혼녀」(1903)
약혼 후 결혼을 앞둔 스물셋의 나댜가 친척인 사샤의 조언을 받아들여 무위도식하는 약혼자와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고향을 떠나 학업에 열중하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는 이야기. 체호프의 작품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과감히 결단하고 행동하는 여주인공 나댜는 새 시대를 열어가리라는 체호프의 기대를 느껴지게 한다. ‘희망’이라는 뜻을 지닌 나댜라는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자기가 죽은 이후로도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은 체호프의 절실한 마음이 전해지며 여운을 남긴다.

작가정보

Антон Чехов
1860년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해방된 농노의 자손으로 태어났다. 잡화점을 경영하던 아버지의 파산으로 일가족이 모스크바로 이주하자 고향에 홀로 남아 고학으로 김나지움을 졸업했다. 1879년 모스크바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하고 생계를 위해 각종 유머 잡지와 신문에 필명으로 단편을 기고하며 인기를 끌었다. 1884년 대학 졸업 후 의사로 일하면서도 집필활동을 병행했으며 1886년 당대 유명 신문 〈신시대〉에 단편 「추도식」을 본명으로 발표한 이후, 보다 진지한 주제를 천착하기 시작했다. 1887년 선보인 단편집 『황혼녘』으로 이듬해 푸시킨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890년 사할린섬에서 3개월간 머무르며 유형지의 실태를 조사한 일을 계기로 사회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한편, 빈민구제와 공공의료 활동 등 사회사업에도 힘썼다. 이후 ‘현대 희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지금도 활발히 상연되는 4대 장막극 「갈매기」 「바냐 삼촌」 「세 자매」 「벚나무 동산」을 발표했다. 1904년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되어 요양차 찾아간 독일 바덴바일러에서 마흔넷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이 책에는 체호프가 1884~1903년에 발표한 중단편 중에서 열세 편을 엄선해 모았다.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통렬하게 각계각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그려낸 이 작품들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과 통찰,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수가 담겨 있다. 에드거 앨런 포, 기 드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작가로 꼽히는 체호프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레이먼드 카버, 존 치버, 앨리스 먼로 등의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상명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체호프 단편선』 『체호프 희곡선』 『누구의 죄인가』 『영화기호학』 『영원한 남편 외』(공역) 『무도회가 끝난 뒤』(공역) 『메이예르홀트의 연출세계』(전4권, 공역)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공역)가 있고, 지은 책으로 『고전 강연 7』(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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