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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문학동네시인선 210
권민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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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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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4.61MB)
ISBN 979114160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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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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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210번째 시집으로 권민경 시인의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를 펴낸다. 아픈 몸을 살아내며 길어올린 치열하지만 명랑함을 잃지 않는 목소리를 담은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꿈을 꾸지 않고 오히려 실현하기 위해 삶을 탐구하는 기록을 펼쳐 보인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이후 펴내는 세번째 시집이다. 박상수(시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권민경 시인이 첫 시집과 두번째 시집을 출간한 뒤 펴낸 산문집 『등고선 없는 지도를 쥐고』(민음사, 2023)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고백한 것을 언급하며 “실존과 완전히 분리하여 그의 시를 읽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시집에서도 “잘린 장기와 춤은 어디로 사라졌니”(「자연-뛰는 심장 어디로」) 같은 구절 등에서 시인이 그리는 아픈 사람의 정체성이 감지된다. 하지만 방점은 고통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아니라 고통에서 거리를 둔 채 한 발짝 뛰어오르게 하는 시니컬한 유머에 찍혀 있다. 이를테면 “눈물은 나의 굿즈”(같은 시)라는, 키치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머가 그것이다. 고통받고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웃고 농담하며 생명 쪽으로 나아가는”(해설) 생생한 활력이 넘실거리는 이번 시집은, 생의 열망에 들떠 무수하게 벌이는 실수들까지 뜨겁게 끌어안는 너른 품을 보여주며 읽는 이에게 울림 큰 위로를 전해준다.
시인의 말

1부 이 동그라미에 대해
닳은 공/ 이 동그라미에 대해/ 밀수/ 팽창하는 우주/ 우주 전쟁/ 고행자 K 2/ 고행자 K 1/ 세라믹 클래스

2부 대자연
자연-꿩/ 자연-사춘기/ 자연-밤의 중간/ 자연-생태통로/ 자연-진단/ 자연-태반을 먹는 짐승들/ 자연-종이책의 역사/ 자연-목욕탕/ 자연-층간소음/ 자연-백마/ 자연-도래지/ 자연-복수/ 자연-능소화/ 자연-수태고지/ 자연-별/ 자연-나무의 무쓸모/ 자연-미인/ 자연-X-선/ 자연-뛰는 심장 어디로/ 자연-번견

3부 죽을 너와 부활한 나를 위해, 춤
종일/ 저주 기계/ 독/ 권-4월 16일/ 반지하/ 2기 팬클럽/ 건전 가요-깊은 산으로/ 단지-생일/ 잠깐 있었다/ 허니문/ 심경 고백/ 보름-구멍 세 개/ 내가 말할 고통은 이런 게 아닌데/ 언젠가의 순번 대기표

4부 말의 기원, 맘의 끝
시인이라는 유행 직장/ 줄무늬 셔츠를 입고/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붓돌기/ 천 일 동안 고백/ 어린이 미사 3-봉제인형 성당/ 백업 싱어/ 도서관/ 별-시의 기원/ 백스페이스/ 침을 뱉는 습성이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공든 탑/ 시상식/ 팀파니 연주자여 내게 사랑을

해설 | 뛰는 심장 팬클럽
박상수(시인, 문학평론가)

선생님 선생님
늘 일말의 다정함 무의식적인 친절들이
저에게 들어와 뼈와 살이 되고
이제는 없는 장기들 대신에 몸에 들러붙어 기능합니다

그러니까 가끔 내 장기가 뛰고 있는 걸 의식하는 것처럼
가끔 선생님을 떠올리고
친절에 답하지 못했던 것 같아 슬퍼집니다

내 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마음 또한 그러니까

짧게 써야겠지요 선생님
그걸 못해서 이 모양입니다 이상하게 결론 내려는 것 같지만
_「이 동그라미에 대해」 부분


언니라는 믿음
언니라는 연민
언니라는 부채
모든 언니적 속성
언니는 투명하게 우리를 비추며
자꾸 늘어난다

물가에 서서 자신의 얼굴 내려다보는
언니 장례지도사

자격증도 따고 휴일에도 쉬지 않는
쉴 수 없는 삶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건 아쉽다 육개장 한 그릇만큼
명절에도 죽어나가는 사람들 사이
술잔에 비친 그림잘 내려다본다
_「고행자 K 1」 부분


학교에서 도망쳐서 온 곳은 겨우 집
담임도 그걸 알고 있었다 어차피 애들이 할 짓은 빤하다
며 갈 곳도 없다며

온갖 학생들이 굴러 나오고
온갖 심술들이 싹을 튀우고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갈 곳이 없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빤한 애로 자랐다 애가 더이상 애가 아니게 되어도 사과
_「자연-사춘기」 부분


우리는 떨어져 시간을 보냈다 자신을 미워하기도 하고 껴안기도 하며
사람은 사람에게서 떨어져나와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데
넌 빛나는 너로 어제는 어제로 뒤처져
금방, 금발로 나타나 사라지는 아가씨 아가씨란 단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것들의 손을 놓는다 그때 우리는 떨어져 시간을 보냈는데
같이 있었으면 좋을 뻔했어 함께 있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능소화, 벽에 매달려 있는 얼굴 얼굴들
우린 오래 둘러앉아 시시콜콜 이야기하고 때론 바닥에 떨궈지기도 했다
_「자연-능소화」 부분


모르는 사람으로 죽어간다 내가 아는 건 네가 아니라 너의 죽음뿐

어떤 사랑이 이곳에 끼어들 수 있을까
갈피에서 납작해진 장미 이파리
집어드는데
바스러진다
어딜 가니 넌

내가 지웠던 글씨들 아직도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물을 묻히거나 불을 비춰도 보이지 않고 영원히 영원히 가라앉을 것

이야기한다
후회한다
내가 쓰지 않았음 하는 말투
네가 살아 있었다면 나처럼 말했을까
_「권-4월 16일」 부분


누군 죽음을 말하는 것이 이제 지겹다고 한다
더 중요한 건 뭘까

어떤 조각상은 눈물을 흘린다
우리도 흘리지만

속일 게 많다

꺼내놓지 못한 것들
내 안에서 부대끼는 소리

읊조림. 노래. 밀교의 기도문.
_「2기 팬클럽」 부분


나 어릴 때 들었던 노래
듣고 깔깔 웃었던 노래
살을 찢고 목을 째고 금붕어와 짜고 세월을 낭비하고 내가 나인 걸 잊게 만드는 노래
먼 훗날을 예고하는 가락
신나고 신나고 박수치고 함성
결국에는 눈물이 나는
두 손 모아쥐고 구슬프게 부르는 노래
조이는 가슴 쥐고 서글프게 듣는 노래

(……)

고음부에서 여러 번 꺾어주며
친구가 엉터리 음정으로 불러주었던 노래
배나무 숲으로 손잡고 가면서 부르던 노래
그날 이후로 쉬지 않고
썩어들어갔단다
우리는 그렇게 구부러진 노래
_「건전 가요-깊은 산으로」 부분


놀랍게도
시인도 노동의 기쁨을 안다
한참 이빨을 까고 집에 돌아가는 길

오늘도 빵 한 덩이 뜯을 자격이 생겼다는
그런 생각 한다
창밖은 검고 보이는 건 유령 같은 내 얼굴
직장인은 누구나 느낄 멜랑콜리

하지만 우리 퇴근하면 일 얘기 안 하는 거잖아요
_「시인이라는 유행 직장」 부분

눈물은 나의 굿즈.
아무도 있었다는 것을 모르게 사라져버리기.
잘린 장기와 춤은 어디로 사라졌니.

경주마가 죽으면 그를 아끼던 사람이 편자를 취한다.
넌 어디로 갔니. 참담한 일을 당하면 말을 잃어버린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아무 일도 겪지 않았다.
안이 아무리 아파도 오리역을 지나 구파발에 가도 나는 직립한다.

‘시인이 하도 많아서 내가 사라져도 될 듯함’

조각난 나의 말.

뛰어내렸으나 솟구쳐올랐다.
_「자연-뛰는 심장 어디로」에서

1부 ‘이 동그라미에 대해’는 몇몇 시에서 나타나는 ‘원’의 이미지를 통해 삶의 순환성을 사유하는 듯하다. 시집의 문을 여는 「닳은 공」을 보자. “가죽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열심히” 공을 튀기는 “우리”의 “땀냄새와 열기”는 우리네 삶이 “서브 리시브 토스 앤 토스”라는 매일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권민경이 그리는 ‘원’의 이미지는 삶의 반복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 동그라미에 대해」의 시적 화자는 글을 쓰는 사람인데, 짧게 쓰기를 어려워하고 “꽉 막힌 결말”을 내지 못한다. “일말의 다정함 무의식적인 친절들”이 “없는 장기들”을 대신해 “뼈와 살”이 되어준 몸으로 “영원히 살아 있는 채로 있고만 싶”다고, “이기적으로 영생하고 싶”다고 고백하는 화자는 출발점과 끝점이 같은 동그라미의 순환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권민경이 그리는 동그라미는 둥글게 닫히지 않는, 처음에서 영영 멀어지기를 소망하는 포부로서의 ‘원’이다.

나에게 맞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나는 어느샌가 나를 입고
뻘짓을 하고 있다
선생님이 무서운 흙을 물레에 얹고
빙글빙글 돌리는 순간
난, 나는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며
보이지도 않는 걸 돌리는 시늉 한다

차본다
_「세라믹 클래스」에서

한편 2부 ‘대자연’은 ‘자연’ 연작시이다. 시인은 편집자와의 미니 인터뷰를 통해 자연이란 “우리의 배경, 우리 삶, 결국 삼라만상”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1부에서 삶의 방식에 대한 시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면, 2부에서 삶의 근원적 순간을 포착하는 시인의 깊이 있는 시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시선이 향한 곳은 꿈속이나 비현실이 아니라 천변이나 학교, 신도시, 목욕탕 등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칫 현학적일 수 있는 주제를 담은 이 연작시가 높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한 사랑이 끝나는 동안 나는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천변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개가 많을까 개를 데리고
나오지 않은 사람의 집에 고양이가 있을까 상상하며
저물녘을 맞았으며
이것이 밤의 시작인 것이
분명했다
_「자연-밤의 중간」에서

학교에서 도망쳐서 온 곳은 겨우 집
담임도 그걸 알고 있었다 어차피 애들이 할 짓은 빤하다
며 갈 곳도 없다며

온갖 학생들이 굴러 나오고
온갖 심술들이 싹을 튀우고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

잘 보세요 자학과 자책의 시간을 견뎌온
사과 같은 내 얼굴
사과 위에 사과 위에 사과

몇 살부터 몇 살까지로 특정할 수 없는 가슴 아픈 그림들
온갖 온갖 온갖 낮들
_「자연-사춘기」에서

3부 ‘죽을 너와 부활한 나를 위해, 춤’은 죽어 사라진 사람들을 그리는 시들로 채워져 있다. “아홉 살에 멈춰 있는” “종일이”를 “영원히 있게 하려” “시인이 되었다고”(「종일」) 시인은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아는 건 네가 아니라 너의 죽음뿐”이지만, “죽은 사람도 생일이 있어 매해 찾아”(「권-4월 16일」)오기에 “목숨에 책임감 느끼며/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손을 믿습니다”(「허니문」)라고 고백한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함께 있다는 인식이 엿보이는 이러한 시들을 통해 1부와 2부에서 보여준 삶에 대한 태도와 존재론적인 사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음까지 끌어안으려는 안간힘이 눈물겹다.
하지만 권민경은 시에서 그러한 숭고함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나한테 해를 끼친 사람은 피해를 본다/ 고 믿었던 적 있다” “하지만 다정한 사람도 아프고 못된 사람도 아프고/ 앞뒤 가리지 않는 불행을 과연 저주라 할 수 있을까”(「저주 기계」), “제사상 받으러 온 조상님께 말합니다/ 나를 왜 낳으셨나요 왜 내 단초가 되셨어요”(「심경 고백」)와 같은 대목처럼 아무리 멀쩡한 이도 결국에는 아프고 불행해지기 마련인 삶의 순리 앞에서 좌절과 분노를 내비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권민경은 죽음조차 특유의 시니컬한 위트로 표현하면서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웃어넘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착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사람에게 윽박지르고
영원히 나는 윽박지르는 자세로
버스에 올라타고 창문을 내다보고 기스 난 부분을 쓰다듬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늘 윽박지르는 그대로이다
여러 번 붙여넣기를 한
목덜미가 뜨거워지고
모가지가 달랑달랑

아빠 아빠 아빠 몰아붙이는 마음
이분의 일 확률로 물려받은 나의 병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_「내가 말할 고통은 이런 게 아닌데」에서

4부 ‘말의 기원, 맘의 끝’은 시쓰기에 대한 시를 노래한다. “놀랍게도/ 시인도 노동의 기쁨을 안다/ 한참 이빨을 까고 집에 돌아가는 길”(「시인이라는 유행 직장」), “나는 최신형 셰에라자드/ 어제는 독침을 쏘았네 오늘은 세무사와 서커스 내일은 시민 운동장에 갈 것이네”(「천 일 동안 고백」). 시인의 시쓰기는 종내 “사랑을 사랑을 노래하고/ 불행과 실연을 노래”(「백업 싱어」)하는 대중가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꾸 시가 아닌 시의 목소리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시인은, 시쓰기란 현실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 “사이렌”과 “단말마”(같은 시)에 귀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시집의 마지막에 수록된 「팀파니 연주자여 내게 사랑을」은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준 시세계의 총체를 보여주는 강렬한 시다.

당신은 부피를 갖고 질량을 갖고 무게와 길이로 수치화된다
존재감은 모든 것을 퉁치는 말이지만
사랑이여 사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아니, 아니, 사람이여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팀파니를 둥둥 울리며 걸어갑니다-그건 불가합니다
둥둥 울리며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귓구멍으로 들어와 해골을 공명합니다 뇌도 자극합니다 가능합니다

(……)

팀파니 주자여 찢어진 가슴을 더 두들겨 찢어주시고
새 자루에 새 술 담듯 새 악기에 새 사랑과 새 영혼과
그 모든 일련의 질량 없는 것들 가득 담아주소서

사랑이여 담겨주소서
남의 가죽이 아닌 나란 자루에
우승 기원으로 담근 과일주에
연주만을 위해 지어진 전용 홀에
눈구멍 속에 담긴 눈알 같은
이 지구에
_「팀파니 연주자여 내게 사랑을」

인간이란 “부피”와 “질량”, “무게”와 “길이”로 수치화된 존재이지만, 그런 인간이 하는 사랑이란 여전히 규정하기 어렵다. 시인은 이러한 사랑을 “쿵쿵쿵쿵쿵” 울리는 팀파니 소리로 묘사한다. “찢어진 가슴을 더 두들겨 찢어주시고” “새 사랑과 새 영혼”처럼 “그 모든 일련의 질량 없는 것들”을 가득 달라고 시인은 외친다. 그때 “쿵쿵쿵쿵쿵”은 팀파니 소리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심장 소리가 된다. “절찬 상영 방영 공연 대유행중”인 “사랑”을 위해 언제고 “킹콩”처럼 일어서는 권민경의 시를 읽으며 가슴속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이미 모두 권민경의 ‘뛰는 심장 팬클럽’(해설, 박상수)에 속한 것이다.

언젠가 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무릎도 펼 수 없는 힘든 시간은 다시 찾아올 수 있겠지만 ‘훼손된 나’ 역시 사랑할 줄 아는 권민경의 화자라면 눈물 콧물 쓰윽 닦고 또 일어설 것이다. 그토록 힘든 시간을 통과한 뒤에도 이와 같은 건강한 자의식과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반갑고 고맙다. (……) 울고 웃으며, 기쁜 마음으로 이 소리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소중한 것을 지키며”, “새 악기에 새 사랑과 새 영혼과/ 그 모든 일련의 질량 없는 것을 가득 담아”서, 쿵!쿵!쿵!쿵!쿵! 사랑이여 여기 오라. 영혼이여 우리와 함께하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뛰는 심장 소리로 가득 채우라. 쿵!쿵!쿵!쿵!쿵! _박상수, 해설에서


◎권민경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세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독자분들께 인사해주시면서, 출간 소회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권민경입니다. 벌써 3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감회라고 할 만한 건 없지만, 그래도 여러분과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입니다. 반갑습니다.

Q2. 시집의 제목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는 「자연-사춘기」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리드미컬한 문장이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켜요. 이 구절을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또 독자분들께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뭔가 절실히 바라다보면,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때론 무리하다 실수나 실패도 하게 되잖아요. 많이 바란 만큼, 열망이 좌절되면 크게 실망하기도 하고요.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기대도 실망도 좀 덜하게 되지만요. 사춘기는 ‘열망과 실수가 연속’인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연-사춘기」는 모두가 거쳐 간, 한 시기에 대한 짠함이 담긴 시라 할 수 있습니다. 삶 자체가 영원히 사춘기 상태인 건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도 소소한 것에서부터 거대한 신념에 이르기까지 뭔가 소망하는 것들이 있으실 텐데요,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 스스로를 해치지 않길 바랍니다.

Q3. 이번 시집에서 특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 이유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본문에 밝히지 않았으나, 특정인을 생각하며 쓴 시들이 꽤 많아요. 그건 각자에게 개별 연락 드릴 예정입니다. (웃음) 「종일」도 그런 시입니다. 종일은 하루 종일의 뜻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김종일이라는 소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죽음의 정황상, 그 아이를 추모할 가족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어, 마음 한편에 늘 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동창의 이름을 지면에 남길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시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아끼는 시입니다.

Q4. 2부의 ‘대자연’ 연작시가 이채로워요. 그저 자연(nature)의 의미만은 아니고 삼라만상의 모습이 담겨 있는 느낌이에요. 이 연작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맞아요. 자연은 자연이 아닌데 자연인 느낌이에요. 자연이라는 말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잖아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말도 있고. (그러고 보면 자연의 일부가 자연을 망치는 행위는 참 아이러니하네요.) 역으로 보통 자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빌딩 숲 같은 것도 누군가에게 자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연은 자연 그 자체이며, 우리의 배경, 우리 삶, 결국 삼라만상인 거죠. 그런데 좀 비겁한 제목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거의 ‘우주’라는 말과 맞먹으니까.. (웃음) 자연 연작을 앞으로도 이어갈지 고민 중입니다. 연작은 한 시집에 모아 묶는 게 보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러라는 법은 또 없으니까.

Q5. 시집의 마지막 시는 「팀파니 연주자여 내게 사랑을」입니다. 쿵쿵쿵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한 강렬한 시예요. 이 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까요?

저는 꽤 시니컬한 사람이라,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자주 부정적이 되곤 합니다. ‘결국 최후에 남는 것은 사랑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의심하면서도 믿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에게 필요한 건 다른 것이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그래도 사랑이 있을 거라고, 그런 걸 달라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신에게 청해라도 보는 거죠. 더불어 한 조각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인터뷰가 열망에서 시작해서 열망으로 끝나는 것 같은데, 믿고 원하는 것, 선한 것들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어울리지 않게 힙합 비둘기 대신 문학 비둘기가 되어 글을 마칩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권민경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산문집 『등고선 없는 지도를 쥐고』 『울고 나서 다시 만나』가 있다.

작가의 말

권민경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세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독자분들께 인사해주시면서, 출간 소회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권민경입니다. 벌써 3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감회라고 할 만한 건 없지만, 그래도 여러분과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입니다. 반갑습니다.

Q2. 시집의 제목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는 「자연-사춘기」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리드미컬한 문장이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켜요. 이 구절을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또 독자분들께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뭔가 절실히 바라다보면,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때론 무리하다 실수나 실패도 하게 되잖아요. 많이 바란 만큼, 열망이 좌절되면 크게 실망하기도 하고요.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기대도 실망도 좀 덜하게 되지만요. 사춘기는 ‘열망과 실수가 연속’인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연-사춘기」는 모두가 거쳐 간, 한 시기에 대한 짠함이 담긴 시라 할 수 있습니다. 삶 자체가 영원히 사춘기 상태인 건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도 소소한 것에서부터 거대한 신념에 이르기까지 뭔가 소망하는 것들이 있으실 텐데요,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 스스로를 헤치지 않길 바랍니다.

Q3. 이번 시집에서 특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 이유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본문에 밝히지 않았으나, 특정인을 생각하며 쓴 시들이 꽤 많아요. 그건 각자에게 개별 연락 드릴 예정입니다. (웃음) 「종일」도 그런 시입니다. 종일은 하루 종일의 뜻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김종일이라는 소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죽음의 정황상, 그 아이를 추모할 가족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어, 마음 한편에 늘 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동창의 이름을 지면에 남길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시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아끼는 시입니다.

Q4. 2부의 ‘대자연’ 연작시가 이채로워요. 그저 자연(nature)의 의미만은 아니고 삼라만상의 모습이 담겨 있는 느낌이에요. 이 연작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맞아요. 자연은 자연이 아닌데 자연인 느낌이에요. 자연이라는 말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잖아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말도 있고. (그러고 보면 자연의 일부가 자연을 망치는 행위는 참 아이러니하네요.) 역으로 보통 자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빌딩 숲 같은 것도 누군가에게 자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연은 자연 그 자체이며, 우리의 배경, 우리 삶, 결국 삼라만상인 거죠. 그런데 좀 비겁한 제목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거의 ‘우주’라는 말과 맞먹으니까. (웃음) 자연 연작을 앞으로도 이어갈지 고민 중입니다. 연작은 한 시집에 모아 묶는 게 보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러라는 법은 또 없으니까.

Q5. 시집의 마지막 시는 「팀파니 연주자여 내게 사랑을」입니다. 쿵쿵쿵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한 강렬한 시예요. 이 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까요?

저는 꽤 시니컬한 사람이라,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자주 부정적이 되곤 합니다. ‘결국 최후에 남는 것은 사랑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의심하면서도 믿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에게 필요한 건 다른 것이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그래도 사랑이 있을 거라고, 그런 걸 달라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신에게 청해라도 보는 거죠. 더불어 한 조각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인터뷰가 열망에서 시작해서 열망으로 끝나는 것 같은데, 믿고 원하는 것, 선한 것들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어울리지 않게 힙합 비둘기 대신 문학 비둘기가 되어 글을 마칩니다.)


시인의 말

사랑을 뭉쳐 당신에게 토스합니다.
그게 장래 희망이니까.
불가해 속에서 불가능을 알아도 결국 하고 싶은 대로.

2024년 4월
권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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