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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자매

나치에 맞서 삶을 구한 두 자매의 실화
록산 판이페런 지음 | 배경린 옮김
아르테(arte)

2024년 05월 13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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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7117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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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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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은 결코 순순히 죽음의 구덩이로 걸어 들어가지 않았다. 저항투사들이 있었다. 심지어 여성 투사들이었다.” 아우슈비츠를 증언하는 새로운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은, 개인적 기록과 공문서, 인터뷰 등 방대한 자료를 종합하고 교차 검증해 재구성한 기록 문학이다. 안네 프랑크 자매의 마지막 나날 또한 담겨 있다.
단순 생존이 아닌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집중한 자매는, 은신처에서도 수용소에서도 타인을 구하고 돌본다. 이에 자주 위협받지만 결국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남게 된다. 이들의 정치적이었던 예술 활동, 예술적이었던 저항 활동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의 본질을 담은 화두와 맞닥뜨리게 된다. ‘나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고 있는가.’ ‘갈등과 분리를 조장하는 세상, 진짜 적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이고,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시공을 초월해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삶의 동기를 부여하는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도서상인 ‘NS Publieksprijs’에서 ‘올해의 책’ 후보에 선정, 베스트셀러 목록에 130주 이상 올랐다. 이후 영미권에서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도 선정됐다.
프롤로그

Ⅰ. 전쟁
1. 니우마르크트의 난투극
2. 갈색 역병
3. 파업하라! 파업하라! 파업하라!
4. 전쟁의 아이들
5. 가택 수색
6. 저항의 축
7. 병역 기피
8. 구금
9. 도망길에 오르다
10. 첫 기차
11. 베르헌 바닷가
12. 버섯 구이
13. 얀선 가 자매

Ⅱ. 하이네스트
1. 숲속의 저택
2. 자유 예술가
3. 이웃 사람들
4. 가면
5. 동료
6. 달갑지 않은 방문
7. 황조롱이
8. 가을의 노래
9. 도자기 화병
10. 총탄
11. 베스테르보르크
12. 마지막 열차
13. 유괴

Ⅲ. 생존
1. 동쪽으로
2. 그 무젤만을 아시나요?
3. 린테의 바이올렛
4. 라 마르세예즈
5. 별 수용소
6. 폭풍
7. 축제
8. 망자의 도시
9. 마지막 여정

에필로그
하이네스트, 그 이후
감사의 말
참고 자료

“소련이 중요한 전투마다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영국과 미국이 서유럽에 두 번째 전선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옵소서. 바라옵건대 파시스트 놈들은 하루빨리 망하게 하시고 히틀러는 빨리 뒈지게 해 주시옵소서.”
마지막 문장에 피트에가 슬쩍 눈썹을 추켜세우긴 했지만 자신도 같은 생각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최후의 승리를 맞는 그날까지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이 슬픔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 90~91쪽 〈병역 기피〉

정원은 비탈길로 이어졌다. 이제껏 있으면서 집이 언덕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야니는,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픽 웃어 버렸다. 이곳은 하이네스트, 즉 ‘높은 둥지’ 아니던가. 저택은 황무지와 숲에 싸여 외부와 차단돼 있었다. 잔디밭 중앙에는 뾰족한 지붕과 사면이 통창으로 이루어진 정자가 있었다. 모자와 목도리로 중무장한 세 아이와 린테가 그곳에 서 있었다. 야니는 손을 흔들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제 엄마를 발견하자 로비는 입이 귀에 걸릴 듯 환히 미소 지었다. 야니는 로비 이마에 입을 맞추며 리셀로테와 카팅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린테 언니 곁에 서서 어깨를 꼭 맞댔다.
“우와!” 야니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 158쪽 〈숲속의 저택〉

하이네스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야니는 압도적인 고요함에 놀라 화들짝 잠에서 깨곤 했다. 찰나의 순간, 그녀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닥이 없는 깊은 수렁에 잠겨 그 누구도 심지어 보프와 아이들조차도 그녀의 비명을 듣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 자신이 지구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춰 버린 것 같았다. 그럴 때면 야니는 곁에 누운 보프에게 팔을 뻗어 그의 온기를 느끼며 숨을 골랐다. 잠시 기다리다 보면 뒤뜰에서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호기심에 이끌려 숲을 떠나 집 현관까지 와 기웃대는 여우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도 들렸다. 린테와 에베르하르트가 그리트예의 오두막에서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터 잡은 여우 가족을 뒤뜰에서 발견했다고 말한 적 있었다.
--- 208쪽 〈동료〉


야니는 한쪽 귀를 내내 열어 둔 채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맨발로 밖을 나섰다. 집 전체가 아직 잠들어 있었다. 단잠의 향기가 집 안을 감돌았다. 야니는 어슴푸레한 새벽의 정원을 가로질렀다. 잔디에 맺힌 이슬이 발을 차갑게 적셨다. 인형의 집과 미니어처 찻잔 세트가 널브러진 정자를 지나 과수원 너머, 어둑어둑한 숲 가장자리로 향했다. 나무 사이로 야니의 모습이 사라졌다. 굵직한 덩굴이 오래된 나무 몸통을 칭칭 휘감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노랗게 물들고 바짝 마른 가을 낙엽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몸이 나뭇가지에 긁히고 나이트가운이 잔가시에 계속 걸렸지만, 야니는 계속해서 고개를 쳐들고 나무 위를 꼼꼼히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렇게 얼마간 걷다 야니는 숨을 나직이 토해내며 자리에 멈춰 섰다. 찾았다. 까마귀가 만들어 놓은 커다란 둥지 가장자리에 황조롱이가 앉아 있었다.
--- 244~245쪽 〈황조롱이〉

“더 빨리!”
라위스 카우트스키가 바닥에 풀썩 쓰러지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른 여성이 그녀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다들 필사적으로 샤워기 꼭지에 손을 가져다 댔지만 별 소용없었다. 방에 증기가 차오르자 이곳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시야에서 간수들이 사라졌다. 린테와 야니는 서로를 바라본 후 꽉 끌어안았다.
“꼭 살아남아야 해.” 야니가 말했다.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전한 결단. 자매는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348쪽 〈동쪽으로〉


몇 시간이고 점호가 이어졌다. 중간에 숫자를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수백 명이 거대한 체스판 위의 폰처럼 늘어섰다. 도중에 누군가 풀썩 쓰러지면서 대열에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야니는 제 앞에 선 여자의 등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카포나 나치 여성 교도관들에게 저항하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빗줄기도, 허기도, 벌벌 떨리는 몸을 타고 흐르는 고통도 애써 무시했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양파가 손질되듯, 본질만 남을 때까지 한 꺼풀 한 꺼풀 발가벗겨졌다. 시작은 직장이었다. 뒤이어 학교에서, 집에서, 고향에서 쫓겨났다. 이웃을 잃고 친구를 잃었다. 가족을 빼앗기고 자유를 빼앗겼다. 종래에는 옷도, 머리칼도, 그림자까지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본질이었다. 내가 지켜야 할 것, 나의 본질, 나 자신. 그것만은 뺏기지 말자.
--- 353쪽 〈그 무젤만을 아시나요?〉


야니와 안네가 헤어지고 얼마 후, 마르고트가 침대에서 떨어지며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리고 더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이미 부모님도 돌아가셨다고 여겼던 안네는 언니마저 잃자 더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안네도 삶의 끈을 놓았다.
며칠 후, 린테와 야니가 프랑크 자매를 만나러 갔을 때 자매의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두 사람은 시체 더미를 뒤져 마르고트와 안네의 시신을 찾아냈다. 다른 여자 두 명의 도움을 받아 자매의 시신을 담요로 감싸 시체 매립지로 향했다. 그리고 한 명씩 천천히 구덩이 깊숙이 떠나보냈다.
마치 눈에서 각막이 떨어져 나간 듯 모든 게 뿌옇게 보였다. 세상의 색이 바래 버렸고 야니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들판을 부유하는 잿빛 그림자뿐이었다. 머리가 쿵쿵 울리고 너무 무거워서 목이 꺾일 것만 같았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른 채 세월과 생명을 흘려보냈다.
--- 416쪽 〈망자의 도시〉 中

홀로코스트가 가장 극심했던 네덜란드
예술을 사랑했던 두 자매는 거대한 악의에 맞서
사랑과 연민과 생의 소중함을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혐오와 갈등, 분리와 파괴가 팽배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은 국가 간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동지가 첩자로 밝혀지고, 이웃이 밀고자가 되는 세상에서 ‘신뢰’와 ‘사랑’은 사치의 다른 이름이었다. 믿을 수 없는 건 타인만이 아니었다. 배신과 불신을 조장하는 목소리는 외부에서 내부로 침투하기 마련. 세상은 심지어 “전쟁과 박해, 폭력 이 모든 것이 나의 망상은 아닐까.” 자기 자신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여기, 내외부의 잡음을 소거하고,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치열하게 지켜낸 유대인 자매의 실화가 있다. 자매는 숲속 은신처 ‘하이네스트(The High Nest)’를 마련해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한다. 유대인이 다른 이들을 위한 은신처를 운영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매는 가족만이 살아남는 것은 진정으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유대인과 저항투사, 예술가와 그 자식 등 최대한 많은 이를 보호한다.
은신처에서 어떤 이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또 어떤 이는 음악·무용과 사랑에 빠진다. 심지어 은신처 식구들은 유대계 전통을 지키고 저항의 의지를 담은 불법 공연을 열고, 이를 통해 모금을 받아 저항활동의 저변을 넓힌다. 그렇게 예술-정치의 아름다운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낸다. 나치는 이들로부터 자유와 고향, 이웃과 가족을 뺏으려 했고, 다 뺏었다 착각했지만, 이곳 은신처에서는 일상과 축제, 예술과 저항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종국엔 밀고에 의해 은신처 식구들 모두 수용소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지만, 이들이 은신처에서 세운 난공불락의 추억은 자매로 하여금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버틸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고, 양옆의 사람을 감시하게 하는 수용소 생활 중에도 자매는 동료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빵을 나누며 하루하루 일상을 기념했다. 수용소는 다른 사람을 걷어차는 것이 곧 권위를 부여하는 곳이었고, 이 권위로 빵 한 조각을 더 얻는 것이 그곳 생활의 ‘인지상정’이었지만, 자매는 살아남은 것답게 살아남기를, 사람답게 살아남기를 택했다.
결국 자매는 수용소에서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머나먼 여정을 마치게 된다. 자기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낸 자매에겐 단순명료하고 가까운 길이었을지도. 신뢰와 생명력에 관한 회복이 필요한 오늘날, 일독을 권한다.

작가정보

Roxane van Iperen
네덜란드의 작가이자 변호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의 은신처였던 ‘The High Nest’가 위치한 암스테르담 동쪽 전원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두 번째 단행본인 『아우슈비츠의 자매』(원서: 『‘t Hooge Nest』)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도서상인 ‘NS Publieksprijs’에서 ‘올해의 책’ 후보에 선정됐고 네덜란드 국내 베스트셀러 목록에 130주 이상 올랐다. 이후 영미권에서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도 선정됐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20세기 이후 문학과 현대 탈식민주의 여성 시를 연구하며,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정원가의 열두 달』 『지켜야 하는 아이』 『안전 이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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