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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05월호)vol.26

배대웅 외 지음
투나미스

2024년 05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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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pdf (18.61MB)
ISSN 2799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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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 12
번역하다(2024년 12월호)vol.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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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11월호)vol.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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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10월호)vol.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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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09월호)vol.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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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08월호)vol.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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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07월호)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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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06월호)vol.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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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05월호)vol.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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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04월호)vol.25
8,000
번역하다(2024년 03월호) vol.24
8,000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vol. 26

별별 이유로 매몰차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아등바등 사는 번역가들의 일상과 생각과 철학을 엿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고를 보니 번역가의 희로애락과 성찰이 잘 어우러져 한 ‘작품’ 나오겠다 생각했다. 번역가는 보편적인 작가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희열과 좌절을 느낀다. 원작이라는 경계와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탓에 100퍼센트 창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경계는 늘 애매하고 모호하다. 이때 경계선을 조율하는 주체는 오직 번역가뿐이다. 은연중에 선을 넘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자가 (원문을 모르는 터라) 되레 이를 반기는 기막힌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면 속으로는 조바심이 나겠지만 겉으로는 멋쩍은 미소를 날릴 것이다. 그 외의 생생한 경험담도 기대해 봄직하다.
COVER STORY
번역을 하는 이유 • 배대웅 06

Life & Work
동시통역사 라니 • 단풍국 블리야 14
가난한 대학원생 생활과 아르바이트 • 리노 21
두근두근, 번역 소개팅 • 김기윤 30
독일대학 한국웹툰 번역 수업 • 윤재원 38
번역가는 늘 어휘를 갈구한다 • 강경이 46
스물셋에 독일어를 배워 통번역을 공부하기까지 • 노드보라 52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는 못합니다 • 최미나 58

대학원 2년은 좌절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사회과학을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겠다는 다짐으로 사회학과 대학원에 왔지만, 배우는 내용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영어 원서 읽기가 정말 힘들었다. 막스 베버, 카를 마르크스, 위르겐 하버마스, 탈콧 파슨스 같은 대가들의 이론은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을 외국어로 읽으려니 머리가 팽팽 돌 지경이었다. 물론 시중에 국역본도 일부 나와 있기는 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번역된 문장을 읽으면 개념과 논리가 더 꼬이는 느낌이 들었다. 번역이 그만큼 제대로 안 된 탓이다. 그래서 “어설픈 번역본보다는 원서로 읽는 게 낫다”라는 지론을 설파한 선배도 있었다.

언젠가 그 선배와 나눴던 대화가 기억난다. 내가 다닌 대학원 사회학과는 예로부터 좌파의 온상이었다. 지금은 다 망해버렸지만, 1980~90년대만 해도 온갖 변혁 이론을 생산한 곳이었다. 선배 중에는 필화 사건으로 감방에 간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특히 중요했던 임무는 외국의 좌파 이론을 수입해서 전파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망하자, 마르크스주의의 대안으로 유로코뮤니즘이 유행했다. 루이 알튀세르와 에티엔 발리바르가 대표적인 이론가들이었다. 선배들은 죽어가는 마르크스주의에 호흡기를 대는 심정으로 이들을 공부하고 번역했다. 이때의 일이 궁금했던 나는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알튀세르와 발리바르는 영어권도 아니고 프랑스 학자들인데 대체 어떻게 공부한 거냐고.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어를 배워서 공부했다고 한다. 유럽의 웬만한 좌파 이론서는 일본에서 번역이 다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어나 프랑스어 원전보다, 일본어를 몇 주 바짝 배워서 번역본을 읽는 게 훨씬 쉬웠단다.

실제로 일본은 번역 왕국으로 유명하다. 정말 별의별 외국책이 다 번역되어 있다. 일본의 서점에 가보면 그 덕후스러움에 압도된다. 여기에는 역사적 전통이 있다. 마루야마 마사오와 가토 슈이치가 쓴 『번역과 일본의 근대』라는 책에 잘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번역이 외국문물의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자국의 전통에 의한 창조와 변용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일본의 영어 공용화 논쟁이다. 메이지 시대에 모리 아리노리라는 유학파 외교관이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일본어로는 서양 문물 수용에 한계가 있으니, 영어를 국어로 삼자는 것이다. 당시 일본은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때여서 이런 급진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그런데 역시 유학파였던 바바 다쓰이라는 민권운동가가 반론을 폈다. 영어를 국어로 하면 대다수 하층계급은 국사(國事)에서 배제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사회적으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으나, 결국 바바의 주장이 지지받았다. 일본은 영어 공용화 대신 번역주의를 택했다. 외국책은 뭐든지 번역되어 나오는 번역 왕국 일본은 이렇게 탄생했다.

번역을 하는 이유(배대웅)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배대웅 외

최미나
배대웅
강경이
김기윤
노드보라
단풍국 블리야
윤재원
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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