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크리스토프 2
2024년 04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9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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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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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크리스토프》는 베토벤과 작가 로맹 롤랑 자신의 정신을 이상화한 것으로 프랑스 대하소설의 선구가 된 걸작이다. 주인공 장 크리스토프의 소년시절, 청년시절, 장년기, 생애 완성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도 기죽지 않고 인간 완성을 목표로 하여 악전고투하는 영혼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장 크리스토프는 독일 라인강변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성장하는 천재 음악가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모든 오욕과 허위를 경험하고, 그때마다 깊은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절망은 다시금 그를 새로운 행동으로 나아가게 재촉한다. 또한 그의 적극적인 행동의 추진력이 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신뢰감이다.
주인공의 유소년시절은 작가가 평생 동안 존경했던 작곡가 베토벤이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 크리스토프》라는 작품의 실체는 작자 자신의 가장 깊은 생활의 중심에서 생겨났으므로, 그것을 깨달으면 로맹 롤랑의 다음 말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장 크리스토프는 베토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새로운’ 베토벤이며, 사상의 베토벤과는 다른 우리 세계 속에 던져져 있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장 크리스토프 자신은 오늘의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인 것이다.”
앙투아네트…899
집 안에서…999
1부…999
2부…1068
여자친구들…1174
불타는 가시덤불…1354
1부…1355
2부…1437
새로운 날…1547
1부…1548
2부…1586
3부…1651
4부…1686
《장 크리스토프》에의 고별…1725
《장 크리스토프》에 부치는 글…1726
롤랑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1736
로맹 롤랑 연보…1757
인생에는 이러한 착오가 있는 법이다. 어떤 시기에 이르러 인간은 도무지 몰락을 면할 길이 없는 것만 같다. 마치 누가 와서 도와주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말을 들었더라면 살아남을지도 모를 모든 충고를 피하고, 몸을 숨겨 열에 들뜬 것처럼 성급히 달아나 드디어 제멋대로 깊은 못 속으로 빠져들고야 만다.(p.920)
당신은 모르지만, 초라한 건물 속에서, 파리의 지붕 밑 다락방에서, 조용한 시골에서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그 평범한 일생 동안 꾸준히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서 그날그날 자기희생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거야말로 항상 프랑스에 존재하는 조그마한 교회입니다. 숫자로 보면 작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커다란 교회이며, 사람들의 눈에 띄는 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실은 프랑스의 모든 힘이죠. ‘선택받은 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부패하고 변모하는 것과는 달리, 그 힘은 묵묵히 영속하고 있는 거요…….(pp.1019~20)
혐오감, 피로, 그리고 행동이나 고통이나 추악이나 우열(愚劣)이나 위험성이나 책임 등에 대한 염려, 또는 오늘날 많은 프랑스 사람들의 훌륭한 의지를 좌절시키고 있는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는 무서운 생각이 거의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었다. 그들은 지나치게 지적(知的)이었다(그 지성은 활개를 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찬성의 이유와 반대의 이유가 한꺼번에 뚜렷이 보인다. 힘이 부족하다. 생명이 부족하다. 사람은 생기발랄할 때에는 자기가 살아 있는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살기 위해서 살아 있을 따름이다. 왜냐하면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이니까!(p.1060)
자네들은 자네들을 압박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백배 더 하고, 천배 더 값어치가 있는데, 그들의 뻔뻔스러운 압력에 짓눌리고 있어! 나는 자네들을 이해할 수 없네. 자네들은 가장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가장 훌륭한 지성, 가장 인간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이용하려고는 하지 않고, 소수의 시시한 사람들의 지배 밑에서 모욕과 짓밟힘을 당하고 있는 거야. 자네들의 참다운 모습을 보여 주게나! 하늘에 도움을 바란다든가, 나폴레옹의 등장을 바란다든가 하는 건 집어치워! 일어나서 단결해야지! 자, 다들 일을 시작해야지! 집 안을 청소하는 거야.(p.1062)
사람 사이의 오해는 그 사이에 제삼자가 끼어들지 않는 한에서는 결코 중대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제삼자는 반드시 나타나는 법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남의 일에 흥미를 가지고, 그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p.1092)
사람이 남에게 감화를 준다는 것은 말에 의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존재에 의한다. 눈초리, 몸짓, 말 없는 가운데 맑은 마음의 접촉에 의해서, 자기 주변에 침착한 분위기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크리스토프는 생명의 기운을 퍼뜨리고 있었다. 그 생명은 마비된 이 집 건물의 낡은 벽이나 닫힌 창을 통하여 봄철의 다사로운 공기처럼 슬그머니 스며들었다. 그것은 슬픔이나 무기력, 고독으로 인하여 몇 해 전부터 침식되고 고갈되어 죽을 지경이 된 사람들의 마음을 되살아나게 했다. 영혼이 영혼에 끼치는 영향력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그것을 주고 있는 사람도, 모두 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하지만 이승의 생활은, 그러한 신비로운 인력으로 지배되는 만조와 간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p.1139)
같은 시대의 모든 사람들 위에 내리덮이고 있는 그 어떤 편견이나 요청의 속박에서 빠져나올 대담성을 가진 인간이, 가장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도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말하자면 자기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벽을 쌓는 일이다. 한편에는 황무지 속의 자유가 있고 한편에는 인간이 있다. 그들은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 쪽을, 가축의 무리 쪽을 택한다. 그것은 고약한 냄새는 나지만 따뜻하다. 그런데, 거기서 그들은 생각지도 않은 것을 제법 생각하는 체한다.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p.1373)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타격은 크리스토프 자신이 이미 남몰래 동요하고 있던 시기에 찾아왔으므로 그에게는 더욱더 심했다. 그는 마침 그의 생애에 있어서 신체 조직의 안쪽에서 그 어떤 은밀한 변화 작용이 일어나는 나이에 이르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있어서는 육체도 영혼도 외부로부터 타격을 입기 쉽다. 정신은 쇠약한 듯한 기분이 들고, 막연한 슬픔에 괴로워하며, 사물에는 진력이 나고, 해버린 일에는 도무지 애정이 느껴지지 않으며 게다가 다른 일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예측을 하지 못한다. 이런 위기가 일어나는 나이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적인 의무에 묶여 버린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보호자이다. (…) 그러나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은 이런 공허한 때에 자기를 지탱해 주는 것, 자기를 억지로 걸어가게 해주는 것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습관에 따라 걸어간다. 그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의 힘은 흐트러지고 의식은 흐려진다. 만일 의식이 몽롱한 이런 순간에 벼락의 일격이 몽유병자 같은 걸음을 멈추게 해버린다면 그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다. 그는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만다.(pp.1450~51)
이제 그는 이해했다.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힘의 무서운 주먹 아래서는 자기의 자존심이 공허하다는 것을, 인간의 자존심이 공허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아무도 확실히 자기를 지배할 수는 없다. 밤에도 자지 않고 경계해야만 한다. 만일 잠들면 그 힘이 우리들 위로 덤벼들어 우리를 납치해 갈 것이다…… 대체 어떠한 심연으로 납치해 가는 것일까? 혹은 또 격류는 갑자기 말라 버리고 우리를 건조한 강바닥에 남겨 둔다. 싸우기 위해서는 의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언제라도 바라는 때에, 또 어디서든지 바라는 장소에 사랑과 죽음과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미지의 신 앞에 굴복해야 한다. 인간의 의지는, 이 신의 의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신은 단 한 순간으로 몇 년의 노고와 노력을 무로 돌려 버릴 수 있다. 또 만일 원한다면 진창에서 영구적인 것을 솟아나게 할 수도 있다. 사물을 창조하는 예술가 이상으로 자기가 신의 뜻대로 되는 것을 느끼고 있는 자는 없다. 왜냐하면 만일 예술가가 정말로 위대하다면 ‘신의 영(靈)’에 의해 구술되는 것밖에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pp.1544)
크리스토프는 이제 흘러가 버리는 세월을 헤아리지 않는다. 한 방울 한 방울 삶은 사라져 간다. 하지만 그의 삶은 딴 데에 있다. 그것은 이제 역사를 갖지 않는다. 역사는 그가 창조하는 작품뿐이다. 솟아오르는 음악의 끊임없는 노래는 혼을 채우고 바깥세상의 소음을 느끼지 않게 한다.(p.1548)
온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킨 ‘인간의 소리’
주인공인 천재 음악가 장 크리스토프에게는 베토벤의 인상이 짙게 풍겨난다. 롤랑의 말처럼 그는 한 명의 베토벤이자, 한 명의 로맹 롤랑이며, 한 명의 우리 자신인 것이다.
장 크리스토프는 음악과 자연에 대한 깨달음을 경험하지만, 빈곤과 굴욕 및 순탄치 않은 성장배경으로 인해 좌절한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쪽엔 따스한 인간적 감성을 품고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성품은 가슴 따뜻한 우정과 사랑의 기억들을 그에게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러나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자만하다가 선량한 외삼촌 코트프리트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우상에 반대하며, 숭고한 것을 목표로 삼는 청년으로 성장해 간다. 이러한 성장 배경을 통해 이 예술가는 우울한 시련의 순간에도 삶에 대한 사랑으로 온갖 영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는 파리로 가지만 자유의 대도시에 사는 지식인들의 진부하고 비열한 언동과 충돌하며 이상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한다. 같은 사명감을 가진 올리비에와 만나지만 시위에 참가했던 올리비에는 죽고, 그는 살인사건으로 인해 스위스로 망명한다. 굳세고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안나와의 사랑과 이별, 산 속에서 들은 신의 음성, 젊은 시절에 만났던 이탈리아 여성과의 재회 등이 탄탄한 스토리 속에 잠겨 영혼의 대양(大洋)으로 흘러가는 음악적 여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크리스프는 대작곡가로서 인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은 로맹 롤랑에게 세계적인 작가의 명성을 가져다주었으며, “문장에 의해서 그려낸 훌륭한 음악소설”이라는 평을 듣게 된다. 《장 크리스토프》에 온 세계 많은 사람들이 공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소설 속에 살아 있는, 넓고 깊고 강한 사랑의 힘 때문이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한 세기가 넘게 지났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항상 애독되고, 또 그들의 내면생활에 빛과 환희를 비쳐주는 그 비밀은 분명 이 작품이 오직 ‘문학’만을 위한 작품 이상의 것이며, 문학적인 유행을 초월하여 살아가는 ‘인간의 소리’라는 데에 있다.
19세기말 20세기초 격동의 시대를 재현한 대하소설!
《장 크리스토프》는 보불전쟁 뒤의 시기부터 20세기 초까지 10여 년에 걸친 유럽의 세계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나의 총체로서 다루어진다.
“그 세대의 온갖 악덕과 미덕, 답답한 비애, 혼돈된 자부심, 초아적인 하나의 임무, 너무나도 무거운 짐에 눌리면서 이루어진 씩씩한 갖가지 노력, 그러한 모든 것을 나는 아무것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 무거운 임무란 세계에 하나의 ‘총체’를 - 하나의 도덕을, 하나의 미학을, 하나의 신앙을, 하나의 새로운 인간성을 고쳐 만들자는 일이었다.”
《장 크리스토프》에서 로맹 롤랑은 유럽 전체의 창조정신과 협조정신에 대한 강한 염원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뒷날 유럽공화국의 환상까지 떠올리고 있다. 따라서 롤랑은 좁은 국가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정신적인 국제주의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롤랑은 알면 알수록 그가 대표하는 프랑스적 영혼의 넓이와 깊이, 인간적인 충실감이 느껴져 롤랑을 낳아 기른 프랑스의 문화 밀도에 더욱더 존경심을 품게 하는 인물이다.
이와 같이 《장 크리스토프》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격동하는 시대를 훌륭하게 재현한 인간의 정신사이자 일대 서사시이다. 또한 이 작품은 독일과 프랑스에 대한 신랄한 문명비평을 담은 사회소설이며, 나아가 유럽 여러 나라의 정신력을 조화시켜 하나의 유럽공화국 건설을 꿈꾸는 작가의 이상향을 포함한 소설이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불멸의 작가 로맹 롤랑!
로맹 롤랑(Romain Rolland, 1866~1944)은 20세기 프랑스문학의 가장 위대한 신비주의 작가이다. 그의 삶과 작품들은 당대 사회와 정치 및 사상계에 일어난 주요 사건들, 곧 프랑스 군부의 반유대주의를 폭로한 드레퓌스사건, 평화주의, 공산주의, 파시즘에 대한 투쟁, 세계평화 추구 등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로맹 롤랑은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 예술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등사범학교 예술사 교수, 파리대학교 음악사 교수를 지냈다. 그는 극작가로도 활동했는데, 드레퓌스사건에는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에 반대하며 《이리들》을 발표했고, 혁명극 《당통》 《7월 14일》 등을 썼다. 그는 영웅에 대한 숭배와 열정으로 《베토벤의 생애》 《미켈란젤로의 생애》 《톨스토이의 생애》등 천재들의 전기를 집필하였다. 그의 첫 번째 대하소설 《장 크리스토프》(1904~12)는 로맹 롤랑에게 1913년 프랑스 아카데미문학대상과 1915년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다.
1914년 스위스 여행 중에 1차대전이 일어나자 그곳에 머물며, 반전평론집 《싸움을 초월해서》 《학살된 사람들에게》, 소설 《콜라 브뢰뇽》 《클레랑보》 등을 써서 평화주의를 외치며 문명옹호의 투사로 변신했다. 그는 간디 사상에도 관심을 기울여 《마하트마 간디》를 발간, 비폭력과 혁명의 일치를 주장했다. 또한 반파시즘 투쟁을 적극 추진하며, 평론집 《투쟁의 15년》을 발간하는 등 과감한 문필활동을 펼쳤다.
두 번째 대하소설 《매혹된 영혼》(1922∼33)을 발표, 격동의 시대와 함께 성실하게 살아간 한 여인의 생애를 통해 정치적 파벌주의의 잔인함을 폭로하기도 했다. 2차대전 중에는 독일 점령하의 베즐레에서 반나치스 저항운동의 투사들을 격려하며 저작활동을 계속했다. 죽은 뒤 출판된 《회고록》과 일기는 그의 인류에 대한 보기 드문 사랑을 증언하고 있다.
작가정보
번역 손석린
성균관대학교 불문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수료. 프랑스 릴(Lille)대학교 수료. 이화여자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및 충북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역임. 한국불어불문학회회장 등을 지내다. 지은책에 《불문법》《근대불어단편선》, 옮긴책에 파스칼《팡세》 몽테뉴《수상록》 모파상《여자의 일생》 E. 졸라《목로주점/나나》 뒤마《춘희》 몽테스키외《법의 정신》 R.롤랑《내면의 여로》 J.르나르《박물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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