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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융합 한국어교육

한명숙 , 박보영 지음
한국문화사

2024년 04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3월 10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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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pdf (6.27MB)
ISBN 979116919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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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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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손재주꾼들이 펼친 한국어 놀이의 서사에 담은 세상
-한국어교육과 한국어 수업의 기반이 될 이론과 철학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 운영과 실행의 과정 및 결과
-언어교육과 이중언어 교육의 관점 및 생활 이중언어의 사례
-한국과 미국의 문화 및 교육과 삶과 언어의 차이와 예시
-해외 교민 가정과 자녀의 언어 및 이중언어 교육 아이디어
-다문화사회 교수 방법론과 교수법의 이론적 토대와 교육 모형

이것을 우리는 ‘문화융합 교수법’이라 부르기로 한다.
문화 시대를 살아갈 즐거운 교육 방법을 생각하며…
서문
Preface
영문 목차

한 세상: 문화로 빚는 한국어 세상
광야(曠野)
1. 문화적 손재주꾼들의 한국어 교실
2. 문화로 놀아 본 한국어와 한글
3. 문화 융합의 한국어와 한국어교육

두 세상: 언어와 문화와 교육의 융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1.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과 문화
2. 존 듀이의 경험주의 교육
3. 들뢰즈 철학의 차이와 다양성
4. 문학기반 언어교육의 지향
5. 의사소통 모델의 이중언어교육

셋 세상: 문화의 마당에서 한국어 놀이 세상
청포도
1. 노래가 퍼지는 〈어린 송아지〉: 송아지야, 엉덩이가 얼마나 뜨겁니?
2. 이야기로 펼치는 「호랑이와 곶감」: 곶감이 까르르르 웃을까?
3. 연극으로 나누는 「금도끼 은도끼」: 금도끼 은도끼도 내 도끼 할래요!
4. 동지에 만드는 새알심이 「팥죽할멈과 호랑이」: 호랑이 벌 받아요!
5. 떡국과 만두로 빚은 설날의 한국어: 한 살 먹는 떡국에 만두가 동동!

셋 세상에서 넷 세상으로

넷 세상: 문화로 성장하여 말글로 꽃피우는 미래
목계장터
1. 두 문화가 자라는 이중언어의 성장
2. 언어와 문화로 풍부해지는 미래
3. 다문화 지구촌의 언어와 문화

에필로그
참고 문헌
찾아보기

1. 문화적 손재주꾼들의 한국어 교실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라저
언어와 문화의 상관관계와 밀접성을 우리는 안다.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언어 속에는 문화가 들어 있고, 문화는 언어로 성장한다. 언어와 문화에 공통으로 혼이 녹아 있고, 숨이 살아 펄떡인다. 언어와 문화는 삶 그 자체다.
언어와 문화의 관계와 밀접성은 언어를 배울 때 문화의 마당을 펼치게 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게 문화의 마당 위에서 말과 글로 놀아 보는 경험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한국에서 과거에 행했던 문자 중심의 외국어 교육처럼 문장의 뜻을 읽고 해석하게 하는 방식이나, 언어 주입식 영어 교육처럼 대화 상황을 전제해 놓고 서로 주고받는 말을 배우는 식으로는 진짜의 언어를 배우기 어렵다. 거기에서는 문화의 마당이 펼쳐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어의 진짜 모습은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전히 학습의 대상이자 한 과목으로 배우는 영어처럼 존재하는 것은 진짜 언어가 아니다. 점수를 얻어야 하는 과목일 뿐 언어가 아니다. 언어는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고차원의 도구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무언가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성을 지니는 게 언어라는 뜻이다. 사람이 말하거나 듣거나, 읽거나 쓰는 데에는 특정의 목적이 있다. 그 목적에 도달하고자 말과 글, 즉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언어는 도구다. 삶의 도구다.
언어, 즉 말과 글의 사용은 삶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삶 속에는 문화가 들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언어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삶이 있고, 그 삶이 지닌 고유의 문화가 있는데, 그 삶과 문화의 맥락 안에서 사람들은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배어들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보자.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어의 ‘반찬’이라는 말에는 밥과 반찬으로 식사를 하는 음식 문화가 들어 있다. 이 말을 영어나 프랑스어, 중국어 등으로 옮길 수 없는 까닭은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화자들의 삶에 ‘반찬’을 먹는 음식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반찬’이라는 말이 아예 없다. ‘국’과 ‘국물’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국’이나 ‘국물’은 영어의 ‘soup’과 같을 수 없다.
다른 언어로 바꾸기 어려운 한국어에는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가 들어 있다. 한국인들이 회자하듯이, ‘정(情)’, ‘한(恨)’, ‘화병(火病)’, ‘덕분(德分)’ 등의 말을 다른 언어로 옮기기 어려운 까닭은 그 말에 담긴 삶과 문화를 다른 문화권에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어뿐이 아니다. 특정 언어에는 그 언어 화자들의 삶과 문화가 들어 있다.
인사말에도 문화가 들어 있다. 가령, 한국인들이 업무 관련하여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인사 나누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여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자기소개와 함께 구사한다. 서양식으로 악수를 하면서도 ‘잘 부탁드린다’라고 인사를 나눈다.
미국인들은 업무 관련하여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잘 부탁드린다’라는 식의 인사말을 하지 않는다. ‘Nice to meet you.’로 인사를 나눈다. 그런 후에 한국인들이 ‘잘 부탁드린다’라고 하듯, 한 마디 더 보태어 좋은 관계를 맺어 가고 싶거나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I am so happy to be here.’와 같은 말을 건넨다. 이 말을 들은 상대는 자기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했다는 생각으로 좋아한다.
이렇게 한국인과 미국인의 첫 만남 인사말에서도 우리는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과 삶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서로 문화가 다르다. 그러므로 한국어의 ‘잘 부탁드립니다.’를 영어로 옮기면 제대로 옮겨지지 않는다. 번역기에 이 문장을 넣어도 이 말을 우리가 뜻하는 영어로 옮겨 주지 못한다. 우리 저자들은 한국어의 ‘잘 부탁드립니다’를 ‘I am so happy to be here.’라는 영어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는 한국의 구두 정도로 번역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번역이 “문자의 옮김이 아니라 의미의 옮김”이므로, 번역에서의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고 피력한 주장(김용옥,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민음사, 1985, 60~61)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를 한국의 구두 정도로 번역해야 한다는 이 주장은 장을 보러 가려 해도 자동차를 몰고 나서야 하는 미국인의 삶을 직시하고, 자동차가 긁힌 사고가 났어도 얼굴을 붉히지 않고 명함을 주고받는 미국인들의 삶을 반영한 논리이다. 마찬가지로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신발을 신어야 하고, 구두에 흠집이 났다고 얼굴을 붉히지 않는 한국인의 삶에 구두는 ‘자동차’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 인식이다. 언어가 가진 의미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삶과 문화, 시간과 공간을 반영하고 있음을 통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중의 의식과 정신도 들어 있다. ‘늙다’와 ‘낡다’를 구별하여 말하는 한국어에서는, 사람이 오래되면 ‘늙었다’라고 말하며, 물건이 오래되면 ‘낡았다’라고 말하면서 사람과 물건을 구별하는 의식을 볼 수 있다. 반면에 ‘그것은 낡았다.’라는 문장과 ‘그는 늙었다.’라는 문장의 ‘낡았다’와 ‘늙었다’를 똑같이 ‘old’라는 어휘로 옮겨 주는 구글 번역기에서는 사물과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 의식이 보인다. ‘It is old.’와 ‘He is old.’라는 두 문장 사이에서 주어 외의 문장 성분에 특별한 구별을 볼 수 없는 인식이다.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사람과 동물에 대한 구별도 차이를 보인다. 한국어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그’ 또는 ‘그녀’, ‘그들’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도 ‘he’ 또는 ‘she’, ‘they’라고 칭한다. 미국인이 어떤 강아지를 보고, ‘She is so cute.’라고 말하면, 실제로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하는데, 이 말을 한국어로 옮기자면 ‘이 강아지 참 귀엽네요.’라고 해야 맞다. 그러지 않고 말 그대로 ‘그녀가 참 귀여워요.’라고 번역한다면 한국인들의 언어문화에 부합하지 않는다.
소유격 ‘’s’나 복수 어미 ‘s’에 대한 관념에서도 영어와 한국어의 서로 다른 언어 관습이 보인다. 한국인은 소유격이나 복수 어미인 s를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예를 들자면, ‘Valentine’s Day’를 ‘발렌타인 데이’라고 하거나, ‘McDonald’s’를 맥도날드라고 서로 다르게 부르는 데서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미국의 마트 중 하나인 ‘Trader Joe’s’를 한국에서는 ‘트레이더 조’라고 부르고, 미국인의 ‘New Year’s Day’가 한국인에게는 ‘뉴 이어 데이’가 된다.
영어가 소유격을 무조건 중요시하는 건 아니어서 한국인과 같은 말로 쓰는 용례도 있다. ‘땡스기빙 데이’나 ‘이스터 데이’, ‘크리스마스 데이’ 등이 그것이다. 이들 말에는 영어에서도 소유격이 없다. 용례를 살펴보면, 영어에서는 주로 사람 이름이 들어갈 때 소유격이 되는 걸로 보인다. 따라서 사람 이름이 아닌 ‘대통령의 날’은 ‘Presidents Day’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마틴 루터 킹 데이’는 말 그대로, 소유격을 안 쓴다. 이렇듯, 잘 살펴보면 영어에서도 원칙이 없이, 이렇게, 저렇게 일관성이 없으니, 차라리 소유격이나 복수 어미를 중요하게 구분하지 않는 언어 관습과 문화를 가진 한국어가 더 편안한 언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언어에 담긴 여러 가지 의식과 정신을 비롯한 문화를 알기에 언어교육자나 언어 및 언어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언어교육에 작용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말이나 글을 사용하는 상황 맥락 못지않게 말글이 소통되는 문화적 맥락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의 국어과 교육과정이나 미국의 자국어 교육과정은 ‘맥락(context)’에 따른 언어 사용 능력을 기르도록 계획하곤 한다.
언어 사용의 맥락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의사소통의 목적이나 때, 곳, 방식, 대상 등의 요소가 되는 상황 맥락이고 다른 하나는 소통하는 이들을 둘러싸고 존재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이다. 우리 두 저자가 미국에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면서 나눈 대화에도 대화의 목적, 방식 등이 반영되게 마련이고, 한국문화와 미국 사회 및 미국 문화라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설계하고 실행한 한국어 교실의 운영에 문화를 기반으로 삼고 문화와 언어를 버무린 것은 당연하고도 마땅했다.
이처럼 ‘한국어’라는 말을 배우고, 그 말을 ‘한글’이라는 문자로 적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문화의 마당부터 펼쳐야 그 효과를 높일 수 있으므로 언어와 문화의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융합이 가능했던 건 오직 우리 두 저자가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한국어에 기반을 둔 사고체계 위에서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와 언어를 융합하며 우리가 설계하고 운영한 한국어 교실을 우리는 ‘문화적 브리콜라저(Bricolage Culturel)’로 규정한다. ‘문화적 브리콜라저’는 레비스트로스가 『구조인류학』(Structural Anthropology, 1974)에서 거론한 용어로, 한국어로는, ‘문화적 손재주꾼’으로 옮길 수 있다. 우리의 한국어 교실에 레비스트로스의 학문적 관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돌아보면 우리 두 저자는 레비스트로스의 영향을 받은 세대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져서 안착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와 문명을 보는 인식까지 바꾸어 놓은 레비스트로스의 연구와 그가 주창한 ‘신화적 사고’는 우리의 한국어교육 프로그램 설계에 그대로 작동하였다. 레비스트로스는 1981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에 방문하여 당시의 학자, 교수들과 한국학을 논의한 바 있다. 이때 그의 책 『야생의 사고』(La Pensee Sauvage, 1962)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그의 책이 더 왕성하게 번역 출간되면서 학계에도, 일반 대중에게도 인류학에 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이나 인류학에 관한 관심은 이후에도 이어져 저술의 출간이 활발해졌다. 그가 1977년 12월, CBS 라디오 시리즈인 〈현대 사상〉 편 방송에서 프로듀서와 나눈 대화를 모은 내용은 한국에서 『신화의 의미』(레비스트로스, 임옥희 옮김, 이끌리오, 2000)로 출간되었다. 레비스트로스와 CBS 파리 지부의 프로듀서 캐럴 오어 제롬이 나눈 일련의 긴 대화를 모은 이 강연집은 둘 사이에서 주고받은 질의응답을 엮은 책으로,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궁금함을 이해하기 좋게 풀어내고 있어 읽고 이해하기에 편안하다.
인류학과 신화학에 경도된 적이 있는 우리가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라저(Bricolager)’가 되어 한국어 교실을 설계하고 운영한 것은 필연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이 책의 영어 번역본(The Savage Mind, George Weidenfield, Nicholson Ltd, 1977)과 한국어 번역본 『구조인류학』(레비스트로스, 김진욱 옮김, 1987, 종로서적)을 대조하며 읽는 동안에도 레비스트로스의 문화와 언어에 관한 관점이 21세기의 미국에서 우리에게 스며들었다. 2018년의 미국이라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한국의 문화를 끌어와 ‘신화적 사고’에 의존하며, 우리 스스로 ‘브리콜라저’라는 ‘손재주꾼’이 되어 가며, 재미 교민 자녀들의 한국어 수업을 시도하였으니, 다시금 주목해 보는 그의 명저 『야생의 사고』에서는 ‘bricolage’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서문 : 문화는 놀이터다

두 저자: 한국 교수와 미국 교수
이 책은 두 저자가 미국에서 함께 일군 한국어교육을 담은 기록이다. 미국에서 만난 한국 교수와 미국 교수가 미국에서 살아가는 네 아이에게 한국어 교실을 실제로 운영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한국어 교실 운영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실행한 자취이다. 책의 집필 과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운 이야기의 기반 이론을 정리한 땀방울도 담았다.
두 손 맞잡아 공을 들인 연구 결과라 해도 세상 사람들의 눈에 들고 그 마음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연구가 소중하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 해도, 그것이 출판의 옷을 입고 나서지 않는 한, 대부분의 연구나 그 실행은 연구자들의 마당에 머물 뿐이다. RISS(학술연구정보서비스), KISS(한국학술정보) 및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 등의 전문 마당에 오른 연구 결과라 해도 전문가의 눈에조차 들기 쉽지 않은 시대이니, 이 책이 이렇게 차려입고 세상에 나와 독자들과 만난다는 자체는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이 영광은 우리 두 저자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학위과정을 거치고 각기 다른 나라에서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를 하며 살아가는 덕이다. 두 저자는 각기 한국인 교수와 미국인 교수로서, 서로 다른 국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교수이자 연구자이다. 이렇게 다른 두 저자지만 우리에게는 한국어 구사력과 한국문화에 대한 친밀감 및 자부심이 상통한다. 교육관과 세계관도 비슷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의기투합이 잘 된다.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2017년, 한국 교수가 미국 대학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되면서 만났다. 미국 교수의 처지에서는 한국에서 온 교수를 맞아 1년의 손님치레를 하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닌데, 우리는 아마도 이 책을 예견했을지, 귀한 인연을 맺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 미국의 연구실을 두드려서 ‘예스’라고 답을 받기는 쉽지 않다. DS-2019 서류를 비롯하여 각종 행정 절차를 치러야 하고, 체류가 시작되면서는 미국인의 처지에서 이방인을 돌보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웬만한 인품과 성품을 가지지 않고서는 문을 열어 쉽사리 인연을 맺을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며 두 번째 해외 대학 파견 근무를 앞둔 한국 교수는 미국 대학을 검색하면서 한국인의 이름을 찾았다. 한국인의 이름은 얼마나 개성이 강한가. 자타의 해외 대학 근무 경험을 종합해 볼 때 전공 분야의 일치도나 유사도보다 더 중요한 게 언어 소통 가능성이니, 한국인이어야 했다. 아무리 유명한 대학의 저명한 교수라 해도 그와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같이 하기가 어렵다. 그 교수의 강의를 청강하며 대화를 나누는 데 그친다. 그러나 한국어가 통한다면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니 신나는 일이다. 언어가, 이렇게 중요하다!

공동연구: 집필로 연결 접속
귀한 인연으로 만난 우리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한국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며 효과를 높이는 방법과 교수법 등을 마련하는 연구였다. 이론을 검토하고, 실제 프로그램을 구안하였다. 수업도 직접 진행했다. 보조 교사의 도움을 받았다. 프로그램을 짜는 데에도 보조 교사와 함께 논의하면서 공동 운영이 이루어졌다. 이 책을 내면서 보조 교사로 활동해 준, 지금은 뉴욕에서 배우며 가르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을 박송이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셋이 함께 운영했던 한국어 교실은 즐겁고 찬란한 기억 속의 꽃이다. 아이들과 함께 피운 우리말의 꽃, 우리 한글의 꽃, 우리 문화의 꽃이다. 꽃 속에는 아이들의 노래와 옛이야기, 연극과 음식의 문화 속에서 놀이 한 판씩 펼치며 신나고 즐거웠던 시간이 웃고 있다. 꽃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 다른 이들도 만나고 싶다고 웅성거린다. 그렇게 나온 우리의 한국어 교실을 여기에 담았다. 이론과 실제를 융합한 한국어교육의 힘을 실었다.
책의 집필은 융합 그 자체다. 출판 계획을 수립하고 공유하면서 두 저자의 호흡을 맞추었다. 줌(Zoom) 회의와 음성 통화와 SNS까지 활용한 소통을 거치며 서로 집필할 부분을 정하고 추가하며 초고를 쌓았다. 한국에서 출간한 책과 미국에서 출간한 책을 견주어 보고 이해를 심화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원고 뭉치가 태평양을 넘어 오가는 횟수가 많아질 때마다 원고가 풍부하고 정교해졌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함께 집필한 책, 『천 개의 고원』의 첫 문장, “우리는 둘이서 『안티-오이디푸스』를 썼다.”처럼, 우리는 둘이서 이 책을 썼다.
책의 구성: 학문과 교육과 에필로그의 서사
이 책을 네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하면서, 각 장을 세상 하나로 엮었다. 한 세상은 우리 두 저자가 미국 땅에서 문화적 브리콜라저(bricolager)가 되어 한국문화의 마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운 놀이마당의 기록과 보고에 집중하였다. 미국에서 만난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과 신화적 사고에서 어떤 영향을 받아 문화의 놀이터에서 어떻게 펼쳤는지 소개하였다. 융합 및 융복합의 개념과 한국어가 가지는 특징도 간단히 기술함으로써 한국어 교실 운영의 지침으로 삼은 바탕을 열어 보였다.
두 세상은 한국어 교실 운영의 이론적 기반을 다룬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과 신화학은 우리의 연구와 실행에 든든한 토대가 되었다. 우리 두 저자가 공감하는 교육관으로서 존 듀이의 경험주의 교육학도 마찬가지다. 철학의 토대로서는 질 들뢰즈의 리좀(rhizome)과 다양체, 차이, 공진화 등의 개념이 우리 인식을 형성하고 있었다. 여기에 언어교육학에서 일군 모펫과 와그너의 학생 중심 언어교육 이론과 루이즈 로젠블랫의 반응중심 문학교육의 이론 및 로만 야콥슨의 의사소통 이론도 추가하였다. 이들 이론은 노래, 이야기, 연극 등을 한국어 수업에 활용하는 기반이 되었다.
셋 세상은 우리가 펼친 한국어 교실의 실행의 서사를 그대로 담았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수업 내용 중에서 다섯 꼭지를 선별한 결과다. 우리는 여기에 소개하는 노래나 이야기 외에 다른 노래와 이야기로도 한국어 교실을 운영했으나 노래 마당, 이야기 마당, 연극 마당, 음식 마당, 명절 마당으로 펼친 문화의 마당을 각각 하나씩 싣고, 그 의미와 수업의 실제 및 학생들의 반응을 실었다. 수업에 적용한 자료의 개발과 활용 및 수업에서 유연하게 응용할 수 있는 활동 방안도 구안해 보였다. 이들 한국어 교실의 다섯 마당은 서로 융합을 보여, 노래나 음식 마당에서 이야기를 볼 수 있고, 이야기 마당에서 연극 마당으로 전개되기도 하며, 명절 마당으로의 융합도 이룬다.
넷 세상은 우리의 한국어 교실에서 성장한 언어와 문화를 구체적인 사례와 실제를 중심으로 펼쳐 보였다. 아이들이 삶 속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언어를 어떻게 습득하고 익혀 배우는지, 두 언어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의 언어 사용이 어떤 양상인지 실제 사례를 생생하게 소개하며, 그로부터 얻은 생각과 인식을 펼쳤다. 우리의 한국어 교실이 서로서로 공진화를 이룸으로써, 네 어린이의 한국어가 한국어 교실의 마당에서 한국어교육의 세상으로 나갈 전망도 엮었다.
에필로그는 서사처럼 기술한 이 책의 마무리다. 이 책의 서사에는 인류학을 비롯하여 일반교육학, 철학, 언어교육학, 문학교육론 등의 이론을 토대로 한국어교육의 실제를 구현한 결과 및 두 저자가 기획하고 운영한 한국어 교실의 기록이 들어 있다. 이 서사는 이 책의 이론과 실제를 이야기하듯 풀어나간 서사성과 조응할 것이다. 이런 서사성은 우리네 삶 자체가 서사라는 데서 비롯한다. 깊이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서사 아닌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 책의 이야기는 문화로 융합하고, 문화와 융합한 한국어교육의 비전이다.

세상의 책: 독자와 만날 채비
책을 쓰면서 고민하고 고려한 점을 밝힌다. 첫째, 교육이론, 언어이론, 언어교육이론 등에 익숙하지 않을 독자를 고려하여 참고한 저술의 목록을 인용문으로 처리하였다. 어떤 책이나 연구물이 한국어 교실을 기획 및 운영하고 실행하는 데 토대가 되었는지 책을 읽어 가는 과정에서 바로 알아보기 좋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 책을 읽는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각주는 페이지 하단이 아닌 본문 안에 넣고, 저자와 책 이름도 본문의 흐름 안에 두었다. 책을 읽다가 각주나 참고 문헌으로 가 보지 않아도 누구의 어떤 책을 참고하였는지 알아보기 쉽다. 셋째, 편안하고 쉬운 어휘와 문장으로 간명한 내용을 전개하였다. 대학원생이나 전문 연구자가 아니어도 쉽게 읽고, 전문 연구자는 더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두 저자에게는 참고한 문헌의 서지를 적는 방식도 확인의 대상이었다. 인류가 개발하여 사용하는 각주 및 참고 문헌 쓰기 방식이 몇 가지나 될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한 저술(김남석 외, 『주·참고 문헌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태일사, 2002)의 여섯 방식, APA 스타일을 비롯하여, MLA, 시카고, 튜라비안, ACS, 벤쿠버 스타일을 보면, 참고 문헌을 적는 방식도 참 여러 가지인 세상이다. 역시 세상은 차이 그 자체이고, 다양해서 아름답다.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한 APA 방식을 적용하되, 한국의 어느 학회가 시도한 바 있듯, 출판 지역은 생략하여 적기로 했다.
영어 저술의 검토와 영문 표기 등을 꼼꼼히 검토하는 과정도 거쳤다. 한글과 영문을 동시 표기하는 과정에서 어떤 괄호는 문장으로 쓰고, 어떤 괄호는 명사구로 쓰는 걸 모두 일관성 있게 통일하자니 여간 꼼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 영어의 경우 대소문자를 올바르게 쓰는 게 중요하여 세심하게 살폈다. 한국인에게 능숙하기 어려운 대소문자 표기가 영어에는 원칙이 있어 자칫 주의를 소홀히 하면 오타가 생기곤 하니, 하나하나 챙겨가며 집필에 정성을 기울였다. 이처럼 각자가 쓴 글에 서로 최초 독자가 되어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자니, 태평양을 건너 오가는 원고가 사뭇 진지한 시간 속에서 순간순간 신성했던 느낌으로 우리 두 저자의 성장과 융합을 이루었다.

한국어 세상: 소망과 감사
이 책에서 융합의 힘이 느껴지기를 바란다. 언어와 문화의 융합이요, 이론과 실제의 융합이다. 이 융합이 한국어 교실에서는 어린이와 어른의 융합, 가르침과 배움의 융합으로 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한국어교육의 최일선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데 기반이 될 것이다. 한국어 교원과 예비 교사의 교육 역량을 기르고, 기반 지식과 실제 교수력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토대가 되리라고 본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 데 관심을 가진 교포와 외국인이 가정에서 자녀와, 가족끼리 시도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영감도 얻기를 기대한다.
한국인의 독서 기량이 날로 높아지고 학문 분야의 지식에 관한 관심도 커지는 시대다. 철학 분야의 도서가 지역 도서실 서가마다 즐비한 사회이니, 이 책의 독자도 다양할 것이다. 책을 읽는 목적과 관심도 자기의 색과 향을 가질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독자든 이 책을 읽는 독서 경험이 쉽고 즐겁기를, 편안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한땀 한땀 썼다. 이 땀의 결과가 다문화 사회의 한국 가정에서 빛을 보고, 미국이나 해외 국가에 거주하는 교민 가정에 선물로 건네지거나, 혹은 어느 대학의 한국어교육을 위한 자료로 간택된다면 크나큰 기쁨이다. 이 책이 독자의 사랑을 받아 다문화사회의 한국에서 시도하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교육에 활용된다면, 우리가 펼쳤던 다른 노래와 이야기의 한국어 교실을 더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의 앞마당에 시 한 수씩 넣은 까닭은 한국문화의 정수로 시작하려는 두 저자의 숨결이다. 에필로그로 책을 마무리한 까닭은 시와 호응을 이루며 우리 정신을 담으려는 뜻이다. 미국 교수인 저자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여 미국 대학에서 테뉴어를 받는 교수로 장성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 보인 에필로그에서 한국인의 정신을 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정신의 맥이 책 안에 도도히 흐르는 문학과 만나고, 문학이야말로 한국문화의 정수이니, 즐거운 시심으로 시작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와의 만남을 만끽하면 좋겠다. 한국어가 교실에서 숨 쉬고 성장하듯, 우리는 언어문화의 정수인 문학으로 성장하고 언어와 문화의 융합을 이룰 것을 믿는다. 언어는 삶이요, 언어 예술은 삶의 예술이며, 언어교육은 삶의 교육임을 정신에 새긴다.
끝으로, 이 책이 출판의 옷을 입고 나올 수 있게 해 주신 한국문화사의 조정흠 부장님께, 그리고 표지부터 편집과 교정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의 손길로 단장해 주신 강인혜 과장님께 감사드린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따라 어려워진 학문의 마당에서 고군분투하게 될 출판계의 애로를 헤아리며, 이 책이 독자들의 사랑 속에서 출판계를 위로하고 우리 학문이 성장해 나가는 거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4년 새해의 세상에서
한명숙·박보영

작가정보

저자(글) 한명숙

공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다문화교육 전공 교수
교육학 박사, 초등국어과 국정 교과서 연구원, 개발팀장, 집필 위원
저서 『이야기 문학교육론』 및 공저 『초등국어교육학개론』, 『초등문학교육론』, 『세계동화 독서지도』, 『한 학기 한 권 읽기 길라잡이』, 『국어과 창의성 신장 방안』 등

저자(글) 박보영

미국 버지니아주 Radford University, School of Teacher Education and Leadership 교수
교육학 박사, New River Head Start Agency Consultant, Radford Child Development Inc. Board Director, Kappa Delta Pi Counselor,
공저 『Education, welfare and politics』, 『Doing is learning in entry-level coursework』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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