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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회귀선 / 남회귀선

동서세계문학전집 089
헨리 밀러 지음 | 오정환 옮김
동서문화사

2024년 05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17년 0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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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42.79MB)
ISBN 9788949719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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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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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위험한 거인 헨리 밀러!
기존 문학 형식을 무너뜨린 격렬한 자유의 물결!
파격적 성 묘사! 외설시비 판매금지!
북회귀선
머리글… 11
북회귀선… 14

남회귀선
난소 열차 안에서… 317
간주곡… 480
종곡… 637

헨리 밀러의 생애와 문학
1. 헨리 밀러의 생애… 653
2. 헨리 밀러의 문학… 661
헨리 밀러 연보… 695

“아침부터 밤까지 카드놀이만 하고 있는 얼간이 녀석들…… 녀석들을 보라고!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직업! 말과 말을 늘어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글을 쓰지 않고 작가가 될 수는 없을까. 내가 소설을 한 권 썼다고 한들 그것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나! 아무튼 우리는 소설을 써가지고 어쩌겠다는 거야? 소설은 지금까지 남아돌 만큼 많이 나와 있는데…….” (pp.63~64)

인간이 가난하고 실의에 빠져 있으면 고독해지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술가는 언제나 고독하다-만일 그가 진짜 예술가라면. 아니, 예술가가 원하는 것이 바로 고독인 것이다. (p.80)

어떤 이유,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인간은 기적을 추구한다.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그는 핏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온갖 관념으로 스스로를 속인다. 자기 인생에서 단 1초 동안이라도 현실의 꺼림칙함에서 눈을 돌릴 수 있다면, 그는 덧없는 그림자에라도 기꺼이 매달릴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든 참고 견딘다 -치욕, 빈곤, 전쟁, 죄악, 권태-날이 밝으면 어떤 일이, 기적이, 인생을 견뎌 낼 수 있게 만드는 기적이 일어나리라고 믿으면서-. 더욱이 그동안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그 안으로 손을 뻗어 잡을 수도 없고, 계량기를 끌 수도 없다. 줄곧 누군가가 생명의 빵을 먹고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움막에 숨어 있는 더럽고 살찐 ‘바퀴벌레’ 녀석이 배 터지게 먹고 있는 것이다. (p.109)

그리고 필모어는…… 그렇다, 필모어 또한 스스로 죗값을 치러야만 했다. 그때는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상상 못 했던 방법으로. 항상 미국을, 말하자면 마음이 약해졌을 때 들여다보는 그림엽서처럼 마음속 깊숙이 간직해 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것이 언제나 저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도 변하거나 망가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말이다. 암소와 양이 있는 크고 애국적이고 광대한 공간.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눈에 띄는 모든 것에-남자와 여자와 짐승에게도-거칠게 말을 건다. 그와 같은 미국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추상적인 관념에 붙인 이름인 것이다……. (p.211)

"(....) 나는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으로 되고 싶지 않아. 그런 건 딱 질색이야. 되는 대로 지내고 싶다고. 스스로를 즐기고 싶은 거야. 나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카페에 앉아서 온종일 쓸데없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건 딱 질색이야. 그래, 우리에겐 결점이 있지-하지만 열의도 있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느니 실패를 저지르는 편이 나아. 허울 좋은 이곳에 앉아 있느니, 미국에서 부랑자가 되는 편이 낫다고. 내가 양키라서 그럴 거야. 나는 뉴잉글랜드에서 태어났으니까, 누가 뭐래도 그곳 사람이겠지. 누구도 하룻밤 만에 유럽 사람이 될 수는 없어. 핏속에 뭔가 다른 게 있거든. 풍토라든가 -그 밖의 여러 가지가. 우리는 다른 눈으로 보고 있는 거야. 우리가 아무리 프랑스인을 찬양해도 자신을 개조할 수는 없어. 우리는 미국인이고, 언제까지나 미국인일 수밖에 없는 거야. 물론 나는 그 고향땅의 청교도 같은 녀석들을 증오해. 마음속 깊이 증오하고 있어. 하지만 나도 그러한 놈들 가운데 하나라고. 나는 이곳 인간이 아냐. 프랑스에는 이제 구역질이 날 것 같아.” (p.299)

틀림없이 그들은 우리를 대책 없는 미치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확실히 우리는 그들이 보기에는 미치광이다. 우리는 그저 어린애일 뿐이다. 멍텅구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은, 싸구려 잡화점과도 같은 지어낸 이야기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그 열의-그것은 무엇인가? 평범한 유럽인이라면 누구나 구역질을 느끼는 그 값싼 낙천주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환상이다. 아니, 환상이라는 말은 너무 과분하다. 환상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다. 틀렸다, 환상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망상이다. 완벽한 망상이다. 그렇다. 우리는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 사나운 말(馬) 떼나 다름없다. 미쳐 날뛰고 있다. 싸움에 져서 도망가고 있는 것이다. 낭떠러지 위를. 그렇다! 폭력과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계속 내달려라! 어디든 상관없다. 쉬지 않고 입에 거품을 물며. 할렐루야를 외치며! 할렐루야! 어째선가? 신만이 아는 그것은 핏속에 숨어 있다. 그것이 풍토이며, 그 밖의 여러 가지이다. 종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온 세계를 뒤엎을 커다란 소동을 불러일으키려 하는 것이다. 어째선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운명인 것이다. 그 밖의 일들은 뻔한 이야기이다…… (p.300)

나는 모든 것에서 부정과 모순, 진실과 허위, 풍자와 역설의 차이를 재빨리 발견했다. 나는 나 자신의 가장 형편없는 적이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 가운데 꼭 하고자 했던 일은 없었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던 어린 시절에도 나는 죽고 싶었으며, 투쟁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한시바삐 항복하고 싶었다. 내가 요구하지도 않은 삶을 이어가 보았자 증명되고 구체화되고 가감될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모두 실패자이거나 우스꽝스러운 사람들뿐이었다. 특히 성공한 사람은 눈물이 날 정도로 따분했다. 나는 결함에는 호의적이었으나, 동정심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소극적인 성격, 인간의 불행을 단순히 목격함으로써 우러나는 연약함 때문이었다. (p.317)

첫사랑은 좋지 못한 경험이었다. 나에게 거짓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웃고 싶지 않을 때 웃고, 노동의 가치를 믿지 않을 때 일하고, 살아갈 아무런 이유가 없을 때에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를 까맣게 잊은 뒤에도 나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척척 해내는 잔꾀만은 잊지 않았다. (p.323)

말하자면 나는 예비 바퀴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쪽에서도 나를 이용할 때 말고는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다. 사실 이용당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사장과 그의 패거리들은 보이지 않는 세력자들에게, 피고용자들은 그들의 사무직원들에게,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사회 전체에서 순서대로 누군가에게 착취당하고 있었다. 나는 ‘해 지는 곳’에 있는 작은 횃대에 올라앉아 온 미국 사회를 굽어볼 수 있었다. 마치 전화부의 한쪽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알파벳순으로, 숫자로, 통계적으로 볼 때는 이치에 맞는 사회였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관찰하거나 한 장이나 부분만 따로 관찰하면, 한 개인을 따로 떼어서 그를 형성하고 있는 요소를 조사하고 그가 들이마시는 공기 및 그가 영위하는 삶, 그가 목숨을 건 기회들을 검토하면, 그렇게 더럽고 비열하고 천박하고 비참하고 절망적이며 무의미하지 않을 수 없다. 분화구 안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끔찍했다. 미국식 생활의 전모를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정신적, 예술적, 통계적, 병리학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p.327~328)

역시 나는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에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책에 사로잡혀 있던 시절은 이미 먼 옛날이다. 그동안 오래도록 책은 쥐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버릇만큼은 몸에 배어 있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나의 책이다. 나는 그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고, 다 본 것은 구석에 던져 놓는다. 나는 그들을 차례차례 탐독한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점점 더 탐욕스러워진다. 사람들을 읽는 데는 제한이 없다. 끝이 있을 까닭도 없고, 실제로도 그런 것은 없다. 이윽고 내 속에서는, 어릴 때 떨어져 나온 인생의 흐름에 나를 다시 비틀어 매는 다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p.367)

요컨대 사람이 죽으면 원래 죽었던 사람으로 치고 나머지 산 사람들은 앞으로 영원히 고인과 떨어져 산다.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빨래를 하고 저녁을 준비하며 계속 살아나가야 하고, 이윽고 또 다음 사람이 죽으면 관을 고르고 유산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판에 박힌 습관이나 다름없으며, 비탄과 슬픔에 잠기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죄악이다. (p.396)

공정하고 중립적인 에너지 한복판에서 주머니에 돈을 찔러 넣고 밝게 빛나는 하얗게 칠해진 거리를 목적 없이 풀이 죽은 채 어슬렁거리는 것, 실성하기 직전의 고독에 휩싸인 채 소리 내어 사색하는 것, 도시, 대도시의 일부가 된다는 것,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에서 시간의 마지막 순간에 존재하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그것은 자신이 도시가 되고, 죽음의 바위, 쓸모없는 빛, 이해할 수 없는 운동, 헤아릴 수 없고 따질 수 없는, 모든 것이 마이너스인 만물의 은밀하면서도 완벽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돈을 두르고, 돈에 보호받고, 돈에 선동되고, 돈에 눈이 먼 채 혼잡한 밤거리를 걸어간다. 혼잡함 자체가 돈이고, 호흡도 돈이며, 어느 한 구석에 있는 아주 작은 것조차 돈 아닌 것이 없다. 어딜 가든 돈 돈 돈으로 가득하며, 그래도 충분한 줄을 모른다. 돈이 전혀 없다든지, 조금 있다든지, 조금밖에 없다든지, 아주 많다든지 종류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어딜 가든 돈, 돈이다. 돈을 지니고 있든 한 푼도 없든 중요한 것은 돈이며, 돈이 돈을 만든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돈으로 하여금 돈을 만들게 한단 말인가? (pp.426~427)

인간은 자신을 파괴할 수조차 없다. 다만 다른 것들을 파멸시킬 뿐이다. 나는 인간이라면 구역질이 난다. 얼마나 악독한 불구자들인가! 얼마나 잔인한 망상인가? 나 말고도 사람이 아직 남아 있으며, 잔해를 치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하느님은 또다시 인간의 모습을 하고 강림하여 죄를 짊어질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음악을 만들고 돌로 집을 짓고, 조그만 책에 그 모든 것을 기록할 것이다. 쳇! 이 얼마나 맹목적인 집념이며 꼴사나운 야심인가! (p.505)

문명화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세상 끝까지 왔을 때 무서운 고독감을 지탱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문명인이 된다는 것은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완전히 성숙한 인간은 어떤 욕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
나는 온종일 담배 밭두렁을 걸으며 점점 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담배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사람들은 곳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곡식이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그런데 나는 유령처럼 이런 이해하기 힘든 활동 사이를 미끄러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거리를 찾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이러한 활동의 일부, 끔찍한 자동기계공정의 일부는 되고 싶지 않았다. (p.612)

자유분방한 예술가, 헨리 밀러
적나라한 성 묘사 때문에 ‘20세기 가장 위험한 거인’이라 불렸던 헨리 밀러. 동서양을 불문하고 20세기 작가 가운데 헨리 밀러만큼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며, 문학사와 비평가들, 대학 교단에서 고의적으로 무시당한 작가는 없다.
헨리 밀러는 끝없이 자유분방한 예술가이며, 성(性)을 솔직하게 표현한 자전적 소설을 발표해 20세기 중반 문학에 자유의 물결을 일으켰다. 자유롭고 쉬운 미국적 문체를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이 숨기는 감정을 기꺼이 인정하며, 선과 악을 함께 받아들임으로써 비롯된 희극적 재능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들이 지나치게 성을 솔직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1960년대까지 영국과 미국에서 출판이 금지되었으나, 프랑스에서는 복사본이 몰래 들어온 덕에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인간의 영혼이, 죄악으로 물든 지옥에서 회개와 정화가 이루어지는 연옥을 거쳐 영원한 천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단테의 《신곡》처럼, 헨리 밀러의 소설에도 어머니가 있는 지옥 밑바닥에서 속죄와 정화의 연옥을 거쳐, 마지막에는 완전해진 영혼이 천국으로 올라가는 종교적 우주론에 근거한 나선구조가 있다. 이 구조는 밀러 소설의 독자적인 특징이다.
밀러는 자신의 소설을 통렬한 비탄, 악몽 같은 판타지, 노골적인 성 묘사, 단편적인 회상 등 수사학의 관습을 깨부수는 요소로 채웠으며, 기존 소설작법인 플롯을 무시하고 대신 콜라주 기법으로 배열한 수많은 일화들을 과장하여 묘사했다.

시대를 뒤흔든 문화충격 《북회귀선》
밀러의 대표작 《북회귀선 Tropic of Cancer》은 프랑스에서 간행된 지 27년 뒤인 1961년에 겨우 미국에서 출판될 수 있었다. 그마저도 곧 외설문제로 판매가 금지되어 3년 뒤인 1964년에 해금된다. 금지가 풀리자마자 《북회귀선》은 그해에만 150만 부가 팔려나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밀러의 작품이 미국 독서계에 끼친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그것은 청교도주의에 얽매어 있는 미국 사회에 밀러가 던진 폭탄이자, 기존의 도덕관과 인습을 한꺼번에 몰아내는 문화충격이었다. 그 여정 끝에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이 작품은 당당히 세계문학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북회귀선》은 밀러가 파리에 머물며 무일푼으로 방랑생활을 할 때의 경험을 자유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분명 소설이기는 하나 기존 소설작법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파리 시절 자신의 삶을 초현실주의적으로 그려내어 그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따라서 한 번에 파악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평범한 현실이 그려지다가 갑자기 꿈이나 환상이 등장하고, 성교에 대한 기술이 단숨에 철학적인 명상으로 넘어간다. 격앙과 침잠, 절망과 평화, 감상과 냉혹함, 감정과 지성이 어지러이 교차한다. 밀러는 여기서 기초적인 문법만 지키고 온갖 약속과 습관적인 수사법은 무시하며, 일상적인 구어·문어·비어·은어·학술용어, 그가 만든 신조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비약적인 초현실주의와 명료하고 솔직한 현실주의가 기묘하게 맞물려 있으며, 다다이즘·무정부주의·상징주의·표현주의 등 파리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던 온갖 사고와 표현 형식이 혼돈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은빛 비늘처럼 반짝인다. 그리고 그것들은 은밀한 ‘내적 응집력’으로 단단히 결속되어 있다.

신을 향한 발걸음 《남회귀선》
1939년 출판된 《남회귀선 Tropic of Capricorn》은 《북회귀선》에서 10년쯤 거슬러 올라간 1920년부터 1924년까지의 미국 뉴욕 이야기다. 원제의 Capricorn은 본디 ‘염소 뿔’을 뜻하는 라틴어로, ‘염소’는 영어로 ‘호색한’ 및 ‘대역·희생’을 뜻한다. 점성술에서는 Cancer(게자리)와 정반대 자리에 있는 염소자리를 가리키는데, 이 별자리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며 죽음을 통한 재생을 상징한다.
자기를 표현하는 데에 집착하는 한 예술가가 신과 같은 존재 즉,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에서 3위인 성령으로까지 자기를 높여간다. 자기를 높인다는 것은, 과거의 집대성으로 이루어진 자아를 깡그리 버리고 집단적 무의식 속으로 융화한다는 뜻이다. 밀러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의지를 꺾어야 한다. 예술가 자신의 굴복 또는 자기를 버리는 것이 자기해방의 길을 여는 첫걸음이다”라고 서술했다. 기억으로 이루어진 낡은 자기를 부수고 새로운 자기를 형성하는 앞 단계가 자기포기라면, 《남회귀선》은 새로운 자기를 구축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이 소설은 밀러의 작품 가운데 특히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 바탕에는 이른바 풍요와 부, 행복을 추구한다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산업화와 그에 따른 인간소외가 짙게 깔려 있다.
밀러는 《남회귀선》은 “천국의 녹음실에서 직접적으로 들려온 ‘목소리’를 쓴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괴로워하며 쓴 《북회귀선》과는 집필 자세가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쁨과 슬픔을 모두 휘감는 강렬한 문체
생생하게 묘사된 다채로운 인간상과 밀러 스스로 ‘미국에서 이어받은 유일한 자원’이라고 말한 낙천적인 유머는 놓칠 수 없는 밀러 문학의 매력이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언제나 비애와 눈물이 어려 있다. 밀러의 작품 속 낙천적이고 호방해 보이는 묘사 뒤에는 따뜻한 작가의 인간미와 눈물이 쓸쓸함과 뒤섞여 숨어 있는 것이다.
밀러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그 안으로 끌어들여서 감싸 안은 채 거센 물살을 타고 흘러가는 강렬한 문체이다. 미문(美文)도 명문(名文)도 아니지만 빼어난 설득력을 지닌 그의 따뜻한 글에 한번 몸을 맡기면,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휘둘리며 기슭까지 단숨에 떠내려가게 된다.
“나 또한 흘러가는 것을 사랑한다. 강·하수도·용암·정액·피·쓸개즙·언어·문장을…… 이리저리 떠도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시간을 품고 성장하는 것, 결코 끝나지 않는 출발점으로 우리를 되돌리는 것을 사랑한다. 예언자의 부조리. 희열이라는 이름의 외설…… 녹고 섞이고 분해되는 온갖 액체…… 죽음과 소멸을 향해 위대하게 순환하는 모든 것을.”
《북회귀선》에서 인용한 이 문장처럼, 낱말 하나하나의 해석에 집착하지 않고 신성함과 외설스러움이 동시에 흐르는 격류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면 밀러 문학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작가정보

미국 인디애나대학 수학. 동아일보 외신부장ㆍ동화통신 편집국장ㆍ미국문학번역학회 총무 역임. 옮긴책 서로이언 《인간희극》 포크너 《압살롬 압살롬》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인간이란 무엇인가》 《톰 소여의 모험》 헨리 밀러 《북회귀선/남회귀선》 카슨 매컬러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슬픈 카페의 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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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는사람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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