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의 낮달
2024년 04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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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38829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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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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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민트 Minh Thu’
피노키오 공방
조화
새벽으로 나아가며
7시 31분의 시 낭송
작가의 말
좋은 소설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완연함들의 경계에 서서 작가로서의 윤리를 묻다
《늦봄의 낮달》은 신지연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첫 소설집인 《금빛 인영》을 출간한 지 3년 만이다. 첫 소설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띠는 것은 해당 소설집이 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록된 6 작품 모두 작가 혹은 창작자가 인물로 등장하며 ‘무언가를 만들고 향유하는 일에 대한 고뇌’를 관통하고 있다.
“춥지도 어둡지도 않은 따뜻한 늦봄, 그리고 환한 대낮이지만, 혹시 모를 내일을 대비해야 하는”(작가의 말 부분) 늦봄의 낮달 아래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작가로서의 윤리를 되묻고. 처음으로 펜을 들 당시 초심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나쁜 작가, 나쁜 독자〉이다. 해당 작품은 진태(작가)의 두 번째 소설 출간 사인회 당일, 정호(독자)가 방문하는 플롯 위로 정호의 과거가 교차하는 소설이다. 정호는 진태의 팬이었지만, 진태의 동료 작가와 정호의 여동생과 있었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그 마음이 꺾이게 된다.
그 꺾이게 된 지점이 정호와 진태의 대화로 교차되는 문학성의 아이러니로 확장되며 해당 작품의 핵심이 된다. 한 작가가 작품을 썼을 때, 그 작품의 메시지와 작가는 얼마나 가까워야 하는가. 꼭 가까워야 하는가. 가깝지 않다면 작가로서의 자아는 거짓된 자아인가……. 파고들수록 심오해지는 질문의 심연 속에서 저자의 문학성은 멈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헤매며 현답을 쫓는다.
이외 가부장제가 답습해 온 고부 갈등을 탈피하며 새로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모색하는 작품 〈나의 민트 Minh Thu’〉에서 작가는 보편적이라는 편협한 시선으로 상대와 대상을 정의 내려 구상하는 것의 폭력성을 인지하고 이를 분명히 경계한다. 아내를 살해할 계획을 품는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어딘가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의 심리 서스펜스극을 그린 〈조화〉 등은 메타적이라 볼 수 있으나 각기 다른 지점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타자이자 이성(異姓)마저 폭넓게 이해해 사고의 교차와 감정의 접점을 모색하려는 창작자로서의 노력을 엿볼 수 있어 다른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한다.
아마 저자가 내내 묻고 있는 작가로서의 윤리는 애초에 해답이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소설로서 답을 건넬 수 있다면,〈나쁜 작가, 나쁜 독자〉의 후반부 카페 종업원의 위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님의 가장 좋은 글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잖아요. 습작생일 때의 작가님과 지금의 작가님이 같은 모습일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의 작가님 모습이 지금과 같을 거라고도 생각 안 하고요. 작가도 사람이고, 사람은 매일 조금씩 성장하니까…”(〈나쁜 작가, 나쁜 독자〉 부분)
이 위로의 대상은 진태(소설 속 인물)이자, 저자일 것이며, 나아가 독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작가,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묻는 일은 곧 ‘좋은 사람, 좋은 삶이 무엇인지’ 묻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은 매일 조금씩 성장한다는” 이 위로를 발판 삼아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을 품에 안고 바지런히 쫓는다면, 걸음의 향방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에 보다 근접할 것이며, 명확하지 않은 선악의 장에서조차 상대적인 밝음을 올곧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빛과 어둠은 본디 한 몸으로 어느 곳에 눈을 맞추고 마침표를 찍을지 끊임없이 되묻는 저자는, 또한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모호한 답 속에서 깊이 사유하며, 지혜를 갈구하는 저자는, 앞선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사람됨과 삶에 대한, 마지막으로 집필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여 멈춤 없이 성장할 것이므로, 언제나 만족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바로 좋은 삶이자, 자신에게 있어 좋은 사람, 또한 막힘없는 성장이 약속된 훌륭한 작가가 아닐까. 치열하게 갈고 닦여진 사고로 빚어낸, 저자의 정제된 문장에 빛망울들이 어려 있음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기에, 앞으로 보여줄 빛의 세기가 크게 기대되는바,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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