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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발견

김종광 지음
마이디어북스

2024년 06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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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0.94MB)
ISBN 9791193289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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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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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완곡어법의 재미와 묘미를 200% 담아낸 ‘힙’한 사투리의 매력!
모든 게 펄펄 살아 숨 쉬는 ‘김종광’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장르의 정점!

입에 착착 감기는 충청도 사투리와 뻔하지 않은 입담으로 한국 소설의 한 축을 지탱해온 김종광 작가가 새로운 소설집을 출간했다. 코로나19 무렵부터 발표한 아홉 편의 소설이 수록된 『안녕의 발견』은 충청도 안녕시에서 이렇게 저렇게 좌충우돌하면서 어깨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0대 청년회장이 10년 넘게 막내 노릇을 하고, 60대 이장이 물려줄 사람을 찾지 못해 의도치 않게 독재 권력을 누리며, 80대 노인들이 무기를 들고 동네 치안을 담당하는 안녕시는 다문화가정이 한문화가정을 압도하는 ‘지금 여기의 시골’이다. 작가는 아름답게 가공된 시골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욕쟁이 할머니들끼리 기 싸움을 벌이고, 주정뱅이 망나니와 양아치에 동네가 쑥대밭 되고, 여의도 못지않게 치열한 정쟁이 펼쳐지는 그런 곳이 작가가 말하는 진짜 시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사람은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대동단결을 이루고 무심한 척 온 신경을 쏟아붓는 사람들, 그러니까 충청도 안녕시는 어지간한 도시보다도 더 박진감 넘치는 ‘힙’한 공간으로서 김종광 소설의 세계관으로 자리한다.
‘설마?’ 싶은 일들이 아무렇게 않게 벌어지는 놀라운 재미와 휴머니즘, 충청도 완곡어법의 공간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암소가 술 마신 집
어린애를 지켜라
우리 소풍을 위하여
알아야 면장을 하지
시골 악귀
71년생 향토맨들
토론 배우는 시간
뭐라도 배우는 시간
농사는 처음이지?

해설 삶을 소설로, 소설을 삶으로 _신수진
작가의 말

양순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식 집을 옮겨 다녀야만 했다. 자식들은 양순을 모시는 일주일을 지옥처럼 여기는 듯했다. 다른 집으로 갈 때 보게 되는 자식의 환한 미소는 상처에 뿌린 소금 같았다. 해방된 조국의 기쁨이 바로 저렇겠지. 양순에게는 모든 자식 집이 지옥 같았다. 일주일을 견뎌도 해방될 수도 없었다. 4주째가 되었고 자식들이 이번엔 어느 집부터 모실지를 두고 제비뽑기를 했다.
양순은 신실에게 전화했다.
“이젠 그만 풀면 안 되겠니?”
“난 전화 한 통 없길래 자식들하고 잘 사나 했지. 내가 무슨 화가 나. 난 너 생각해서 보낸 거야. 자식들하고 잘 살라고.”
“너는 자식들하고 살아본 적 있어?”
“없지, 미쳤냐.”
“너는 돈이라도 있었지. 난 거지야.”
“그래도 꾹 참고 살아야지.”
“나 진짜로 심각해. 데리러 와줘. 세 시간 안에 안 오면 뛰어내릴겨. 여기 십 층여.”
신실은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숙맥 같은 년. 제 자식들하고도 못 살아.”
윤유가 물었다.
“어머니는 살 수 있어요?”
“너랑 잘 살잖아.”
“저는 친자식이 아니잖아요.”
“왜 친자식과는 못 살고 의붓자식과는 살 수 있는 걸까?”
“그게 인생 아닌가요?”
“인생 아는 척 마라. 팔십 년 살아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가자, 사람 살리러.”
- 〈암소가 술 마신 집〉 중에서

안다수? 갑자기 안다수가 뭐야? 삼다수, 용천수 같은 건가?
다른 노인네들이 멍때리자, 이덕순이 거들었다.
우리 역경리에 어린이가 한 명뿐이잖아요. 그 어린이 이름이 안다수예요.
아, 그 범골에 광버섯하고 베트남댁 사이에 초등학교 다니는 애 말하는겨?
난 두세 명 더 본 것 같은데? 걔들도 좀 가무잡잡한 것이 다문화 같았어.
걔들은 안다수 언니 안다미, 오빠 안다석(07년생)인데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에요.
광버섯이 안씨였구만.
이덕순이 정리했다.
그러니까 지금 어르신들이 무슨 계시를 받는 꿈을 꿨다 이거잖아요. 동네 어린이를 지키라는. 근데 이거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표절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드라마에서 왜 저승사자 같은 괴물이 나타나서 언제 너를 데려갈 거니까 기다려라 하고 사라졌다가 정말로 그날 딱 나타나서 데려가거든요. 그게 원래 웹툰 스토리였다니까 고로 만화 같은 얘기네요.
전혀 다른 얘기 같구먼. 우리 꿈은 지키라고 했다니께. 데려가겠다는 게 아니라.
- 〈어린애를 지켜라〉 중에서

싸가지 없이 말 끊어 송구한데, 내가 우리 동네에 태양광 1호 설치 집이요. 업자들한테 돈 받은 것도 없는데 내가 약 팔고 다녔소. 약 판 대가로 어느 집네가 설치하기로 하면 패널 한 개당 만 원씩 준다고 하대요. 그 돈 몇 푼 때문에 입 아프게 떠들고 다녔냐? 아뇨, 오로지 애국심으로다, 같이 전기세 아끼면서 살자는 취지로 선전했다고요. 난 진짜 이해가 안 갑니다. 태양광 이유 없이 반대하시는 분들. 애국심 부족한 거 아닙니까?
애국심이라니? 멧돼지 고라니 운우지정 나누는 소리네.
- 〈알아야 면장을 하지〉 중에서

내 영감은 바람둥이 평생 내 속 썩였지
영감 죽고 편히 살지 영감 약 오르지
뒤늦게 글자 배우지
일기 써보니 꿈만 같지
자식한테 편지 쓰고 사진 찍어 보내는 재미 오지지
- 조막순

내 며느리는 동남아에서 와서 거무잡잡하다
손자가 스물 되면 내 아들은 칠십 된다
손자가 스물 되면 나는 구십이다
손자 생각하니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
며느리 텔레비전에 나오는 고향 보고 울 때 나도 덩달아 운다
- 버섯댁

두 동문의 글 말고도, 하나같이 뭔가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읽힌다는 나태주라는 사람의 시집을 읽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연애시라는데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못난 독자일 테지만, 책값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한글도 제대로 못 쓰는 할머니들의 글 그림은 마음을 울리는 걸까. 남의 일 같지 않은, 나도 잘 아는 일들이 쓰여 있었다. 저걸 쓰느라고 글자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애쓰던 모습이 선했다.
- 〈뭐라도 배우는 시간〉 중에서

이날 저녁은 이장네 바깥마당에서 먹었다. 이장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소고기를 사 오고 회를 푸짐히 떠 왔다. 학생들을 가장 많이 부려먹은 놀부-폭우 끝나고 들깨를 또 한 번 심었다-를 비롯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던 대농가 주인들이 마실 것, 먹을 것을 잔뜩 가져왔다. 학생 일꾼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던 태평농, 큰면도 왔다. 거동이 가능한 동네 노인도 한둘씩 스며드니 잔치판이 되었다.
늙은이들은 다투어, 젊은이들 때문에 두 달 동안 얼마나 동네가 밝았는가를 골자로 중언부언했다.
학생들도 한마디씩 하는 순서가 있었다. 으뜸 별쭝맞은 소리가 이랬다. 농촌엔 챗지피티가 뽑아준 답처럼 뻔한 게 없더라고요. 도시 토박이인 저한테는 다 전위적이었어요. 저는 농촌은 ‘고요한 바다’ 같은 곳인 줄 알았거든요. 알고 보니 모든 게 펄펄 살아 숨 쉬는 역동의 현장이더라고요. 챗지피티도 농촌에 대해서는 절대로 뻔한 정답을 낼 수 없을 겁니다.
- 〈농사는 처음이지〉 중에서

“여보게들, 황진이가 백 번 쓰다 버린 개짐 같은 년이 왔네. 
암소집에 웬 똥물에 튀긴 꽈배기 같은 년이 들어앉았어.”

만렙 욕쟁이 할머니부터 주정뱅이 망나니에 보이스피싱 범죄단까지,
더 이상 연예인이 웃고 떠들며 힐링하고 먹방하는 시골은 없다!

자연인의 인기가 드높다. 타락한 도시를 벗어나 공기 좋고, 물 좋고, 조용한 자연 속 공간에서 매일 같이 아침을 맞는 그들의 모습을 동경 어린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자연인까지는 아니라도 좋다. 한적하고 인심 좋은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러나 여기 그런 도시인의 환상을 산산이 깨부수는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김종광. 벌써 7권의 소설집과 10권이 넘는 장편소설을 펴낸 베테랑 소설가다.
김종광 소설의 세계관은 충청도에 위치한 작은 동네 ‘안녕시’이다. 한때 광산업의 열풍을 타고 수많은 외지인이 몰렸던 안녕시는,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농사직불금과 화력발전소 일자리에 의존해 겨우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그 빈자리를 늙어서도 늙을 수 없는 노인과 외국인들로 채운 안녕시는…… 시끄럽다. 시끄러워도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니다.
육탄전을 서슴지 않는 욕쟁이 할머니는 기본이다. 허구한 날 술에 취해 동네 잔치에 모인 노인들을 보고 “고려장 파티구나야!” 하는 망나니는 옵션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다수가 된 지는 오래고, 그 조그만 동네에서도 머시기 당과 보시기 당으로 나뉘어 서로 못 잡아먹는 건 예삿일이다. 거기에 도시에서 배운 젊은것들이 들어와 뿌리 깊은 유교 관습을 뒤흔든다.
그렇게 작가는 말한다. 늙었지만 도시보다 다이나믹하고, 느리지만 그만큼 오래 물고 늘어지는 게 진짜 시골이라고.

“농촌엔 챗지피티가 뽑아준 답처럼 뻔한 게 없더라고요.
알고 보니 모든 게 펄펄 살아 숨 쉬는 역동의 현장이더라고요.”

충청도식 완곡어법의 재미와 묘미를 온전히 담아낸 클래식 문학의 힘
챗지피티도 정답을 알 수 없는 톡톡 튀는 ‘힙’한 사투리 입담

충청도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상대가 말의 의중을 알아채면 다행이고, 못 알아들으면 그런대로 무시하면 된다. 그래서 김종광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 같이 겉과 속이 다르다.
이문구 작가의 소설 「암소」의 후사격인 「암소가 술 마신 집」에는 주인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세경을 떼였던 박선출과 그의 부인 신실 이야기가 나온다. 훗날 신실은 남편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와 옛 주인집을 매입하게 되는데, 귀향하자마자부터 욕쟁이 동네 할머니와 각을 세우며 온갖 비속어를 내뱉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동네 대소사를 모두 챙기며 결국 안녕시민의 일부가 되는데, 이는 ‘말’이라는 껍데기보다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시골 권력 지도와 행정 집행의 진수를 보여주는 「알아야 면장을 하지」는 첨예한 갈등 앞에서도 결코 격식을 잃지 않는 안녕시 어른들의 면모를 보여준다. 듣기 싫은 상대방의 의견엔 점잖게 “멧돼지 고라니 운우지정 나누는 소리”라며 무시하고, 그 치열하던 정쟁도 밥때가 되면 칼같이 그만두는 대화합의 면모를 보인다. 「토론 배우는 시간」, 「뭐라도 배우는 시간」 역시 충청도 사투리의 ‘힙’함을 잘 드러내는 소설이다. 책 많이 읽는 분이라며 소개를 받자 주인공 기분은 “도서관이 웃다가 사레들릴 소리”라며 손을 휘젓고, 목에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에겐 “근력들 좋으시네”라며 칭찬을 던진다. 피 터지게 싸우는 와중에도 해학과 유머를 포기할 수 없는 원조 충청도인들의 본능이 여기저기 묻어 나는 소설집, 『안녕의 발견』이다.

“우리는 모두 치고받고 싸우며 웃고 울리는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부당하고 불편한 현실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독하게 살아내온
무명씨들의 저마다 파란만장한 이야기

그런데 묘하다. 분명 도시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억세고 드센 충청도 안녕시민의 삶을 기록했는데, 이상하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따뜻하다. 평생 드잡이해온 친구 사이에 표준어로는 설명하기 힘든 우정이 오가고, 술만 마시면 동네 사람들을 못 살게 구는 망나니에게서 눈물처럼 뜨거운 회한이 느껴진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오히려 불편한 관계로 얽힌 세 여자가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과정은 ‘진짜 가족’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준다.
김종광 소설의 주인공은 ‘변방의 사람’들이다. 안녕시에서 콧방귀 좀 낀다는 71년생들은 끝내 도시에 정착하지 못한 토박이들이고, 경제 주도권을 거머쥐고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세대는 머나먼 땅에서 국제결혼으로 들어온 외지인과 그의 자녀들이다. 지식인의 삶을 살다 귀농해 토박이보다도 더 거칠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감 죽고서야 한글 떼고 졸업 가운 입는 할머니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다. 이 소설은 도시보다 모든 게 부족한 시골에서, 오히려 도시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하게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척박한 그들의 삶은 결국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지’가 아니라 ‘그래도 사람은 살아야지’로 귀결된다. 「우리 소풍을 위하여」는 하는 짓은 밉지만 누구보다도 가슴은 뜨거운 국제결혼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더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많은 것을 잃고 사는 도시인들의 사고를 반성하게끔 한다. 「어린애를 지켜라」는 작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는 팔십 넘은 노인들의 결기를 통해 진짜 어른의 자세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하고, 「농사는 처음이지?」는 역동적인 시골 농사 풍경과 대학생들의 콜라보를 시연하며 도시와 농촌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충청도 문학의 맥을 잇는 김종광 소설가의 일곱 번째 소설집이다. 그 긴 시간과 꾸준한 집필 속에서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은 더욱 강화되었고, 사투리는 더욱 맛깔스럽게 진화했다. 시쳇말로 ‘힙’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진 우리네 감수성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가장 핫한 MZ템으로 변화했듯,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그대로의 시골을 긴 시간 끈질기게 직시한 김종광의 소설에서 우리는 새로운 ‘힙’함을 느끼게 된다.
그 ‘힙’한 소설집의 제목은 「안녕의 발견」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종광

1971년 보령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했다.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성공한 사람』 『안녕의 발견』이 있다.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똥개 행진곡』 『왕자 이우』 『별의 별』 『조선통신사』 『산 사람은 살지』,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기타 『광장 시장 이야기』 『따져 읽는 호랑이 이야기』 『조선 청소년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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