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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 김석희 옮김
작가정신

2024년 04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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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13MB)
ISBN 979116026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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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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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가 끝나면,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

거대한 우주의 신비를 닮은 지구상에서 가장 커다란 포유동물에게 바치는 외경의 찬가이자, 고래에 관한 방대하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모비 딕』. 『리어 왕』, 『폭풍의 언덕』과 함께 영어로 쓰인 3대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모비딕』의 전면 개역판이 출간되었다. 허먼 멜빌이 격조 높은 서사시적 산문체로 써내려간 『모비 딕』은 서두에서부터 고래에 대한 ‘어원’ 탐구와 ‘발췌록’ 문헌이 등장하고, 포경선을 탄 이력이 있는 작가의 체험과 도서관에서 조사하고 연구한 고래와 포경에 대한 갖가지 지식이 총망라된 독특한 소설이다. 출간 당시에는 어렵고 낯설다는 이유로 외면당했지만 작가가 죽고 30여 년 후에 재평가되기 시작했고 오늘날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이 되었다.

『모비 딕』은 공포와 외경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흰색 고래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빼앗긴 뒤 복수를 위해 대서양으로 인도양으로 태평양으로 추적을 거듭하는 에이해브 선장과 그와 한배에 올라탄 선원들의 처절한 결투와 종말을 그린 작품이다. ‘피쿼드’ 호의 선원들은 지구상의 모든 바다로 이어질 이 놀라운 추격을 시작할 때부터 그 거대한 ‘흰색의 공포’에, 원시적인 자연에 이미 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름답고도 무서운 항해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겨우 ‘모비 딕’과 만나지만 복수의 순간은 파멸의 순간이었고, 무수한 질문들을 집어삼키는 바닷속으로 조용히 가라앉고 만다.
고래와 포경업에 관해 인류가 탐색하고 축적해온 지식들, 우주와 인간에 대한 철학적 명상들로 가득한 이 소설은 부정적이고 우울한 세계관에 영혼이 마비되어버린 에이해브의 비극을 통해 인간 영혼의 다의적인 패배와 승리, 파괴의 충동, 선과 악의 갈등,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대양에서 펼쳐지는 에이해브와 모비 딕의 대결은 자연의 의지에, 우주의 힘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그때 그 바다는 우주의 섭리와 삶의 비극을 가르치는 장場이 된다.

이 책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모비 딕』 완역본을 번역, 소개하는 데 시초가 된 김석희 번역가가 전면적으로 원고를 대조·수정하여 개고한 것으로, 기존판에서 150여 개의 역주를 추가하는 등 ‘결정판’으로서 손색이 없도록 보완했다. 이와 더불어 등장인물 소개, 작가 연보, 역자 해설 및 대담 등을 통해 소설에 담긴 심오한 함의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왔으며, 항해 지도는 물론 포경선 일러스트와 사진, 포경선 선체 및 갑판 구조 등 포경업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위한 관련 자료들도 풍성하게 수록했다. 이번 개역판은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모비 딕』의 깊고 넓은 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어원 21
발췌록 23

제1장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 43
제2장 여행 가방 51
제3장 물보라 여관 57
제4장 이불 76
제5장 아침식사 81
제6장 거리 83
제7장 예배당 87
제8장 설교단 91
제9장 설교 94
제10장 진정한 친구 107
제11장 잠옷 112
제12장 간추린 생애 114
제13장 외바퀴 손수레 117
제14장 낸터컷 123
제15장 차우더 126
제16장 배 130
제17장 라마단 148
제18장 퀴퀘그의 표시 155
제19장 예언자 160
제20장 출항 준비 165
제21장 승선 168
제22장 메리 크리스마스 172
제23장 바람이 불어가는 쪽 해안 178
제24장 변호 179
제25장 덧붙임 185
제26장 기사들과 종자들 186
제27장 기사들과 종자들(계속) 191
제28장 에이해브 선장 197
제29장 에이해브 등장, 이어서 스터브
등장 202
제30장 파이프 205
제31장 매브 여왕 207
제32장 고래학 209
제33장 작살잡이장 226
제34장 선장실의 식탁 229
제35장 돛대 망루 237
제36장 뒷갑판 245
제37장 저물녘 256
제38장 황혼 258
제39장 첫 번째 밤번 260
제40장 한밤중, 앞갑판 261
제41장 모비 딕 271
제42장 고래의 흰색 283
제43장 잘 들어봐! 295
제44장 해도 296
제45장 진술서 303
제46장 추측 314
제47장 거적 짜기 317
제48장 최초의 추적 320
제49장 하이에나 333
제50장 에이해브의 보트와 부하들 그리고 페달라 336
제51장 유령의 물보라 339
제52장 ‘앨버트로스’호 344
제53장 사교 방문 347
제54장 ‘타운호’호의 이야기 352
제55장 괴상한 고래 그림들 378
제56장 덜 잘못된 고래 그림들과
제대로 된 포경 장면 그림들 384
제57장 그림ㆍ이빨ㆍ나무ㆍ철판ㆍ돌ㆍ산ㆍ별 등에 나타난 고래들 389
제58장 크릴 392
제59장 오징어 395
제60장 작살줄 399
제61장 스터브, 고래를 죽이다 403
제62장 작살 던지기 410
제63장 작살 받침대 412
제64장 스터브의 저녁식사 413
제65장 고래고기 요리 423
제66장 상어 학살 426
제67장 고래 해체 428
제68장 담요 430
제69장 장례 434
제70장 스핑크스 436
제71장 ‘제러보엄’호의 이야기 439
제72장 원숭이 밧줄 447
제73장 스터브와 플래스크, 참고래를 잡은 뒤 이야기를 나누다 452
제74장 향유고래의 머리-비교 연구 459
제75장 참고래의 머리-비교 연구 464
제76장 파성퇴 468
제77장 거대한 하이델베르크 술통 471
제78장 기름통과 들통 473
제79장 대초원 478
제80장 머리 482
제81장 ‘피쿼드’호, ‘융프라우’호를
만나다 484
제82장 포경업의 명예와 영광 498
제83장 역사적으로 고찰한 요나 502
제84장 창던지기 504
제85장 물보라 507
제86장 꼬리 513
제87장 무적함대 520
제88장 학교와 교사들 535
제89장 잡힌 고래와 놓친 고래 539
제90장 머리냐 꼬리냐 544
제91장 ‘피쿼드’호, ‘로즈버드’호를
만나다 548
제92장 용연향 556
제93장 조난자 559
제94장 손으로 쥐어짜기 565
제95장 사제복 569
제96장 정유 화덕 571
제97장 램프 577
제98장 쌓기와 치우기 578
제99장 도블론 금화 581
제100장 다리와 팔-낸터컷의 ‘피쿼드’호와 런던의 ‘새뮤얼 엔더비’호가 만나다 590
제101장 술병 599
제102장 아르사시드 군도의 나무 그늘 605
제103장 고래 뼈대의 치수 610
제104장 화석 고래 613
제105장 고래의 크기는 줄어드는가? 절멸할 것인가? 618
제106장 에이해브의 다리 623
제107장 목수 626
제108장 에이해브와 목수 630
제109장 선장실의 에이해브와 스타벅 635
제110장 관 속의 퀴퀘그 639
제111장 태평양 646
제112장 대장장이 648
제113장 대장간 651
제114장 도금장이 655
제115장 ‘피쿼드’호, ‘배철러’호를 만나다 658
제116장 죽어가는 고래 661
제117장 고래 파수꾼 663
제118장 사분의 665
제119장 세 개의 촛불 668
제120장 첫 번째 밤번이 끝날 무렵의
갑판 678
제121장 한밤중 -앞갑판 뱃전 679
제122장 한밤중의 돛대 망루 -천둥과
번개 681
제123장 머스킷총 682
제124장 나침반 바늘 686
제125장 측정의와 줄 690
제126장 구명부표 695
제127장 갑판 699
제128장 ‘피쿼드’호, ‘레이철’호를
만나다 702
제129장 선장실 707
제130장 모자 709
제131장 ‘피쿼드’호, ‘딜라이트’호를
만나다 715
제132장 교향곡 717
제133장 추적-첫째 날 723
제134장 추적-둘째 날 735
제135장 추적-셋째 날 746
에필로그 762

옮긴이의 덧붙임 765
작가 연보 783
부록 793

“하지만 여러분! 모든 고통의 우현 쪽에는 확실한 기쁨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의 바닥이 깊은 것보다도 그 기쁨의 꼭대기가 더 높습니다. 용골이 낮은 것보다 망루가 더 높지 않습니까? 이 지상의 교만한 신들과 선장들을 거역하고 그 자신의 확고한 자아를 내세우는 자에게는 기쁨이 있습니다.”
_106쪽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가 끝난다는 것은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는 뜻이니, 두 번째가 끝나면 세 번째가 시작되고, 그렇게 영원히 계속된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노고인 것이다. _120쪽

극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런 인물은 선천적이든 다른 상황 탓이든, 그 성격의 근저에 거의 의도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압도적인 우울함이 숨어 있지만, 그것도 그 인물의 가치를 조금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비극적으로 위대한 인물은 병적인 우울함을 통해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야망을 품은 젊은이들이여, 명심하라. 인간의 위대함이란 질병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_139쪽

즉, 포대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한 역전의 용사들도 향유고래의 거대한 꼬리가 불쑥 나타나 머리 위 공기를 휘저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면 그 즉시 놀라서 움츠러들고 말 것이라고. 서로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신의 경이와 공포에 비하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공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_180쪽

정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포경업 같은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이 자주 보여주는 그런 저돌적인 행동을 자제한다.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보트에 절대로 태우지 않겠다”고 스타벅은 말했다. 이 말은 가장 믿을 수 있고 쓸모 있는 용기는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그 위험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데에서 나온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위험한 동료라는 뜻이기도 했다. _188쪽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이 기묘하게도 뒤죽박죽 엉켜버린 사태에는 우주 전체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담으로 여겨지는 야릇한 순간들이 있다. (...) 내가 말하고 있는 그 기묘한 변덕은 사람이 극도의 시련을 겪고 있는 순간에만 찾아온다. 그가 가장 진지한 순간에만 찾아오기 때문에, 조금 전만 하더라도 가장 중대한 일처럼 여겨지던 것이 지금은 통상적인 농담의 일부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 자유롭고 평이한 철학을 낳기에 알맞은 것으로는 위험이 따르는 고래잡이만 한 것이 없다.
_333~334쪽

인간은 누구나 작살줄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모든 인간은 목에 밧줄을 두른 채 태어났다. 하지만 인간이 조용하고 포착하기 힘들지만 늘 존재하는 삶의 위험들을 깨닫는 것은 삶이 갑자기 죽음으로 급선회할 때뿐이다. 여러분이 철학자라면, 포경 보트에 앉아 있어도 작살이 아니라 부지깽이를 옆에 놓고 난롯가에 앉아 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포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_403쪽

바로 여기에 고래 특유의 강한 생명력, 두꺼운 벽과 널찍한 내부 공간의 보기 드문 효력이 나타나 있는 듯하다. 오오, 인간들이여! 고래를 찬미하고, 그들을 본받도록 하라! 그대들도 얼음 속에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라. 그대들도 이 세상의 일부가 되지 말고 이 세상 속에서 살아라. 적도에서는 시원하게 지내고, 극지에서도 피가 계속 흐르게 하라. 오오, 인간들이여!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거대한 돔처럼, 그리고 고래처럼, 어떤 시기에도 그대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라. _434쪽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는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모든 인간의 마음과 사상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이 가진 종교적 믿음의 원칙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표절을 일삼는 사이비 미문가에게 철인의 사상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커다란 지구 자체는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독자들이여, 여러분도 역시 ‘놓친 고래’인 동시에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_543쪽

우리의 삶에도 온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결같은 나아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정해진 단계를 거쳐 나아가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멈추는 것도 아니다-즉 유년기의 무의식적인 도취, 소년기의 맹목적인 믿음, 청년기의 의심(만인의 숙명이다), 이어서 회의, 그다음에는 불신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혹시나’ 하고 심사숙고하는 성년기의 평정 단계에서 정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그 단계를 다 거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가서 유년기와 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 ‘혹시나’를 영원히 되풀이하는 것이다. _657쪽

지나간 내 생애의 거센 파도여, 저 아득한 곳에서 밀려와 내 죽음의 높은 물결을 더욱 높게 일게 하라!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너와 끝까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의 한복판에서 너를 찌르고,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증오를 담아서 뱉어주마. _760쪽

『모비 딕』 번역에는 내 혼이 담겼다는 말을 감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_김석희(번역가)

“나는 사악한 책을 썼습니다”(허먼 멜빌)
다양한 암시와 상징으로 오늘날까지도
무수한 해석과 평가를 양산하고 있는 문제작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투쟁과 파멸을 그린 전율적인 모험소설이자 최고의 해양문학, 미스터리와 공포가 충만한 고딕소설이자 뛰어난 상징주의 문학 또는 자연주의 문학. 이처럼 다양한 각도로 해석되고 평가되는 『모비 딕』의 화자는 방랑벽을 타고난 허먼 멜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인 ‘이슈메일’이다.
이슈메일은 육지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경이롭고 신비로운 괴물, 거대한 고래를 직접 만나기 위해 뉴욕 맨해튼을 떠나 뉴베드퍼드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곳 여인숙에서 만난, 문신을 한 괴기한 야만인 퀴퀘그에게 기독교도에게서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던 진정한 인간애를 느끼게 되고, 그와 함께 낸터컷으로 향한다. 그들은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게 되고 크리스마스날 운명적인 항해에 나서는데, 배에 오르기 직전 일라이저라는 광인에게 파멸적인 운명에 대한 경고를 듣게 된다. ‘바다에 도전하는 자는 영혼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신부의 경고를 듣지 않고 포경선 ‘피쿼드’호에 오른 이슈메일은 출항한 지 며칠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낸 선장 에이해브를 보고 놀란다. 한쪽 다리가 없는 그는 고래뼈로 만든 의족을 하고 있었고, ‘모비 딕’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이 배에 타고 있었다.
에이해브는 무리한 항해를 말리는 일등항해사이자 독실한 기독교도인 스타벅의 충고도 뿌리치고 모비 딕을 쫓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또 태평양으로 항해를 계속한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항해 끝에 그동안 여러 포경선에서 던져진 작살이 무수히 꽂혀 있는 흰 고래를 발견하게 된다.


“도서관을 누비고 대양을 편력한 결과의 소산”
24만 단어, 전체 135장으로 구성된
고래에 대한 방대하고도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전서

19세기 미국의 포경업계는 큰 번영을 구가했다. 포경선 수는 전 유럽의 포경선을 다 합친 수의 세 배나 많았다. 당시 미국의 고래잡이들을 오랫동안 괴롭히던 거대하고 흉포한 고래 ‘모카 딕Mocha Dick’에 대한 이야기가 1839년 5월 《니커보커 매거진》에 실렸는데, 이보다 앞선 1820년에 일등항해사 출신의 오언 체이스는 『포경선 ‘에식스’호의 놀랍고도 비참한 침몰기』를 펴내면서 ‘모비 딕’이란 흉포한 고래가 적도 바로 남쪽에서 ‘에식스’호를 침몰시켰다고 쓰기도 했다. 1941년, 젊은 포경 선원이었던 멜빌은 ‘애커시넷’호를 타고 고래잡이를 나갈 때 이 책을 읽었고 나중에 『모비 딕』을 쓰기 전 오언 체이스의 아들과 만나서 정보를 얻기도 했다. 『모비 딕』의 모티브는 바로 이 『포경선 ‘에식스’호의 놀랍고도 비참한 침몰기』였다.
『모비 딕』은 거대한 흰 고래를 죽이려는 집념에 사로잡혀 바다를 헤매는 에이해브의 추적에 얽힌 이야기지만 본문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고래학’이다. 고래의 생태와 활동, 포경 기술과 포획한 고래의 처리 및 가공에 대한 설명은 너무도 상세하여 마치 교과서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이유로 지난 세기 초까지 이 소설은 도서관의 문학 서가보다 오히려 수산업 서가에 꽂혀 있곤 했다. 멜빌은 마르키즈 제도의 식인종 마을에 살았던 경험을 그린 『타이피』를 쓸 때도 남태평양에 관한 모든 문헌을 샅샅이 뒤진 끝에야 작품을 완성했는데, 특히 이 『모비 딕』을 쓸 때는 그 과학적 정확성에 완벽을 기하고자 했다.
24만 단어, 전체 135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우선 고래에 대한 어원 탐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어지는 문헌 발췌 부분에는 『성경』에서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를 거쳐 셰익스피어, 몽테뉴, 존 밀턴의 『실락원』, 제임스 쿡의 『항해기』, 너새니얼 호손, 찰스 다윈까지, 거대한 괴물 또는 힘센 거인 ‘고래’에 대해 거론한 글들이 폭넓게 소개된다. 놀랍도록 꼼꼼한 이 기록들은 도서관의 책들을 통해 얻어낸 것이며, 멜빌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자신의 이 소설을 “도서관을 누비고 대양을 편력한” 결과의 소산이라고 말했다.


“지나간 내 생애의 거센 파도여,
내 죽음의 물결을 더욱 높게 일게 하라!”
방랑자 이슈메일이 지켜본 바다, 그리고 인간의 비극

비극적인 서사시 『모비 딕』은 소설의 화자 이슈메일이 포경선에 올라 이 항해의 목적을 알게 되기까지를 그린 부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항해 부분, 마지막으로 모비 딕과의 결투와 ‘피쿼드’호의 침몰을 그린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이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것은 에이해브가 아닌 화자 ‘이슈메일’이다. 그는 에이해브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흰 고래 ‘모비 딕’을 쫓는 항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다. 엄혹한 삶의 현실을 밑바닥까지 체험한 이슈메일은 침착하고 냉정하고 분석적인 태도로 우리에게 세상이라는 가면 너머의 진실을 보여주며, 파멸을 향해 내달린 ‘피쿼드’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 되어 동료의 죽음을 대가로 얻은 삶의 비밀을 전한다.
이슈메일의 눈에 비친 선장 에이해브는 불가지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고 또 직접 자신이 알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존재였다. 선장은 이슈메일을 비롯한 선원 모두에게 ‘모비 딕’보다 더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태평양에서 펼쳐진 3일간의 대격투. 이슈메일은 바다와 함께 에이해브와 모비 딕의 대결을 지켜본다. 거기에는 삶의 한가운데로 쳐들어와 만사를 부질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싸늘한 침묵, 그리고 어떠한 기록도 허락지 않는 바다의 관용 또는 무자비함이 있을 뿐이었다.


“미국 근대문학은 『모비 딕』과 함께 시작되었다!”
인간 사유의 깊이와 광활한 상상력의
한 정점을 표상하는 대작

『모비 딕』은 미국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지만 출간 당시 평론가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1851년 가을, 『모비 딕』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소설을 헌정받은 작가 너새니얼 호손은 “이 책은 정말 대단하다! 나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라고 극찬했지만, 멜빌이 일흔두 살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미국에서 3,000부 남짓 팔리는 등 상업적으로도 실패한 작품이었다. 그러다가 작가 탄생 백주년이 지난 1920년대에 칼 밴 도렌(『미국의 소설』), 레이먼드 위버(『허먼 멜빌』 평전) 같은 문학가들이 그의 생애와 작품을 연구하고 재평가하면서 그 위대성을 논하는 평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위버는 『모비 딕』을 “19세기 미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소설적 상상력”이라고 평했으며, 루이스 멈포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단테의 『신곡』과 같은 수준의 문학작품”이라고 상찬했다. 영국의 소설가 서머싯 몸은 『모비 딕』을 세계 10대 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문학적 위상을 높이 세웠다. 소설의 첫 문장인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는 세계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노벨연구소가 선정한 세계 100대 문학작품의 하나이기도 한 『모비 딕』은 토머스 핀천, 코맥 매카시,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조이스 캐롤 오츠 등 현대 영어권 작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작품으로 꼽힌다. 인간 사유의 깊이와 광활한 상상력의 한 정점을 표상한 이 작품은 세계문학의 판테온에서 빠트릴 수 없는 대작으로서, 마침내 그 명성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비극도 너무 장엄하면 슬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걸 미학에서는 ‘숭고미’라고 하는데, 내가 뭔가 고양되는 느낌, 그래서 내 삶이 구원받는 느낌이 드는 것-그게 문학을, 예술을 추구하고 경험하는 이유가 아닐까. (…) 감히 말하건대, 『모비 딕』만큼 그런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책도 드물 것이다. - 김석희(번역가)

추천사

허먼 멜빌은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다. 『모비 딕』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단테의 『신곡』과 같은 수준의 문학작품이다. _루이스 멈포드(문학비평가)

모비딕은 단순히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리얼리티, 즉 문학이 소화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보여준 작품이다. _러셀 브랭큰십(문학비평가)

이제 모비딕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세계의 세력 다툼, 그리고 그러한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국가를 반영하는 텍스트로 읽힌다. _닉 셀비(문학비평가)

스케일이 다른 작품이다. 단순히 문학이 아니라 인간과 우주에 대한 철학이 들어 있다.
_마루야마 겐지(소설가)

작가정보

저자(글) 허먼 멜빌

1819년, 미국 뉴욕에서 부유한 무역상 집안의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나 13세에 아버지가 거의 파산상태에 이른 후 죽자 농장 일꾼, 가게 점원, 학교 교사 등을 전전하며 가족의 생계를 돕는다. 20세에 상선의 선원이 되어 영국의 리버풀까지 항해했고, 22세에 다시 포경선의 선원으로 남태평양에 나갔으며, 1844년에 군함의 수병이 되어 귀국하였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으로, 포경선에서 탈주하여 남태평양 마르키즈제도의 식인종 마을에 살았던 경험을 그린 『타이피』(1846), 타히티섬에서 겪은 모험을 엮은 『오무』(1847), 태평양을 무대로 한 우화적 소설 『마디』(1849), 리버풀을 왕복하는 상선생활을 그린 『레드번』(1849), 군함에서 겪은 체험을 토대로 한 『하얀 재킷』(1850) 등이 있다.
『모비 딕』은 1851년 10월 런던에서 『고래』(3권)로, 11월 뉴욕에서는 『모비 딕, 혹은 고래』(단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너새니얼 호손은 “멜빌이 쓴 책은 대단하다!”라고 찬사를 보냈으나 평론가와 독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어 니힐리즘의 책 『피에르, 혹은 모호함』(1852)을 발표하지만 혹평을 받았으며 판매도 저조했다. 그럼에도 멜빌은 글쓰기에 매달렸고, 걸작 중편 『필경사 바틀비』(1853), 미국 독립전쟁을 풍자한 『이스라엘 포터』(1855)를 출간했다. 1857년 장편 『사기꾼』을 출간한 후로는 소설을 발표하지 않았다. 1866년 뉴욕 세관의 검사관으로 임명되어 19년간 일했으며, 그사이 72편의 시로 구성된 『전투 조각과 전쟁의 양상』(1866)과 성지 순례를 다룬 장편 서사시 『클라렐』(1876)을 펴내기도 했다. 1891년 72세의 나이에 심장비대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고로는 미완성 중편 『빌리버드』(1924)를 남겼다.

서울대학교 인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 넘나들면서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소로의 『월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집(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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