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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

포르투갈 해안길
파편 지음
강가

2024년 06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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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3.33MB)
ISBN 979119879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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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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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은 순우리말로 '한눈을 판다'는 의미다.

어떤 일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할 때 이르는 말이다. 작가는 본 작품에서 매사를 직관으로 대하기 보단 이것저것 두루 살피며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삶의 방식을 '해찰'로 표현한다.

"여행은 그러한 해찰의 과정을 극대화시키며, 목적지에 이르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최적의 행위다." -파편-

우리는 솔깃한 마음으로 다시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처음 새로운 길을 나설 때 비롯된 불안이 낯선 곳에서 길을 잃으며 공포로 바뀌고, 그 길에서 빠져나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본궤도에 오르는 동안, 현지인들이 일방적으로 말하려던 무언가가 아니라, 여행자의 시선으로 무심히 그곳에 놓인 것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본 작품 <해찰>은 포르투갈 포르투의 낭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포르투갈 해안길을 걸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르는 동안 펼쳐진, 작가가 놀면서 걸으면서 인식한 ‘놀멍걸멍’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의 휴지기는 그것에 얹혀진 덤이다.
프롤로그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좋은 순례길 되세요)

#01
대체 우버는 얼마나 똑똑해야 타는 거야?

#02
체크인

#03
왈츠는 아무나 추나

#04
포르투 Porto, 낭만에 대하여

#05
구글이 뭘 알아?

#06
아싸가오리!

#07
데크라는 이름의 완행열차

#08
노을이 절망에 물을 말 때

#09
오아시스의 온도 36.5

#10
비고와 휴전중

#11
멈춰야 간신히 보이는 것들

#12
어느 무신론자의 입맞춤

#13
오래된 페이지에도 누가 산다.

#14
길 잃은 늙은 양

#15
다 포르텔라 DA PORTELA
(포르텔라에서)

#16
엘 데센가뇨 Desengaño
(절망)

#17
절대 알 수 없지만 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18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19
자신과 화해하는 법

#20
무심無心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21
루프리텔캄 Rooperetelcham
(모든 것이 이루어지다)

#22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파업중

#23
불편한 진실, 불안의 서書

#24
독수리 오형제가 아니었어?

#25
호시우행 기차는 여전히 파업중

에필로그

발을 내딛는 순간마다 골절된 발가락의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걷기로 했다…걸으러 세상의 반대편으로 날아온 나였다…브레이크를 밟는 법 따윈 배우지 못했다. 고로, 내 걸음은 완성되어야만 했다. 「프롤로그,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좋은 순례길 되세요」

포르투는 내게 가슴 전부를 열어젖혔고, 나는 기꺼이 그의 품에 안길 각오가 되어 있었다…누구도 의도치 않았으나 날마다 축제가 펼쳐지는 도시, 만일 포르투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도우루 강물에 영혼을 싣고 흐르는 도시’ 라고 대답할 것이다. 「04 포르투 Porto, 낭만에 대하여」

여행자들은 늘 마음의 여유라는 보따리를 따로 챙겨 들고 다닌다. 「06 아싸가오리!」

절망이 석양 위로 통째 물을 말아버렸다. 「08 노을이 절망에 물을 말 때」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 36.5도의 체온을 지닌 스페인 거리의 무수한 오아시스를. 「09 오아시스의 온도 36.5」

절대 알 수는 없으나 모든 것은 다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던가. 「17 절대 알 수 없지만 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순례길을 걸으며 우리와 함께 했던 인연들은 필연이 되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이 우리의 염원대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우리가 알 수조차 없는 퍼즐들이 맞춰져 가는 것만 같았다. 「17 절대 알 수 없지만 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기차는 서서히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빠른 속도를 내며 스페인 갈라시아의 대지 비고 Vigo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기차 뒤로 떠밀려가는 풍경처럼 다친 발을 질질 끌며 고통스레 지나왔던 산티아고 순례길도 등 뒤 저 멀리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황혼 속 야릇한 서사들이 지고 서글픔과 함께 조금 후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뒤섞였다.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뜨겁게 몰아쳤다. 이 열차에서 내리기만 한다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기만 한다면 새로운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22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파업중」

파편 작가는 유쾌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놀면서 걸으면서 포르투갈부터 스페인까지 ‘놀멍걸멍’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함께 ‘해찰 해보자’고. 유명하고 뻔한 것들이 아닌 무심히 놓인 의외의 존재들에게 ‘한 눈을 팔아보자’고. 조금 색다른 풍경들 앞에 멈추어서 ‘잠시 여유를 느껴보자’고.

작가는 그렇게 독자들에게 꾸밈없는 여행의 현실들, 조금 다른 시선, 느낌, 사색들을 유쾌한 목소리로 전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발견한 진하고 아름다운 순간들도 전해주고 있다.

"기차는 서서히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빠른 속도를 내며 스페인 갈라시아의 대지 비고 Vigo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기차 뒤로 떠밀려가는 풍경처럼 다친 발을 질질 끌며 고통스레 지나왔던 산티아고 순례길도 등 뒤 저 멀리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황혼 속 야릇한 서사들이 지고 서글픔과 함께 조금 후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뒤섞였다.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뜨겁게 몰아쳤다…이 열차에서 내리기만 한다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기만 한다면 새로운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22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파업중」

작가가 꿈꾸어 온 소중한 순간들은 잘못 주문한 큰 신발이 발에 맞지 않는 헤프닝으로부터 불길하게 시작된다. 순례길을 걸을수록 거친 돌 바닥에 신발이 걸려 발가락들이 점점 더 다친다. 결국 발등은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통증은 심해진다. 바로 이 지점이 이 작품의 진정한 시작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점이 걷기 힘든 아픈 발을 지닌 체, 무언가를 결단해야 했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Walk or Stay? "
"걸을 것인가 머물 것인가?”

그러한 질문 앞에서 작가는 이렇게 결단을 내렸다.

“통증이 심해도 계속 걸어보고 싶다. 아니 나는 걸어가야만 한다. 이토록 소중한 하루하루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 부분에 감동이 있다. 왜냐하면 작가가 “계속 걸어보고 싶다.” 결단을 내린 순간으로 인해 작품 <해찰>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만일 작가가 “계속 걸어가보고 싶다.” 선택하지 않았다면, 만일 작가의 여행이 단지 봄날의 왈츠처럼 묵직한 탱고처럼 아름답기만 했다면, 만일 작가가 여행에서 발의 통증을 동반한 짙고 어두운 절망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면, 분명 작가는 이 작품 <해찰>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분명 작품 <해찰>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상황들이 온전치 못했음에도 ‘계속 걸어보자!"라고 작가가 결심했기에, 이렇듯 작가의 여행은 <해찰>이란 책이 되어 독자들에게 소중한 경험들을 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계속 걸어보자."는 작가의 결심으로 맺어진 이 작품은 그러한 의미에서,

"온전치 못함에도 걸어가야만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희망의 메세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솔직하다. 그녀의 글엔 가식이 없다. 그녀의 글은 냉소적일 것 같으나 명랑하며, 날 것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며 유머를 풍긴다. 그녀의 글은 군더더기가 없으며 쿨하다.

독자가 책을 열고 덮을 때 즈음, 독자들은 작가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는 여행 단상들 너머, 작가의 진짜 삶의 조각들이 궁금해 질지도 모르겠다.

작가정보

저자(글) 파편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1975년 여섯 살에 부모님의 본향인 광주로 이주, 1989년 스무 살 이후 서울에서 도시의 난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일상의 전장에서 베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쓴다.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위안의 글을 난장에 펼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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