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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간 고래

박지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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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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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26MB)
ISBN 97911937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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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시간이 흘러 몸이 늙고 기억도 바래면 악몽을 꾸지 않을 줄 알았다”

혐오와 편견의 시대,
함께 아파하는 보통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
소설가 박지음의 첫번째 장편소설
소녀 유령
옴프라카시가 아니라 옴이라고 불러 줘
신율
심심해서 죽을 수도 있어
우리는 친구입니까?
너는 절대 그 우주선에 들어갈 수 없다
옴의 비밀
우주에서는 모두가 이방인이야!
여기가 아니라도 저기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어
라한과 시원
다락방의 소녀들
너는 어디에 있는 거니?
신율은 죽었구나!
우주를 헤매는 소녀
한의 자백
한이 삶을 버티는 이유
옴을 구하는 방법
마지막 증인
나는 이대로도 좋아

작가의 말

안전모나 고글도 없이 일하다 죽어 나가는 해체공만 한 달에 열 명이나 된다고 했다. 더 많이 죽을 수도 있다. 가난의 자리에는 정확한 숫자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_「신율」에서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그 눈빛은 신율에게 언제나 상처를 주었다. 열등한 다른 종족을 보는 듯한 그 눈빛 후에는 침묵이 약 3초간 지나갔다. 신율은 자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편견이었다.
_「심심해서 죽을 수도 있어」에서

등산객들이 대놓고 이들을 쳐다봤다. 외국인 노동자와 노인과 소녀의 조합이 어떤 관계인지 추측하고 상상하는 듯했다. 신율은 그들의 시선이 기분 나빴지만 주눅 들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옆에 있으니 마음이 든든했다.
_「우리는 친구입니까?」에서

낡은 우주선은 죽기 위해서 카라치로 왔다. 1만 5천 톤급 우주선에서 2만 톤급 우주선까지. 해체공들이 달려들어 한 달이나 한 달 반 만에 2만 톤급 우주선을 조각냈다. 바닷물이 만조가 되었을 때, 도르래와 쇠줄과 낡은 연장으로 거대한 우주선을 강제 절단했다. 낡은 우주선들은 쇳조각이 되어서 죽었고, 그보다 더 많은 해체공들이 사고로 죽었다.
_「옴의 비밀」에서

고여 있던 폐 속의 공기가 말끔히 바뀌어서 새로운 산소가 심장을 펌프질했다. 그러면 피가 온몸의 혈관으로 퍼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살아 있고, 살아가고 싶은.
_「우주에서는 모두가 이방인이야!」에서

신율은 옴을 향해 돌아서지 않았다. 슬퍼하느라 자라지 못한 유난히 작은 몸이 단단히 박힌 못처럼 서 있었다. 신율이 바라보는 벽을 옴은 휴대폰으로 비추었다. 녹슨 얼룩이 중앙에서 번지듯 퍼져 있었다.
_「여기가 아니라도 저기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어」에서

피해자를 위해 싸우던 사람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공격당할 때, 그는 삶의 의욕까지 잃어버린다는 것을. 한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한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_「너는 어디에 있는 거니?」에서

너는 영웅심리에 도취해 있어. 이런다고 네 태생적 존재가 바뀔 것 같니? 자존감을 여기서 찾는 거야? 그러면 자해하는 네 몸속 피가 달라질 것 같니? 그냥, 너 자신을 받아들여. 네가 이 일에 계속 나서는 것도 유가족에게 민폐야. 그들도 이 일을 잊고 싶을 거야.
_「우주를 헤매는 소녀」에서

한은 눈을 감았다. 긴 잠이 이어졌다. 한은 모두가 바라는 것처럼 자신이 죽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마음이 놓였다. 노인네 하나 죽어서 저 사람들의 분노가 풀린다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_「한이 삶을 버티는 이유」에서

대중은 SNS에서 자신을 노출하던 신율이가 급기야 목숨을 걸면서까지 관심을 받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신율이의 SNS에 악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주제도 모르고 희생자들을 SNS에 올렸다고 화를 냈다.
_「한이 삶을 버티는 이유」에서

시원의 부모가 한을 살인범 취급했기에, 모두 한이 시원을 죽였다고 했다. 한은 하루하루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다. 아무도 한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유가족들 편에서 싸웠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_「한이 삶을 버티는 이유」에서

한은 삶을 그렇게 버티며 노인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한의 몸이 늙고 기억도 바래면 악몽을 꾸지 않을 줄 알았다. 나이 들수록 과거의 기억이 선명해질 줄은 몰랐다.
_「한이 삶을 버티는 이유」에서

한이 입원한 것은 사흘 정도였다. 그동안 여론의 방향이 바뀌었다. 동네 사람들의 사과의 뜻일 것이다. 실컷 욕을 퍼붓고 죄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뱉은 욕을 덮어 놓은 것이다.
_「옴을 구하는 방법」에서

숭한 세상이제. 저 우주선이 여그로 안 왔어 봐라, 저런 파키스탄 사람이 여그까지 막일하러 왔겄소. 무선 세상이제. 싹 다 즈그 나라로 보내 부러야 쓰는디.
_「옴을 구하는 방법」에서

혐오를 동반한 타 집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유효하다. 타인의 상처를 대하는 인간의 행태에 작가는 묻는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가?
_김미옥(문예비평가)

유민아. 이 책을 덮으며 밤하늘을 바라본다. 밤바다와 같은 하늘을…
네가 별이 된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구나. 10년이면 슬픔이 덜할 거라 생각했는데 10년의 슬픔이 쌓였구나.
_김영오(유민 아빠)


“그 배에서 이제 내려올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참사. 그리고 ‘그곳’에 대한 기억. 우리 사회는 ‘그곳’을 대체할 수 있는 참 많은 기억이 있다. 지하철에서 비행기에서 배에서 버스에서, 백화점에서 일터에서 거리에서. 그곳에는 참사의 기억을 안고 시간이 멈춘 채 10년 전 그날만큼 짙은 안개 속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상처는 다시 한번 혐오와 편견의 칼날에 베여 새살은커녕 딱지조차 앉지 못한다. 이번에 출간된 박지음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 『우주로 간 고래』는 그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사망자 ○명’ 뒤의 또다른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곳’의 기억을 50년 뒤 우주로 옮겨놓은 작가의 상상력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언제든 어디서든 반복될 것임을 단호하게 예언한다. 에돌지 않는 꾸밈없는 문체로 그려낸 『우주로 간 고래』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태어난 인지상정, 보통의 마음을 끌어내 혐오와 편견의 시대에 온기를 더해줄 것이다.

박지음 작가는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끊이지 않는 불행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박지음은 더듬어 전진하며 탈출구를 찾는다”(하성란 소설가)는 평가를 받은 첫번째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 이어 “관계에 실패하는 인물들”을 통해 “관계의 불안, 사회의 불의와 같은 맥을 짚”(황유지 문학평론가)은 전작 『관계의 온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보통의 마음을 부서뜨린 폭력에 관한 기억이다. 이제는 그만 잊으라고도 하지만 기억을 더듬고 따라가는 작가의 고집스러움이 이번 『우주로 간 고래』에도 여실히 담겨 있다.


50년 뒤 항구도시 새안시,
칠십 노인과 열다섯 소녀와 외국인 노동자


우주여행에서 죽은 사람들 운이 그게 다인갑제. 나도 살믄서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 논께, 그랑갑다 하제.
_「소녀 유령」에서

50년 뒤 한국은 1년에 한 번, 한 팀을 꾸려 행성여행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7년 전 행성여행 코스를 비행하던 우주선에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 승객들과 승무원 대다수가 죽는 참사가 일어났다. 우주선은 지구로 돌아오는 데 3년이 걸렸고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해 1년을 헤매다 새안시(市) 항만에 놓였으나 다시 버려지듯 3년의 세월을 보내고서야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녹슬 대로 녹슨 고철과 다름없는 우주선에서는 참사 원인의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진상 규명 집회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나 여론은 그들에게 이제 보내주어야 한다고 잊으라고 말한다.

칠십의 라한은 한국인 관리자로 해체공인 외국인 노동자 열 명을 데리고 폐우주선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처럼 혼자 새안시에서 살고 있는 라한은 50년 전 고향 섬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하여 많은 또래들의 참사를 목도했다. 부모와 함께 구조 작업을 하던 라한은 친구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시원을 처음 만났다. 이어지는 참사 진상 규명 집회에서 라한과 시원은 계속 이어졌고 부모마저 잃은 그에게 시원만이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난 때 시원은 불면증약을 과다 복용하고 차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시원의 부모는 라한을 고소하고 세상은 라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상처받은 라한은 고향으로 내려가지만 마을 소녀를 돕다 오해를 사고 다시 고향 섬마저 떠나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새안시로 오게 된다.

3년 전 라한의 옆집으로 열다섯 살 신율이네가 이사를 온다. 신율은 라한이 해체 작업을 하고 있는 우주선 참사로 언니를 잃었다. 우주공학 박사였던 예멘 출신의 신율 아버지는 행성여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동자로 지원했다가 그 행성에서 사망하고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신율의 언니는 아버지의 무덤이라도 찾겠다며 계약직 직원으로 지원해 우주선을 탔다. 그리고 4백5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했다. 여전히 우주선 참사의 진상 규명 운동을 벌이고 있던 신율은 우연히 라한이 버린 노트를 주워 읽고 라한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아픔도 이해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폐우주선에 꼭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라한을 따라다니던 신율은 우주선 해체공인 파키스탄인 옴을 만난다.

옴은 어린 시절부터 선박의 무덤이라는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 인부들과 생활하며 선박해체공으로 일을 하며 가정의 생계를 꾸렸다.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으나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수술비를 벌기 위해 인도인인 친척의 이름으로 한국에 온다. 함께 온 9명의 인도인들은 옴이 파키스탄인인 것을 눈치채고 그와 종교가 다른 것을 이유로 온갖 위협을 가한다. 숙소에서 쫓겨난 옴은 몰래 우주선에서 생활을 한다.


열린 참사의 공간에서 마음껏 그리워하고 마음껏 슬퍼하길

도시에서는 상담사도 정신과 의사도 학교 선생님도 신율이의 말은 다 변명이라고 했다. 신율이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정해 주려 했고, 신율이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나무랐다. 신율이 이제껏 받아 오던 편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신율의 온몸을 찌르면서. 마음까지 깊이 찌르면서.
_「우주를 헤매는 소녀」에서

우주선에 숨어 사는 옴의 도움으로 신율은 폐우주선에 들어간다.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이해하는 신율이에게 외롭던 옴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된다. 옴은 신율이의 언니를 위한 제사를 함께 지내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신율이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언니가 죽은 참사의 공간 우주선, 그곳에서 신율이는 마음껏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위로받는다. 죽은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그제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언니에게 일어난 참사는 단지 ‘1명’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신율이 실종된다. 경찰은 첫 번째 용의자로 라한을 불러 조사를 하고 혐의를 찾지 못하자 다음엔 옴을 소환한다. 수사 과정에서 라한의 과거와 옴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고 세상은 편견을 들이대며 그들을 단죄하려 든다. 신율만이 그들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다. 신율은 돌아올 수 있을까?

참사의 기억을 안고 사회에서 고립되어 살고 있는 라한과 신율에게 숨을 불어넣어주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 것은 아무런 편견 없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외국인 노동자 옴이다. 작품 말미에 그리는 언니와 신율, 라한과 옴 그리고 옴의 가족이 고래를 닮은 우주선은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넋을 달래는 씻김굿처럼 저곳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상처를 위로한다.

나는 남은 사람들이 살길 바랐다. 10년이 지나도 딸이 죽었던 시간을 노란방에서 반복하고 있는 사내도, 언니를 위해 46일을 굶은 아버지를 둔 소녀도.
눈치 보지 않고, 그때 그 상처로 인해 아팠다고 말할 수 있길.
그런 마음으로 그들을 고래 모양의 우주선에 태워 우주로, 은하수로, 보내주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박지음

전남 진도에서 여덟 형제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으며, 소녀 시절에는 편지 쓰기를 하면서 꿈을 키웠다.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월간토마토 문학상 수상,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았다.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관계의 온도』가 있으며, 기획 출간한 테마 소설 『나, 거기 살아』, 『여행시절』, 『소방관을 부탁해』, 『쓰는 사람』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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