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2024년 02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1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4.77MB)
- ISBN 979119354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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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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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택리지가 평상에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 가득 빛나던 별, 비 오는 날 처마 밑에 서서 바라보던 투명한 빗방울, 교문을 나서자마자 친구들과 아무 이유 없이 웃으며 달리던 하굣길, 하루 종일 공을 차고 오징어게임, 다방구를 하며 놀던 공터, 폭죽보다 더 환상적으로 빛나던 쥐불놀이, 요즘 포켓몬 빵의 띠부실 못지않게 인기를 끌었던 프로야구 선수 카드를 제공했던 과자… 이 모든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한 자 한 자 기록하고, 그 기록을 모아 엮어낸 것이다.
저자와 같이 70년대 말 80년대에 초중고를 다닌 독자라면 풍족하진 않았지만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던 그 시절 추억을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01. 놀이
달려서 귀가하던 시절 | 노는 게 제일 좋아 | 소때이 | 하늘 위로 활을 쏘다 | 공터에서 | 폭죽의 추억 | 실러캔스 | 나만 빼놓고 | 연 날리기 | 깐부 |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 슬리퍼 신고 설산을 횡단하다 | 딱지 대장 | 포켓몬 빵 스티커와 야구 선수 카드 | 사총사의 구미 나들이 | 동네 사랑방 | 불타는 피부 | 그네 타다 팔을 삐다 | 구슬의 추억 | 미친 행동 | 현규와의 추억
02. 먹거리
도시락 | 국수의 추억 | 밤 서리 | 산딸기 | 제일 맛있는 전 | 강정과 한과 | 라면 먹는 법 | 5월의 간식 | 메주 | 호두과자의 추억 | 홍시 | 비지 | 무와 고구마 | 콩고물 | 호박죽의 추억 | 그 가게의 쥐포 | 무와의 악연 | 두부와 맷돌 | 냉장고와 수박 | 잔칫집 풍경
03. 동식물
박쥐 | 사슴벌레에 관통당하다 | 개구리와 두꺼비 | 뱀딸기와 쇠뜨기 | 아낌없이 줬던 자두나무 | 깻잎의 추억 | 바랭이풀 | 개와 송아지 | 이놈의 쥐를 어찌하나? | 누에의 추억 | 농업시간, 닭과 돼지 종류 배우기
04. 가족
비행기 장난감 | 소독약 | 안테나 사건 | 눈물을 훔치며 농약을 뿌리다 | 효자로 오해받다 | 딱지 | 구들장 | 무당과 굿 | 비 오는 날의 풍경 | 갈라진 발뒤꿈치 | 비와 우산 | 어머니의 수박들 | 옷 | 형과 찰흙 | 나이 든 조카 이야기 | 경운기를 안 배운 이유 | 가족사진
05. 생활
환경 정리 | 오줌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때 검사의 추억 | 이상한 가정 조사의 추억 | 전화기의 추억 | 첫사랑 그 소녀 | 교실 바닥 | 묘사 이야기 | 새마을 노래 | 겨울이 싫었던 이유, 톱질 | 틀면 나오는 온수는 기적이다 | 1987년 깨진 유리창의 추억 | 유치원의 추억 | 못질의 추억 | 고등학교에 관한 단상 | 방학 숙제1 | 검색의 단점 | 별 | 방학 숙제2 | 시험 등사기 | 겨울 이야기 | 머릿니 | 대도, 택리지 | 국기 하강식 | 1983년 어느 가을날의 야외 수업 | 삼시세끼 | 고무줄 | 볏짚 | 지붕 없는 화장실 | 풍경
나에게도 노는 게 제일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학교 시절이다. 그때는 매일매일 뭘 하면서 놀까 하는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매일 놀아도 질리지 않았다. 계절에 따라 놀이는 자연스럽게 변해 있었다.
봄 무렵에 노는 놀이가 있었고 여름에 하는 놀이가 있었고 추워지면 하는 놀이들이 기막히게 바뀌었다. 그것도 돈이 거의 필요 없는 놀이였으니 얼마나 건전했던지.
그런데 40살이 넘고 50대가 되어도 노는 건 여전히 즐겁다. 20대에는 40대, 50대가 되면 별로 재밌지 않을 거 같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아마도 70, 80대에도 노는 건 여전히 재미 있을 것 같다. 노인이 되어도 어릴 적 친구들과 만나면 동심의 세계로 가지 않을까. 한두 살 후배들과 만나면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고, 한두 살 선배들을 만나면 약간의 어리광을 부리게 되는 걸 보면 모든 건 상대적인 듯하다.
AI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게 바로 ‘노는 거’ 아니겠냐는 지인의 말에 공감이 된다. 노는 것과 먹는 것의 즐거움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삶은 그만큼 재미있지 않을까?
‘노는 게 제일 좋아’ 중에서(pp.16-17)
나도 미친 듯이 모았던 카드가 있다. 그 시절 인기 절정이었던 프로 야구 선수 카드 모음집이었다. 당시 여섯 개 구단이 있었다. 한 구단의 선수가 못해도 20여 명은 되었을 것이다. 한 구단에 20명만 잡아도 총 120명의 선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이 카드가 어떤 상품에 부록처럼 들어가 있었다. 그 상품이 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빵은 아니었고, 과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인기가 있었던 이만수, 김용희, 김용철 같은 선수들의 카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별로 유명하지 않고 실력도 고만고만한 선수들 가운데 유독 귀한 카드 몇 장이 있었다. 그 카드를 구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동네의 후배와 카드를 교환하기도 했고, 웃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거의 다 모았지만, 한두 선수의 카드를 끝내 채우지 못했다.
‘포켓몬 빵 스티커와 야구선수 카드’ 중에서(p44)
그 당시 이렇다 할 장난감이 없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는 큰마음을 먹고 비행기 장난감을 사주셨다. 바퀴가 달려 움직일 수 있는 꽤 괜찮은 장난감이었다. 그걸 자랑한답시고 들고 나가 흙바닥에서 놀았다. 그런데 한 시간도 채 되지 못해 장난감이 고장나 버렸다. 그냥 방 안에서 가지고 놀았다면 그렇게 빨리 고장 나지 않았을 텐데. 없는 생활비에서 겨우 사주신 장난감이었기에 얼마나 속상했던지. 어머니는 더 그랬겠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아련해진다. 모든 게 부족했고 결핍되었기에 이런 추억도 생겼을 것이다. 만약 그때 내 삶이 풍족했다면 그래서 아쉬울 게 없었다면 지금 내 삶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비행기 장난감’ 중에서(pp138-139)
난 어머니표 비빔국수를 좋아했다. 팔도나 농심이 제아무리 맛있는 비빔라면을 만들어도 어머니표 비빔국수에는 비길 바가 못 된다. 국수를 배불리 먹고 마당 가운데 평상에 누웠다. 여느 시골 구멍가게의 평상에는 노란 장판을 깔았지만 우리 집 평상은 그냥 나무 그 자체였고 나는 그것이 좋았다. 그렇게 누우면 눈에 들어오는 건 무수히 많은 별이었다. 별이 많아도 참 많았다. 가끔 남미나 몽골 등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별과 은하수도 볼 수 있었다.
별을 볼 때는 무조건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두 개를 찾았다. 다른 별 또는 별자리를 잘 몰랐다. 있다손 해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많던 별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다 동네에 가로등이 생기고 각 집마다 형광등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지 별을 보지 않게 되었다. 한가로이 별 구경을 할 짬이 없었던 듯하다. 그리고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별을 보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10여 년 전 장흥에 있는 송암천문대를 갔다.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천문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대만큼 별이 보이지 않았다.
‘별’ 중에서(pp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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