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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하는 여자들

해들리 프리먼 지음 | 정지인 옮김
아몬드

2024년 04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30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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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1.62MB)
ISBN 979119246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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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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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 anorexia nervosa)은 모든 정신질환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유독 여성들에게서 진단율이 높다. 왜 그럴까?
〈가디언〉, 〈보그〉를 거쳐 〈선데이 타임스〉에서 일하는 베테랑 저널리스트 해들리 프리먼은 거식증 당사자였다. 14세에 시작된 거식증으로 17세까지 3년간 아홉 차례 입·퇴원을 반복했다. 이후 20년 넘게 ‘기능하는 거식증 환자’이자 ‘저널리스트’로 살았다. 이 책은 “거식증 당사자인 반쪽과 저널리스트인 반쪽”을 결합해 쓴 거식증 회고록이자 탐구서다.

프리먼은 두 가지 정체성을 오가며 책을 썼다. 불안과 강박에 사로잡힌 청소년 여자아이의 관점과 세심하고 꼼꼼한 저널리스트의 시각이 교차되는데, 마치 책 한 권으로 두 작가의 글을 읽는 기분이 든다. 우선 거식증 당사자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뒤틀린 사고방식의 흐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담겼다. 이 내밀하고 핍진한 경험담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마르고 싶은 욕구로 오인한 거식증의 진짜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20년 넘게 자신을 장악하고 있던 병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저널리스트로서의 장점도 십분 발휘한다. 입원 시기에 함께 했던 다른 환자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하고, 의사와 상담사와 섭식장애 전문가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련 논문과 기사도 샅샅이 조사했다.

이 책은 출간 후 “선명한 서사와 탄탄한 탐구와 온화한 유머 덕에 특별한 매력을 발산한다”, “거식증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값진 통찰을 제공한다”는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필사적으로 (거식증이라는) ‘축소된 세계’를 추구해왔던” 프리먼은 결과적으로 이 책을 통해 “거식증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 아닌지 이야기”를 밝혀내며 “더 넓은 지평선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추천의 말
들어가는 말

1장 계기
2장 가설들
3장 아동기
4장 분열
5장 첫 번째 입원
6장 앨리슨 이야기
7장 어머니들과 여자들
8장 거식증의 언어
9장 진짜 세상
10장 프리사 이야기
11장 무인지대
12장 베들럼
13장 제럴딘 이야기
14장 병약한 여자아이
15장 공기 한 모금
16장 집과 기숙학교
17장 대학
18장 패션
19장 어맨다 이야기
20장 중독
21장 회복
22장 마지막 이야기

거식증은 모든 정신질환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으며, 의사들은 아직도 어떤 환자가 회복하고 어떤 환자가 회복하지 못할지 예측하지 못한다. 나의 주치의는 어머니에게 혹시 모를 나의 죽음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나는 죽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회복하지도 못했다. 나를 에워싼 잿빛 안개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나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15쪽

거식증이 사실은 음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온몸으로 말하려는 시도라는 것을, 성애화에 대한 공포이자 여성성에 대한 공포라는 것, 슬픔과 분노에 관한 것이자 자신은 완벽할 것으로 기대되는 존재이므로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믿음에 관한 것임을 그리고 세상에 의해 완전히 압도된 느낌이 들고 그래서 이해하기 쉬운 단 하나의 규칙(‘먹지 마’)만을 갖춘 새롭고 더 작은 세상을 만들어내려는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 21쪽

여자로 사는 일은 자기 몸을 상대로 끊임없이 싸우는 일 같아 보였고, 나는 일찍 시작함으로써 그 시스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여겼다. 지금 한다면 최소한 내게는 엉덩이나 배나 턱이나 기타 없애버려야 할 여자의 신체 부위들이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 40쪽

거식증의 실제 원인은 더 뿌리가 깊고 감춰져 있으며 복합적이다. 즉 거식증 환자가 “나는 뚱뚱해지기 싫어, 마른 몸이 되고 싶어”라고 말할 때, 그들이 말하려는 바는 “나는 내가 아니고 싶고, 나인 것은 불행해.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와 같다. 그리고 일단 이를 이해하고 나면, 핵심은 계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 48쪽

굶기는 뇌의 화학작용에 변화를 일으켜 한층 더 우울하고 감정적으로 만들며 사고를 혼란스럽게 한다. 연쇄반응의 결과가 원인을 더 악화한다. 다시 말해 거식증은 심리 문제로 시작해서 신체의 문제가 되고, 그 신체 문제가 심리 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11쪽

세상은 내게 무서울 정도로 거대했고 그래서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세상을 더 작게 만들 방법을 찾으려 했다. -117쪽

“대부분의 질병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환자를 지원하는 데 반해, 거식증은 정말로 가족들을 갈라놓습니다.” 나의 주치의이며 오랜 세월 여러 거식증 환자를 치료한 닥터 케이의 말이다. “한쪽 부모는 ‘걔는 그저 관심 가져주기를 원하는 거야’ 하고 말하고, 다른 부모는 ‘얘는 아파, 아이에겐 내가 필요해’ 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 사람은 참을성이 없어지고 다른 한 사람은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주죠. -171쪽

사람들은 거식증 환자가 남들과 다르게 세상을 본다는 건 알지만, 세상의 말도 다르게 듣는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그들은 거식증 고글만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식증 보청기도, 그러니까 듣는 모든 말을 거식증 언어로 번역해주는 기기 같은 것도 착용하고 있다. “너 딱 보기 좋아!”라는 말은 “너는 비만이고 다시는 절대로 음식을 먹으면 안 돼!”가 된다. - 205~206쪽

나는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나보다 더 적게 먹거나 더 많이 운동할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항상 그 두려움에 이끌려 내 행동을 조정했다. 만약 길에서 조깅하는 누군가를 보았다면 나도 조깅을 했다. 교복을 입고 있든, 부모님과 산책 중이든 상관없었다.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가 항상 나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221쪽

거식증이 통제 욕구라는 취지의 글이 많지만, 거식증은 또한 착한 여자아이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책과 교사와 부모에게) 받았던 여자아이가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91쪽

거식증은 분명 나의 본질이었다. 하지만 30대가 되어서도 토스트로 발악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학교 공부를 계속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는 것을 깨닫자, 어쩌면 내게도 다른 게 조금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서서히 찾아왔다. - 305쪽

강박장애는 거식증의 본질만 남기고 껍데기는 다 벗겨버리기 때문에 아마도 거식증의 가장 자연스러운, 심지어 가장 순수한 동반자일 것이다. 이는 거식증이 사실상 음식과 관계가 없고, 불안 및 불행과 관련된 것임을 보여준다. -321쪽

거식증이 어느 정도는 여성이 청소년기를 회피하는 수단이라면(내게는 확실히 그랬다), 거식증은 거식증 환자를 청소년기의 호르몬 변화와 신체적 변화는 피해가지만 그 변화를 영원히 불안해하는 상태에 가두어둔다. 이는 마치 비행공포가 있는 사람이 항상 공항에서 살면서 다른 모든 사람이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면세점 주변만 초조하게 걸어 다니는 것과 같다. -338쪽

매체는 변하지만 감정은 변하지 않으며, 거식증에는 〈보그〉나 인스타그램보다 더 깊고 오랜 역사가 있다. -363쪽

내가 인생을 그렇게 고달프게 만드는 걸 정말로 그만두고 싶다면, 루크 페리나 기숙학교나 뉴욕이나 미심쩍은 영양사가 나를 고쳐줄 거라는 생각으로 회복을 외부에 위탁하려는 시도를 그만둬야만 했다. 회복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394쪽

거식증은 음식에 관한 병이 아니다. 정말로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음식에 관한 일이 되고, 거기서 벗어날 유일한 길 역시 음식을 통한 길이다. -395쪽

나는 우리가 그들에게 완벽해질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기를, 그러니까 때로는 사람들을, 심지어 부모님을 실망시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거부와 외로움, 상실, 실망, 부당함, 고통을 경험하게 되겠지만, 그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수치스러운 일이 아님을 말해주면 좋겠다. -413쪽

해방되기는 했지만, 그날들은 내 뇌에 영원히 남을 것이고, 회복하기는 했지만, 그 분열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을 것이다. -418쪽

야수와 싸워 이긴 사람만 뿜어낼 수 있는 통찰이 엿보인다.
거식증을 이해하고 싶은가? 걱정할 필요 없다. 이 책을 읽으면 되니까.
-〈커커스 리뷰〉

“거식증 당사자인 반쪽과 저널리스트인 반쪽”을 결합해 쓴
거식증 회고록이자 탐구서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 anorexia nervosa)은 모든 정신질환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전체 환자의 약 5~10%), 유독 여성들에게서 진단율이 높다(전체 환자의 70~90%). 언론은 잊을 만하면 ‘거식증의 위험성’을 보도하고,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나 패션 잡지, 아이돌 문화가 거식증을 부추긴다고, 외모 강박과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손쉽게 지적한다. 그렇게 거식증은 더 깊이 들여다보거나 논의해볼 가치가 없는 주제로 재빨리 휘발되어 버린다. 거식증은 정말 외모 강박과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저 마른 몸이 되고 싶어서 먹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가디언〉, 〈보그〉를 거쳐 〈선데이 타임스〉에서 일하는 베테랑 저널리스트 해들리 프리먼은 거식증 당사자였다. 14세에 시작된 거식증으로 17세까지 3년간 입·퇴원을 아홉 차례 반복했다. 이후 20년 넘게 ‘기능하는 거식증 환자’이자 ‘저널리스트’로 살았다. 프리먼의 신작 《먹지 못하는 여자들(원제: Good girls)》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거식증 당사자인 반쪽과 저널리스트인 반쪽”을 결합해 쓴 거식증 회고록이자 탐구서다.

프리먼은 두 가지 정체성을 오가며 책을 썼다. 불안과 강박에 사로잡힌 청소년 여자아이의 관점과 세심하고 꼼꼼한 저널리스트의 시각이 교차되는데, 마치 책 한 권으로 두 작가의 글을 읽는 기분이 든다. 우선 거식증 당사자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뒤틀린 사고방식의 흐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담겼다. 이 내밀하고 핍진한 경험담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마르고 싶은 욕구로 오인한 거식증의 진짜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20년 넘게 자신을 장악하고 있던 병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저널리스트로서의 장점도 십분 발휘한다. 입원 시기에 함께 했던 다른 환자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하고, 의사와 상담사와 섭식장애 전문가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련 연구 논문과 최신 기사 자료도 샅샅이 조사했다.
이 책은 출간 후 “선명한 서사와 탄탄한 탐구와 온화한 유머 덕에 특별한 매력을 발산한다”(〈월스트리트 저널〉), “거식증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값진 통찰을 제공”(〈퍼블리셔스 위클리〉)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필사적으로 (거식증이라는) ‘축소된 세계’를 추구해왔던” 프리먼은 결과적으로 이 책을 통해 “거식증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 아닌지 이야기”(〈커커스 리뷰〉)를 밝혀내며, “더 넓은 지평선을 찾아내는 데 성공”(〈뉴욕 타임스〉)한 것으로 보인다.

왜 거식증 당사자의 90퍼센트가 ‘여자들’일까
축소되고 왜곡된 거식증을 위한 변론
해들리 프리먼이 처음부터 거식증 책을 쓸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일들이 많았고, 앉아서 배꼽만 노려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19쪽)이었기에 회피하고 싶었다. 또 자신의 불완전함과 불가해한 고통을 드러내는 일이라 망설였다. 그러나 프리먼은 “누군가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20쪽) 책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특히 ‘거식증 환자의 90퍼센트가 여성’이라는 통계 수치가 오랫동안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12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거식증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서 느낀 충격과 분노는 책을 쓰게 한 결정적 동력이었다.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이 먹기를 거부하는 현상은 1천 년 전부터 존재했는데, 세상은 거식증을 ‘마른 몸이 되고 싶은 병’이라 단정 짓고 ‘현대사회가 발명한 유행병’ 정도로 일축해버린다. ‘깡마른 아이돌이 인기를 끄는 풍조’, ‘사이즈 제로 열풍’,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불안이나 외모 강박’ 등 ‘피상적이고 표면적인’ 현상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렇게 서둘러 이야기를 봉합하고, 더는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프리먼은 그런 설명들에서 거식증 당사자인 자신의 경험을 대변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며 “나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보슬비를 이야기하고 있다(18쪽)”고 비유한다. 이러한 축소와 왜곡이 정신질환 사망률 1위인 거식증에 관한 건강한 논의와 해결을 도리어 막는다는 것이다.

책에 인용된 의학 저널 《랜싯》의 연구 결과는 여자아이들이 겪는 고통의 단면을 여러 겹에 걸쳐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여자아이들의 자해 비율이 세 배 증가했다. 2022년 1만 5천 명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18세가 되었을 때 정신건강 문제에 시달릴 확률을 따져봤더니,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두 배 높으며 그 사실을 숨길 가능성도 더 컸다. 11세의 어린 여아들도 남아들보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30퍼센트 컸으며, 여학생의 80퍼센트가 ‘완벽주의와 극단적인 자기통제’에 집착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프리먼은 “극단적인 자기 통제와 완벽주의는 너무나 많은 여자아이들이 불안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거식증은 여자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한 그 경향이 확장된 것”(16쪽)이라고 말한다.
프리먼에 따르면 근본적으로 거식증은 “음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며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온몸으로 말하려는 시도”이자 “성애화와 여성성에 대한 공포”이자 “슬픔과 분노에 관한 것”, 완벽함의 덫에 사로잡힌 존재이므로 함부로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믿음에 관한 것이자 세상에 의해 완전히 압도된 느낌이 들고 그래서 단순한 규칙(‘먹지 마’)만 통하는 자기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내려는 일이다.(21쪽)

용어 사용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프리먼은 ‘거식증 당사자’라는 표현이 “사람은 단순히 어떤 질병이 아니며 그 병을 넘어서는 고유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는 한편 ‘거식증 환자(anorexic)’라는 표현에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거식증에 붙잡혀 있었을 때, 삶에 다른 건 아무것도 없고 거식증이 하루하루의 매초를, 모든 생각과 말을 통제했기에 말 그대로 ‘환자’였다는 것이다. 또한 거식증이 외부가 아닌 자기 안에서 생겨난 것임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회복을 위한 ‘통제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익명의 알코올중독자 모임이 “나는 아무개이며 알코올중독자입니다”라는 유명한 소개말로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덧붙인다.

나는 해들리 프리먼이고 ‘거식증 환자’였습니다
당사자와 전문가 인터뷰,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한 입체적인 탐구
열네 살 프리먼에게 거식증은 벼락같이 찾아왔다. 체육 시간이 끝난 후 반에서 ‘가장 마른 아이’였던 친구 리지에게 들은 “나도 너처럼 평범하면 좋겠어”라는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그 말을 들은 프리먼은 깊고 시커먼 동굴로 추락한다. 파스타와 마돈나와 《제인 에어》를 좋아하던 여자아이는 몇 달 후 강박적으로 운동하고 굶는 일에만 몰두하는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게 된다. 그렇게 체중의 3분의 1을 줄인 끝에 첫 번째 입원의 문이 열리고, 고통스러운 거식증의 여정에 발을 들인다.
배가 고픈데도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운동을 하는 장면, 심한 윗몸일으키기로 척추 주변 살이 찢어져 피가 나는데도 멈추기는커녕 스쿼트, 다리들기, 팔벌려뛰기를 쉼 없이 해대는 모습, 먹지 않기 위해 음식에 관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역겨운 생각을 떠올리는 수법 등이 세밀하게 등장한다.

입원 생활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들도 상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이 모든 장면들은 거식증 환자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심리적 과정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먹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병’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에, 한쪽에서는 먹이기 위한 의료진의 협박과 구슬림과 회유가, 다른 한쪽에서는 먹지 않기 위한 환자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꼼수가 펼쳐진다.

프리먼은 자신의 이야기가 꽤 ‘전형적’인 사례라면서도, 입원 시절 만났던 다른 거식증 당사자를 수소문해 만나 인터뷰를 한 내용도 책에 실음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입체적인 거식증 당사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섭식장애 전문가와 의사, 상담사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거식증과 유전 및 성격의 관계, 자폐스펙트럼장애나 강박장애, 신체 대사율과 거식증의 연관성에 관한 새로운 가설들을 파헤친다. 다만 노련한 저널리스트답게, 특정 주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한편, 우리가 아직 거식증에 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음을 강조한다.

끝내 회복한 그가 남긴 이야기
우리는 아직 거식증을 모른다
프리먼은 “거식증은 분명 나의 본질”이었으며 자기 자신을 형성한 가장 강력하고 강렬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거식증에서 회복한다. 거식증 환자 중 회복하는 사람은 절반이 안 되며, 특히 입원 경험이 있는 경우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생각하면, 뻔한 표현이지만 기적 같은 일이다.

거식증으로 미끄러질 때처럼 회복으로 향하는 계기도 갑작스러웠다. 마지막 입원 생활 중 서른두 살의 어느 환자가 자신의 빵에 버터가 더 많이 발라져 있다고 화를 내며 소동을 벌이는 장면을 목격한 뒤, 프리먼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나이를 먹어, 그 환자와 같은 처지에 놓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작은 균열은 점점 커져 서서히 거식증의 세계에서 빠져나갈 디딤돌로 작동했다. 잦은 입·퇴원으로 중단한 수밖에 없었던 학업을 재개했다.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고, 옥스퍼드에 합격한 뒤 기자로 데뷔, 20년간 저널리스트로 일하게 된다. 의사들도 어떤 환자가 회복하고, 어떤 환자가 회복하지 못할지를 전혀 가늠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프리먼은 운이 매우 많이 좋았다.

프리먼의 회복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아주 작은 것이지만 의미가 없진 않다. 그는 마지막 장에서 갑자기 굶기 시작한 딸을 둔 어머니들에게 이런 조언을 남긴다.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딸의 간병인이 되지 말라”고. 이는 곧 모든 것이 거식증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 딸을 구하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맞기고 ‘엄마’로 남으라는 이야기다.

프리먼은 이어서 ‘왜 아직도 그렇게 많은 여자아이가 어른이 되는 일을 그토록 힘들어하는지’를 고민할 때라고 말한다. 여자아이들 앞에 가로놓인 모든 잠재적 위험을 치워줄 수는 없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들을 차분히 잘 설명해주자고 독려하며 다양한 조언(자신이 어린 시절 간절히 듣고 싶었던 그 조언)을 풀어낸다.

프리먼은 이 책 《먹지 못하는 여자들》에서 당사자이자 목격자로서 거식증의 가장 깊은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린 시간을 충실하게 증언하는 한편, 저널리스트로서 거식증에 관해 알아야 할 것들,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예리하고 꼼꼼하게 짚어낸다. 책을 덮는 순간, 거식증이 그저 ‘마르고 싶은 욕구’로 정의내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는 것, 이 진실만큼은 확실히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Hadley Freeman)
저널리스트. 〈가디언〉, 〈보그〉 등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온 베테랑 기자로 지금은 〈선데이 타임스〉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선글라스의 의미(The Meaning of Sunglasses)》, 《삶은 꽤 빨리 흘러간다(Life Moves Pretty Fast)》, 《끝내주는 여자가 될 것(Be Awesome)》, 《유리의 집(House of Glass)》 등이 있다.

번역하는 사람.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자연에 이름 붙이기》, 《우울할 땐 뇌과학》,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욕구들》,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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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먹지 못하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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