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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상회

유키 하루오 지음 | 김은모 옮김
블루홀식스(블루홀6)

2024년 06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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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18MB)
ISBN 979119314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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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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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방주』로 한.일 추리소설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유키 하루오의 『교수상회』가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국내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상회』는 다이쇼 시대의 독특한 분위기가 잘 녹아든 본격 미스터리다. 비밀 결사인 ‘교수상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라야마 박사가 살해당하고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유족은 무라야마 저택을 털었던 도둑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서장
1 살인사건
2 의뢰
3 어떤 기억과 습격사건
4 용의자 집회
5 수혈
6 조사
7 다시 살인사건
8 다시 습격사건
9 해결
종장

첫 문장
“전쟁이 시작됐는데, 이건 바람직한 사태일까?”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무심하게 말했다.

“뭐, 이제부터는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생기겠지. 나는 한동안 유럽에 있겠지만 말이야. 무라야마는 일본에 큰 저택을 지을 생각이래. 일본에서는 이렇게 좁은 곳에서 모임을 열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군. 그의 경력과 지위라면 세계 어디서 누구를 초청해도 수상쩍지 않을 테니, 잘 됐어.”
“그래도 돌아간다니 참 아쉽군. 이것저것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재미있는 연구를 한다면서?”
“저어, 다들 알고 나만 모르는 일이라면 미안합니다만.”
매부리코 남자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무라야마 박사는 어느 무라야마 박사를 말하는 겁니까?” p12

“경찰이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아무 말이나 적당히 늘어놓지 않도록 머릿속으로 준비를 해둬요.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안 돼요.”
“생각해둘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달리 숨겨야 할 일은.”
“누가 그런 소릴 했다는 거예요? 뭔가 속이거나 숨기는 걸 문제시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경찰에 적당한 소리를 늘어놔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거라고요. 박사와 어떤 관계였는지, 그리고 어젯밤에는 뭘 했는지 분명 그런 질문을 할 테니 똑바로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라는 거예요.” p39

자신이 뻗친 수사의 손길 밖에서 체포된 그 도둑의 얼굴을, 니시카와는 재판 때 멀찍이서 한 번 보았을 뿐이었다. 유리를 깎아서 만든 것처럼 미남이었으며, 범행 당시 상황을 아주 세세하고 정확하게 진술했다는 것만이 인상에 남아 있었다.
잊어버렸던 그 도둑의 이름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니시카와는 진저리를 한 번 치고 나서 무라야마 저택에 가기 위해 일어섰다. p67

“저는 고도 박사도 한때 교수상회에 가담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심경이 바뀌어서 숙부님이 돌아가신 후 교수상회를 고발하기로 마음먹은 게 아닐까요?”
“과연.”
분명 전향한 것이다. 부인이 가져온, 고도 박사의 살해를 촉탁하는 편지 내용으로 판단해도 그렇게 받아들여야 자연스럽다. 하스노와 내가 질문을 그치자 부인은 열성적인 태도로 말했다.
“그런 연유로 하스노 씨께 부탁이 있는데요.” p107

“어떠세요? 의뢰를 받아주실 수 없을까요? 범인은 제 주변에 있어요. 생판 보지도 못한 도쿄 시민 수백만 명 중에서 찾아달라는 게 아니에요. 하스노 씨라면 분명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실 거예요.” p115

“뭐 하세요? 내내 묘한 상의만 하시고……, 경찰이 이상하게 생각할 겁니다. 무슨 이야기예요?”
“당신하고는 관계없는 일이에요.”
미나카미 부인이 즉시 대꾸했다. 서생은 물고 늘어졌다.
“가르쳐주시면 뭐 어때서요? 제 입장이 돼보시라고요. 같이 생활하는 집에서, 살인사건 용의자들이 이마를 맞대고 뭔가 상의하면 걱정되는 게 당연하잖아요. 이러다가는 제가 경찰에 상담해야 할지도 몰라요.”
“경찰과 상담해야 할 것 같으면 꼭 그러도록 해요. 지금 이 자리에는 친숙하지 않은 손님도 계세요. 사건이 일어났다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건 도리가 아니에요.” p198-199

“그날 밤, 누가 우리를 보지는 않았겠지?”
“대합찻집의 여급은 봤지. 그래도 이름을 대지는 않았으니 괜찮아. 당신, 경찰과 무슨 일 있었어?” p276

“그런데 본인이 범죄자가 되면서까지 범죄자를 밝혀내야 할까? 범죄라는 건 애당초 정부가 정한 개념이지? 그리고 무정부주의자는 정부를 없애버리려고 하고? 무정부주의는 그렇게 뒤죽박죽인 사상인가? p361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건 불철저야. 인간을 싫어한다면서 산속에 혼자 살지는 않는 불성실함이지.”
“아, 아니, 혼자 살 겁니다, 이 녀석은. 그런데 제 일이나 미네 짱 일을 부탁해서 명색만이라도 저희 같은 생활을 시키고 있는 거죠.”
이모부가 미덥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카와는 경멸 어린 표정으로 미네코와 이모부를 보았다.
“그것 봐. 하스노 군의 정신에는 자네들 같은 인간에게 생각이고 행동이고 좌우되는 치명적인 빈틈이 있는 거야. 실로 한심한 일이지. 하스노 군, 자네는 전혀 자기 자신의 정합성을 갖추려 하지 않아. 정신을 수미일관시킬 마음이 없지. 그 자가당착을 알고, 충분히 해소할 능력이 있는데도 말이야. 그런 인물은 많지 않아. 자네는 서양의 탐정소설 속 탐정처럼 경찰보다 빨리 범죄자를 찾아내는 재주가 있는 것 같더군. 하지만 결국 범죄자를 경찰에 넘겨서야, 경찰 입장에서도 범죄자 입장에서도 이치에 맞지 않아. 체포하는 건 경찰, 체포되는 건 범죄자라고 흔들림 없이 정해져 있는 이상, 탐정이 끼어들 여지는 없지.
세상에 명탐정이 있을 곳은 없어. 현재로서는 말이야.
하지만.
예를 들어 세상에서 국가와 권력이 모조리 배제된다면 어떨까? 어쩌면 그때야말로 명탐정이 꼭 존재해야 하지 않겠나?” p453-454

“해결이란 미나카미 씨가 하신 일을 가리키는 거겠죠. 저는 제 형편에 맞춰 사람들을 모아놓고, 적당한 이야기를 늘어놨을 뿐입니다.
자, 이구치 군, 자네가 일당 정도는 받는 게 어때? 이구치 군이 저보다 훨씬 많이 고생했습니다. 저는 댁을 한 번 찾아뵙고 권총으로 습격당한 것 정도지만, 이구치 군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탐문을 하거나 그리고 싶지도 않은 중년 남자의 초상화를 그렸고, 지바까지 다녀왔으니까요. 어떤가?” p534

1. 이 책에 대하여

유키 하루오가 그려낸 풍부한 세계와 치밀한 논리!

『교수상회』는 현지는 물론 국내 추리소설계를 놀라게 한 『방주』의 작가인 유키 하루오의 데뷔작으로 2019년 제60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했다. 유키 하루오는 컬트 종교를 신봉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십 대 시절 가족들과 관계가 악화했고, 모두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자신은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당시 특히 다이쇼 시대(1912~1926)부터 제2차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가까운 듯하지만 오늘날의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이나 풍습, 고뇌가 작품 속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교수상회』는 다이쇼 시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했으며 그로부터 약 50년 후에는 서양 문물이 정착해 의식주는 물론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령 서양식과 일본식을 혼합한 건물과 의복이 유행하고 커틀릿의 일본 버전인 가쓰레쓰가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승합마차와 함께 전철과 자동차가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크레센트 필러가 달린 만년필과 타자기 등과 같은 고급 물품도 등장했다. 이러한 일상적 측면에서의 변화와 더불어 사회적 분위기 역시 변화하는데, 가령 노사 갈등에서 비롯된 파업,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등이 가시화되는 현상 등이 그러하다.
유키 하루오는 이러한 시대상에 매력을 느껴 이를 본격 미스터리에 접목하려고 했던 듯하다. 여러 요소를 활용해 다이쇼 시대를 재현하고, 그 시대에서만 성립할 법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복선과 단서를 제시한다. 줄거리를 간략히 서술하자면, 비밀 결사인 ‘교수상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라야마 박사가 살해당하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유족은 어째서인지 삼 년전 무라야마 저택을 털었던 도둑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졸지에 전 도둑은 탐정이 되어 이 사건의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이렇게 작품의 후반부까지 차근차근 나아가다가 막바지에 이르러 미스터리적 요소를 마음껏 방출시킨다. 유키 하루오가 보여주는 다이쇼 시대의 대서사시는 과연 어떤 결말을 향해 갈까? 결말은 놀랍고 결말까지 가는 과정은 다채롭다. 유키 하루오 특유의 이 과정을 한껏 즐겨보시기를 바란다.

『방주』가 군더더기를 싹 제거하고 놀라움이 가득한
종착역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초고속 열차라면,
『교수 상회』는 시대성이 가득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여유롭게 나아가는 관광열차다.
_번역가 김은모

유키 하루오는 2019년에 『교수상회』로 메피스토상을 받으며 데뷔한 신예 작가다. 지금까지 다이쇼 시대(1912-1926)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인 『교수상회』, 『시계 도둑과 악인들』과 현대를 배경으로 깜짝 놀랄 만한 클로즈드 서클물인 『방주』와 『십계』를 썼다. 그가운데 특히 『방주』는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야말로 곡예 같은 논리”(이마무라 마사히로), “더없이 행복한 저주”(다케모토 겐지), “압도적인 경탄과 여운”(이가라시 리쓰토), “무시무시한 지옥”(센가이 아키유키) 등의 찬사가 그러하다. 유키 하루오는 『방주』에 관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미스터리를 구상할 때 중점을 두는 요소 중 하나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입니다. 수수께끼 해명은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단이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클로즈드 서클이 무대인 작품에서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가 늘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 폐쇄된 공간에 살인범과 함께 갇혀 있으니까, 범인의 정체를 빨리 밝혀내야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겠죠. 『방주』에서는 그러한 동기를 더 절실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누군가 한 명을 희생해야 탈출할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나면, 수수께끼 해명은 생존의 절대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겁니다. 그런 설정에서 출발해 나름대로 마무리를 지은 결과가 이 작품 『방주』입니다.” (『방주』 특별 기획 자기소개 에세이에서 발췌)

유키 하루오의 이러한 생각은 비단 『방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교수상회』에서도 ‘탐정이 활약할 동기’야말로 핵심이다. 게다가 이 탐정은 전에 저택을 털었던 적이 있는 도둑이었다. 어째서 이 탐정에게 자신이 활약해야 하는 동기가 있었을까? 범인의 정체를 빨리 밝혀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교수상회』에서 유키 하루오가 보여주는 탐정의 활약 동기와 조건은 『방주』에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구성이다.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독자 여러분들께서 직접 읽고 확인해보시기를 바란다.
『교수상회』를 읽다 보면 나오는 시계 도둑질, 미쓰카와마루호의 살인사건, 미노다 저택의 살인사건, 미네코 유괴사건은 전부 『시계 도둑과 악인들』에 수록된 단편의 내용이다. 즉 『교수상회』가 출간되기도 전에 그 내용을 이미 구상해둔 것이라 볼 수 있다. 유키 하루오가 이 시리즈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유키 하루오 특유의 전율과 섬뜩한 반전, 그리고 다이쇼 시대의 이국적인 풍경을 『교수상회』를 통해 한꺼번에 맛보기를 제안한다.

작가정보

(夕木 春央)
1993년생. 2019년 「교수상회의 후계인」으로 제60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교수상회』로 데뷔했다. 최근 작품으로는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시계 도둑과 악인들』과 『방주』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십계』가 있다.
『교수상회』는 다이쇼 시대의 독특한 분위기가 잘 녹아든 본격 미스터리다. 비밀 결사인 ‘교수상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라야마 박사가 살해당하고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유족은 무라야마 저택을 털었던 도둑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일본 문학 번역가.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던 도중 일본 미스터리의 깊은 바다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 시리즈를 비롯해,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유키 하루오의 『방주』, 미야베 미유키의 『비탄의 문』,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인장의 살인』, 『마안갑의 살인』, 미치오 슈스케의 『투명 카멜레온』, 『달과 게』, 『기담을 파는 가게』, 소네 케이스케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 이케이도 준의 『변두리 로켓』,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이언스?』, 아시자와 요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죄의 여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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