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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마크 코켈버그 지음 | 연아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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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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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0.06MB)
ISBN 9788937456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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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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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데이터,
‘갓생’을 전시하는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분석해 준 이상적인 나……
자기 계발의 의미가 달라진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을 때, 챗GPT나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목도할 때, 휴머노이드 로봇의 움직임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질 때 우리는 심각한 의문에 부딪힌다. ‘내가 지금 열심히 일하고 배우는 것이 과연 언제까지 쓸모 있을까? 쓸모가 있기는 할까?’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성과주체를 비판한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자기 계발 열풍은 여전히 거세다. 급속한 기술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 전망과 함께 사람들은 평생 학습과 끝없는 자기 계발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측정과 분류, 비교와 검색, 정보 제공 기능을 갖춘 편리한 도구들을 활용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자기 계발을 수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잉여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 배우고 적응하며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는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쏟아지는 지식과 기술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면, 이 모든 공부와 자기 계발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인공지능과 로봇 등 최신 기술과 관련된 담론을 이끌며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기술철학자 마크 코켈버그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AI 시대에 자기 계발의 의미를 묻는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은 기술 발달로 무한히 확장하는 자기 계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강박적인 자기 계발 문화를 탈피하는 새로운 시각을 모색한다. 자신을 더 이해하고 성장하고 싶은 모든 독자를 위한 ‘메타 자기계발서’라 하겠다.
1 자기 계발이라는 절대명령
2 너 자신을 알라
3 특별한 나를 만들어야 한다
4 자기 계발인가 자기 착취인가
5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
6 관계적 자아와 사회 변혁
7 다른 서사를 품은 기술이 필요하다

자기 계발은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의무이다.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게으르다는 말을 듣는다. 쉼이나 재미를 추구할 여유가 없다.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경제에서 빠져나올 수 없듯이 자기 계발 문화를 떠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늘 무언가를 배우고 발전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자기 계발을 한다. 직장이나 가정생활에서만 번아웃이 오는 게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번아웃을 해결하려고 하는 자기 계발 활동에서도 번아웃을 경험한다. -1장 자기 계발이라는 절대명령(10쪽)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읽고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성찰과 자기 계발을 계속해서 실천하기 위해서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은 자아를 탐구하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상적 자아를 전시하며 자기 계발 이야기를 고백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가톨릭 신자처럼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개신교 신자처럼 자기 계발 공동체에 자신의 성공을 자랑한다. 그리고 에라스뮈스가 그랬듯 새로운 대중 매체와 기술을 사용하여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유사 이래 이렇게 많은 인문주의 작가와 독자가 존재했던 적은 지금껏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장 너 자신을 알라(35~36쪽)

현대 사회의 자기 계발 문화는 소비 면에서도 고되다. 이제 단순한 실존주의 커피로는 부족하다. 특별한 종류여야 한다. 고유한 자아에는 고유한 상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고유함은 세부적인 특징에 있으므로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자아를 만드는 노력이다. 이는 자기 취향에 맞는 커피를 주문하거나 자기 성격에 맞는 개를 들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이전 세대가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자유도 이제는 부담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3장 특별한 나를 만들어야 한다(57쪽)

오늘날 자아는 감시 아래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정량화’된다. 우리는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밟거나 행사에 등록할 때 자신의 활동을 기록하는 장치를 이용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검색되고 분류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모호하며 다층적인 이야기 속의 복잡다단한 인물 대신 집합적 데이터, 디지털 프로파일, 수행 능력을 나타내는 숫자로 파악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인문주의 시대처럼 괴롭고 힘든 글쓰기나 읽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 답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자아를 분석하는 신기술은 언제든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알려 줄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어떻게 자아를 계발하는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4장 자기 계발인가 자기 착취인가(84~85쪽)

달리기 앱이 없다면 정확히 얼마나 뛰었는지, 특정 시점에 심장 박동 수가 몇이었는지 알 수 없고 평균과 비교해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정신 건강 앱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정확히 얼마나 우울하거나 불안한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온라인 투표 도구가 없다면 정치 성향을 백분율로(좌파적 성향은 얼마나 되는지, 우파적 성향은 얼마나 되는지 등)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고 비교하고 추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정량화된 인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인식은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는 우리에게 없었던 지식이다. AI와 데이터과학은 이런 인식을 생성하고 분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5장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95~96쪽)

우리는 선택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언제나 사회 문화적 환경, 기술 환경, 자연환경 등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 인간은 뼛속까지 관계적이고 환경의 영향을 받는 존재다. 그러므로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기 인식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며 타인을 기꺼이 수용하고 주위 환경에 건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인정하는 자기애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자기애가 있다면 집착적인 자기 계발을 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자기 계발 행동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성장을 시작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주고받을 수 있는 타인과 환경이 필요하다. -6장 관계적 자아와 사회 변혁(136~137쪽)

오늘날 AI와 관련된 서사는 AI 자체 경쟁을 포함한 경쟁의 서사거나 특이점과 초지능에 관한 서사다. 이를테면 미국과 유럽이 AI를 두고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는 이야기,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며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 AI가 빈곤, 전쟁, 기후 위기와 같은 인류가 처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이야기, AI가 인간을 정복하기 전에 AI를 거부해야 한다는 이야기, AI가 인간을 숫자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는 이야기, AI가 기술적 수단을 통해 인간을 업그레이드하고 개량할 것이라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7장 다른 서사를 품은 기술이 필요하다(160~161쪽)

“유해한 자기 계발 문화의 근원을 진단하고
기술과 조화를 이룬 좋은 삶에 관한 대안을 제시한다.”
-찰스 에스(『디지털 미디어 윤리』의 저자)

“기술로 분석되고 설명되는 자아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길잡이.”
-앤드루 핀버그(『기술을 의심한다』, 『테크노시스템』의 저자)

경쟁과 강박에서 벗어나
기술과 공존하는 새로운 서사 만들기

능력을 계발하고 인격을 수양하며 더 나은 ‘나’가 되고자 하는 바람은 인류 문명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러나 자기 계발에 대한 노력은 나르시시즘과 완벽주의와 결합하면서 ‘죽도록 자기를 계발하는’ 고된 시련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은 유해한 자기 계발 문화를 형성한 근원을 진단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스토아 철학, 기독교 전통, 루소와 근대 인문주의, 실존주의까지 자기 관리와 자기 수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사상들을 탐구하고, 그 영향으로 자아에 대한 집착이 만연해진 사회를 파헤친다. 또 현대 자본주의 경제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심화된 자기 착취의 양상을 분석하여 감시 자본주의와 건강(wellness) 산업, 데이터 경제하에서 자기 계발이 상품과 서비스를 넘어 개인 정보와 데이터까지 상업화하는 데 활용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기술의 역할과 새로운 가능성은 특히 5장 이후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AI, 빅데이터, 머신러닝, 소셜 미디어 등 강력한 기술 도구들은 자기 계발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디지털 기기는 건강, 외모, 커리어, 인간관계, 나아가 인성과 노력까지도 수치화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은 자기 계발 과정과 성패를 중계하고 고백하고 또 비교한다. 주목할 점은 기술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지식이 생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장 박동 수를 체크해 주는 기기와 함께 달리는 것은 기존의 달리기와 다른 것일까? 이처럼 기술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과 관계 맺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방식을 제공한다. 고대 철학자들이 추구한 자기 계발은 이상적인(완전한) 인간상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 수양이었으나 최근의 기술 발달은 우리가 완성하려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계발은 영원히 성취할 수 없는 몸부림이 되었는가?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러다이트는 기술이 이미 깊숙이 침투한 현대인의 노동과 삶의 방식을 고려할 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코켈버그는 기술을 배척하지 않고 자기 계발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자아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변해야 하며, 여기에 기술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은 인간의 자기 계발을 더욱 고양시킬까, 아니면 자기 계발의 여지를 없애 버릴까? 즉 ‘자기 계발의 끝은 어디일까?’ 이 물음은 결국 인간과 인간됨에 대한 탐구로 연결된다.

작가정보

(Mark Coeckelbergh)
오늘날 기술철학 분야에서 가장 다재다능하며 독창적인 사상가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의 철학자.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철학과의 미디어 기술철학 교수이며 체코 과학아카데미 철학연구소,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에서 객원 교수로 있다. 2007년 네덜란드 생명윤리학회상을 수상했고 2017년 벨기에 기술 선구자 50인 중 한 명에 선정되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에서 기술과 윤리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탐구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인공지능고위전문가단, 오스트리아 교통혁신기술부 로봇위원회와 자율이동성 자문위원회 등 다양한 기구에서 정책 자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한 여러 국가적 또는 범유럽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 소개된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 『AI 윤리에 대한 모든 것』, 『그린 리바이어던』, 『뉴 로맨틱 사이보그』를 비롯해 17권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서강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에서 인권학을 공부하고 이주 정책 및 청소년 교육 관련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영미권 도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라이프 이즈 하드』, 『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음식 중독』, 『생명 가격표』, 『주소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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