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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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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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호르몬의 짧은 역사
1 인간의 탄생은 배 속이 아니라 뇌에서 시작한다-임신과 출산
호르몬이 없으면 새 생명도 없다 ㆍ 스트레스는 대를 이어 해로운 영향을 줄까? ㆍ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고 나면 ㆍ 자연이든 인공이든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ㆍ 태아의 성별에 따른 변화 ㆍ 여성 교황이 정말로 존재했을까? ㆍ 엄마의 식욕이 왕성하면 남자아이라고? ㆍ 출산이라는 마지막 허들 ㆍ 편두통 환자는 임신 중에 증상이 덜하다? ㆍ 산후우울증이 뒤따르는 이유 ㆍ 아빠의 입덧
2 앞으로의 삶을 결정할 위대한 도움닫기-영유아기
무해한 소사춘기인가, 호르몬에 의한 조기사춘기인가 ㆍ 점점 흔해지는 어린이 유방 발달 ㆍ 어릴수록 플라스틱 물질이 위험한 이유 ㆍ 남아의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ㆍ 성정체성의 혼란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 ㆍ 인형놀이가 더 재밌는 것도 호르몬 때문일까 ㆍ 왜 남아의 자폐증 발병 확률이 더 높을까 ㆍ 부모가 몰랐던 골든타임
3 성장호르몬부터 사랑의 설렘까지-사춘기
사춘기의 시작이 점점 빨라진다 ㆍ 반항은 본성일까, 양육 방식의 차이일까 ㆍ 키스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 ㆍ 역사 속 거인들의 이야기 ㆍ 잘 자고 잘 먹는 게 정답인가요? ㆍ 심리적 스트레스가 성장을 둔화시킨다
4 호르몬이 결정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젠더와 섹슈얼리티
남자가 여성이고, 여자가 남성이라면 ㆍ 전 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한 성전환 수술 ㆍ 트랜스젠더의 뇌는 무엇이 다를까 ㆍ 동성애자의 뇌는 무엇이 다를까 ㆍ 성적 지향에 관한 여러 가설들
5 우리 뇌는 배고픔에 어떻게 대처할까?-식욕과 체중 조절
과체중과 수면 부족의 악순환 ㆍ 때로 ‘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ㆍ 배고픔, 생명의 가장 오래된 욕구 ㆍ 내 몸속의 언제든 까먹을 수 있는 도시락 ㆍ 배고플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안 되는 이유 ㆍ 풍요의 시대가 가져다준 빈곤 ㆍ 당신은 그 체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ㆍ 에너지 공급량 vs 소비량 ㆍ 과체중을 막는 호르몬 제동기 ㆍ 인슐린 저항성이 위험한 이유 ㆍ 고칼로리 음식은 왜 하필 맛있게 느껴질까 ㆍ 기발한 뇌가 복잡한 식습관을 만든다 ㆍ 위절제수술이 도움이 되는 사람들
6 장 속, 보이지 않는 동반자들의 활약-장내미생물
“모든 질병은 장에서 발생한다” ㆍ 내 장 속에 뭔가가 살고 있다고? ㆍ 대변 이식이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 ㆍ 엄마가 전해준 건 사랑뿐이 아니다 ㆍ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을 지켜라
7 스트레스가 당신을 소리 없이 망가뜨릴 때 _성인기
“우울하고 무기력해요… 그런데…” ㆍ 갑상샘과 부신에 주목하라 ㆍ 신체의 보일러 조절하기 ㆍ 갑상샘에 관한 짧은 역사 ㆍ 스트레스가 우리 몸의 균형을 깨뜨리면 ㆍ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호르몬 ㆍ 매일 요가를 하는 사람의 혈당이 더 낮다 ㆍ 운동선수들이 테스토스테론을 찾는 이유
8 성호르몬 감소가 노화를 가속화한다-갱년기
악명 높은 열성홍조와 다한증 ㆍ 언제부터 갱년기를 ‘질병’으로 보았을까 ㆍ 폐경 이후를 황금기라고 하는 이유 ㆍ 합성 에스트로겐 섭취는 괜찮을까 ㆍ 피임약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ㆍ 인간의 폐경기는 ‘최적기’를 찾았다 ㆍ 불임과 폐경 이후의 임신 ㆍ 남성과 여성의 갱년기는 어떻게 다를까 ㆍ 테스토스테론은 만능 호르몬이 아니다
9 건강한 노후를 위한 새로운 호르몬 균형-노년기
부부의 얼굴이 서로 닮아간다고 말하는 이유 ㆍ 주름은 나이를 속이지 못한다? ㆍ 할머니는 힘이 세다 ㆍ 갱년기 이후 찾아온 두 번째 변성기 ㆍ 남성의 몸이 표준일 때 생기는 문제 ㆍ 나이 들수록 살 빼기 힘든 이유 ㆍ 새로운 젊음을 향해 ㆍ 호르몬에도 ‘때’가 있다 ㆍ 살짝 부족하다 싶을 때 숟가락을 놓아라
10 당신은 스스로 몇 살이라고 느끼는가-삶의 질과 호르몬
회춘의 묘약은 과연 존재할까 ㆍ 삶의 박자를 정하는 시상하부 ㆍ 줄기세포, 호르몬, 노화 과정 ㆍ 생체나이와 달력나이 ㆍ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면 ㆍ 운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ㆍ 체취로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이유 ㆍ 식욕과 소화 호르몬의 변화 ㆍ 수명 연장에 대한 연구 ㆍ 죽지 않는 불멸의 세포가 말해주는 것 ㆍ 설탕, 우리의 수명을 갉아먹다 ㆍ 진료실 밖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에필로그: 미지의 세계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
미주
자궁으로 다시 돌아가자. 옥시토신 덕분에 엄마와 아이 사이에 정서적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엄마의 호르몬만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것은 아니다. 12주부터 태아 스스로 호르몬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마치 태아가 자신의 출생 시점을 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약 40년 전에 신경과학자 디크 스왑과 산부인과 의사 케이스 부르(Kees Boer)가 수행한 연구에서 이미 이 사실이 밝혀졌다. 암스테르담의 두 연구자는 ‘뇌가 없는’ 태아를 조사했고, 시상하부와 뇌하수체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태아의 경우, 건강한 태아보다 더 일찍 출산이 시작되고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태아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진통 시작 시기를 결정하고, 그렇게 자신의 출생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_59쪽, ‘출산이라는 마지막 허들’ 〈1 인간의 탄생은 배 속이 아니라 뇌에서 시작한다-임신과 출산〉 중에서
키스를 하면 도파민 외에 옥시토신이 방출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그것이 곧 모든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폭넓은 최신 연구 결과를 보면, 처음에 남자의 외모를 보고 매력을 느낀 여성의 50퍼센트가 여러 번 키스를 한 후 관계를 끝냈다. 키스 없이 섹스부터 할 수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15퍼센트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남성 대부분은 키스보다 먼저 섹스를 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안 되었다. 이런 결과는 여성과 남성의 침에 들어 있는 호르몬의 종류와 농도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월경주기에 관여하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여성은 침을 통해 자신의 생식능력 정보를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란기 즈음에는 침에 당분이 더 많이 함유되어 키스의 맛이 글자 그대로 더 달콤해진다. 배란기 여성의 질과 겨드랑이 냄새를 맡은 남성은 한 시간 이내에 침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고, 그것이 성욕을 높인다. 두 경우 모두 키스를 통해 침을 교환하면 무의식적으로 생식을 자극할 수 있다. _126~127쪽 ‘키스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 〈3 성장호르몬부터 사랑의 설렘까지-사춘기〉 중에서
그렐린은 공복일 때 만들어진다. 이 호르몬의 혈중 농도는 식사 전에 가장 높고 식사 후에 가장 낮다. 그래서 공복을 알리는 배고픔 호르몬으로도 통한다. 최근에는 남성이 햇빛을 받으면 그렐린을 더 많이 생산하여 특히 여름철에 칼로리를 더 많이 섭취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성은 그렇지 않은데, 에스트로겐이 그렐린 생산을 막기 때문이다. 또한 그렐린은 특히 중독과 관련이 있는 뇌 중앙에서 우리의 결정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렐린은 뇌를 자극하여 도파민을 방출하게 하는데, 도파민은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 우리는 이런 행복한 기분을 더 자주 느끼고 싶어 와인 한 잔이나 초콜릿 한 조각을 보상으로 먹는다. 그런 식으로 중독 또는 의존성이 생긴다. 아마도 그래서 심하게 과체중인 사람이 정말로 음식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리라. _197~198쪽 ‘당신은 그 체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5 우리 뇌는 배고픔에 어떻게 대처할까?-체중과 식욕 조절〉 중에서
그렇게 우리는, 장내미생물 구성이 바뀌면 인체가 인슐린에 더 민감해지고, 과체중인 사람의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을 즉시 침울하게 만드는 세로토닌 부족을 생각해보라. 장에 박테리아가 전혀 없는 무균 쥐는 다른 쥐들보다 더 겁이 많고 학습능력도 떨어진다. 또한 무균 쥐는 장도 미숙하게 발달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장이 실제로 어떤 ‘좋은’ 거주민을 수용하고, 어떤 ‘무단침입자’를 경계해야 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_242~243쪽 ‘대변 이식이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 〈6 장 속, 보이지 않는 동반자들의 활약-장내미생물〉 중에서
건강한 부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 (…) 부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갑상샘과 마찬가지로 부신이 너무 빨리 또는 너무 느리게 일하여 호르몬이 너무 많이 또는 너무 적게 생산된다. 부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으로는 만성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부신이 장기간 격렬한 노동을 강요받으면 결국 녹초가 되어 다른 신체기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너무 팽팽하게 당겨서 더는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늘어난 고무줄과 같다. 그러면 부신은 호르몬을 너무 적게 생산하고 그 결과는 명확히 드러난다. _283쪽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호르몬’ 〈7 스트레스가 당신을 소리없이 망가뜨릴 때-성인기〉 중에서
이제는 에스트로겐 부족이 실제로 기억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여러 번 확인된 상태다. 31세 미국 여성이 그에 관한 주목할 만한 사례를 제공한다. 그녀는 해군 조종사 훈련생 시절에 갑자기 예기치 않게 실력이 저하되었다. 의사들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당황한 끝에, 그녀의 혈중 호르몬 수치가 조기 폐경 수준임을 발견했다. 그녀는 피임약을 먹기 시작했고 완전히 회복되었다. 피임약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은 뇌세포를 포함하여 수많은 조직 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은 심지어 신경세포핵의 회색질 부피를 늘리고,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인 단백질 축적을 막을 수도 있다. _321쪽 ‘피임약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8 성호르몬 감소가 노화를 가속화한다-갱년기〉 중에서
★ 네덜란드 베스트셀러 ★ 전 세계 9개국 출간
★ 2024 오스트리아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
★ 세계적 내분비 전문의가 전하는 호르몬 사용설명서
식욕과 체중 조절, 수면의 질, 스트레스 반응, 면역체계, 생식과 불임…
호르몬,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좌우하다!
한 살 더 먹을수록 늘어나는 체중, 아무리 자도 피로한 느낌, 이유 모를 의욕 저하. 더 이상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면, 근력을 기르기보다 몸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호르몬’에 주목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와 감정 변화 뒤에는, 혈류를 통해 다양한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숨어 있다. 이 작은 화학물질의 균형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몸 곳곳에서 경고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세계적인 내분비 전문의인 막스 니우도르프 교수는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에서 임신과 출산을 통한 인간의 탄생부터 노년기까지, 삶의 각 단계에서 작용하는 주요 호르몬과 기능을 알기 쉽게 정리한다. 생애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를 살펴보면 나이 들수록 일찍 깨는 이유, 수면장애와 당뇨병의 연결 고리, 성호르몬 감소에 따른 신체능력 변화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가 호르몬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간 호르몬에 관한 책들은 여성과 남성의 성적인 차이는 왜 나타나는지, 노화 방지를 위한 습관 개선 같이 특정 소재로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호르몬의 광범위하고 놀라운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이 책은 호르몬을 중심으로 인간의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동시에 양육 대 본성 논쟁, 식욕과 체중 조절, 장내미생물, 면역 체계, 수면의 질, 스트레스 반응 등 다양한 주제를 한 권에 담아냈다. 대표적인 호르몬 분비샘의 위치와 모양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는 익숙한 호르몬의 숨겨진 역할과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처럼 우리가 잘 몰랐지만 필수적인 호르몬이 순간의 선택과 감정뿐 아니라 일생의 변화를 주도하는 물질이라는 점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매우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한다.
생명의 탄생은 엄마의 배 속이 아니라 뇌에서부터 시작된다?
온 가족을 위한 생애주기 호르몬 사용설명서
우리 몸은 평생 변화하며, 생애 전환기에는 조금 더 특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저자는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에서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호르몬이 어떻게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생명의 탄생이 흔히 엄마의 배 속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난자세포와 정자세포를 만들고 적절한 장소와 시간에 그 둘을 만나게 하는 것은 호르몬의 역할이다. 생식은 뇌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또한 태아는 호르몬을 통해 산모의 진통 시기를 결정하고 자신의 출생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더불어 저자는 호르몬 폭풍이 일어나는 생후 첫 1~3년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부모들도 잘 몰랐던 ‘소사춘기’가 앞으로의 삶을 결정하는 골든타임이라는 사실을 짚어낸다.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성장기 자녀들의 신체적·심리적 특성을 들여다보며 다정한 육아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성인기를 지난 한국인은 신체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가 유독 크다. 신체나이는 건강상태와 노화 정도를 말해주는 생물학적 나이를 일컫는데,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몇 살로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발현되는 건강의 위험신호들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적신호들은 대체로 호르몬의 불균형에 의해 시작된다. 배고픔을 자극하는 ‘그렐린’과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의 균형이 깨지면 원치 않는 체중 증가와 당뇨병이, 갑상샘호르몬이 부족하면 배변이 원활하지 않고 우울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깨지기 쉬운 호르몬 균형을 막기 위해 우리가 점검해봐야 할 사항들을 제안하는 것 또한 이 책의 역할이다.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까?
역사 속 인물들의 에피소드부터 장내미생물에 관한 최신 연구까지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부신의 기능 장애로 호르몬을 너무 적게 생산하는 ‘애디슨병’을 앓았다. 케네디는 지속해서 호르몬 치료를 받았지만, 당시의 의료 수준으로는 코르티솔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웠다. 1961년 쿠바 미사일 위기 전초전 당시, 그는 소련의 지도자인 니키타 흐루쇼프와의 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케네디는 이 순간을 앞두고 여느 때처럼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문제는 흐루쇼프가 회담에 늦었고 케네디의 코르티솔 수치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많은 역사가들이 그 자리에서 케네디는 거의 녹초가 되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협상이 결렬된 탓에 하마터면 핵전쟁이 일어날 뻔했다는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한편 케네디의 호르몬 불균형은 그의 멋진 피부색과 바람기를 설명하는 데도 쓰인다. 호르몬은 이처럼 한 개인의 신체적 특성과 행동, 감정과 기분,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좌우하는 결정적 순간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1950년대 초, 네덜란드 여성 육상선수인 푸크여 딜레마는 단거리 경주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둔 최고의 히로인이었다. 그녀는 일반 여성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월등히 높았고, 이 때문에 체육협회는 그녀에게 성별 확인을 요구하며 출전 금지 결정을 내리기에 이른다. 그녀는 평생 여성으로 살았지만, 사후에 DNA 검사를 통해 복강에 작은 잠복 고환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발달 과정에서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외부 생식기가 숨겨진 채 남아가 여아로 자라거나, 남성이면서 동시에 여성인 유전적 모자이크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변덕스러운 성격, 부신생식기증후군을 앓았을지도 모를 최초의 여성 교황 요한나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호르몬에 관한 과학과 건강 지식을 전달하는 동시에, 교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최근 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인 장내미생물 연구를 이끌고 있는데, 우리의 장 속에 거주하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들이 호르몬 생산과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장내미생물은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인의 만성질환과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적 근거들을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간은 뇌의 명령에 따르는 ‘호르몬의 노예’일 수밖에 없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악순환을 끊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게 해줄 책
호르몬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이토록 대단한 물질이라면, 우리는 그저 호르몬의 명령에 따르는 수밖에 없을까? 늦은 밤에 참지 못하고 야식을 주문할 때, 갑자기 우울감에 휩싸여서 하던 일을 놔버릴 때, 우리는 흔히 ‘호르몬 때문’이라고 둘러대곤 한다. 저자는 인간을 ‘호르몬의 노예’처럼 생각하는 통념이 옳지 않다고 경고한다. 호르몬이 우리의 의사결정 능력을 흐리게 할 수는 있지만,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신체와 정신 그리고 환경의 상호작용에 따른 산물이며, 우리 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우리의 선택과 결정을 바꿀 수 있는 부분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식욕 호르몬이 식습관을 망치기도 하지만, 올바른 식습관은 다시 식욕 호르몬을 변화시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악순환을 끊고 건강한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면, 호르몬이 당신에게 그 답을 들려줄 것이다.
작가정보
(Max Nieuwdorp)
저명한 당뇨병 연구자이자 내분비내과 전문의. 위트레흐트 의과대학에서 공부했고 암스테르담 의과대학에서 당뇨병 관련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당생물학 분야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현재 암스테르담 대학의학센터(Amsterdam UMC)에서 당뇨병 센터 소장, 혈관의학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장내미생물의 변화를 통해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과 그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호르몬의 중요성과 호르몬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을 대중과 나누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8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에서 유학했다. 《호르몬과 건강의 비밀》,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매력적인 장腸 여행》, 《아비투스》 등 7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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