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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없는 진보

사유의 뜰
김상봉 지음
온뜰

2024년 06월 03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2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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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7.72MB)
ISBN 9788932822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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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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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위기의 근저에 놓인 정신적 상황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철학자 김상봉이 이 책을 통해 드러내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정치가 ‘비판에만 몰두하여 형성에 실패했다는 것’과 ‘영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영성 없는 진보』는 한국 근현대사와 항쟁 역사의 맥을 짚고, 민주주의의 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를 진단한다. 정확한 진단은 정확한 해답을 낳는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사랑,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 즉 ‘영성’의 회복을 역설한다. 냉철함과 열정이 서린 이 책은 낯설지만 강렬하고, 불편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로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에 당도했다.
참된 믿음을 기다리며

1.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인가?
2. 비판과 형성 사이에서
3. 정치 민주화와 경제 민주화 사이에서
4. 교육의 실패와 정신의 빈곤
5. 혁명과 영성-전태일과 서준식의 경우
6. 촛불과 태극기 사이에서
7. 새로운 믿음을 기다림


참고문헌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오늘날 우리는 어디서도 나와 세계가 하나라는 믿음도, 그 믿음에 근거하여 전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정신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이런 믿음의 실종에서 비롯된다. 왜냐하면 나와 세계가 하나라는 믿음을 잃어버리고 나면, 정치는 나를 던져 세계를 구하겠다는 열정이 아니라, 단지 권력을 쟁취하고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욕망의 경연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된 믿음을 기다리며

우리가 사는 나라를 바로 우리 자신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으로 만들어,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집단적 자살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 이성의 언어만으로는 결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조선 왕조가 썩은 흙담처럼 무너져 가던 시절, 동학이라는 새로운 믿음의 언어가 필요했던 것처럼, 국가가 아니라 민족 자체가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절망적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어떤 믿음이다.
-참된 믿음을 기다리며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어느 정도 낙관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의 능선이 더러는 내리막을 걷는 것처럼 보여도 더 높은 봉우리를 향해 다시 전진하리라는 믿음을 굳게 지킬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난 지 반세기가 되어 가는 지금, 여전히 우리는 이런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 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에겐 이제 역사에 대한 희망이 아니라 체념과 절망만 남은 것일까?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인가?

그러므로 문제는 비판이 아니라 형성이다. 낡은 것을 파괴하는 것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형성하는 데 비하면 쉽다. 한국 민주화의 역사는 불의한 국가 권력을 파괴해 온 역사이다. 그러나 불의한 권력을 타도한 용기와 열정에 비하면 새로운 나라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지혜는 모자랐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집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망치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새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파괴하기 위해서는 파괴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건설은 파괴와는 전혀 다른 지혜를 요구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치 민주화와 경제 민주화 사이에서

사랑이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응답이다.
-혁명과 영성-전태일과 서준식의 경우

우리에게 필요한 믿음은 그런 믿음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믿음, 전체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나와 그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이다. 오직 이 믿음 속에서만 우리는 세상의 고통 속에 자신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이 아닌 다른 모든 종교적 신앙이란, 믿음의 힘으로 세상의 고통에 자기를 던지는 헌신의 열정이 아니라,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자신만 벗어나려는 이기적 욕망의 표현일 뿐이다. 그러니 그런 신앙이 이 세상에 아무리 넘친다 한들, 그것이 세상을 고통에서 구할 수는 없다. 오직 믿음이 역사에 대한 믿음,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 그리고 내가 그 전체와 하나라는 믿음일 경우에만, 그런 믿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믿음을 기다림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반복되는 실패와 절망적 현실에 대한
철학적 진단, 통렬한 비판, 그리고 희망의 가능성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목소리는 건국 이래 끊이지 않고 나왔다. 이에 대한 여러 분석과 제안이 쏟아졌지만, 그 누구도 실패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숱한 좌절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오랜 시간 이 질문과 씨름해 온 철학자 김상봉은 자신의 작업을 이 얇은 책에 밀도 있게 담아냈다. 그가 말하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두 가지다. 권력 타도에는 성공했지만 ‘형성’에는 실패했다는 것, 그리고 나와 세계가 하나라는 ‘믿음’(영성)이 정치에서, 특히 진보 진영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판이 아니라 형성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비판과 타도의 역사였다. 1960년 4월혁명,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월항쟁, 그리고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불의한 권력을 한 번도 아닌, 수차례나 몰아냈다. 이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찬란한 역사다. 하지만 불의한 권력은 항상 다시 등장했다. 왜 그런가? 왜 우리는 짧은 기쁨 후에 다시 좌절을 맛보게 되는가? 나라를 형성하는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권력을 타도하는 것이 제아무리 어렵더라도 나라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쉽다. “집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망치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새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파괴하기 위해서는 파괴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건설은 파괴와는 전혀 다른 지혜를 요구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는가? 저자는 그동안 꾸준히 목소리를 낸 영역인 ‘경제 민주화’(3장)와 ‘교육’(4장)의 실패를 서술한다.

“한국 정치의 파행은 영성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지금 이 책에서 내가 말하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 왔던 말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해 왔던 말과도 조금 결이 다르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여기서 내가 제시한 원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한국 정치의 파행은 영성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때 ‘영성’은 단순히 특정 종교에 관한 단어가 아니다. 영성이란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이자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이성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영성만이 세계의 고통에 자신을 던질 수 있게 한다. 타인의 고통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이므로, 영성이란 사랑의 한 형태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진보’의 문제인가? 저자는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제목(『영성 없는 진보』)은 나의 자기반성과 성찰의 표현이다.” 평생을 진보 진영에 있었던 김상봉은 현 위기를 다른 진영의 문제라고 쉽게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불편하고도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또 하나는, 한국 민주주의에서 ‘타인과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진보 운동의 역사이자 본령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진보의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다.

“영성이란 근원에서는 당파성을 초월한 것으로서, 사실은 진보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고, 전체의 선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의 소질이다.”

한국 민주주의에, 특히 진보 진영에 ‘영성’이 없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주장하는 김상봉의 말은 낯설고 생소하다. 그러나 본래 희망은 낯설고 생소하게 도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권력 쟁취와 타도를 끝없이 반복하는 현실을 타개할 새로운 가능성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 『영성 없는 진보』는 ‘사유의 뜰’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 ‘사유의 뜰’은 인문·사회·정치를 사유하는 다채로운 공간입니다. 피상적이고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선명한 관점을 제시하고, 서로 대화하며 함께 걸어갈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상봉

독일 마인츠 대학교에서 철학, 고전문헌학, 신학을 공부하고 이마누엘 칸트의 『유작』(Opus postumum)에 대한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그리스도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에서 가르치다가 해직됐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예아카데미 교장과 학벌없는사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호모 에티쿠스』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이상 한길사), 『서로주체성의 이념』 『만남의 철학』(공저) 『철학의 헌정』 『네가 나라다』(이상 도서출판 길), 『굿바이 삼성』(공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이상 꾸리에), 『만남』(공저, 돌베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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