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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공장

헤세의 단편들 2
헤르만 헤세 지음 | 임호일 옮김
산나북스

2024년 06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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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7.40MB)   |  약 8.8만 자
ISBN 979119871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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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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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뜨겁고 단단한 슬픔과 고독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헤세의 단편들 2 『대리석 공장』

헤세 사후 1982년에 재출간된 단편집 『이 세상 Diesseits』에는 여덟 편의 단품이 실려 있다. 헤세의 단편들 2 『대리석 공장』에는 그중 네 편의 단편을 실었다. 이 작품들은 유년기, 청년기, 중년기에서 황혼기까지 생의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시기에 겪었던 슬픔을 다뤘다.
「유년 시절」의 ‘나’는 이웃에 살던 친구 브로지가 봄이 가기 전에 죽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부모에게 전해 듣는다. 「대리석 공장」의 ‘나’는 장애 없이 순탄한 길이 자기 앞에 길게 뻗어 있다고 생각하던 스물네 살의 여름에 대리석 공장 주인의 딸 헬레네에게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녀는 ‘나’의 사랑을 거부한다. 「가을 도보 여행」의 ‘나’는 의사가 되어 젊은 날과의 재회를 꿈꾸며 십 년 전에 떠나왔던 곳으로 추억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옛사랑 율리를 만나지만 율리는 ‘나’에게 손 한번 내밀지 않는다. 「늙은 태양 아래서」의 말썽꾸러기 노인들은 퇴물이 되어 시립 요양원에서 희망 없고 활기 없이 하루하루 무의미한 생활을 이어 간다.
『대리석 공장』에 나오는 인물들은 살아가면서 죽음과 이별을 피하지 못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 어떤 이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허상임을 깨닫고 고독하게 걸어간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과 죽음과 이별을 맞이하고 떠나보낸다. 그런 가운데 한 줄기 빛이 새어드는 것을 독자는 느낄 수 있다. 절망 가운데 삶과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빛, 헤세 문학이 지닌 긍정성에서 나오는 봄날 같은 생명력이 이 책에 잘 담겨 있다.
유년 시절
대리석 공장
가을 도보 여행
늙은 태양 아래서
작품 해설

그 시절 나무들은 환희에 젖어 의연하게 창공을 향했고, 정원에는 수선화와 히아신스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봉오리를 열었다. 그 시절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조차 부드럽고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다. 그들은 우리의 매끈한 이마에 아직 신의 입김이 서려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이 신의 입김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었다. 신의 입김은 우리가 성장하는 사이에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얼마나 거친 개구쟁이였던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속을 얼마나 많이 썩였던가! 어머니는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이 노심초사하고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셨던가! ― 하지만 내 이마에는 신의 광채가 서려 있었다. 내 눈에 비친 것은 모두 아름답고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경건함이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는데도, 내 생각과 내 꿈속에는 천사와 기적과 동화가 한데 어우러져 들락거리고 있었다.
<유년 시절>


뛰어오느라고 꽤나 더웠던지 브로지는 상의를 벗더니 조끼마저 벗고 이끼에 털썩 드러누웠다. 한번은 그 아이가 몸을 뒤척이는 통에 목 언저리의 셔츠가 벌어졌다. 그때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하얀 등 위에 붉은색 상처 자국이 길게 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그 상처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내심 진짜 불행한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누가 알겠는가. 갑자기 묻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 본 체했다. 나는 그렇게 큰 상처를 입은 브로지가 무척이나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처는 분명 엄청난 피를 흘렸을 테고, 브로지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브로지에게 예전보다 더 큰 애정을 느꼈지만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숲에서 시간을 보내다 느지막해서 집으로 갔다. 내 방에 들어온 나는 굵은 라일락나무 기둥으로 만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총을 꺼냈다. 이 총은 하인이 나를 위해 만들어 준 건데, 그걸 가지고 가서 브로지에게 선물했다. 브로지는 내가 장난으로 그러는 줄 알고 총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양손으로 뒷짐을 졌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걸 그의 주머니에 강제로 넣어 줄 수밖에 없었다. <유년 시절>


아마도 모든 사람의 인생에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장애 없이 순탄한 길이 자기 앞에 길게 뻗어 있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가는 길엔 웅덩이 하나 없는 그런 시절 말이다. 그 시절에는 나무 꼭대기에 자랑스럽게 앉아 몸을 흔들어 대며, 이 세상엔 결코 우연과 운이란 건 없고, 이 모든 것과 미래의 절반을 당연한 대가로 얻고 획득한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렇게 믿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는 그런 삶을 얻을 자격이 있는 위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즐기는 것도 제멋이리라. 쓰레기더미 위의 참새들이 누리는 행복이나 동화 속의 왕자가 누리는 행복이 바로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거늘. 하지만 이런 행복은 결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대리석 공장>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안으로 들어가 어둠이 깔리는 방 안의 탁자에 앉았다. 헬레네는 맞은편에 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방 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내가 이미 오랫동안 거기에 앉아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말없이 몇 시간 동안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깜짝 놀라 일어서면서 문득 이것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요. 작별 인사하러 왔어요. 방학이 끝났거든요.”
“아, 그래요?”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일꾼들이 창고에서 작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깥 거리에서는 느린 화물차 소리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들려왔다. 화물차 소리를 오래오래 더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갈 채비를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창 쪽으로 건너갔다.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견고하고 진지했으며, 내게서 한참 떠나지 않았다.
“잊지 않고 계시겠지요? 그때 정원에서 있었던 일 말이에요.”
“네, 잊지 않았어요.”
“헬레네, 그때 내가 말했죠,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고. 그런데 지금 난 떠나야 해요.”
그녀는 내가 내민 손을 잡더니 나를 창가로 끌고 갔다.
“얼굴 한번 보게 해 줘요.”
그녀가 말하면서 왼손으로 내 얼굴을 쳐들었다. 그녀는 자기 두 눈을 내 눈에 가까이 들이대더니 이상하리만치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댔다. 그러자 그녀는 눈을 감고 내 키스에 응했다. 나는 그녀를 힘차게 끌어안고 나직하게 물었다.
“왜 오늘에야 비로소 날 받아들이는 거지?” <대리석 공장>


잘 되면 모레쯤 그녀를 직접 만나 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헤르쉘이라는 부유한 상인과 결혼하여 아이 셋을 뒀는데, 그중 한 아이는 그녀와 똑 닮았으며, 이름도 율리라고 했다. 그 이상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를 떠나 일 년이 되던 해에 외지에서 그녀에게 편지로 전한 말, 당시의 내 형편에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벌게 될 가능성이 없으니 나를 기다리지 말라고 한 말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나와 그녀의 마음을 공연히 괴롭히지 말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이르든 늦든 간에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뒤 반년가량 지나서 헤르쉘과 사귀고 싶으니 자기를 잊어 달라는 편지를 그녀가 보내왔다. 편지를 읽는 순간 나는 고통스럽고 끓어오르는 분노로 편지를 쓰는 대신에 마지막 남은 돈으로 너덧 마디 사무적인 말만 전보로 보냈다. 이 말은 바다를 건너갔고 다시 돌이킬 수가 없었다. <가을 도보 여행>


“마차 좀 잠깐 세워 주시겠습니까? 여기서부턴 걸어가겠습니다.”
약간 놀란 표정으로 그는 말고삐를 잡아당겨 내가 내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악수를 청하고 나서 가려는데, 그가 기침하며 말했다.
“슈바벤 사람이 경영하는 여관에 머물 예정이시라면 우리가 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댁의 성함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자기소개를 했다. 그의 이름은 헤르쉘이라고 했다. 그는 율리의 남편이 틀림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를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나는 내 이름을 알려 주고 그를 그냥 가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니까 그가 바로 그 헤르쉘 씨였다. 호감이 가고 부유한 남자였다. 율리는 참으로 자존심이 강하고 멋진 여자였다. 그녀는 그 당시 내 터무니없이 당돌한 생각과 인생 계획을 이해해 주고 동조해 주었다. 율리 생각을 하니 숨이 막혀 왔다. 내 분노는 어느새 사라졌다. 아무 생각도 없이 깊은 슬픔에 잠겨 나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전나무 가로수 길, 이 옛길을 지나 조그만 도시로 들어갔다. <가을 도보 여행>


이제 그는 풍부하게 모두 갖추게 되었고, 하고 싶은 일도 한껏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는 재량권이 그에게 주어졌을 뿐만 아니라, 주체할 수 없이 많은 재산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를 부러워했다. 이 모두를 향유하면서도 그는 사업에 몰두했고, 사업에 대한 전문 지식도 부지런히 넓혀 갔다. 그는 행복의 요람에서 느긋하게 몸을 흔들며, 마침내 운명이 그에게 합당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즈음 한 경쟁자가 새로이 개발한 물품을 들고 나타났다. 이 물품이 시장에 유통되면서부터 종래의 물품들은 그 수요가 급감했고, 급기야 가격마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휘를린은 이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천재적인 수완을 타고나지는 못했다. 그가 장담했던 것과는 달리 사업에 대한 그의 이해도는 피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서히 무너져 내리던 그의 사업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강 속도가 점차 빨라지더니, 마침내 숨길 수 없는 파산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늙은 태양 아래서>


“그 담배 제자리에 갖다 놔!”
휘를린이 씨근거리며 소리쳤다.
그러나 밧줄공은 꼼짝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갖다 놓으라고 했다!”
재차 휘를린이 소리쳤다.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마침내 그는 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 순간 만약 밧줄공이 제때 허리를 숙이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호되게 뺨을 얻어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란에 담배가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휘를린이 잽싸게 몸을 날렸으나 헬러가 보다 빨리 그것을 발꿈치로 밟아 버렸다. 그의 발밑에서 담배가 나직하게 비명을 지르며 으스러졌다. 그때 그의 갈빗대에 공장주의 일격이 가해졌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다. 두 사람이 이렇게 접전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분노는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과 등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싸움이 그리 화끈하지는 못했다. 한쪽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 저편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벌거벗은 두 늙은이가 소리 없이 방 안을 도는 모습은 마치 댄스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두 영웅의 싸움은 손 한번 오가지 않은 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공장주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다. 그가 날렵한 동작으로 빈 세숫대야를 집어 든 것이다. 그는 앞뒤 가릴 것 없이 그것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세차게 내던졌다. 세숫대야는 공중을 날아 투구 없는 적장의 머리 위로 나가떨어졌다. 양은 대야가 머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온 집 안에 커다란 폭음을 일으켰다. 곧이어 원장이 내의 바람으로 들어섰다. 그는 결투자들 앞에 서서 한바탕 폭소를 터뜨리고는 두 사람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 철딱서니 없는 인간들아! 방 안에서 그렇게들 발가벗고 권투라도 하는 게야, 늙어 빠진 숫양들아! 빨리 이불 속으로 들어가. 이후로 무슨 소리 한마디만 들리면 당신들 둘 다 경칠 줄 알아.” <늙은 태양 아래서>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면 인생은 결코, 희망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들짐승처럼 울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헤세만큼 우리의 사랑을 받는 독일 작가는 드물 것이다. 헤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건 헤세가 작품에서 다루는 문제와 정서가 오늘날에도 유의미하다는 의미다. 잃어버린 낙원과 잊힌 고향에 대한 향수, 첫사랑의 추억과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자신의 세계와 바깥 세계 그리고 낯선 세계와의 충돌을 통해 찾아가는 내면 세계로의 여행, 어느 곳에도 얽매이지 않는 방랑과 고독과 도전, 자연과의 은밀한 교감과 합일, 죽음과 절망과 구원, 서정적 음악의 세계 등 헤세가 작품에서 다루는 세계는 시공간을 넘어 우리들의 경험과 고민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은 낙원이며 그 시절의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유년 시절은 즐거움이 많은 시기이다. 사소한 놀이 하나, 가족들과 친구와의 작은 추억 하나하나가 행복을 주고, 오래도록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인상은 대체로 유쾌하고 경쾌하다. 「유년 시절」의 ‘나’는 봄날, 온 세계가 무엇이 되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혀 동경에 차고 기대에 부푸는 기적 같고 낙원 같은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희미한 기억이 점차 선명해지면서 친구 브로지와의 추억이 하나씩 떠오른다. 유년 시절 ‘나’는 브로지와 다투고 다시 화해한다. ‘나’는 브로지의 몸에 난 커다란 상처를 보고 깊은 연민을 느끼며 아끼는 장난감을 선물한다. 몸이 약한 브로지는 자기 생의 시간을 선택할 수 없고, ‘나’는 어머니의 권유로 브로지의 소생을 바라며 정성껏 히아신스 꽃을 가꾼다. 어른이 된 ‘나’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유년 시절에 경험하고 체험한 것들이 훗날 여기저기 다닌 여행길에서 경험하고 체험한 것들의 총합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은 불완전하기에 대담하고 위험했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젊은이들은 좀 더 많은 것을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선택의 순간을 경험한다. 그 경험과 선택이 쌓여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눈이 밝아지고 지혜로워진다. 「대리석 공장」에는 세 명의 젊은이가 나온다. ‘나’와 ‘베커’는 젊기에 자신감에 차서 행동한다. ‘나’는 여러 가지 힘든 경험 끝에 삶을 긍정하는 철학을 지니게 되었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침착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믿었다. 리파하 저택의 관리인인 베커는 노련하고 약은 젊은이로 세상의 모든 지혜는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며 냉소적이다. 헬레네는 홀아버지 밑에서 성장하여 아버지를 닮아 남자 같은 데가 있지만 상당한 미인이며 의연함과 성숙함도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절대적인 지배를 받고 있는 데다가 여자라는 한계 속에서 자기 자신의 인생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한다. ‘나’는 헬레나를 사랑하여 그녀가 강하게 만류하는데도 대담하게 사랑을 고백하며 저돌적으로 다가간다. 헬레나는 ‘나’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자기의 운명에 순종하기 위해 ‘나’의 사랑을 거절한다. 굳세고 강한 베커는 자신감에 차서 그들의 연애를 방관하다가 사랑하는 헬레나를 영원히 잃고 만다.


*나는 자유로운 남자가 되어 모든 나의 길을 홀로 걸었다.

「가을 도보 여행」의 ‘나’는 라틴어 학교 학생일 때 어리석은 치기에 ‘나’를 찾아온 예쁘고 선량하고 남루한 어머니를 외면한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율리를 사랑하여 그녀를 따라 시민 단체에 가입하지만 곧 탈퇴한다. 율리를 떠나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내 미래가 불투명하니 기다리지 말라는 편지를 율리에게 보낸다. 율리는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답장했다. 하지만 반년가량 지난 뒤 그녀는 다른 사람을 사귀고 싶으니 자기를 잊어 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얌전하고 조용했던 ‘나’는 폭풍처럼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닌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청춘의 추억이 깃든 곳을 다시 보려고 가슴 두근거리는 일겐베르크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율리를 다시 만나지만 ‘나’는 자기의 어리석음에 괴로워한다.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는 불변의 시간은 죽음과 같다.

「늙은 태양 아래서」의 시립 양로원에 사는 카를 휘를린은 공장 감독관으로 지내다가 운 좋게 꽤 많은 유산을 상속받고 사업도 크게 번창한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자가 나오면서 휘를린은 파산하고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양로원에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양로원 생활은 기대와는 달리 그에게 분노와 회한, 모멸감과 불쾌감, 권태감만 느끼게 할 뿐이다. 공장주 휘를린은 형편없이 무능력한 인간으로 남의 보호를 받고 사는 자신의 처지에 고독과 절망을 절감하고 점점 더 조용하고 침울한 인간이 되어 간다. 익살꾼 핑켄바인은 자유와 가난과 활동성과 끊임없는 긴장을 찾아볼 수 없는 양로원 생활에 숨이 막혀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쓸쓸하고 조용해지는 양로원 생활에서 핑켄바인은 자기가 침몰하는 배 위에 혼자 살아남은 최후의 한 사람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봄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헤세의 작품은 대체로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결코 어둡지 않다. 이는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자연 친화력 때문이다. 또한 헤세의 자연 친화성뿐만 아니라 자연을 묘사하는 세심한 필치에 담긴 성실성과 진정성으로 독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또한 인간을 묘사하는 데에도 성실성과 진정성을 보여 준다. 헤세의 단편들 2 『대리석 공장』 역시 그러한 면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 속 인물 대부분은 전형적인 선인, 악인이 아니라 두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약점을 지닌 인물들로 ‘너무나 인간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 헤세는 피할 수 없든, 자초했든 생의 길목에서 슬픔과 고독에 직면하여 고통과 절망에 빠질지라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희망에 차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수 있다면 그 삶에도 찬란한 봄의 햇빛이 스며들고 젊음이 약동할 거라고 말한다. 우리의 어리석음은 무엇이며,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책에서 헤세는 말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든 뒤로 물러서든 옆으로 옮기든 변화한다. 미래를 꿈꾸고 새로이 도전하고 자기 의지에 의한 선택을 그만두지 않는 영원히 젊고 활기찬 삶 가치에 주목하게 하는 헤세의 단편들 2 『대리석 공장』은 우리가 여전히 헤세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 주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헤르만 헤세

독일계 스위스인 시인이자 소설가.
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헤세는 열다섯 무렵부터 시인이 되고자 했다. 신학교를 자퇴하고, 자살을 기도하고, 시계 공장의 수습공, 서점의 수습 점원을 거치는 등 젊은 날을 방황하며 고뇌에 찬 시간을 보냈다. 스물한 살에 첫 번째 시집 『낭만의 노래』를 출간한 이후 『데미안』, 『유리알 유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싯다르타』 등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로부터 아낌없이 사랑받고 있는 시와 소설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다. 평화주의자였던 그는 평화는 전쟁보다 훨씬 더 고귀하다며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전쟁을 비판했고, 나치 정권에게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46년 ‘노벨문학상’, ‘괴테상’, 1954년 ‘서독 평화 공로상’ 등을 수상했으며,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고 자유와 평화를 사랑한 그는 인류의 정신적 스승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친 후 독일 뮌헨대학을 거쳐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에서 독일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학교 문과대학장, 도서관장,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뷔히너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다.
주요 논문으로는 「번역은 원전에 대한 도전이다?」, 「추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뷔히너의 리얼리즘」, 「가다머의 예술론」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 이스터 저), 『희곡과 연극 그리고 관객』(하인츠 가이거/헤르만 하르만 저), 『실천문학이론』(플로리안 파센 저), 『뷔히너문학 전집』(게오르크 뷔히너 저), 『편견:인류의 재앙』(프레데릭 마이어 저), 『작은 세상』(헤르만 헤세 저), 『데미안』(헤르만 헤세 저),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페터 슈탐 저) 외 다수가 있다.
그리고 저서로는 『천재를 부정한 천재를 아십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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