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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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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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출간!
“그동안 다른 소설들에서 만난 적이 없었던
자아에 대한 강력한 비유다”
_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당대 한국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이희영 작가의 『페이스』가 출간되었다. 월간 『현대문학』 2023년 9월호에 실렸던 동명의 중편소설을 개작한 『페이스』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얼굴을 본 적 없는 인물의 시선을 통해 외양 너머 보이지 않는 자아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페인트』로 40만 명에 이르는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이희영 작가가, 이번에는 ‘얼굴’로 표상되는 자기 인식의 통로를 과감히 지워버리는 상상을 전개함으로써 “자의식의 미결정 상태에 도전”(김지은)한 것이다.
“거울을 똑바로 마주 볼 것.
흐리거나 맑은 날씨처럼 매일이 다른 우리이므로”
‘나’라는 존재는 단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일 수 없다는 진실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만연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페이스』는 과연 우리가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핀셋 같은 시선과 기준”(83쪽)으로 엄격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시적인 흉터를 가리고 지우는 데 급급한 나머지 꼭 직면해야 할 마음속 상처를 정작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페이스』의 주인공 인시울이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얼굴’을 일부분이나마 마주하게 되는 계기가 다름 아닌 ‘흉터’였다는 사실을 통해 마음속 상처와 아픔이야말로 한 존재의 자아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임을 시사한다.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가 “상처 자국을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다른 소설들에서 만난 적이 없었던 자아 정체성의 인식에 대한 강력한 비유”라고 말하였듯,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상징”(148쪽)으로서의 흉터를 직면하고 나아가 긍정하는 시울의 모습은 우리가 자아상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그 실마리를 보여준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보는 것은 곧 마음을 여는 것이며, “그 너그러운 시선은 제일 먼저 스스로에게 향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과도 상통하는 지점이다.
『페이스』의 또 하나 빛나는 지점은, 자아에의 이해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연대로 확장되어가는 광경까지 그려낸 데 있다. 시울이 직면하는 것은 자신의 흉터뿐만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넘어 나를 둘러싼 세상으로 시야를 넓혀가는 시울의 눈에 포착되는 주위 사람들이 감춰온 ‘진짜 얼굴’이다. 매일 거울을 붙들고 살지만 정작 자신의 반짝이는 면을 잘 알지 못하는 라미,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새겨진 연로한 얼굴 아래 천진한 표정을 지니고 있는 할머니 최옥분 씨, 그리고 다난한 가정사로 인해 무뚝뚝한 가면을 쓰게 되었으나 마음속 깊이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묵재를 차례로 바라보면서, 시울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직시하고 “거울 너머” 무궁무진하게 변화되는 세상이 있음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결국 『페이스』는 ‘나’라는 존재가 단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일 수 없다는 진실을 전하는 소설이자, 그러한 진실을 이 세상 모든 ‘나’들에게 적용해보기를 다정하게 권하는 소설이다.
작품해설 : 상처는 자아의 핵심(김지은)
작가의 말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건 여섯 살에게도 서럽고 외로운 일이었다.
_본문 11쪽
나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늘 다채롭다. 안개에 싸여 있거나, 검게 물들어 있거나, 이상한 꽃이 만발하거나, 동그라미가 가득 차 있거나, 색색의 블록인 적도 있었다.
_본문 73쪽
생각해보면 얼굴이 감추어진 건, 남들도 마찬가지이지 싶다. 상사 앞에서는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 없는 신입사원과, 학생들 인사에 그날 기분과 상관없이 웃음으로 대꾸해야 하는 선생님처럼. 모든 사람이 내가 보는 얼굴과 남에게 보이는 얼굴 양쪽을 두루 가지고 산다.
_본문 114-115쪽
지금껏 이 간단한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그냥 내 눈엔 이렇게 보인다고.
_본문 136쪽
이 흉터는, 엄연한 내 얼굴이다.
_본문 146쪽
“뻔한 말이지만 어쨌든 흉터는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상징이니까, 굳이 감춰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_본문 148쪽
아무도 상대를 완벽히 알 수 없다. 설령 가족이라 해도, 누군가의 세계를 완전히 아는 건 불가능하다.
_본문 154쪽
우리는 어쩌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백지보다 귀퉁이의 작은 얼룩에만 집중하는지도 모른다. 비록 나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세상은 볼 수 있다.
_본문 172-173쪽
스스로 일컫길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인시울에겐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찍이 소아정신과를 전전한바 이렇다 할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흐릿한 안개나 색색의 블록, 젖소의 얼룩무늬 등 온갖 추상화적 형상에 가려져 보일 뿐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매일같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내 얼굴’을 정작 나 자신은 알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시울은 무심하게 그러려니 하며 살아간다. 그런 시울의 일상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온다. 우연히 같은 반 묵재가 던진 공에 맞아 교실 사물함에 얼굴을 부딪치며 상처를 입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 흉터만큼은 거울로 선명히 보이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시울의 흉터를 걱정하지만, 정작 시울은 난생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제 얼굴의 일부가 놀랍고 반갑기만 한데…….
작가정보
작가의 말
인간은 모두 삶의 불확실성을 지닌 채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기대가 될 수 있다. 시각이 아닌, 마음의 시선에 따라 인생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잊지 않으려 한다.
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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