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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6
헤르만 헤세 지음 | 안인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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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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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24MB)
ISBN 9791141600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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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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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중세 독일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여 사유와 감각, 종교와 예술, 금욕과 정열 등 서로 다른 세계를 상징하는 두 주인공이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여정을 그렸다. 헤세가 평생에 걸쳐 탐구했던 ‘자기만의 길’이라는 주제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면서, 헤세 생전 가장 널리 읽힌 베스트셀러로 그의 명성을 공고히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데미안』을 번역한 안인희 번역가가 헤세의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성을 염두에 둔 치밀한 번역을 선보인다. ★ 1946년 괴테상, 노벨문학상 ★ 2009년 가디언 선정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 1000’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7

해설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다시 읽기』 - 삶의 길, 몸의 길 381
헤르만 헤세 연보 401

“저는 골드문트,” 소년이 말했다. “새로 온 학생입니다.”
나르치스는 미소도 없이 짤막하게 인사하고 그에게 뒷줄의 자리를 가리켜 보이고는 곧바로 다시 수업을 이어갔다.
골드문트는 자리에 앉았다. 자기보다 겨우 몇 살 위로 보이는 젊은 교사를 보고 놀랐다. (19쪽)

골드문트의 사랑을 일깨운 또다른 사람은 그보다 날카로운 눈길로 더 많은 것을 짐작했지만 뒤로 물러나 있었다. 나르치스는 정말 사랑스러운 황금새 한 마리가 자기에게 날아왔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고귀함 때문에 고독한 그는 골드문트를 보자마자, 모든 면에서 자기와 반대되는 것 같지만 실은 비슷한 유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나르치스가 검은 눈과 검은 머리카락에 깡마른 모습인 반면, 골드문트에게서는 광채와 생기가 넘쳤다. 나르치스가 사색가로서 무엇이든 분석한다면, 골드문트는 꿈꾸는 자, 어린아이의 영혼 같았다. 하지만 이런 차이점들은 하나의 공통점 위에 놓여 있었다. 즉 둘 모두 고귀한 인간이었고, 눈에 띄는 재능과 표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었으며, 운명으로부터 특별한 경고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23~24쪽)

그런데 이제 또다른 것이 추가되었다. 새로운 놀라움, 새로운 경험이. 나르치스가 자신을 받아들였다, 나르치스가 자신을 사랑한다, 나르치스가 자신을 보살폈다 - 저 섬세하고 고귀한 사람, 약간 냉소적으로 보이는 얇은 입술의 영리한 그가 말이다. 그런데 자신은 그의 앞에서 자제력을 잃고 부끄러워하고 말을 더듬다가 기어이 울음까지 터뜨리고 말았다! (34~35쪽)

다니엘 원장의 귀에도 두 사람 이야기가 종종 들어왔다. 온갖 소문, 고발, 비방 따위였다. 사십 년도 넘는 수도원생활에서 그는 수많은 젊은이의 우정을 목격했다. 그것은 수도원 풍경에 속하는 아름다운 선물로 때로는 유쾌한 일이었지만 때로는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그는 개입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 유심히 지켜보기만 했다. 다른 이를 배제한 그토록 격렬한 우정은 흔치 않았다. 확실히 위험한 요소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장은 단 한 순간도 그 순수함을 의심하지 않았기에 그냥 내버려두었다. (45쪽)

나르치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골드문트일 때는 너를 진지하게 여겨. 하지만 넌 항상 골드문트인 건 아니야. 나는 네가 온전하게 골드문트였으면 해. 넌 학자가 아니야, 수도사도 아니고 - 하찮은 잡목으로도 학자나 수도사를 만들 수 있어. 너는 나에 비해 너의 학문 수준이 떨어지고, 논리가 빈약하고, 경건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아니, 그렇지 않아. 너에게 부족한 것은 너 자신이야.” (56쪽)

관솔불을 비추면서 크나큰 호기심으로 진통에 시달리는 여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예상치 못한 뭔가가 나타났다. 소리치는 여자의 일그러진 얼굴에 나타난 선線들은 다른 여자들이 사랑에 도취한 순간 보이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극심한 고통의 표정이 크나큰 쾌락의 표정보다 좀더 격렬하고 좀더 일그러지긴 했다 -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았다. 똑같은 일그러짐, 똑같은 타오름과 소멸이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고통과 쾌락이 자매처럼 비슷할 수 있다는 이런 깨달음에 그는 깜짝 놀랐다. (160쪽)

골드문트는 재능이 뛰어난데도 그것을 펼쳐 보일 충분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불운한 예술가들에 속하지는 않았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크고 깊이 느낄 수 있고 또한 그 고결하고 숭고한 이미지들을 영혼에 품을 재능은 주어졌지만, 이 이미지들에서 스스로 다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기쁨이 되도록 그것을 밖으로 끌어내 널리 알릴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196쪽)

골드문트가 지닌 가장 깊은 모순들의 화해 가능성, 또는 그의 본성의 분열을 나타내는, 거듭 새로워지는 뛰어난 비유의 가능성은 예술과 예술가 본질 안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예술은 그냥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었다. 결코 공짜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매우 많은 비용과 희생을 요구했다. (209쪽)

그는 언제나 자신을 미워하고 경멸하고 두려워하는, 재산을 소유한 정착민의 원수이자 적이다. 정착민은 이 모든 것을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의 순간성, 모든 생명이 끊임없이 시들어간다는 것, 우리 주변의 세계를 가득 채운 가차 없고 차가운 죽음 따위를 말이다. (236쪽)

“그럴지도 모르지.” 나르치스가 말했다. “그런 점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네. 하지만 선량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일은 이거야. 우리의 작품이 마지막에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는 것, 우리는 언제나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언제나 다시 희생을 바쳐야 한다는 것 말이야.” (354쪽)

나르치스가 그에게 말했다. “자네가 돌아와서 정말 기뻐. 자네가 없는 동안 몹시 힘들었거든, 매일 자네 생각을 했네, 자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봐 두려웠어.”
골드문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빈자리가 그리 크지도 않았을 텐데.”
나르치스는 가슴이 고통과 사랑으로 타올라 그에게 몸을 숙이고 그 오랜 우정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 골드문트의 머리카락과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댄 것이다. (371~372쪽)

“그야 내가 멍청하니까 그렇겠지요. 나는 정말 궁금해. 내세는 아니야, 나르치스, 내세 같은 건 거의 생각하지 않아. 솔직히 말해도 된다면 그런 건 믿지 않아요. 내세는 없어. 말라버린 나무는 영원히 죽은 거야, 얼어죽은 새도 다시는 살아오지 않고, 인간도 한 번 죽으면 돌아오지 않아. 누군가 떠나면 남들이 잠시 그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리 오랫동안은 아닐 거야. 아니, 죽음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은, 내가 어머니에게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나의 믿음 또는 꿈 때문이야. 나는 죽음이 거대한 행복이기를, 첫사랑의 충족만큼이나 거대한 행복이기를 바라거든. 나를 다시 거두어들여 존재하지 않음으로, 무구함으로 되돌리는 것은 큰 낫을 든 죽음이 아니라 내 어머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374쪽)

헤르만 헤세의 성장기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영혼의 자서전’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 그가 “나의 성장기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내 영혼의 자서전”이라며 애정을 드러낸 작품이 바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다. 이성과 종교의 수호자 나르치스, 감각과 예술의 방랑자 골드문트. 서로 다른 세계를 상징하는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헤세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그가 평생 천착했던 ‘자기만의 길’을 주제로 삼았다.
특히 이 소설은 『데미안』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특별한 우정을 맺는다는 점, 둘 중 한 명이 실질적인 주인공이고 다른 한 명이 그를 돕는다는 점 등 기본적인 설정이 유사한 것은 물론이고 생물학적 어머니를 넘어선 ‘근원 어머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등장인물의 연령대로 보면 마치 『데미안』 이후의 이야기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펼쳐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중세 독일의 한 수도원에서 시작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이야기는 헤세 생전 가장 널리 읽힌 베스트셀러로서, 당대 헤세의 작가적 명성을 공고하게 만들어주었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히는 소설이며, 한국에서는 일본어판의 영향을 받은 ‘지知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극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

수도원의 젊은 수사이자 보조교사인 나르치스는 뛰어난 학식과 범접할 수 없는 고상함으로 주위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시기와 질투를 받아 진정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편 골드문트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수도원학교에 갓 입학한 소년이다. 동물과 식물을 벗 삼는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금세 주위의 호감을 산다. 두 사람은 겉모습에서도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데, 나르치스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엄격한 수도원생활로 마른 체격인 반면, 골드문트는 금발에 푸른 눈, 생기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두 사람은 금세 서로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골드문트가 사랑과 헌신으로 상반된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사색가 나르치스는 “네가 나와는 얼마나 완벽하게 다른지 네게 보여주는 것”이 우정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골드문트가 잊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결국 골드문트가 수도원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방랑을 떠나게 한다.
수도원을 떠난 골드문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가지각색의 사랑과 모험에 뛰어든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에 빠져드는 것처럼 호기심과 순진무구함으로 주저 없이 새로운 경험을 맞이한다. 출산의 장면이나 죽음의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방어 살인으로 사람을 죽이는 극단적인 체험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방랑생활을 이어가던 중 골드문트는 아름다운 성모상을 보고 그것을 만든 장인을 찾아가 조각가, 즉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가 예술가가 되는 과정,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이 소설 전체를 일종의 예술론으로도 읽히게 한다. 놀라운 재능을 발휘해 주목을 받지만, 스승의 파격적인 제안도 거부하고 다시 방랑을 떠난다. 페스트가 휩쓸고 있는 세상을 떠돌던 그는 지금까지 본 여인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 때문에 죽을 위험에 처한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나르치스를 다시 만나 목숨을 건져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읽는 사람을 ‘자기만의 길’로 이끄는 명작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지만, 독자가 그 여정을 함께하게 되는 실질적 주인공은 골드문트다. 소설의 거점은 초반부 골드문트가 나르치스와 우정을 쌓아가는 수도원, 중반부 골드문트가 예술가로 피어나는 주교도시 두 군데다. 거점 사이에는 각각 첫번째와 두번째 방랑생활이 있고, 결말부에 이르러 골드문트는 다시 처음의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우리 삶의 여정과도 같다. 초반부 독자들은 나르치스가 설명해주듯, 두 사람의 차이에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두 세계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는 나르치스인 동시에 골드문트인 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헤세는, 골드문트와 마찬가지로 거처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개인사에서 힘든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특히 생애 동안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을 모두 경험했고, 조국에서 자기 작품이 금서가 되는 지경에 처했으며, 인간이 인간을 대량학살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러한 아픔 속에서도 헤세는 ‘자기만의 길’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소설 속 골드문트에게 ‘골드문트의 길’을 걷도록 이끌어준 나르치스라는 존재가 있었듯이, 우리에게는 헤세의 이 소설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추천사 이어서]
깊이를 더해가는 대담성과 통찰력으로 고전적 인도주의의 이상과 높은 품격의 문체를 보여주는 직관의 글쓰기.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작가정보

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소도시 칼프에서 선교사 요하네스 헤세와 저명한 인도학자의 딸인 마리 군데르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명문 마울브론 신학교에 진학하지만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학교에서 도망쳤다. 열다섯 살에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하고 신경쇠약 치료를 받는 등 방황을 거듭했다. 이후 시계공장과 서점에서 수습생으로 일하며 안정을 찾고 글쓰기에 전념했다. 1898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04년 소설 『페터 카멘친트』로 문학적 성공을 거두며 전업작가가 되었다. 1906년 유년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수레바퀴 아래서』를 비롯해 『크눌프』 『청춘은 아름다워라』 등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1914년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원입대하나 고도근시로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고 독일포로후원센터에서 전쟁 포로들을 위한 책과 잡지를 발행했다.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데미안』으로 당시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폰타네상을 받았다. 이후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46년 괴테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1962년 뇌출혈로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사망했다. 그의 작품은 6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부 넘게 팔렸고, 헤세는 20세기에 가장 널리 읽힌 독일 작가가 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밤베르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옮긴 책으로는 『데미안』 『돈 카를로스』 『파우스트』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한국번역가협회 번역대상)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한독문학번역상) 『트리스탄과 이졸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그림 전설집』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전3권)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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