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행복수업
2024년 05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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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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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_ 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가장 예쁜 봄이 오고 있다 / 가만히 서투르게 / 순한 시의 물길 /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 고통 없는 웃음이 어디 있겠어요 / 흔들려야 안 무너져요 / 저녁이라도 편히 보내야 하잖아요 / 남한테 잘하는 것, 오직 그게 남는 거예요 / 아름다움의 끝은 항상 ‘나’가 아닌 ‘너’
2부_ 나는 왜 이다지도 작은가
후회해도 괜찮다 / 그 초록을 보려면 거리를 지켜야 해요 / 함께 뛰어든 운명 / ‘내가 떠난 세상’을 그려보세요? / 선생님, 우정이 뭘까요? / 그걸로 충분한 사랑이었다 /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우리는 예쁘지 않아도 예쁜 사람이 돼야 해요
3부_ 어른의 사랑은 어떤 얼굴로 오는가
모든 너는 배려를 원합니다 / 가로등 불 꺼지듯, 죽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 좋은 시에는 습기가 있고 반짝임이 있답니다 / 여든의 사랑은…… 부지런한 사랑이에요 / 시도 인생도 모이스처가 중요해 / 지수도 살면서 숱하게 전쟁을 겪었다 / 마음속에 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미워하지 마, 또 볼 사람이니까
4부_ 결핍의 얼굴들
이름처럼 예쁘게 피어날 거야 / 그런데 슬픔은 좀 미뤄둡시다 / 창작은 밥을 칼로 찌르는 것 / 결핍과 기쁨을 감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 함지박에 곡식 쌓이듯 / 선생님, 마음이 무엇인가요? / 고난이 시비를 걸거들랑, 무조건 반대로 하세요
5부_ 또 와, 자주 와, 틈만 나면 와!
울다가 웃다가 그리고 끝났다 / 매사 주저앉으면 젊어도 노인이지 / 돈을 주고도 왜 물리셨어요? / 네 인생은 여기서 망했다, 그러니 스톱해라 /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 나는 약하다, 나는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 옛사람인 태주는 계속 새 옷을 입고 새로 태어난다 /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죽어서 잘 살았다
6부_ 그냥, 살면 돼요
복수초야, 깽깽이풀아, 다녀올게 / 태주와 함께 ‘이어령길’을 걸으며 /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 회복의 시작은 약해지는 걸 인정하는 것이거든 / 외로워 마라, 틀려도 된다 /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 자식은 누구를 위해 낳는 걸까요? / 나는 그 굶주림을 선용했어요 / 그냥, 살면 돼요
7부_ 삶에 작은 역경을 초대하고
생명체가 다 떨림이니까 / 떨림이 곧 삶이잖아요 / 봄맞이꽃처럼 / 사랑하려면 피해줘야 한대요 / 물어보세요, 마음을. 아직도 너한테 내가 필요하니? / 우리는 계속 서투른 존재예요 / 좋은 일에 우세요, 꽃 보고 울고 구름 보고 우세요 / 애쓰지는 말라던 태주와 억지로 하라는 태주
8부_ 내가 세상에 나와 꼭 해야 할 일은 ‘억지로라도 행복하기’
키 작은 정원사 / 오늘은 태주와 만나기로 한 마지막 날 / 오늘이 마지막 시간인데, 답을 찾았어요? / 나는 고물 장사예요 / 돈이 예뻐질 때 / 어떤 삶을 동경하셨어요? / 시가 아니면 밥으로도, 밥이 아니면 돈으로도 / 서울로 가서도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흘러서 바다에 닿거라_ 나태주
“나태주의 시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나는 압니다. 군림하지 않잖아. 업신여기지 않잖아요. 다 안쓰럽게 여기잖아요.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곁에 오면 나는 살갗이 부들부들 떨려요. 역한 감정이 습자지처럼 배어 나와.”
예쁘지 않아도 예쁜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했다. 높은 곳에서 끼리끼리 놀고 싶어 하는 잘난 사람이 아니라 아래서 뿌리처럼 엉켜 사는 예쁘지 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p.91
‘한밤의 까마귀가 눈에 보이는지, 한밤의 까마귀 소리가 귀에 들리는지…….’ 이어령 선생과 ‘운명의 감촉’에 대해 나누던 이야기를, 이제 나태주 선생과 하고 있었다.
계절이 왔지만 알지 못하고, 새가 울지만 듣지 못한 채로…… 자연이 끼워주는 시간의 책갈피 같은 것들을 우리는 다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주파수들도 잡지 못하고.
대체 우리는 얼마만큼 모르고 사는 걸까. 이 세계의 전모를 우리가 다 알 수 없다는 것, ‘모른다’는 자각에 신선한 전율이 느껴졌다. 태주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느끼고 가면 돼요. 아는 것도 모른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 그게 시인의 능력이지요. 대추 한 알을 앞에 놓고, 장석주 시인이 그 속에 고인 벼락도 보고 초승달도 보고. 허허. 열매 한 알 그저 한입에 털어 넣으면 그만인데…… 느껴보는 거예요, 모르는 이야기를.”
p.101
“습윤이라는 게 있어요. 좋은 시에는 습기가 있고 반짝임이 있답니다.”
“모이스처네요. 물광 같은 건가요?”
“네. 모이스처예요.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에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도 습기가 있고 물기가 있어요.”
“습기와 물기는 언제 생기나요?”
“솔직할 때 생깁니다.”
지수는 태주를 보면서 늘 솔직의 경지가 어디까지인지 감탄하곤 했다.
“저도 솔직하고 싶지만, 나의 솔직을 감당할 수 있는 너가 있을까, 늘 염려스러워요.”
“솔직은, 그런 것조차 다 포기하는 데서 와요.”
p.102
어쩌면 인생의 코너마다 극기가 아닌 포기를 택했기에, 태주는 스님도 교수도 ‘루저’도 아닌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예쁘게 보고, 예쁘게 말하는 시인. 고개를 떨군 풀포기 하나 업신여기지 않는 시인.
p.105
“……수많은 포기로 얻은 여든의 사랑은 어떤 모습입니까?”
동심원처럼 큰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여든의 사랑은…… 부지런한 사랑이에요.”
“부지런한 사랑이라…….”
“아내가 앉아서 오줌 누라고 하면 앉아서 얌전히 오줌 누고. 목욕하라고 하면 목욕하고 옷도 깨끗이 입고.”
“순한 아이의 사랑이군요!”
“그럼요. 포기의 정점이죠, 여든의 사랑은. 양말도 뒤집어서 벗지 않고. 이불 속에 식탁 아래 벗어 던지지 않고. 그게 사랑의 시작이에요. 시인의 바른 자세죠.”
p.109~110
함께 석양을 음미하거나 별을 보진 못했지만, 멀리 뜬 낮달이나 강물에 반짝이는 물별을 향유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태주는 아침의 남자였기에 저녁 무렵이면 성예가 기다리는 집으로 갔다.
그러나 낮 동안 태주의 우정에는 늘 설렘이 동행했고, 태주 자신이 먼저 수줍어 얼굴을 붉히거나 긴장이 배어 나오는 웃음으로 사랑의 채도를 맑게 유지했다.
태주는 공주의 자랑이었고, 공주는 태주의 자랑이었다.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공손한 공주 품에 태주라는 ‘예쁜 씨앗’이 날아들었기에, 도시는 더 울창해지고 환해지고 가까워졌다.
p.126
“우리는 누구나 진심을 들키고 싶어 해요. 진짜 마음은 순전하게 발굴되길 원하죠. 외로운 마음도, 멜랑콜리한 마음도 다. 우리의 과제는 이거예요. 자기 마음을 변형시키지 않고 일그러뜨리지 않고 그대로 꺼내는 것. 그런데 그냥 꺼낼 수는 없어요. 언어로 옷을 입혀 꺼내야 해요. 마음은 아메바처럼 계속 움직여요. 그 마음을 가만히 고정시켜서 느껴야 합니다. 냄새도 맡아보고 소리도 들어보고 촉감도 느껴보고…… 그런 다음 언어의 옷을 입혀서 사악 빼내야죠.”
p.155~156
태주와 함께 ‘이어령길’을 걸으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상념에 사로잡혔다.
지수에게 이어령은 크고 명료한 생각의 스승이었고, 나태주는 웃기고 다정한 느낌의 아버지였다. 이어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동작이 컸고 나태주는 희극 배우처럼 표정이 변화무쌍했다. 이어령의 눈은 예지로 번뜩였고 나태주의 눈은 물기로 촉촉했다.
이어령은 평생토록 죽음과 나와 우주를 탐구한 넉넉한 에고이스트였고, 나태주는 평생 너와 꽃과 사랑에 몰두한 로맨티스트였다. 이어령은 진선미의 높은 언어를, 나태주는 의식주의 생활 언어를 사용했으나, 둘 다 영성을 통과하는 은유의 달인이었다.
어휘의 총량이 무한대인 지식인과 기억의 총량이 무한대인 시인 사이에서 지수는 전극이 다른 경이를 느꼈다. 두 사람 다 충청도 사람이었고 유머가 풍부했고 키가 작았다. 무엇보다 남겨질 후대를 지극히 사랑했다.
p.201~202
“회복의 시작은 약해지는 걸 인정하는 것이거든. 약한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거죠. 시름시름 앓다 죽을 먹고 기운 차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플 때도 도울 수 있습니다. 이치가 그래요. 죽이 있어서 나는 앓는 걸 피하지 않아요. 약해져도 괜찮고 저자세로 살아도 나쁘지 않더라고.”
p.213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작가 김지수와
‘풀꽃시인’ 나태주의 봄 한철 행복수업
“태주는 잠시나마 지수가 ‘이어령이라는 생각의 우산’에서 빠져나와
온전히 쏟아지는 감정의 비에 젖기를 바랐다.
생각의 물꼬가 아니라 느낌의 물길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치기를.
더 보드라와지고 더 풀어지고 더 자유로워지고
더 거침없이 흘러가기를.
‘놀다 올게요.’ 명랑한 인사와 함께.” -서문에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작가인 ‘인터스텔라’ 김지수와 ‘풀꽃시인’ 나태주의 인터뷰 에세이 『나태주의 행복수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23년 2월부터 5월까지 매주 월요일, 서울 사람 김지수가 공주의 풀꽃문학관을 찾아가 써 내려간 봄 한철의 여행기이자 행복한 수업의 결과물이다. 또한, ‘풀꽃시인’ 나태주와 김지수가 세대를 초월해 ‘상대방을 살린’ 우정의 기록이자, ‘너무 애쓰다 지친’ 모든 어른에게 바치는 가장 촉촉하고 다정한 응원가이기도 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공주의 작은 마을에서 ‘키 작은 정원사’ 태주를 만나 그가 풀꽃문학관에서 정성껏 돌보는 꽃들과 같이 윤슬 같은 희망을 받아먹고 다시 피어나는 마법을 보게 될 것이다. 이어령 교수가 함께한 라스트 인터뷰집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뒤를 잇는 책으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죽어가는 스승이 어둠의 사선에서 나눠준 ‘밤의 전리품’이라면 『나태주의 행복수업』은 뜨는 해를 바라보며 매일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아침의 편지’”다.
‘행복의 정수’를 좇아
가장 예쁜 변두리로 떠나는 인생 여행
“산다는 건… 말이지요.
매우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거예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예쁘게 보고, 예쁘게 말하는 시인. 고개를 떨군 풀포기 하나 업신여기지 않는 시인’으로서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너’와 낮은 곳에 존재하는 모든 보통 사람들을 위해, “하루하루 널을 뛰며 사는 당신과 나를 위해, 우리 시대 가장 촉촉한 어른이” 목이 터지도록 여덟 곡의 응원가를 이어 부른다. ‘저자세는 아무도 외롭지 않도록 만드는 가히 미친 마음’이기에 나태주는 스스로부터 가장 낮고 구석진 자리에 내려놓아 자신의 풀꽃들을 돌본다. 도자기를 빚는 사이좋은 부부, 길고양이가 노니는 뜰, 정성 들여 담아낸 단정한 밥상이 있는 ‘가장 예쁜 변두리’, 공주에서 “끈질긴 ‘자기 모멸’의 감정을 빈틈없는 다정으로 쫓아내는” 나태주의 응원가는 생의 구석구석 숨겨진 ‘행복의 정수’를 찾아내게 한다.
우리가 만날 가장 예쁜 봄을 안고
나태주 시인의 행복수업이 찾아옵니다.
“처음 본 듯 봐야 예쁘게 보입니다.
작년 봄은 이미 지나간 봄이고
내년 봄은 아직 안 온 봄이니,
나하고 관계없어요. 지금 오는 봄이 내 봄이에요.
그대와 같이 맞이한 첫봄이죠.
여지껏 만나본 봄 중에, 가장 예쁜 봄이 오고 있어요.”
나태주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서 더 나아가 『나태주의 행복수업』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는 말아야 하지만, 억지로라도 행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지 말라는데도 가고 싶은 길을 가고, 하지 말래도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을 하고, 기어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향해 달리고, 경계를 지키며 늘 ‘너’를 향해 머리를 두는 이 자유롭고 안전한 어른”. 나태주가 이렇게 ‘억지로’ ‘기어이’ 자신의 희망을 좇아 온 모습처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는 말라’던 태주와 ‘억지로 하라’는 태주는 알고 보면 한통속이었다.” 누군가를 예뻐하는 눈길도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예쁨의 본질은 ‘너의 예쁨’에 있는 게 아니에요. ‘나의 의지’에 있는 거지. 너를 예쁘게 보려고 애쓰는 나. 그래서 억지로, 힘을 내서 노력하는 거예요. 이치가 그렇습니다. ‘예쁘다’고 하면 예뻐지는 거니까.” “소나기에 흠뻑 젖고 되는 거 하나 없는 날도, 그날이 내 날이다. 그날을 보듬어줘야 다음 날이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 나태주가 ‘너’와 ‘삶’을 바라보는 다정하고 촉촉한 시선은 서울 사람 김지수를 무장 해제시켰을 뿐 아니라 여느 독자들에게도 가닿아 마음을 흠뻑 적셔 풀어지게 할 것이다.
작가정보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전선의 인터뷰어. 질문하고 경청하고 기록하며 기자의 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진행한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국내외 석학들의 지혜가 모이는 최적의 인문학 플랫폼으로 명성을 얻으며, 누적 조회수 2,300만을 돌파했다. 떨림과 울림을 잇는 인터뷰를 천직이라 생각하며,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떨리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스스로 자부하는 가장 큰 탤런트는 정직과 의존성이다. 패션지 〈보그〉와 디지털 미디어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로 오래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일터의 문장들』 『자존가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위대한 대화』 등이 있다.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 등 190여 권을 출간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 「풀꽃」을 발표해 ‘풀꽃시인’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2014년부터는 공주에서 ‘나태주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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