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
2024년 05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2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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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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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이명현과 진화학자 장대익의 새로운 과학 이야기
차가운 설명의 과학이 아닌 다정한 과학은 가능한가?
내 일상을 터치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실존적 과학이 가능한가?
해서, 지난 2년 전 어느 날, 저희는 과학이 우리 개인의 삶의 의미, 가치, 실존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답하는 책을 함께 쓰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동안 여러 곳에서 받았던 많은 질문들 중에서 관련 질문들을 추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것들 중에는 수업이나 강연에서 나온 공식적 질문들도 있지만 친한 지인이나 출판 관계자와의 술자리에서 나온 솔직한 도발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질문들을 총 다섯 가지로 분류를 한 후, 지난 1년여 동안 만날 때마다 각 질문들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천문학자인 이명현은 인간을 ‘별먼지’라 부르고 진화학자인 장대익은 인류를 ‘생명의 잔가지’라고 말합니다. 이 별먼지와 잔가지가 함께 토론하고 쓰고 정리해서, 앞으로 진행할 ‘과학 인생 학교’의 수업 노트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본문에서
2023년 연말을 맞이해서 각 대형 서점에서 올해의 베스트셀러 목록과 트렌드를 전하고 있다. 주목받는 것은 『세이노의 가르침』을 비롯한 자기 계발서의 약진. 팬데믹으로 시작된 록다운과 유동성의 시대가 끝나면서 몇 년간 출판 시장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장악하고 있던 재테크 도서들이 퇴조한 결과다. 이 배경에는 팬데믹 이후 이어진 전쟁과 국제 정치 경제의 양극화도 있겠지만, ‘58년생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 챗GPT 같은 대화형 인공 지능의 대두 같은 노동 시장의 변화, 혹은 은밀히 퍼지고 있는 실존적 공포감이 자기 계발서의 약진을 가져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존적 공포감을 달랠 역할을 오랫동안 해 온 것이 종교. 그러나 한국 개신교를 “신뢰한다.”라고 답한 일반 국민의 비율이 2020년 31.8퍼센트에서 2022년 18.1퍼센트로 급락했다는 《국민일보》의 2022년 여론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그 역할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실존적 위기를 달래야 할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천문학자인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을 새롭게 번역해 낸 진화학자 장대익 가천 대학교 창업 대학 석좌 교수는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에서 그 역할을 이제는 과학 떠맡을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과학이 일차적으로 맡아 온 임무는 ‘설명(explanation)’이었다. 현재 상태를 보고 과거와 현재를 예측하고 실험으로 그 예측을 검증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포괄적이고 정량적인 설명을 완성하는 것. 그 이상, 그러니까 삶을 ‘이해(understanding)’하고 해석하며 변혁하는 힘을 과학에 기대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위안, 혹은 행복 같은 단어는 과학과 함께 매칭된 적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명현 대표와 장대익 교수는 이 같은 통속적 과학 이해에 반기를 든다. 과학은 ‘위안’을 주고 ‘행복’을 가능케 하며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저자들이 책 제목에 과학과 인생이라는 단어를 엮은 이유가 여기 있다.
천문학자와 진화학자의 우정이 만든
다섯 편의 특별한 과학 특강
책 제목에 “과학 인생 학교”와 함께 엮인 “별먼지”와 “잔가지”는 무엇인가? 저자들에 따르면 이 둘은 과학이 규정하는 인간의 정체성이다. 먼저 ‘별먼지’는 태양 같은 별이 만들어 내는 수소-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헬륨부터 철까지의 원소들과 그 원소들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온갖 유ㆍ무기 분자를 아우르는 천문학 용어 stardust, 혹은 star-stuff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다. 인간을 이루는 모든 화학 물질, 아니 지구 생명과 지구 자체를 이루는 모든 물질이 실은 이 별먼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천문학자들은 인간을 가리켜 ‘초신성의 후예’, ‘star-stuff’라고 일컬어 왔고, 이명현 대표는 이 별먼지를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유구한 문제에 대한 답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별먼지에서 왔고, 별먼지이며, 결국 별먼지로 흩어질 것이라고. 그렇지만 이 대표는 인간이 독특한 존재라는 위안을 잊지 않는다. 자신의 기원과 미래를 “생각하는 별먼지”요, 궁극적 고향인 “별 헤는 먼지”라고.
초신성 폭발을 기원으로 둔 티끌 같은 존재가 어떻게 별 헤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그 대답을 제시하는 게 바로 “잔가지” 개념이다. 장대익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을 거대한 생명의 나무 끝에 달린 “생명의 잔가지”로 정의한다. 세균, 고세균, 진핵 생물군으로 이루어진 지구 생명의 진화 계통수는 현재 500만∼1000만 종의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호모 사피에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슬기슬기사람)으로 분류되는 현생 인류는 이 가지 중 하나요,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친 덕분에 수많은 멸절(멸종)의 위기를 넘어 현재의 가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뇌의 신피질이 다른 뇌 부위에 비해 큰, 높은 “신피질비”를 가진 뇌를 가지게 되었고, 집단 생활을 하면서 고차원적 사회성과 학습 능력, 그리고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복제해 내는 “밈(meme)”을 만들어 내는 능력까지 가지게 되었다고 장 교수는 설명한다. 이것이 별먼지를 별 헤는 먼지로 만들었다고.
이 책은 이 별먼지와 잔가지를 인간의 본질로 규정할 경우, 그러니까 현대 과학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내린 정의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바꾸고자 할 때,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 천문학자와 진화학자가 함께 통섭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그래서 부제 역시 “과학 공부한다고 인생이 바뀌겠어?”라는 질문이다.
이 책은 이 중심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5개의 보조 질문을 탐구해 간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과학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 “과학은 ‘내 개인적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주는가?”, “과학적 태도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과학하면 행복해지나?”가 그것이다. 이명현, 장대익 두 저자의 연속 강연 형식을 띤 이 책에서 계주 경기를 하듯 번갈아 가며 이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탐구를 풀어 들려준다. 때로는 최근의 뇌과학, 심리학, 물리학 논문의 따끈따끈한 연구를 소개하고, 때로는 과학적 태도를 잃은 통속적 삶의 태도를 질타하고, 때로는 저자들이 한번도 공개한 적 없는 개인적 삶의 아픔 속에서 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퍼 올린다.
저자들은 이 책을 “과학적 세계관을 가진 자들의 ‘간증’”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과학과 인생의 간극’을 이으려” 한다고 저술의 목적을 선포한다. 결국 저자들은 이 책에서 인간이 “연약하지만 고고하며, 미미하지만 위대”한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은 이전에 어떤 종교도, 어떤 신화도, 어떤 이념도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과학 저술가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저자들이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과학 간증’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명현, 장대익 두 저자는 과학 콘텐츠 그룹이자 과학 교양서 전문 서점인 과학책방 갈다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이 책을 교재로 한 연속 강좌를 2024년 1년간 최대 10회 정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연 장소는 과학책방 갈다(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0길 18(삼청로))와 전국 각지의 도서관과 서점으로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첫 번째 시간 별먼지와 잔가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별 헤는 먼지 … 이명현 … 17
부인할 수 없는 ‘존재의 우발성’ … 장대익 … 37
두 번째 시간 진짜 위안
“과학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
종교가 위안을 주는 시대의 쇠락 … 장대익 … 67
천애 고아 인간 … 이명현 … 89
세 번째 시간 삶과 죽음
“과학은 ‘내 개인적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주는가?”
사례 연구, 이명현 … 이명현 … 105
나는 어떻게 무신론자가 되었는가? … 장대익 … 127
네 번째 시간 새로운 처세술
“과학적 태도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과학은 특별한 방법이다 … 장대익 … 145
과학은 공짜가 아니다 … 이명현 … 159
다섯 번째 시간 인생의 목적
“과학하면 행복해지나?”
행복 엔지니어링 … 이명현 … 177
행복도 과학인가? … 장대익 … 193
질문과 답 … 205
마치며 … 227
후주 … 229
응원의 글들 … 233
찾아보기 … 266
이 책이 다루는 첫 번째 질문은 과학과 실존의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저희는 과학이 말해 주는 바를, 그러니까 인류는 연약하지만 고고하며, 미미하지만 위대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천문학과 진화학이 말하는 과학적 실존주의는 인생을 최고의 허무에 이르게 하는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허무주의를 이길 수 있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여타 실존주의와 다릅니다.
두 번째 질문을 다루면서는 과학이 주는 위안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삶에 위안을 주는 것은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는 위대한 ‘스토리’들이었습니다. 그 스토리의 목록에는 각종 신화, 종교, 이념과 사상, 그리고 철학 같은 것들이 있었지요. 이제 그 목록에 과학이 포함되면 어떨까요? 더 나아가, 과학이 그 목록에 편입되면서 다른 것들을 몰아낼 가능성은 없을까요?
세 번째 질문은 좀 더 개인적 차원에 맞닿아 있습니다. 과학이 우리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고 사실에 근거한 참된 위안을 준다는 사실을 납득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과학이 대체 ‘내 개인적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잘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과학이 내 삶에 줄 수 있는 실질적 지침들에 대해 다룹니다.
네 번째 질문은 과학적 세계관, 과학 정신, 과학적 태도를 고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대체 ‘과학적’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과학은 왜 다른 지식 방법론에 비해 우월한 인식적 지위를 갖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과학적 태도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마지막 질문에서는 과학이 인생의 행복이나 인생의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다룹니다. 저희는 감히 과학적 태도를 익힌 사람이야말로 풍성하고 행복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과학은 행복과 아름다움을 탐구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면 지금 바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됩니다. -「시작하며」에서
첫 번째 시간
별먼지와 잔가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 조상들이 밤하늘과 별들이 주는 경이로움을 발판 삼아 이제까지의 인류 문명을 건설했듯이 우리도 밤하늘과 별들에서 발견한 경이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발판 삼아 이제부터의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온갖 광해(光害)로 밤하늘을 더럽힌 우리가 은혜로운 밤하늘과 별들에 속죄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 -이명현, 「별 헤는 먼지」에서
별과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은유’로서가 아니라 정말로 ‘화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별에서 온 우리’입니다. …… 따라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별먼지다.” -이명현, 「별 헤는 먼지」에서
현대 과학은 인간에 대한 사실들은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업데이트된 내용은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 내지요. 새로운 가치와 사상은 대개 사실의 업데이트를 통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장대익, 「부인할 수 없는 ‘존재의 우발성’」에서
천문학은 인간을 별먼지라고 말합니다. 진화학은 인간을 잔가지라고 합니다. 과학이 말하는 인간은 연약하지만 고고합니다. 미미하지만 위대합니다. -장대익, 「부인할 수 없는 ‘존재의 우발성’」에서
두 번째 시간
진짜 위안
“과학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인간은 에너지 소비가 적은 직관적인 사고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에너지 소비가 높은 과학적 사고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과학으로부터 위안을 얻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위안을 준 것은 심리적 불안감과 외로움을 직접 공략해 온 종교였습니다. 그게 가짜 위안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장대익, 「종교가 위안을 주는 시대의 쇠락」에서
과학은 이 우주 속에서 인간의 자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과학은 인류가 메타인지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최고의 도구인 셈이지요. 종교는 특히, 종교 자체는 물론이고 종교를 믿는 인간에 대한 메타인지가 부족한 분야입니다. 종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신을 상정함으로써 인류를 과소 평가하는 내러티브를 만들었어요. -장대익, 「종교가 위안을 주는 시대의 쇠락」에서
과학은 이유가 필요한 동물인 인간에게 존재의 이유와 현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교적 정확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과학은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생명의 진화, 인간의 발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탐구하며,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에 과학은 이유가 필요한 동물을 위한 최종 대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대익, 「종교가 위안을 주는 시대의 쇠락」에서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은 부부가 함께 쓴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에서 인류를 “우주적 천애 고아(cosmic orphan)”로 규정했지요.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왜 여기 존재하는지 모르는 존재. 이게 우리의 처지라니, 아찔하지 않나요? 이러한 처지 때문에 우리는 위안을 갈망하게 됩니다. -이명현, 「천애 고아 인간」에서
종교마다 조금씩 다른 의식을 진행하고 조금씩 다른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가상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바탕으로 경외심과 충성심을 끌어내는 공포 통치라는 공통의 본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명현, 「천애 고아 인간」에서
그동안 과학을 대신해 세상을 설명해 주던, 오래된 종교와 이제는 이별할 때입니다. 냉정하지만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습니다. 존중하되 현재성을 상실한 종교를 더 이상 논의의 상수(常數)로 두지 말자는 것이지요. 종교를 통한 위안은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작은 위안으로만 남겨 두면 좋겠습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그리스와 로마의 많은 신들이 별자리의 전설이 되어 떠나갔듯이, 현재의 종교와 그들의 신도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떠나갈 것입니다. -이명현, 「천애 고아 인간」에서
세 번째 시간
삶과 죽음
“과학은 ‘내 개인적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주는가?”
자신을 별먼지와 잔가지라고 인식하는 것은 자기 객관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기 평가를 냉철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자신을 볼 수 있어서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은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거나 과소 평가하는 것을 방지하게 해 줍니다. 메타인지 능력이 상승하는 것이지요. -이명현, 「사례 연구, 이명현」에서
시술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은 편했습니다. 죽거나 살거나 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자신에게 마지막 인사는 했습니다. 내 의식이 나에게 하는 작별 인사였지요. 조금 쑥스럽지만 그때 박정만 시인의 「종시(終詩)」를 속으로 읊었습니다.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 한 편을 떠올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저의 신은 시일까요?
기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신을 만나거나 환영을 보지도 않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응급실에서 환각을 경험하기는 했습니다.) 그때 생각을 할 때마다 스스로가 기특합니다. 죽음에 임박한 순간에 우연과 확률과 운에 자신을 맡기는 태도를 취했다는 게 말입니다. 시술이 시작되었고 약간의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운에 맡긴 제 마음은 편했습니다. -이명현, 「사례 연구, 이명현」에서
저는 한때 진화론과 유신론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꾼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유신론을 버리고 진화론을 택했지요. 그때 많은 주변 친구가 놀랐습니다. 종교가 과학 이론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세계관인데, 둘이 충돌한다고 해서 어떻게 더 근본적인 것을 버릴 수 있냐고요.
하지만 저는 어떤 세계관이 더 많은 사실에 근거해 있는가 하는 게 더 근본적 질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세계관이 우주와 자연, 그리고 사회에 대해 주장하는 바가 사실에 근거해 있지 않은데, 어떻게 그런 세계관이 말하는 지침을 따를 수 있겠습니까? -장대익, 「나는 어떻게 무신론자가 되었는가?」에서
과학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자유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가치들을 품을 수 있습니다. -장대익, 「나는 어떻게 무신론자가 되었는가?」에서
네 번째 시간
새로운 처세술
“과학적 태도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과학은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특별한 절차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과학 지식은 그런 방법을 정상적으로 따르며 얻어진 지식을 의미합니다. -장대익, 「과학은 특별한 방법이다」에서
과학적 태도를 기르는 것은 결국 작은 것들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일상에서도 과학적 사실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눠 보세요. 미신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의심하고 탐구하는 마음을 가지고 접근해 보세요.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생각을 과학적으로 바꿀 것이고 점차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입니다. 과학적 태도를 기르는 것은 결국 꾸준한 노력과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그 결과로 얻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생각과 판단은 삶의 질 향상과 세상에 대한 풍부한 인식이라는 선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명현, 「과학은 공짜가 아니다」에서
다섯 번째 시간
인생의 목적
“과학하면 행복해지나?”
이렇게 행복의 진화 심리학적 기원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된다면, 전자기 원리를 이해한 공학
자들이 모터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낸 것처럼 행복을 ‘엔지니어링(engineering)’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명현, 「행복 엔지니어링」에서
행복도 이처럼 공학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현실을 살아내야 합니다. 행복에 대한 탐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정의와 원리도 탐색 중이지만, 우리가 살면서 맛본 몇몇 행복의 단초들을 이어서 지금 당장의 삶에 적용하자는 것이지요. 행복한 상태를 만들고 구현해서 누릴 뿐만 아니라 유지하는 법을 익히자는 말씀입니다. 행복을 정확하게 모른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제가 말씀드린 “행복을 엔지니어링하자.”라는 말의 뜻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지요. “일단 행복을 만들어서 쓰자.”라고요. -이명현, 「행복 엔지니어링」에서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입니다. 이것은 혐오가,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인 것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장대익, 「행복도 과학인가」에서
그러나 모든 밈이 숙주를 갈취할 수 있듯이, 아무리 좋아 보이는 이 행복이라는 밈도 과도한 집착이라는 형태를 띠고 우리의 뇌를 갈취할 수 있습니다. -장대익, 「행복도 과학인가」에서
과학의 최고 덕목은 인간, 자연, 우주에 대한 사실들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해 준다는 점입니다. 중세 시대의 보통 사람들이 추구했던 삶의 가치가 요즘 사람들의 것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받아들인 ‘사실 집합’과 오늘날 우리가 받아들인 ‘사실 집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집합의 변화는 주로 과학이 담당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만일 지금도 중세적 가치를 품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가 아니라 그동안 업데이트된 새로운 사실들일 것입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자 한다면 풍요로움의 원천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풍요로움의 원천이 바로 과학입니다. -장대익, 「행복도 과학인가」에서
작가정보
별먼지 이명현
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천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연구소 연구원, 한국 천문 연구원 연구원, 연세 대학교 천문대 책임 연구원을 지냈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조직 위원회 문화 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한국형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 KOREA)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서울 삼청동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어 작가와 과학자, 그리고 독자들을 잇는 문화 행사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명현의 과학책방』,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지구인의 우주공부』 등을 저술하고, 『침묵하는 우주』 등을 번역했다. 이 외에도 『과학은 논쟁이다』, 『궁극의 질문들』, 『과학 수다』 등 다수의 공저작이 있다.
잔가지 장대익
가천 대학교 창업 대학 석좌 교수. KAIST 기계 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 철학 협동 과정에서 생물 철학 및 진화학을 연구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터프츠 대학교 인지 연구소 연구원, 서울 대학교 과학 문화 센터 연구 교수, 동덕 여자 대학교 교양 교직 학부 교수, 서울 대학교 자유 전공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 인지 과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서울 대학교 인지 과학 연구소 소장, 비대면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트랜스버스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 및 사회성의 진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는 『다윈의 식탁』, 『다윈의 서재』, 『다윈의 정원』, 『울트라 소셜』 등이 있고 『종의 기원』, 『통섭』 등을 번역했다. 2009년 제27회 한국 과학 기술 도서상 저술상과 2010년 제11회 대한민국 과학 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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