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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열림원

2024년 05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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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0.74MB)
ISBN 979117040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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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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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세 번째!
“희고 작고 둥근 알”처럼 무한한 의미로
미끄러지는 존재들, 여섯 가지 미완의 이야기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은 여기,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모아 일 년에 두 권 선보인다. ‘-림LIM’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다. 1호 『림: 쿠쉬룩』(천선란 외 6인), 2호 『림: 초 단위의 동물』(서이제 외 6인)에 이어, 문학웹진 LIM에 연재하며 사랑받은 여섯 편의 신작을 세 번째로 모았다.

『림: 옥구슬 민나』는 김여름, 라유경, 서고운, 성혜령, 예소연, 현호정 작가와 김다솔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 영영 다다를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전심전력”으로 미끄러지는 이들의 이야기. 그 길목에서 마주친 서로를 거듭 잃어버리고, 또다시 손을 뻗기를 반복하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재구성되는 세계(들).
여섯 편의 이야기가 드러내는 “유일한 질서란 그저 그들이 행위함으로써 끊이지 않는 변화, 오직 그것”(김다솔, 작품 해설 중에서)이다. 취약한 생활의 자리와 희뿌옇게 처리되어온 몸을 가시화하는 이 새로운 운동 위에서, 끊임없이 희미해지던 우리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 가질 수 있는 몫”을 나눠 갖게 될 것이다.
김여름 · 공중산책
라유경 · 블러링
서고운 ·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
성혜령 · 대체 근무
예소연 · 통신광장
현호정 · 옥구슬 민나

작품 해설 | 김다솔 · 이형異形을 어루만지는 방식

나의 장례미사가 있는 날이다.
여름 오후의 빛과 스테인드글라스.
직각의 빛은 하나의 울타리처럼 보인다.
- 김여름 「공중산책」
p.12-13
할머니는 체크 모자를 쓴 노인을 응원한다. 아는 사람이냐 물으니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그냥 단순하게, 어떤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응원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자를 쓴 노인은 검은 셔츠를 입은 노인에게 패배하고, 할머니는 금세 흥미를 잃는다. 모자를 쓴 노인의 시계를 훔쳐본 뒤 할머니에게 곧 영화가 시작할 것이라 일러주자 할머니가 묻는다.
너는 이제 어디로 갈 거냐.
글쎄요.
할머니는 주머니에 들어 있던 자두 하나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네가 재밌는 걸 해라.
재밌는 거. 내가 자두를 한 손에 든 채 그 말을 생각하고 있을 때 할머니는 유유히, 허리우드 극장을 향해 간다. 나는 투명해진 자두를 바라보다 그것을 한 입 베어 문다.

옆자리에 있던 언니가 녹았다.
촛농이 불에 녹듯 앉아 있는 자세 그대로
액체로 녹아 원목 의자에 흘러내렸다.
- 라유경 「블러링」
p.36-37
빗물에 쓸려 내려갔어요.
비둘기가 날아와 목을 축이던데요.
옆에 쌓여 있던 나뭇잎으로 덮어주었어요.
온통 현실감 없는 글뿐이었다. 처음 이런 일이 일어나 주목받은 이후로는 액체가 방치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고인을 위한 행위로는 바닥에 흩뿌려진 액체에 무언가를 덮어주었다는 것이었다.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지나친 옆 사람에게 벌어진 일이 대부분이었다. 나처럼 곁에 있는 친구에게 일이 벌어진 경우는 아직 없는 모양이었다.
이 액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지만 우선 텀블러에 담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언니를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찾아보면 언니를 다시 되돌릴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언니, 걱정 마. 언니는 혼자가 아니야.

왜 나의 지구는 맨날 망할까.
순지는 드디어 궁금해졌다. 한 달쯤 전부터
순지의 꿈속에서 지구는 각양각색으로 망해갔다.
- 서고운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
p.68-69
토베이 아줌마의 목소리는 의욕이 넘치면서도 굼떴다. 자신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늙었다는 것은 알아도, 그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렇게 나이 들어서 가면 다른 학생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라고 자주 묻곤 했는데 사실 그 말은 다른 학생들이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나는 자신 있다,의 다른 표현이었다. 순지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학원에서 아이들도 직접 가르치셨는데, 가면 우등생 되실 거예요.
저 같이 나이 많은 학생들은 그래도 없겠지요?
아줌마는 순지의 답변도 재깍 알아듣지 못했다. 문의했던 것을 묻고 또 물었다. 특히나 자신이 원하는 답변이 아닐 때는 더욱 그랬다. 잘 들리면서, 싫은 것은 흘려버린다. 늙어버린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이런 것이리라 순지는 생각했다. 어쨌거나 아줌마는,
- 네, 알겠습니다. 항상 친절히 감사해요.
라고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저도 들은 얘기지만, 힘들 땐 물을 보면 좋대요.
이런 더러운 물 말고요. 강이나 바다 같은.”
“그런 말을 믿어요?”
- 성혜령 「대체 근무」
p.94-95
운전을 했던 연구원이 다른 사람들과 눈을 한 번씩 마주치고 말했다. 인수인계는 잘해줬나 보네.
단강은 일에 금세 익숙해졌다. 일은 단조로웠지만 통제하기 편했다. 전임자가 처리했다 반려된 서류에서 누락된 사항이나 불일치하는 날짜들을 찾아내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사람들도 친절한 편이었다. 가끔 저수지까지 가서 터무니없이 비싼 점심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깔끔한 옷을 입었고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주름이 매끄럽게 정돈된 삶. 보풀이 인 옷은 버리고 새 옷을 살 수 있는 삶. 단강도 그런 사람들처럼 보이고 싶었다. 단기 계약직이더라도, 당분간은, 그런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전임자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잠시 착각할 수 있었다.

오류가 오류를 만난 셈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그게 바로 시작이니까.
- 예소연 「통신광장」
p.136-137
파란 바탕에 하얀 고딕체로 끝없이 이어지는 비밀 코드. 결국 우리는 시시한 마음으로 게임을 종료했다. 게임도 끝났고 여인2도 냉동되었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찾아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온 마음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덩그러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여자에게 여인 2가 사용하던 노트북을 잠시 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유니텔에 접속해 해피엔드와 여인2가 나눴던 모든 대화들을 삭제했다.
지켜보던 여자가 민영이 상심할 것을 걱정했다. 나는 얼마간 상심하는 것쯤은 괜찮다고 얘기했다. 우리가 그랬듯이.

내가 말하지 않느냐, 새라고.
그는 붉은 새로 왔느니라. 먼 데서 열매를 물고-
- 현호정 「옥구슬 민나」
p.146-147
민나가 ‘또’를 그 자리에 단단히 묶어두고 기다리라고 말한 뒤 방향을 아는 이를 찾아 나서니 곧 말 한 마리가 보였다. 그런데 말이 선 데서 찡찡 얼음 우는 소리가 났다. 민나는 이런 소리에 몹시 이끌리므로 모두 잊어버리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꽁꽁 언 연못이 있었다. 말이 그 연못을 마주 대하여 구슬같이 단단한 눈물을 떨구니, 굳은 것에 굳은 것이 부딪쳐 찡, 하거나 낑, 하거나 띵,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민나는 말 옆에 쪼그려 앉아 구슬을 하나하나 주워 모았다. 밝은 데 비추어 잘 들여다보면 구슬 내부는 점액질로 차 있고 그 안에서 금빛 올챙이들이 꼬리로 얼굴을 가리고 잠자는 게 보였다. 민나가 머리카락을 부스스 세우고는 서둘러 큰 숨으로 연못을 녹였다. 그리고 물 안에 구슬들을 와르르 쏟아부었다.
울던 말이 그 모습을 보더니 울기를 멈추었다. 말은 구슬이 섞여든 연못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기 시작했다.

또, 작아짐은 사라짐과 달라.
아무리 작은 것도 없는 것과 달라.
그러니 안심하고 어디로든 가.

그러자 개가 날개를 펼친다.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세 번째!
“희고 작고 둥근 알”처럼 무한한 의미로
미끄러지는 존재들, 여섯 가지 미완의 이야기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은 여기,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모아 일 년에 두 권 선보인다. ‘-림LIM’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다. 1호 『림: 쿠쉬룩』(천선란 외 6인), 2호 『림: 초 단위의 동물』(서이제 외 6인)에 이어, 문학웹진 LIM에 연재하며 사랑받은 여섯 편의 신작을 세 번째로 모았다.

『림: 옥구슬 민나』는 김여름, 라유경, 서고운, 성혜령, 예소연, 현호정 작가와 김다솔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 영영 다다를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전심전력”으로 미끄러지는 이들의 이야기. 그 길목에서 마주친 서로를 거듭 잃어버리고, 또다시 손을 뻗기를 반복하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재구성되는 세계(들).
여섯 편의 이야기가 드러내는 “유일한 질서란 그저 그들이 행위함으로써 끊이지 않는 변화, 오직 그것”(김다솔, 작품 해설 중에서)이다. 취약한 생활의 자리와 희뿌옇게 처리되어온 몸을 가시화하는 이 새로운 운동 위에서, 끊임없이 희미해지던 우리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 가질 수 있는 몫”을 나눠 갖게 될 것이다.

나의 장례미사가 있는 날이다.
여름 오후의 빛과 스테인드글라스.
직각의 빛은 하나의 울타리처럼 보인다.
- 김여름 「공중산책」

죽음 이후, 다만 흐르는 풍경처럼 스스로 속해 있던 “세계를 관조해보기로” 한 ‘나.’ 이 산책에서 “어떤 삶은 죽은 것과 같고 어떤 죽음은 살아 있는 것과 같다.” 일상 언저리를 배회할 때. 일부였던 무언가를 두고 온 것 같을 때. “내가 이 세계와 유리된 사람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상실의 감각을 통과할 수 있을까. ‘내’가 종로 거리를 지나 향한 곳은 귀신들의 “문화센터”와 같은 예술대학 캠퍼스. 이곳에서 ‘나’는 “인간의 내밀한 어떤 것”을, “어쩐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행위들을, 그리고 ‘루’와의 기억을 다시 목격한다. “잊힌 존재의 흔적을 세계에 정교하게 아로새기는 일이 곧 지금 이곳을 다르게 쓰는 예술의 힘이자 자신 역시 증명하는 길이라고 믿으며”(작품 해설 중에서) 되짚어 나가는 비선형적 삶의 기록.

옆자리에 있던 언니가 녹았다.
촛농이 불에 녹듯 앉아 있는 자세 그대로
액체로 녹아 원목 의자에 흘러내렸다.
- 라유경 「블러링」

어느 날 서울의 거리에서 “사람이 순식간에 녹는 현상”이 일어났다. 두려움과 우려를 표하던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아 이 일을 놀랍도록 망각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근거 없는 목격담만이 돌아다닐 뿐. ‘나(유정)’는 공유 오피스에서 녹아버린 ‘언니(미정)’의 유일한 목격자다. 가족도 소속도 없이 불안정한 프리랜서로 일해온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동료이자 남은 삶을 함께 꾸려갈 존재로 어느 날 다가왔던 ‘언니’는 이제 “한 사람이 녹아내린 양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허무함이 밀려”들 만큼 적은 양의 맑은 액체가 되어 텀블러 안에 담겨 있다. 3년이 넘도록 액체를 돌본 ‘나’는 가만히 속삭인다. “언니, 이제 언니를 보내줄 때가 온 것 같아.” 서로를 책임지고 싶은 얼굴들, 그 얼굴들을 자꾸만 희뿌옇게 지워내는 마음들에 대하여.

왜 나의 지구는 맨날 망할까.
순지는 드디어 궁금해졌다. 한 달쯤 전부터
순지의 꿈속에서 지구는 각양각색으로 망해갔다.
- 서고운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

“새롭고 넓은 미래”를 판매하는 유학업체 전화 상담사로 일하는 ‘순지’는 타인과 대화할 때마다 숨이 차고, 번번이 송구하거나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된다. 실적도 월급도 생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방바닥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면 축축하게 퍼져가는 곰팡이뿐. 유일한 희망으로 몇 개월째 상담을 반복하던 ‘토베이 아줌마’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러던 어느 날 ‘순지’는 위층에서 넝쿨에 물을 줄 때마다 자신의 방이 물바다가 되는 것을 견디다 못해 ‘306호 여자’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데. 언제나 끈덕이는 현실에서 손끝을 “일 센티미터만 더” 뻗어보는 미세한 움직임, 이미 무성한 속에서도 “풀을 베기보단 그 옆에 또 심기를”(작가 노트 중에서) 선택하는 안간힘 끝에. 우리는 희끗하게 반짝이는 풀 조각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마다 만져지는 타자의 물성”(작품 해설 중에서)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저도 들은 얘기지만, 힘들 땐 물을 보면 좋대요.
이런 더러운 물 말고요. 강이나 바다 같은.”
“그런 말을 믿어요?”
- 성혜령 「대체 근무」

연구실 폭발 사고로 인한 화재, 지도교수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단강’은 석사 과정을 휴학하고 소도시의 지방정부 산하기관에서 ‘행정보조’로 일하게 된다. 그의 자리는 육아휴직 대체 근무인 1년 단기 계약직. 당분간이나마 “주름이 매끄럽게 정돈된 삶. 보풀이 인 옷은 버리고 새 옷을 살 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착각”에 적응해가던 무렵, 육아휴직을 조기 종료한 전임자 ‘임 주임’의 복직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는다. ‘임 주임’이 “무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온 ‘단강’은 그의 복직으로 인해 자리에서 밀려날 것을 불안해하면서도, 여전히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 상황에 그를 내심 비난하고. “사실상 하나의 장치에”(작품 해설 중에서) 불과한 산업사회의 ‘안전 관리’ 시스템과 까맣게 고인 물 앞에서, 이들은 서로를 마주한다.

오류가 오류를 만난 셈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그게 바로 시작이니까.
- 예소연 「통신광장」

영화 〈접속〉(1997)을 모티프로 시작하는 이야기. ‘나(해피엔드)’와 ‘여인2’는 96년도에 개설된 ‘유니텔’ 통신광장 서비스에 남아 있던 서로를 우연히 발견하고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이들의 만남은 “닫힌회로에 전류가 흐르듯” “분절되고 굴절되며 끊어지고 이어”진다. 숙박사이트의 모바일 상담원으로 재택근무를 하며 밖에 거의 나가지 않고 “지하철을 타는 것조차 오랜만”인 ‘나’는 ‘여인 2’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커다란 등받이 침대 위에서 모니터의 푸른빛을 바라보고 있는 창백한 ‘여인 2(민영)’과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연인 ‘여자’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 “정말 우리가 불규칙한 회로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간신히 서로를 더듬는 존재”(작가 노트에서)라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자신의 몸을 열면서 기꺼이 불안정한 오류적 존재가 되어 타자와 닿기를 택한 이들의”(작품 해설 중에서) 이야기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내가 말하지 않느냐, 새라고.
그는 붉은 새로 왔느니라. 먼 데서 열매를 물고-
- 현호정 「옥구슬 민나」

‘부루새’의 도약 이후, “거꾸로 흐르는 원천강본풀이”이자 현호정의 애틋하고 가뿐한 창세기. ‘민나’가 우연히 닿은 존재들의 이름을 부르고, 묻고 답하고, 서로 연결되고 연결하는 동안 이 세계는 무수히 이루어진다.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이자 신적 존재로 불리는 ‘민나’는 “완전하고 절대적인 실체로서의 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구성한 상상력으로 세계를 거듭 창조 중인 이야기꾼에 가깝다.”(작품 해설 중에서)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구슬을 물려 주고, 물고 있던 구슬을 다시 두 손으로 받아내는 우리 중 “누구든 현재의 자신과 관련 없이 민나임을” 이해한다면. 이 세계의 가장 연약하고 겹겹이 두터운 단면을 벗겨내는 목소리, 밀알을 수확하고 구슬을 엮듯 끊이지 않고 풀어나가는 삶의 기원에 대한 선율.

“유일한 질서란 그저 그들이 행위함으로써
끊이지 않는 변화, 오직 그것이다.”

『림: 옥구슬 민나』 속 여섯 편은 “녹아내리고 멀어지는 몸을 향해 손을 뻗고, 뒤틀리고 오염된 몸으로 고통에 공감하는” 이들의 이야기이자 “갇힌 인간의 운명을 간과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미완의 기록을 새기려는 전심전력들”(작품 해설 중에서)의 움직임이다. 여기에서 마주친 우리는 서로의 어떤 다름도 특별함도 ‘죄’나 ‘벌’이 아니라 “하나의 창조적 근원”이자 있는 그대로의 “삶 그 자체”가 될 수 있음을 안다.
김다솔 문학평론가가 인용하듯 “희고 작고 둥근 알”처럼 무한한 의미로 끝없이 미끄러지는 이 소설집은 작아져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잃어버렸으나 돌아오는 인연처럼, 우리에게 영영 손을 내밀 것이다.
그리하여 “꼭 다물지 않은 ‘열려 있음’으로” 같이 넘어가자고.

작가정보

저자(글) 김여름

2022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자(글) 라유경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평일의 비행』 『최저 라이프』가 있다.

저자(글) 서고운

인권운동을 하고 소설을 쓴다.
2022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자(글) 성혜령

2021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윤 소 정」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3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언젠가는 멋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저자(글) 예소연

2021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이 있다.
2023년 문지문학상, 황금드래곤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현호정

언젠가의 언제를, 어딘가의 어디를 알고 있지만 누군가의 누구를 몰라 여기까지 왔다.
지은 것으로 『단명소녀 투쟁기』 『고고의 구멍』 『삼색도』 등이 있으며
2024년 하반기에 단편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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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는사람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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