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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Philos 27
사이토 고헤이 지음 | 정성진 옮김
아르테(arte)

2024년 05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3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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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65MB)
ISBN 979117117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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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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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최상의 경제 교과서! 마르크스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 모리나가 다쿠로(森永卓郞,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

“사이토 고헤이는 일본에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출판 붐을 일으켰다.
지금이야말로 마르크스사상을 재창조할 적기이다!”
- 《뉴욕타임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1987년생 MZ세대 연구자,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부교수인 사이토 고헤이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2020)를 통해 일본 청년층 사이에서는 마르크스주의 공부 열풍, 대중매체에서는 출판 붐을 일으켰다. 저자는 일본 내에서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퍼블리셔스위클리》 등 유수의 구미 언론매체를 비롯해 슬라보이 지제크, 제이슨 히켈, 티티 바타차리야, 마이클 하트 등 중견 연구자가 극찬한 젊은 석학이다. 또 2018년 마르크스주의 분야 최고 학술상인 도이처기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며 일약 이 분야 글로벌 슈퍼스타 학자로 부상했다.
“자본주의의 대안은 만년의 마르크스가 전념한 생태사회주의, 코뮤니즘 연구에 답이 있다”라는 전작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의 학술적 결론을 이으며,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은 독자의 범위를 더욱 넓히면서도, 주장이 가리키는 방향성을 매우 구체화했다. 일본에서 2023년 1월에 출간되어 단숨에 아마존재팬 경제 분야 1위로 올라섰고, 1년이 지난 현재(2024년 3월) 15만 부 넘게 팔리며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이 드디어 국내에서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7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이자 경제 평론가 모리나가 다쿠로는 “차원이 다른 최상의 경제 교과서”라 평하며, 이 책을 대학 강의 교과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시절 『자본론』 독파에 실패한 이후 꾸준히 『자본론』 해설서를 읽어 왔으나, 이 책만큼 명쾌한 책은 없었다”라고 말하며 “번번이 부딪혀 온 『자본론』의 벽이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마르크스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책”이라고 극찬했다.
나아가 “집도 차도 대출을 받지 않으면 (혹은 대출을 받아도) 살 수 없는” 처지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회의할 수밖에 없는 이들, “매일매일 힘들어하면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노동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이 책의 독자이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공부 열풍에 응답한 『자본론』 입문서이자, 마르크스와 함께 사고하며 그러나 동시에 마르크스를 넘어서는 “사회변혁을 지향한 ‘실천의 책’”으로 훌륭히 역할을 할 것이다.
정성진 역자의 적확한 개념어와 역주 또한 충실한 공부의 소재가 된다. 경상국립대학교 한국사회과학(SSK) 연구단장으로서 저자와 함께 연구단에서 교류하며,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섬세히 옮기며, 국내 독자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저자가 직접 옮긴 『자본론』 발췌부에 한국어판(비봉출판사, 2015)의 인용 쪽수를 병기해 두 버전을 비교할 수 있게 했고, 용어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해설을 부가했으며, 저자가 언급한 개념어를 국내에 소개한 판본의 서지 정보는 대부분 일러두었다.

“처음부터 기죽이는 것 같지만 『자본론』을 독파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분량이 방대하고 서술방식도 독특합니다. 곳곳에 등장하는 철학적 표현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책을 ‘제로에서 시작하는’ 입문서로 활용하면 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자본론』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제로에서’-다시 읽고, 마르크스사상을 21세기에 살릴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프롤로그에서
prologue 『자본론』과 빨간 잉크_9

chapter 1 ‘상품’에 휘둘리는 우리_17
남쪽 섬 어부의 이야기 | ‘물질대사’로서의 노동
인간의 노동은 무엇이 특수한가 | 『자본론』은 ‘부’에서 시작된다
부란 무엇인가 | ‘상품’의 정체 | 자본이 숲을 울타리 치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바뀐다 | 눈앞의 돈벌이를 멈출 수 없다
필요한 것보다 ‘팔릴 것 같은’ 것들 | 물건에 이용당하고 휘둘리는 인간
춤추는 탁자? | ‘민영화’라는 이름의 울타리 치기
사회의 ‘부’가 위험하다! | 가성비 사고의 내면화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지름길

chapter 2 왜 과로사는 없어지지 않는가_59
끝없는 가치 증식 게임 | 자본이란 “운동”이다
자본가가 돈벌이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 | ‘생산이라는 숨겨진 장소’
‘노동력’과 ‘노동’의 차이 |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는 메커니즘
노동력도 ‘부’ | 반복되는 ‘과로사’의 비극
‘자유’가 노동자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 | 임금인상보다 ‘노동일’ 단축
자본가로부터 ‘부’를 되찾다 | 상반된 두 가지 움직임 | 노동시간 단축을 향해

chapter 3 혁신이 ‘별것 아닌 일’을 낳다_93
케인스의 낙관과 비관적인 현실 | ‘더 싸게’ 하라고 압박하는 자본주의
생산력 향상이 낳는 ‘상대적잉여가치’ |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분업’이 노동자를 무력화한다 | 노동이 고통스러워지는 근본 원인
인간다움을 앗아 가는 테일러주의 | ‘기계’에 봉사하는 노동자
무력한 생산자는 무력한 소비자다 | 생산력 향상으로 일자리를 잃다
‘경영자 입장’이라는 거짓말 | 불싯 잡 | 자율성을 되찾으라!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 급식을 지키려는 노력

chapter 4 녹색 자본주의라는 우화_135
자본의 약탈욕이 자연에도 미친다 | ‘자본세’의 불합리한 불평등
“대홍수여, 내가 죽은 다음에 오너라!” | 회복 불가능한 균열
‘복잡성’의 파괴 | 자연의 포섭은 멈추지 않는다 | 생태학으로 경도되다
『자본론』에 수록되지 않은 만년의 사상

chapter 5 굿바이 레닌!_159
부의 풍요를 되찾기 위해 | 보수화와 가성비 사고
‘코뮤니즘’에 대한 이미지 | 소련과 코뮤니즘은 다르다
민주주의의 결여 | 관료가 특권계급이 되는 구조
소련, 붕괴 | 사회주의의 탈을 쓴 ‘정치적 자본주의’
국유가 반드시 ‘공유’는 아니다 | 학비도 의료비도 무료인 독일
국유화보다 어소시에이션이 선행했다 | 기본소득이라는 ‘법학 환상’
피케티와 MMT의 사각지대 | 상향식 사회변혁으로 | 복지국가의 한계

chapter 6 코뮤니즘이 불가능하다고 누가 말했나_195
왜 마르크스는 미래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을까
『자본론』에 담지 못한 것들 | 원고적 공동체의 ‘평등’
‘유물사관’으로부터의 전향 | ‘탈성장 코뮤니즘’으로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 파리코뮌의 경험
오래되고 새로운 ‘코뮌’ | 노동자 협동조합의 잠재력
‘사용가치 경제’로의 대전환을 위해 | 민영화가 아닌 ‘시민영화’로
사회의 부가 넘쳐 난다 | 파리코뮌은 왜 실패했을까
각지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어소시에이션’
바로 지금 마르크스에게 배운다
마르크스는 유토피아 사상가다

epilogue 혁명의 시대에_241

옮긴이의 말 MZ세대 문법으로 쓴 혁신적인 『자본론』 입문서_249

■ 옮긴이의 말(일부 발췌)
MZ세대 문법으로 쓴 혁신적인 『자본론』 입문서
- 정성진[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연구석좌교수, 한국사회과학(SSK) 연구단장]

마르크스의 『자본론』 해설서 책들은 대동소이한 것들이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어서 마르크스주의 서적 독자층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5000부 이상 팔리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이 책은 『자본론』 입문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출간된 지 1년 만에 15만 부를 돌파했다. 이는 저자의 전작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인신세의 자본론(人新世の「資本論」)』, 集英社, 2020)이 출간 이후 60만 부 이상 판매되어 저자가 인기 작가가 된 덕분도 있지만, 이 책의 특유한 매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예컨대 「『자본론』과 빨간 잉크」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부터 돋보이는 서술 형식의 참신함, 담백하며 스트레이트한 구어체 문장, 『자본론』의 주요 명제나 문구에 대한 해석 관련 논쟁(이는 『자본론』을 해설한 기존 책들에 거의 예외 없이 포함되어 있다)을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문제의 핵심으로 직진하는 저자 특유의 경쾌한 논리 전개, MZ세대(1987년생인 저자는 36세에 이 책을 출간했다)의 감수성으로만 가능한 사례 제시(예컨대 『모모』의 시간 은행, 학교급식 등) 등이 특히 젊은 층에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신박한 형식만큼 내용도 새롭다. 저자는 이 책을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자본론』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제로에서’-다시 읽고, 마르크스사상을 21세기에 살릴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15쪽). 여기서 “제로에서”라는 말은 이 책이 『자본론』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다는 뜻뿐만 아니라 이 책이 기존의 『자본론』 해설서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자본론』을 설명한다는 뜻도 포함한다. 『자본론』에 대한 기존의 해설서들이 대부분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관한 책이라고 전제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자본론』이 자본주의 이후 사회, 즉 포스트자본주의사회에 관한 구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전작 『인신세의 자본론』에서 만년(晩年)의 마르크스의 미출간 원고들의 엄밀한 독해를 통해 이 시기 마르크스의 포스트자본주의 구상을 탈성장 코뮤니즘(Degrowth Communism)으로 정식화한 바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중기(中期) 마르크스의 대표작인 『자본론』의 의의와 한계를 설명한다. 또 저자는 『자본론』에 관한 기존 책들이 대부분 『자본론』을 자본주의에 관한 학술적 연구 서적으로 읽는 것과 달리, 『자본론』을 “사회변혁을 지향한 ‘실천의 책’”(『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11쪽)이라고 본다. 저자는 1867년 『자본론』 출판 이후 『자본론』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쓰였고 또 현재도 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 좌파가 여전히 소수로 주변화되어 있는 이유는 『자본론』에 대한 책들이 대개 『자본론』을 자본주의를 다룬 책으로만 읽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철학적이며 난해한 추상론으로 경도되어 마르크스를 현실에서 분리하여 상아탑에 가두어”(위의 책, 10쪽) 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객관적 현실의 변화도 한몫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총체적 모순이 격화되면서 지난 세기말 옛 소련의 붕괴 이후 득세했던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자본주의 이외 대안 부재론)가 급격히 퇴조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대안으로서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구글엔그램뷰어(Google Ngram Viewer)에서 검색해 보면 1800~2019년 내 매년 전 세계에서 영어로 출판된 책들 중 ‘마르크스주의(Marxism)’ 혹은 ‘사회주의(socialism)’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들의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바닥을 치고, 이후 증가 추세로 분명하게 반전된다.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가 격화되고 이에 따라 자본주의 비판과 극복의 사상으로서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 『자본론』에 관한 책들은 대학도서관 서가나 중고 서점에서나 찾을 수 있는 구시대의 유물이기는커녕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이 책의 성공은 이런 새로운 트렌드의 반영이면서 동시에 이를 더 가속하고 대중적으로 더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 책 속에서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고, 처우와 노동조건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파트타임 배우자나 비정규직 동료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이미 ‘계급’의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계급의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먼저 우리 사이의 큰 공통점에 주목해 봅시다. ‘일을 한다’는 사실은 남쪽 섬의 어부도, 일본에 살고 있는 우리도 공통된 것입니다. 어부도, 샐러리맨도 모두 살기 위해 일합니다.
그래서 먼저 우리가 매일 하는 ‘노동’이라는 행위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자본주의에 서서히 접근해 보겠습니다. -20쪽, ‘물질대사’로서의 노동

그렇다면 애초에 ‘부’란 무엇일까요? ‘부’를 나타내는 영어는 일반적으로 웰스(wealth)입니다. 이것은 화폐나 유가증권, 부동산 등 화폐로 측정할 수 있는 재물, 금액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재물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와 상품의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사실 부는 바로 상품이라는 고정관념이 우리에게는 이미 몸에 배어 있습니다.
이를 풀어내어 사고의 폭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려는 것이 『자본론』의 부제이기도 한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부’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27쪽, 부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사회의 노동자는 노예와 달리 자신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팔 수 있습니다. 즉,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는 노동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하며, 노동자는 원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는 거기까지입니다. 일단 노동력을 팔고 나면, 그 뒤로는 더 이상 노예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마르크스 경제학자 우치다 요시히코(內田義彦, 1913~1989)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노동자는 노동력에 대한 처분권은 있지만, 노동에 대한 처분권 따위는 전혀 없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직장에서 노동을 마음대로 처분해 보라. 처분되는 것은 당신 자신일 것이다. (중략) 노동력에 대한 처분 능력을 100퍼센트 갖는다는 것은 노동의 처분 능력을 100퍼센트 잃는다는 것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에 있다.” -78~79쪽, ‘자유’가 노동자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왜 주 20시간 노동은 안 될까요? ‘부’의 관점에서는 가능하지만, ‘상품’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하면 자본의 가치 증식이 멈춰 버리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에서는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이런 대담한 노동시간 단축 움직임이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활보호자 때리기(bashing)’* 에서 볼 수 있듯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는 노동윤리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업이 권장되고, 쉬는 날에는 자기 계발 세미나로 붐빕니다.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의 시간을 타인에게 팔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는 게 좋을까요? -91쪽, 노동시간 단축을 향해

자본주의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생활은 오히려 여유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욕구와 감성이 메마르고 빈곤해졌습니다. 180년 전, 20대 중반의 젊은 마르크스는 이 상태를 ‘노동의 소외’라고 불렀습니다. 소외된 삶에 대해 마르크스는 분노를 담아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빛, 공기 등 가장 단순한 동물적 청결도 인간에게 욕구인 것을 중지한다. 더러움, 인간의 이 퇴폐, 타락, 문명의 하수구의 오물(이것은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이 인간의 생활 기반이 된다. 완전히 부자연스러운 황폐, 부패한 자연이 인간의 생활 기반으로 된 것이다.” -98쪽, 케인스의 낙관과 비관적인 현실

그들은 자신들의 ‘구상’력과 ‘실행’력을 자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과당경쟁을 막고 자신의 일과 노동환경을 지켜 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자본가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3일 만에 옹기 100개를 구워 달라고 주문해도 ‘무리하다, 일주일은 걸린다’고 튕기거나, ‘무늬를 넣지 말고 싸게 만들어 달라’고 해도 ‘나한테는 내 방식이 있다’며 응해 주지 않습니다.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생산이 안 되기 때문에 자본가는 직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구상과 실행이 통일된 노동자의 기술과 통찰력에 자본가가 의존하는 상태입니다. -109쪽,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마르크스가 상상하는 미래 사회의 노동자는 ‘전면적으로 발달한 개인’입니다. 나사만 조이고 돈만 버는 개인이 아니라, 구상과 실행 모두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개개인이 자신의 노동력이라는 ‘부’를 활용하면서 사회 전체의 ‘부’를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지지하면서 자율적으로 살아갈 능력과 감수성을 되찾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소외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마르크스는 생각했습니다. -129쪽, 자율성을 되찾으라!

리비히의 약탈적 농업론에 감명받은 마르크스는 이 책에 대해 매우 꼼꼼한 연구 노트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자본론』에서도 자연의 남용으로 인한 토양의 피폐가 결국 사회의 물질적 기반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140쪽, “대홍수여, 내가 죽은 다음에 오너라!”

이 노트를 읽어 보면 마르크스가 토양 피폐 문제 말고도 삼림의 과도한 벌채와 석탄 자원의 고갈, 품종‘개량’으로 인해 동물들이 쉽게 질병에 걸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는 양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인간에 대한 유용성 외에는 고려하지 않는 품종개량에 대해 “역겹다!”라고 혐오감을 드러냈습니다. -153쪽, 생태학으로 경도되다

인생의 가성비를 따지자면 “당장 관 속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요로 다케시(養老孟司, 1937~)는 비꼬아 말하지만,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 따위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자본주의에 의한 ‘영혼의 포섭’이 극에 달한 것입니다. -164쪽, 보수화와 가성비 사고

그렇게 되면 싫은 일을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버텨야 한다는 압박감이 약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복지국가 연구자인 괴스타 에스핑아네르센(Gøsta Esping-Andersen, 1947~)이 ‘탈상품화’라 부른 상황입니다.* 즉, 생활에 필요한 재화(주거, 공원)와 서비스(교육, 의료, 대중교통)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을수록 탈상품화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179쪽, 학비도 의료비도 무료인 독일

이제 드디어 마르크스가 상상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살펴봅시다. 그런데 이 문제를 고민하다 보면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의 모습을 애매하게 남겨 두었다는 난제에 곧바로 부딪히게 됩니다.(………)
미래 사회를 상상할 때 현재의 가치관이나 상식을 무비판적으로 투영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현재 사회의 욕망이나 젠더관 등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자유·평등을 구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미래 사회는 그때그때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마르크스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어떤 사회를 만들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197~198쪽, 왜 마르크스는 미래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을까

요컨대, 마르크스가 상상한 미래 사회는 ‘코먼의 재생’에 다름 아닙니다. 코먼(common)에 기반한 사회야말로 코뮤니즘(communism)입니다. 쉽게 말해, 사회의 ‘부’가 ‘상품’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모두가 공유하고 자치 관리하는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정상형 경제사회를 만년의 마르크스는 구상했던 것입니다. 이때 어떻게 부를 코먼으로 공유하느냐 하면, 이렇습니다.
“각자는 그의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그의 필요에 따라!” -211쪽,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특징인 무계획적 분업에 기반한 상품생산의 존재 방식을 ‘사적 노동’이라 불렀는데, 이러한 사적 노동을 없애고 임금노동을 폐기하는 것이 어소시에이션 사회의 목표입니다.
이는 일견, 분업이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ICT(정보통신기술)와 알고리즘이 발전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사적 노동의 폐기가 현실화될 여지는 오히려 비약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221쪽, 노동자 협동조합의 잠재력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동료를 돕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조차 코뮤니즘 없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가 폭주하는 가운데, ‘코먼’의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시민이 출자해 전기를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하는 ‘시민 전력’ 시도, 인터넷 앱으로 기술과 물건을 공유하는 ‘공유경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런 움직임을 신자유주의 ‘민영화’에 저항하는 ‘시민영화’라고 부릅니다. -225쪽, 민영화가 아닌 ‘시민영화(市民營化)’로

마르크스에 따르면 변화의 담당자는 ‘프롤레타리아트’입니다. 프롤레타리아트라고 하면 남성 공장 노동자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자본주의 아래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 프롤레타리아트입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피폐해진 필수 노동자, 일자리가 불안정해서 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일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시장 논리, 경쟁 원리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우리는 모두 프롤레타리아트입니다.
또 인종문제나 젠더 문제, 환경문제나 이민 문제도 자본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가 없어진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아래에서 다양한 불평등이 생기고, 그 불평등이 다양한 ‘계급’을 만들고, 게다가 빈곤과 어려움이 고착화되기 때문에,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237~238쪽, 바로 지금 마르크스에게 배운다

≫ 아마존재팬 경제 분야 1위
≫ 슬라보이 지제크, 제이슨 히켈, 티티 바타차리야 극찬 MZ세대 사상가
≫ 신서대상 2021 대상 수상 작가
≫ 도이처기념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

자본주의로부터 ‘부’를 되찾으라!
코뮤니즘이라는 유토피아를 상상하기 위해 『자본론』을 읽어야 한다

“지금 여러분이 느끼는 불안과 삶의 어려움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이 점점 더 풍요로워지리라는 약속이 21세기에 들어서는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빨간 잉크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한 번은 버린 『자본론』이 바로 그 빨간 잉크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자본론』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이 사회의 부자유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시장 원리주의’가 지배하는, 불평등이 급격히 확대된 사회에 살고 있다. “야근을 줄이려 해도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아이들 학원비가 가계를 압박하는” 한마디로 팍팍한 생활을 하며, “폭염, 홍수, 가뭄 등의 피해”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점 더 커지게 될 위태로운 지구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이토 고헤이는 자본주의가 말하는 “풍요”의 실체가 무엇인지 되짚는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약속된 ‘꿈의 기술’인 AI, 로봇공학으로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난 인간?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 이런 기술이 완성될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13쪽)
미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 “전혀”라는 저자의 지적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다음 사례를 보면,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술로는 진정한 의미의 풍요가 전혀 실현될 수 없다”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우버이츠 아르바이트를 체험한 경험을 풀며,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자유로운 노동이 가능해졌다는 언설의 허상을 파헤친다.(125쪽)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공유경제’의 한 사례로 주목받는 이 노동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길을 모르는 내가 그저 스마트폰 화면의 지시에 따라 배달하는 것뿐”임을 짚는다. “노동의 내용은 우버의 알고리즘과 스마트폰의 GPS 기능에 의해 결정되고, 요리가 식지 않게 배달하는 것만이 요구”되며, 그 노동에 창조성이나 타인과 소통할 여지는 배제[소외]된다. 오로지 배달의 효율성만 체크되며 “제대로 일하는지 기계에 의해 감시당하니 오싹하기까지 한” 상황임을 고발한다.
이러한 ‘구상’과 ‘실행’이 분리된 상황에서 “경영자 입장”이라는 것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경영자 입장”이 곧 “노동자에게 큰 희생을 강요하는 자본의 저거너트”임을 밝히며, 그 비상식에 대해 비판한다.
이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노동의 소외” 또는 “자본의 전제(專制)”, 즉 기계가 노동자를 ‘노동’에서 해방하는 것이 아닌 노동의 ‘내용’에서 해방하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117쪽) 루이 알튀세르 등의 관점을 따른다면 『자본론』에 소외론이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소외론이 제대로 있음을 역설한다. 소외의 감각에 주목해 “부”를 분석하며, 진정한 “부의 풍요”를 찾을 방법, “코먼을 기반으로 한 풍요로운 사회”를 이룰 방법에 대해 모색한다.


‘빈곤’과 ‘기후 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만년의 마르크스 사상
21세기 코뮤니즘론

“노동은 더 매력적이고 인생은 더 풍요로워야 하지 않을까요? 이 마르크스의 물음은 오늘날에도 해당됩니다. 기진맥진할 때까지 시시한 일을 하다가 귀가한 뒤 좁은 아파트에서 밤늦게 편의점의 맛없는 밥을 알코올과 함께 쓸어 넣으면서 유튜브나 트위터를 보는 생활-이건 이상하지 않은가요? 그리고 무엇보다 ‘월요일이 우울하다’ ‘일을 쉬고 싶다’는 소외의 감각이 우리의 실감으로 와닿습니다.” - 본문에서(99쪽)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은 바로 다음 질문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그런데도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자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는 파란 잉크로 쓰인 세계, 즉 우리가 원하는 자유가 실현되는 듯 보이지만(우버이츠 등 배달 플랫폼, 넷플릭스 등 콘텐츠 구독제, 로봇 자동 청소기 등 생활 편의 기계), 이는 단지 이 사회의 불합리를 그려 낼 수 있는 빨간 잉크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빨간 잉크”라고 말하며, 우리가 버린 『자본론』이 바로 이 사회의 부자유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빨간 잉크라고 역설한다.
사이토 고헤이는 “어떻게 일할지 결정하는 이도, 그 노동이 만들어 내는 가치를 손에 넣는 이도 자본가”라는 점을 갈파하며, “노동자가 ‘나는 실행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면, 소외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본에 철저히 포섭된 것일지도 모른다”라며 경고한다.
저자는 이처럼 1장 「‘상품’에 휘둘리는 우리」(『자본론』 제1권 1편 「상품과 화폐」), 2장 「왜 과로사는 없어지지 않는가」(『자본론』 제1권 3편 「절대적잉여가치의 생산」)에서 우리와 가까운 현실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눈앞의 돈벌이를 왜 멈출 수 없는가?” “인간의 노동은 무엇이 특수한가?” “왜 ‘자유’가 노동자를 궁지로 몰아넣는가?” “우리는 왜 노동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는가?” 등등.
3장 「혁신이 ‘별것 아닌 일’을 낳다」(『자본론』 제1권 4편 「상대적잉여가치의 생산」)에서는 자본주의에서 혁신이 실업과 “불싯 잡(bullshit job)”을 만들어 내는 역설을 설명하며, 노동의 자율성을 되찾는 법(직인의 노동 방식, 동직조합의 결속)에 대한 탐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4장 「녹색 자본주의라는 우화」에서는 “만년의 마르크스 사상”에 주목해 자본의 탐욕을 극복할 미래 비전을 그린다.
5장 「굿바이 레닌!」에서는 옛 소련, 20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한 나라들에서부터 북유럽 복지국가, 최근 진보좌파 진영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BI), 현대화폐이론(MMT)과 같은 톱다운식 정책의 한계(“법학 환상”에 빠질 위험)를 말하며, 6장 「코뮤니즘이 불가능하다고 누가 말했나」에서 핵심 결론에 이른다. 저자는 탈성장 코뮤니즘의 길을 제시하며, “부”가 상품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모두가 공유하고 자치 관리하는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정상형(定常型) 경제사회” “어소시에이션”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은 이처럼 21세기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포스트자본주의 대안’을 구상하는 책이다. 단순한 경제이론이나 자본주의의 설명으로서 『자본론』을 분석하는 것이 아닌 불평등과 장시간 노동 등의 ‘빈곤 문제’, 기후 위기 등의 ‘환경문제’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자본론』을 새롭게 읽는다.


도발적이고 환상적인 제안
“마르크스와 함께 사고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마르크스를 넘어서”

사이토 고헤이는 잃어버린 “부”를 회복하는 첫걸음으로 『자본론』을 독해할 것을 권하며, 바로 지금 우리 현실이 맞닿은 문제의 핵심으로 직진한다. 이 책의 명징한 논리는 저자의 도발적이고(다소 엉뚱하고) 참신한 다음 세 관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첫 번째, 저자는 『자본론』을 학술서가 아닌 “실천의 책”으로 읽는다. 『자본론』을 다룬 기존 책들이 대부분 자본주의에 관한 학술적 연구 서적이거나, 사이토 고헤이의 직설적인 표현을 그대로 빌려 오면 “철학적이며 난해한 추상론으로 경도되어 마르크스를 현실에서 분리하여 상아탑에 가두어” 버렸다. 이는 즉 마르크스주의 좌파가 여전히 소수로 주변화되어 있는 이유임을 지적한다.
두 번째, 이 책은 마르크스사상이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인 “포스트자본주의사회” “탈성장 코뮤니즘”에 대한 구상을 담고 있음을 주장한다. 기존 해설서들이 대부분 『자본론』을 자본주의에 관한 책이라 전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이다. 이와 같은 마르크스 해석을 엉뚱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저자는 이들이 20세기 사회주의 이미지에 갇혀 있음을 비판한다. 만년의 마르크스의 미출간 원고를 세밀히 연구해, 최근 연구 경향의 새로운 마르크스의 이미지 “생태사회주의로(ecosocialism)의 전환”을 여실히 보여 준다.
세 번째, 이 책이 특별한 이유의 핵심이다. 이 책은 『자본론』의 한계 그다음, “마르크스주의를 넘어서는 아이디어”를 상상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마르크스가 『자본론』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지”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답할 수 없던 ‘회복 불가능한 균열’을 수복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비전은 무엇이었을지”를 연구한다.
『자본론』 해설서 대부분이 언급하는 『자본론』의 주요 명제, 문구에 대한 해석 관련 논쟁들은 완전히 차치하고, 『자본론』의 현재적 가치인 ‘21세기 코뮤니즘론’을 찾고 널리 전하기 위해 면밀히 탐색한다. 그 연구는 주로 만년의 마르크스 미출간 원고들의 엄밀한 독해, 마르크스가 씨름한 미해결의 쟁점, 엥겔스가 체계화하려고 노력할수록 놓쳐 버린 새로운 문제의식 등을 기반으로 한다.
상대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마르크스의 ‘발췌 노트’(마르크스는 읽은 책들 모두 ‘발췌 노트’를 하는 습관을 평생 지녔다고 한다), 『자본론』 초고나 준비 노트, 『자본론』 제2권, 제3권을 완성하기 위해 그가 어떤 연구를 했는지 등에 초점을 두었다. 사이토 고헤이는 새로운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의 출간을 목표로 진행되는 대규모 연구인 ‘메가(MEGA, Marx-Engels-Gesamtausgabe)’라는 국제적 프로젝트의 편집위원으로 마르크스가 자연과학 분야를 깊이 연구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마르크스는 유스투스 폰 리비히의 화학 저서를 시작으로 농화학, 식물학, 지질학, 광물학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리비히의 ‘물질대사’라는 화학·생리학 용어를 가져와 마르크스는 “인간이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행위가 바로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이 책에서는 리비히와 프라스의 ‘자연과학’ 개념과 법제사가인 마우러의 ‘공동체’ 개념, 러시아의 ‘미르’ 등을 동시에 연구한 마르크스의 성과와, 몇 년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성실히 발췌 노트를 작성한 마르크스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소외를 극복하는 길”을 실천의 관점으로서 독해하고 싶다면, “자본주의의 끈질긴 생명력 앞에서 그 힘의 원천을 탐구하며 조금씩 자신의 관점을 조금씩 수정해 간” 마르크스사상의 면면을 꿰뚫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이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저자의 마르크스사상 분석은 ‘20세기 사회주의’에 갇히지 않은 ‘21세기 코뮤니즘론’이며, “기후 위기 시대, MZ세대 문법으로 쓴 혁신적인 『자본론』 입문서”(정성진), 한마디로 담대한 통찰이다.

“마르크스는 기술을 소박하게 찬양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조건 거부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양면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마르크스사상은 다른 면모를 보이고, 그에 따라 미래 사회에 대한 구상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고전은 재미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자신의 문제의식을 비추는 거울로서 『자본론』은 여러 번 다른 시각으로 다시 읽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 위기의 시대에 여러분도 『자본론』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입니다.” - 에필로그에서

작가정보

(斎藤幸平)
1987년생.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부교수이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와 베를린훔볼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문 분야는 경제사상, 사회사상으로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한 생태학, 철학, 정치경제학, 인신세(인류세) 분야의 여러 연구물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의 출간을 목표로 진행되는 ‘메가(MEGA, Marx-Engels-Gesamtausgabe)’ 프로젝트의 편집위원이며, ‘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을 연구 주제로,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경상국립대학교 한국사회과학(SSK) 연구단에 공동연구원으로서 교류하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에 기초한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Karl Marx’s Ecosocialism: Capital, Nature, and the Unfinished Critique of Political Economy, 2017)로 2018년 마르크스주의 분야 최고 학술상인 도이처기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며, 글로벌 슈퍼스타 학자로 부상했다. 지은 책으로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등이 있다.

1957년생.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연구석좌교수 및 한국사회과학(SSK) 연구단장.
지은 책으로 『21세기 마르크스 경제학』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마르크스의 부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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