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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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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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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4km 이집트부터 한국까지 거리.
465km 제주부터 서울까지 거리.
0m 마음이 바라는 거리.
미안함, 그리움, 아쉬움, 기쁨, 평온함,
그리고 문득 격해오는 감정들.
아내와 딸을 향한 마음의 여정을 진솔히 이야기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격>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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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이집트
이집트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몇 년의 시간,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딸을 만날 수 없었던 저자는 미안함, 그리움,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한 편에는 저자가 꿈꾸었던 새로운 세계, 거대한 유적, 장구한 역사, 대규모 건설현장, 수천명의 인부들, 아랍어와 이슬람의 이색적 문화, 화려하고 매력적인 세계가 있고, 다른 한 편에는 가족과 떨어져 있기에 느끼는 내면의 황량한 아픔이 있다.
2부 제주
저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육아 휴직을 결심한다. 새로운 공간인 제주에서 사랑스런 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주려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잔잔하고 소소한 기쁨과 때때로 문득 다가오는 격한 감동을 느낀다.
3부 서울
저자의 가족은 제주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다. '평범함' 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흐른다. 아내를 바라본다. 아내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마음으로 아내를 느껴본다.
...................................................
1부 이집트 - 피라미드
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불멸도, 부도, 권력도 아닌
나의 아내와 딸을 생각한다.
...................................................
2부 제주 - 한라산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를 넘기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있다.
신나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계속해서 소리 지른다.
이것 마저 귀엽다.
구슬처럼 또르르 떨어지는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아빠."
...................................................
3부 서울 – 모드닉
온몸에 따스한 온기가 번져 나가고
입에선 하~ 하는 소리가
허락도 없이 도망쳐 나온다.
아무말 없이 도심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내.
"좋다."
얼굴을 돌려 아내를 바라본다.
예쁘다.
1부 이집트
1. 피라미드
2. 모스토로드
3. 아랍어
4. 수에즈
5. 방
6. 부룰루스
7. 코로나
2부 제주
1. 한라산
2. 전원주택
3. 자전거
4. 유치원
5. 라니시아
6. 페롱페롱
7. 졸업여행
3부 서울
1. 모드닉
2. 뜨개질
3. 카톡
4. 참치
5. 보라색
6. 골프
7. 우리집
프롤로그
제주의 아침.
커튼 틈으로 미세한 빛이 세어 나온다. 그 빛은 나에게 노크를 하듯 나의 눈을 조금씩 뜨게 만든다.
옆에는 곤히 잠들어 있는 딸과 아침이 온 것도 모르고 자는 아내가 있다. 잠에서 깰까 세어 나오는 빛을 가리며 아내와 딸의 꿈속여행을 상상해본다.
조용히 거실로 나와 안개꽃같이 하얀 커튼을 치고 유채꽃 같은 노란 햇살을 맞이한다. 눈을 감고 양팔을 벌린 채 한동안 가만히 서 있는다. 따스한 햇살이 온몸에 스며들며 잠자고 있는 나의 모든 감각들을 깨운다. 지긋이 눈을 뜬다.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인다. 저 바다가 이곳이 이집트가 아닌 제주임을 일깨워준다.
아내와 딸이 깰까 조심스레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정겹다. 땅속에 숨어있다 따스한 햇살을 받아 피어나는 아지랑이처럼 커피포트의 조금한 입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까만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컵안으로 다이빙을 한 커피가루들이 바다와 한 몸이 되듯 뜨거운 물 속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간다.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딸과 아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
한 장소에 같이 있는 시간.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모닝키스를 하는 이 시간.
하지만 나에겐 항상 무엇인가 부족하다.
이렇게 함께 있는데도 더 격하게 붙어있고 싶다.
.............................................…
1부 이집트
1. 피라미드
강렬한 태양.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보다 더 강렬한 무엇인가가 내 눈앞에 있다. 책으로만 보아오던 위대한 작품, 바로 피라미드.
피라미드 매표소 앞엔 사람들의 긴 줄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까만 선글라스에 짧은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백인 커플, 모자를 쓰고 긴 팔과 긴 바지로 온몸을 가린 동양사람들, 그 주변에서 피라미드, 낙타 등 기념품을 팔기 위해 영어로 소리치는 이집트인까지.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공존하는 곳. 전세계에서 이 멋진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달려온 것인가.
황금빛을 닮고 싶어하는 모래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피라미드. 낯선 사막의 모래냄새가 나를 자극한다. 피라미드에 점점 다가갈수록 경외감과 압박감이 나를 짓누른다. 불멸을 꿈꾸었던 파라오가 잠들어 있는 곳. 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불멸도, 부도, 권력도, 아닌 나는 아내와 딸을 생각한다.
.............................................…
2부 제주
1. 한라산
한라산.
섬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제주도를 지키는 산. 그 산 사이 양쪽으로 빽빽하게 서있는 푸르른 나무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나뭇잎. 어서 오라며 손짓하는 듯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천천히 창문을 내린다.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나의 콧등을 스쳐 지나간다. 스쳐 지나간 바람이 아쉽다. 그 바람을 잡기위해 크게 심호흡 하며 맑은 공기를 한 움큼 들이 마신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은 밖으로 내민다. 내 손에 부딪히는 시원한 바람. 이 바람이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잠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를 넘기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있다. 신나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리를 지른다. 조용히 이야기해도 들릴 것을. 하지만 이것 마저도 귀엽다. 구슬처럼 또르르 떨어지는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아빠."
.............................................…
3부 서울
1. 모드닉
병풍처럼 서있는 아파트 숲 뒤쪽으로 눈부시게 하얀 옷을 입은 커피숍이 있다. 숲 속에 지어진 성의 문만큼이나 큼지막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을 열자마자 부드러운 커피향과 빵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이 기분을 즐겁게 만든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메리카노가 담긴 큼직한 머그잔을 들고 야외로 향한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싫지가 않다.
온기를 느끼기 위해 두 손으로 꼭 잡은 머그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따뜻한 김이 얼굴을 감싸고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 입안으로 들어간다. 온몸에 따스한 온기가 번져 나가고 입에선 하~ 하는 소리가 허락도 없이 도망쳐 나온다.
아무말 없이 도심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내.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좋다."
아내의 그 한마디에 지난날이 스쳐 지나간다. 제주도에서의 1년 반 동안의 생활. 격하게 붙어 있고 싶어 갔지만 아내에게는 힘들었을 그 시간.
제주도 모슬포. 서울생활을 접고 우리가 1년 반 동안 붙어있던 곳이다. 저녁8시만 되면 하나 둘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어두워진 집 주변은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문명의 세계와 동떨어진 그곳.
그곳에서 벗어나 다시 도심 속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안도감. 친구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고 먹고 싶은 것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행복감. 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굴을 돌려 아내의 얼굴을 쳐다본다.
예쁘다.
살며시 웃고 있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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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서울
7. 우리집
1층.
엘리베이터를 탄다.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2, 3, 4,....8에서 숫자가 멈춘다. 문이 열리고 우리집 앞 현관문 번호를 누른다.
...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그 환호에 응답한다.
"시아 아빠 왔다. 여보 나 왔어"
아내를 닮은 예쁜 꽃이 그려져 있는 앞치마를 입고 요리를 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인다. 한 손은 후라이팬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뒤집개를 잡은 채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손가락만한 삼겹살을 볶고 있다. 채를 썬 뽀얀 양파, 많이 부끄러웠는지 더 홍당무가 되어버린 당근, 파릇파릇한 조금한 파까지 아내가 만드는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한다.
아내 옆으로 간다. 얇고 하얀 손에 매달려 있는, 달콤한 간장 양념이 배인 삼겹살이 내 입으로 다가온다.
"진짜 맛있다. 역시 자기가 해주는 음식이 최고야."
아내의 멋쩍은 웃음이 더 예뻐 보인다.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한다. 사랑한다고.
우리만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하얀 시스루 커튼을 치고 식탁에 앉는다. 왼쪽에는 아내가, 맞은편에는 시아가. 매일 보며 매일 같이 먹는 저녁이지만 이날만큼은 특별하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줄넘기를 한 이야기를 하고, 집안일을 하며 힘들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회사에서 몇 시간이고 진행되었던 지루한 미팅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 하고,
시아의 공부를 봐주고,
시아와 함께 책을 읽고,
시아의 이불을 덮어준다.
"잘자 내사랑"
"아빠도 잘자."
이렇게 먼저 꿈나라로 떠난 시아. 하지만 아내는 본업무를 마치고 야근을 준비한다. 푹 꺼진 오래된 소파에 앉아 눈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손을 움직여 예쁜 뜨개꽃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아내. 시아를 돌보느라, 집안일을 하느라 지친 몸을 뜨개질에 맡긴 채 깊은 밤을 보낸다.
"나 먼저 잔다."
"응 잘자."
평범한 삶.
이것을 아내는 원한 것 같다.
내가 옆에 있고,
같이 저녁을 먹고,
조용히 밤을 보내는,
이집트로 떠났던 시간이 아닌,
제주도에 함께 있었던 시간이 아닌,
우리 손으로 마련한 첫 우리집에서의 평범한 삶이
아내에게는 제일 필요했나 보다.
그저 평범하게 그곳에서 서로 떨어지지 말고
격하게 붙어있기를 바랬던 건 아닐까.
작가정보
저자(글) 장광영
세계여행의 꿈을 품은 사람, 한 여인의 남편, 한 가정의 아버지, 평범한 직장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이집트 등 다양한 국가들에서 플랜트 시운전 엔지니어로 13년을 일했다.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1년 반 육아 휴직하며 제주에 살았다. 일, 가정, 여행 속에서 느낀 다채로운 감정들을 진솔히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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