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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

박경리 지음
다산책방

2024년 04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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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0.95MB)
ISBN 979113065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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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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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아우르며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을 남긴 작가 박경리의 장편소설이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 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이번 작품은 『파시(波市)』다. 한국전쟁 당시 최후방인 통영과 부산 일대를 무대로, 박경리가 포착한 여성과 소시민, 외딴섬의 사람들까지 각 계층의 상황에 따른 다양한 삶의 풍경을 폭넓게 느껴보기를 바란다.
1. 기항자(寄港者)
2. 등댓불
3. 봉화서 온 여인
4. 박 의사(朴醫師)
5. 갈대처럼
6. 이율배반
7. 기다리는 여자들
8. 슬픈 아버지
9. 밤길에서
10. 봄은 멀어도
11. 밑바닥까지
12. 섬[島]
13. 마지막 주사위
14. 귀거래(歸去來)
15. 파시(波市)

어휘 풀이
작품 해설

“여하튼 요지경 세상이다. 이 판에 누가 눈까리 바로 뜨고 온전히 살라 하겠노. 하룻밤에 기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니 젊은 놈들, 여편네 할 것 없이 환장이라. 인심 더럽게 돼가지. 돈독이 올라서 모두 얼굴이 누렇게 떠가지고.”
“흥, 혼자 서낭당에 앉은 것 같구나. 토영 바닥에 어장 안 하고 밀수 안 하고 사는 놈이 몇이나 될꼬?”
- 20쪽

“난 엄마의 환상을 떨쳐버릴 수 없어요.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지금 내 자신을 느끼고 있는 그 느낌조차 믿을 수 없는걸요. 이렇게 응주 씨 옆에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지만 실상은 생각일 뿐 어느 정거장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하고 있는 응주 씨는 나의 환상이며 실상은 길가에 서 있는 나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엄마처럼…… 무서워 견딜 수 없어요.”
- 72쪽

“차라리 타락해버리는 게 낫지. 이게 뭡니까? 사는 거예요? 사는 것 아닙니다. 안방에서는 밤낮 아버지의 앓는 소리, 빚쟁이가 와서 살림을 안 실어 가나, 어머니는 매일 구걸 행각, 오빠는 큰소리만 치고 옛날에 잘산 자존심만 남아가지고 모두 병신들이지 뭡니까?”
- 120쪽

“누굴 위해 희생을 해요? 천만에요. 난 가난한 게 싫었을 뿐이에요. 몇 번이나 빨아서 무늬가 다 지워져버린 이 원피스 하나만 입고 다닐 수 없었어요. 뒤축이 찌부러진 낡은 구두만 신고 다닐 수 없었어요. 난 젊어요. 이 초라한 꼴을 하고서, 정말 가난하다는 건 비참해요.”
- 129쪽

“부산에는 머할라고 가? 쓸데없는 소리 한다.”
앞서가던 조만섭 씨가 돌아보며 명화를 나무란다.
“통영이 좋지. 여기같이 좋은 데가 어디 있노? 깍쟁이들만 모여서, 피란 통에 팔도 깍쟁이들이 모여들어서 등치고 간 내먹는 그런 곳에 가기는 머할라고 가? 거긴 젊은 애들 있을 곳이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 저는 지금 가지 않아요?”
“아, 너는 안 다르나, 넌 공부하러 가니께. 수옥이는…….”
- 201쪽

“넌 나쁜 계집애다! 밀항하겠다구? 어디로? 일본으로 간단 말이지? 그 대머리 염 씨한테 뭐라 했지? 말해봐! 말해보란 말이야!”
그는 다시 여자의 머리를 움켜쥐고 이번에는 쩔쩔 흔들어댄다. 명화는 너무나 놀라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말해봐! 뭐라 했지? 뭐, 친구가 가겠다 한다고? 넌, 넌 흙 하나 안 묻히고 살짝 뛰겠단 말이지?” 술 취한 것을 방패 삼아 응주는 더욱더 난폭하게 움켜쥔 명화의 머리를 쩔쩔 흔든다.
“갈려면 가봐! 가란 말이야! 가서 너의 근본을 모르는 사내한테 시집가서 잘 살란 말이야!”
- 447쪽

“군대에 나가는 건 어떡허구요?”
“군대?”
“어디를 가든 전쟁이 끝난 후의 얘기죠.”
빈정거리듯 대꾸한다.
“못난 소리 그만해. 어리석은 짓이지. 모두 가난하고 배경 없는 사람들만 전장에 나가고 있다는 걸 모르나? 고관대작의 자식들이 가는 줄 아나?”
“저는 고관대작의 아들은 아니죠.”
“하지만 너에게는 길이 트여 있어, 죽희하고 혼인만 한다면.”
“그만두겠어요. 젊은 사람이 그렇게 썩어서야 쓰겠습니까. [……] 그런 조건부의 결혼도 달갑지 않지만, 이런 시기에 외국으로 가는 것도 결코 달갑지 않습니다.”
“병신! 바보 같으니라구, 다 살살 빠지는, 그래 군에를 나가겠다 그 말이야?”
- 407쪽

‘너는 그것을 원하고 있지 않나? 분명히 그것을 원하고 있을 거야. 제일 순조롭고 편한 길이거든. 귀찮고 고생스러운 것을 원할 놈이 어디 있어? 얄팍한 영웅심, 나라를 사랑하고, 이게 내 나란가? 우리 손으로 안 되는 시시한 얘기다. 하찮은 연민 따위, 사랑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열등감에 사로잡혀 밤낮 찔끔거리는 계집애를 내가 어쩌겠다는 거야? 아픔이나 후회 같은 것, 그런 것도 차차 엷어진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 419쪽

“불쌍한 여잡니다. 아무도 돌보아줄…….”
어머니 눈에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이 지나간다.
“수옥인 이제 혼잣몸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놀라며 아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성해서 돌아올지…… 모르지만…….”
“와, 와? 그런 소리를 하노!”
“만일 그때 수옥이가 집에 없다면 다시 어머니는 저의 얼굴을 못 볼 것입니다.”
“아, 알았다.”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얼굴을 숙인다.
“아무리 험한 일이라도 자식 얼굴 못 보는 것보다는 안 낫겠나. 다 팔자소관이다.”
괴로움을 누르며 어머니는 드디어 허락한다.
“어, 어머니!”
학수 눈에 눈물이 흐른다.
“불효자식, 요, 용서…….”
- 695쪽

“하지만 전쟁 속에서도, 이런 비극 속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을 것 같아요.”
“비극도 비극 나름이겠죠. 아까 영화에는 홍수와 고아라는 비극이고, 전쟁도 적끼리 싸우는 비극이라면 이기심의 구실이 없어져서 나도 영웅쯤 될지 모르지요. 모두 피 끓는 애국 청년이 되겠죠.”
했으나 응주는 자기 하는 말에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공산당은 우리의 적 아니에요? 전 무섭고 싫어요.”
“사상이란 추상적인 거죠. 대하는 건 사람이니까. 일본 놈이나 중국 놈 같았더라면…… 하긴 죽고 싶지 않은 본능 때문에 이러니저러니 하는 거겠죠.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으면 동족상잔이고 뭐고 트집 잡을 것도 없겠는데, 모두 정신 구조가 복잡해진 탓인가 싶소. 안 가시겠어요?”
- 700쪽

“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6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6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현실 속에서는 비극이란 조금도 아름답지 못해.
그건 추한 거야. 추하지.”
전시 혼란 속 일상에 자리 잡은 전쟁의 그늘
돈을 좇는 인간군상들의 민낯

다산북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파시(波市)』는 박경리의 또 다른 걸작이다. 출간에 앞서 1964년 7월 13일부터 1965년 5월 31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총 274회)되었는데, 집필 시기나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시장과 전장』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연재가 끝난 후 작가는 후기를 통해 전작 장편인 『시장과 전장』의 “마지막 손질”과 병행하여 썼다(「파시(波市)를 끝내고」, 《동아일보》1965년 6월 5일 자)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또한 『시장과 전장』 주인공인 ‘남지영’이 작품 마지막에 야시장의 불빛이 반짝이는 피란처 ‘부산’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파시』의 무대로 부산이 등장한다는 데서 맞닿아 있으며, 추후 피란처에서의 삶을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시장과 전장』이 서울을 중심으로 전쟁을 그리고 있다면, 『파시』는 한국전쟁 당시 임시 수도였던 부산과 더불어 최후방 지역이자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통영 일대 섬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전방에 비해 후방은 피가 튀고 포성이 울리는 참혹한 전장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곳 역시 전쟁으로 파괴된 일상을 다시 영위하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어떻게든 한몫 잡기 위해 더 치열하게 돈과 욕망을 좇으며 저마다 살길을 찾아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그 현장 한가운데 욕망으로 들끓는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격변한 시대상을 박경리는 『파시』에 충실히 재현하였다.
전쟁이라는 사건은 한민족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 여파는 각 개인이 처한 계급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어떤 이는 가족을 모두 잃고 전쟁고아가 되거나 무일푼의 난민으로 전락하고, 어떤 이는 별다른 피해 없이 재력과 권력을 유지하기도 한 반면, 외려 전시 혼란을 틈타 불법적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는 등 전쟁을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었다. 박경리는 그러한 세태에 주목한다.



“여하튼 요지경 세상이다. ……
돈독이 올라서 모두 얼굴이 누렇게 떠가지고.”
‘생계유지’라는 또 다른 격전의 현장
후방에서 박경리가 바라본 전쟁의 실상

박경리가 『파시』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전쟁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그것이 “당시 사회, 경제 전반의 문제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하는 점이다.
이야기는 ‘수옥’이 처음 ‘조만섭’의 손에 이끌려 부산에서 통영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통영 토박이인 조만섭은 부산 사는 처제(영자)의 부탁으로 홀로 피란 온 수옥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배에서 친구 ‘서영래’와 마주친다. 그는 부산과 통영을 오가며 밀수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후사를 보지 못한 터라, 어리고 예쁜 수옥에게 눈독을 들인다. 하지만 이후 수옥은 조만섭의 후처인 ‘서울댁’과 서영래 사이의 모종의 거래로 인해 단순한 심부름인 줄 알고 나갔다가 서영래에게 겁탈당하고 그의 감시 속에 갇혀 지내게 된다. 둘 사이에 ‘물건’처럼 거래된 수옥은 작품 속에서 전쟁으로 인해 삶이 “가장 고통스럽고 피폐해진 인물”이기도 하다. 수옥이라는 인물을 통해 『파시』는 인간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불법적인 루트로 흘러드는 밀수품들처럼 거래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한국전쟁을 치르는 1950~53년의 통영은 잠시 인민군 점령기를 거치긴 했지만,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에서 벗어난 비교적 안전한 피란처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통영은 ‘전쟁 특수’를 누린 것으로도 전해지는데, 감시가 삼엄한 부산을 피해 외려 통영의 밀무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어장을 주업으로 삼던 통영 사람들은 너도나도 일확천금을 꿈꾸며 밀무역에 뛰어들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파시(波市)’는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일반적으로 “바다 위에서 열리는 장”, “어선과 상선 사이에 어획물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을 지칭하며, “항구 근처에 길게 늘어선 어시장”까지 포괄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당시 부산 일대에 대거 유입된 피란민들은 당장 생존을 위해 각자 생계를 꾸릴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주로 가진 물건을 ‘시장’에 내다파는 방식(“상업”)으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혼란한 상황에서 그럴 만한 사정이 되는 피란민은 많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 미군 부대에서 구호물자를 몰래 빼돌리거나 밀수, 절도 등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부산에는 각계의 고위층과 부유층이 모여들었는데, 이들은 후방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며 온갖 “일제와 미제 사치품”들을 향유하고 소비했다. 소설 속에서 종종 묘사되는 “상점마다 찬란한 일제, 미제 상품이 그득그득히 쌓여” 있는 풍경은, “전쟁이 지금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한편 배금주의에 빠진 사회 분위기 속에 점점 더 소외되고 고통받는 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혹은 결혼제도에 편입되지 못한 여성들과 피란민,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도시 외곽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박경리는 이들의 행로를 끝없는 불행으로 밀어넣는 대신,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대신, 외부 세계의 폭력이나 절망, 낙인에 주저앉지 않고 새 희망을 품고 탈출구를 찾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향한 매질을 게을리 말고 성장되어가야 할 것을,
그리고 한 작가의 삶은 언제나 문학과 직결된다는 것을 깊이 다짐한다.”
“인간 정신의 대결에서 나는 얼마나 정직하였을까?”
박경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작품의 또 한 축은 조만섭의 외동딸 ‘명화’의 이야기다. 명화와 그의 애인인 ‘박응주’는 통영 바닥에 소문난 연인 사이로 둘은 결혼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명화의 친모가 정신이상으로 자살한 일로 인해 응주의 아버지 ‘박의사’는 혈통 문제를 들어 극렬히 반대한다. 명화 역시 간간이 떠오르는 죽은 어머니에 대한 환상으로 결혼을 단념하려 멀리 떠나려 하지만, 딸을 끔찍이 생각하는 아버지 조만섭에 대한 연민과 응주에 대한 감정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고 고뇌한다.
‘박의사’는 아들 응주를 상류층인 윤 교수의 딸 ‘죽희’와 결혼시켜 징집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시키려는 심산이다. 응주는 명화를 배신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에 반발하지만, 실상은 명화에게 애정보다는 책임감만을 느끼고, 징집 문제에 있어서도 단지 비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허영과 막연한 영웅심에 빠져 있을 뿐이며, 명화와 죽희 사이에서 갈등하며 “어느 것 하나라도 확실하게 잡을 수 없는” 무기력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 외에도 수옥에 대한 사랑으로 그를 구해내는 ‘학수’, 몰락한 집안과 그의 신세를 비관하며 타락해가는 ‘학자’, 난봉꾼으로 빌어먹는 서울댁의 남동생 ‘문성재’, 그런 문성재를 사랑하지만 사랑하기에 끊임없이 속고 마는 ‘선애’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복잡하게 얽힌다. 박경리의 시선은 그 인물들 하나하나에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복잡한 내면과 심리, 고독과 불안을 드러낸다. “작품 중 가장 악역인 서영래까지도 인간이 지닌 고독과 눈물을 버릴 수 없었고, 다분히 이상화하려고 의도한 박응주도 사랑의 순교자로 만들 자신이 없었다”라는 작가의 말은, “최대한 정직한 자세로” 그들의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내면을 창조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의 소산이다.
박경리는 『파시』를 끝내고 “새로운 수법을 시도하여 그것이 크게 차질 없이 끝을 맺”었다며, “주관적 묘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객관적 눈으로 쫓아간” 문학적 실험에 있어 “작자 자신에게 적잖은 의의가 있었던” 작품이라고 술회한다. 『파시』가 박경리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토지』에 앞서 “문학의 본질이 인간과 삶의 탐구에 있음을 깨달”은 이후 ‘새로운 작법’으로 “그가 가진 문학적 신념을 처음으로 발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가 박경리가 ‘악전고투’하면서도 부단히 작품 속에서 그려낸, “한 시대의 질곡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쁨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슬픔 역시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믿었던” 그에 의해 영원히 기억되며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생동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경리

박경리 朴景利 (1926. 12. 2.∼2008. 5. 5.)
본명은 박금이(朴今伊).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 이후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 『시장과 전장』(1964), 『파시』(1964~1965) 등 사회와 현실을 꿰뚫어 보는 비판적 시각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의 집필을 시작했으며 26년 만인 1994년 8월 15일에 완성했다. 『토지』는 한말로부터 식민지 시대를 꿰뚫으며 민족사의 변전을 그리는 한국 문학의 걸작으로, 이 소설을 통해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우뚝 섰다. 2003년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되며 미완으로 남았다.
그 밖에 산문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일본산고』 등과 시집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1996년 토지문화재단을 설립해 작가들을 위한 창작실을 운영하며 문학과 예술의 발전을 위해 힘썼다. 현대문학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받았다.
2008년 5월 5일 타계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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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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