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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11
전혜원 , 오건호 지음
서해문집

2024년 04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3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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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74MB)
ISBN 9791192988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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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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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할머니’로 무사히 늙어가고픈 1988년생 노동전문 기자 전혜원과 초등학생 아이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은 1964년생 연금학자 오건호가 주고받은 한국인의 노후, 그리고 연금개혁 이야기.
노년의 나는 국민연금을 약속대로 받을 수 있을까? ‘국가의 지급보장’이라는 큰소리를 믿어도 좋을까? 1000조 원이 넘는 기금이 바닥난다는 재정 전망은 예언일까, 과학일까? 기금 소진 후 우리 아이들의 보험료는 얼마나 뛸까? 기금이 없어도 국고를 투입하면 된다는 대안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가난한 노인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주장은 과연 현실적일까? 국민연금과 우리 노후에 대한 시민들의 이유 있는 불신과 불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나아가 현세대의 노후를 책임지면서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즉 ‘지속가능한 노후’를 위한 연금개혁의 길을 모색해본다.
● 프롤로그 연금정치, 선악의 대결을 넘어

1부 윈터 이즈 커밍, 노후의 빙하기가 온다

01 홀로 멸종하는 공룡과 허들링 하는 펭귄 사이에서
연금에 가입하지 않을 자유는 없다
보험료 9% 세대가 물려줄 보험료 35% 세상
‘국가의 지급보장’이라는 사기극
공무원·사학·군인연금 개혁이 먼저라는 주장에 대해

02 연금 고갈을 못 믿겠다는 이들에게
기금을 잘 굴리면 고갈을 막을 수 있다?
연금 재정계산은 미래학이 아니다
정년 연장의 딜레마

03 ‘더 내고 더 받자’는 주장이 감춘 것들
가난한 노인을 위한다는 착각, 혹은 기만
소득대체율의 함정: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두 개의 대안: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2부 연금은 정치다: 지속가능한 노후를 위한 연금정치학

04 그들은 무엇을 했나?
기금 고갈에 대처하는 법
선진국의 연금정치

05 우리가 하지 않은 것들
김대중·노무현의 재발견
2008~2024, 17년의 지리멸렬

06 노후의 재구성
공적연금 삼총사: 노후를 위한 세 개의 지팡이
연금개혁, 어떻게 설득할까

● 에필로그 연금정치에서 진보란 무엇인가

‘나는 정규직인데 회사가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회사 정년이 60세인데, 30대 후반인 내가 60세가 되는 2048년까지 종이 잡지 《시사IN》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운 좋게 안 잘리고 버틴다고 쳐도, 그 다음엔? (…) 모아둔 돈도, 친구도 별로 없는 데다 결혼 생각도 딱히 없는 나는 무사히 ‘망원동 할머니’로 늙어갈 수 있을까? _5~6쪽, 〈프롤로그〉

진보와 보수의 견해가 엇갈리는 이슈가 있다면 그 갈등을 조율하고 대표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러나 한국의 연금정치는, 집권세력이든 야당이든, 2007년 이후 17년간 심각한 직무유기를 범해왔다. _11~12쪽

앞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게 진보 진영, 그대로 두거나 깎자는 게 보수 진영 주류의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오건호는 좀 독특한 존재다. 그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일했고, 현재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활동가다.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전공하고 복지제도를 연구하며 학계와 정치권에서 두루 인정받은 사회학자이기도 하다. 여타의 사회경제적 이슈에서 그를 ‘진보’가 아니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그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려선 안 된다고 단언한다. 말하자면 그는, 적어도 연금에 대한 입장에서 진보 진영 주류와 결별한 사람이다. _12쪽

이 작업에 나선 건, 연금이라는 주제에 대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건호라는 질문’이 지금의 한국사회에 의미를 갖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 오건호의 주장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이 과연 노동시장 변화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예컨대 이런 질문이다. 평균 근속연수가 6년에 불과한 한국사회에서 40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기 위해서 국가재정을 투입한다면, 결과적으로 그 돈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는 계층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인가? 아니면 비정규직이나 영세 자영업자, 프리랜서인 가? 나아가 국민연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노인빈곤율의 당사자인 바로 그 노인들에게 가닿는 혜택이 맞는가? _13~15쪽

그는 2007년 연금개혁 당시 진보정당이던 민주노동당의 연금정책 책임자로,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사이에서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당사자다. 노무현 정부의 연금개혁은 진보 진영이 ‘개악’이자 ‘치욕’으로 기억하는 역사이지만, 그는 ‘진보’의 이름으로 그 일을 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깎으면서 기초연금 도입을 관철했다. 현 시점까지 한국사회가 이루어낸 ‘마지막 연금개혁’에 참여한 경험자로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의 경험은 시민 모두와 공유할 만한 공적 자산이다. _14~15쪽

국민연금을 다룬 기사를 쓸 때마다 ‘연금이 국민의 의무도 아닌데 왜 강제가입이냐’ ‘민간연금처럼 가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자’ ‘당장 먹고살기도 힘들다’ 같은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국민연금은 왜 이렇게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건가요? _31~32쪽, 〈홀로 멸종하는 공룡과 허들링 하는 펭귄 사이에서〉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한창 일할 때야 먹고살 걱정이 크게 없지만 나이 들어 은퇴하고 나면 막막하죠. 그러면서 노후 대비를 노동자 개개인이 떠맡는 것보다, 자신들을 고용한 사용자에게도 일정한 책임을 부여하는 ‘공적(公的)연금’이 노동자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 거죠. 공적연금의 공익적 요소는 ‘혜택은 노동자가 보는데 부담은 사용자도 함께 진다’는 겁니다. 그것도 의무로요! 그러니까 이 의무 제도가 가장 불편한 사람은 사실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기업)입니다.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노동자들이 정치세력화하면서 복지체제를 만들어가는데요. 복지체제의 핵심이 사회보험이고, 사회보험의 핵심이 바로 연금입니다. _34~35쪽

연금에 대한 거부감의 핵심은 ‘내가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신이거든요. 저도 2053 년부터 받는데,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거 보험료를 열심히 부어봤자 2년 받고 다 떼이는 거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일단 그것부터 물어볼게요. 우리가 연금을 받을 수는 있을까요? _37쪽

2055년이면 제가 91세이니 아마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장담할 일은 아닌 것 같고….(웃음) 전 기자님이 받을 연금이 월 123만 원이라고 했잖아요. 그만큼은 주겠다고 국가가 약속한 거예요. 한데 그 원천인 연기금(연금기금)이 2055년에 바닥나잖아요. 그래서 기자님의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그해에 43세가 되는 우리 아들(2012년생)이 보험료를 내야 할 겁니다. 얼마가 필요할까요? 우리는 지금 월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요. 제 아들 세대가 전 기자님 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3배에서 4배(26~35%)를 내야 해요. _38쪽

아무리 기금이 바닥난다지만 필요 보험료율이 그렇게 폭등하나요? 솔직히 믿기지가 않아요. _38쪽

당황스럽죠. 하지만 정부가 구성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1년간 분석한 결과가 그래요. 두 가지 요인이 겹쳐 있습니다. 첫째는 국민연금 수입-지출의 불균형이에요. 가입자가 연금공단에 내는 보험료(수입)보다 나중에 돌려받을 연금액(지출)이 크다는 말이죠. 미래에 받을 만큼 보험료를 낸다면, 현 제도에서 한국인들은 각자 소득의 20%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9%만 내잖아요. 그 부족분은 미래로 계속 넘어가고 있는 거죠. 그러다 기금 소진 이후 연금 지출이 본격화할 때 높은 보험료율로 되돌아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인구구성입니다.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수급자)과 보험료를 내는 사람(가입자) 간 인구 균형이 갈수록 무너지는 거죠. (…) 현재는 젊은 시민 넷이서 노인 하나를 먹여 살린다면, 2070년대부턴 한 명당 노인 한 명꼴로 책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_38~39쪽

모자라는 기금을 세금으로 보충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가입자에게만 보험료 인상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편이 더 정의로운 것 아닐까요? 시민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도 공적연금에 국고를 지원하고 있고요. _42~43쪽

그럴 수 있죠. 말씀대로 국가가 일반예산으로 국민연금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공무원연금처럼 운용하는 거죠. 그것도 부족하면 국채 발행, 즉 나라가 빚을 내서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방안들이 한 사회가 감당 가능한 규모일지를 봐야 해요. 우리 아들의 입장에서는 보험료든 세금이든 마찬가지거든요. 조달의 형태가 다를 뿐, 결국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늘어납니다. _43쪽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연금 지급보장을 법제화’하는 해법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이전 문재인 정부도 같은 방안을 검토한 바 있는데요. _48쪽

저는 지급보장 법제화가, 현세대의 가장 무책임한 논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물론 말씀대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선의가 없진 않겠죠. 취지는 이해해요. 문제는 ‘지급보장 법제화’가 실제로 내 연금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 결국 현재 국민연금법에 명시된 ‘필요한 시책을 수립한다’ 정도로는 불안하니, 공무원연금법처럼 ‘국가 부담’ 또는 ‘지급 보장’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어야 안심하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렇게 강력한 조문으로 무장한 공무원연금은 약속된 연금을 보장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에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요. 이때 이미 은퇴한 사람들의 연금액도 5년간 동결해버립니다. 말이 동결이지, 당시 물가상승률이 연 3% 정도니까, 5년이면 무려 15%의 급여가 삭감되는 겁니다. 이렇듯 ‘부족분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조항이 명시된, 다시 말해 지급보장이 법제화된 공무원연금마저도 재정안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생기면 아무리 약속된 연금액이라도 깎을 수밖에 없습니다. (…) 연금을 주긴 주는데, 얼마를 지급할지는 그 당시 여건에 달렸다는 거죠. _48~51쪽

국민연금을 다룬 기사에는 ‘다단계 사기다’ ‘폭탄 돌리기다’ ‘먼저 가입한 사람만 남는 장사고, 젊은 세대는 연금을 떼이거나 쥐꼬리만큼 받을 거다’라는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_56쪽

우리가 여행 계모임을 한다고 해봐요. 각 멤버가 20만 원씩 내면 마지막 계원까지 행복하게 곗돈을 타고 제주도나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9만 원만 내고 있습니다. 이러면 일찍 타간 사람들은 문제가 없는데 뒷사람들은 받을 돈이 없어요. 각자가 덜 낸 11만 원만큼의 부족분이 계속 뒤로 가죠. 일반 계모임이라면 이런 구조는 지속불가능할 테니 ‘다단계 사기’나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습니다. (…) 우리는 ‘덜 내는 보험료’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공적연금을 범죄에 빗대는 게 적절하진 않지만, 거기에 담긴 불편한 진실을 부정하기 도 어렵습니다. 다음 세대에 굉장히 불공평한 제도 운영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해요. _57~59쪽,

연금의 위기는 곧 우리 노후의 빙하기를 의미해요. 빙하기에 홀로 멸종하는 공룡이 될 수도, 아니면 집단 전체가 허들링(huddling)하며 혹한을 견뎌내는 펭귄이 될 수도 있겠죠. 분명한 사실은 지금껏 그래왔듯 연금개혁을 뒤로 미룰수록 미래세대는 혹독한 겨울을 맞으리라는 거예요. 후대에 그런 재앙을 안기느냐, 동시대 모든 시민이 조금씩 책임을 분담해서 온기를 가진 겨울을 맞을 것이냐, 지금 여기가 기로입니다. _67~68쪽.

마침내 평균수명 90세, 그러나…
이대로는 지속불가능한 한국인의 노후
2030과 베이비부머 모두에게 추천하는 국민연금수업

2024년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이 90세(남성은 86세)를 넘겼다. 코앞으로 다가온 100세 시대. 예부터 장수는 복이라지만 현대사회에서 안정적 소득 없는 장수는 재앙이다. 대기업·공공기관 등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축에 드는 일자리의 법정정년은 60세. 다시 말해 짧게 잡아도 30년에 달하는 ‘은퇴 이후의 삶’을 온전히 누리느냐, 죽지 못해 근근이 살아가느냐는 노후의 소득보장에 달려 있다.

오늘날 많든 적든 적금·투자 등으로 은퇴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19세 이상 한국인은 열 명 중 일곱, 그 일곱 가운데 다섯 명은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에 가입해 있다. 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은 일할 때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면, 벌던 돈의 40%를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지급받는 제도다(물가 연동, 40년 가입기준). 월 100만 원을 번다면 다달이 9 만 원을 내고, 은퇴 후 40만 원의 연금을 매달 돌려받는 셈이다. 그런데 가입자 입장에서 꽤 수지맞은 계약인, 그래서 대다수 한국인의 노후가 걸린 이 제도의 미래가 요동치고 있다.

내 연금이 못 미더운 30대 기자와
노년에 이른 60대 연금학자의 대화

무려 1000조 원 넘게 쌓아둔 기금이 저출생-고령화의 해일에 떠밀려 2055년이면 모두 바닥난다는 전망에서 시작된 불안은, ‘소득이 있는 18~60세 한국인은 모두 가입자’라는 의무가입 조항이 부당하다는 불만으로, 급기야 다단계사기·폭탄돌리기(‘중장년에게만 남는 장사일 뿐 2030, 특히 1990년대생부터는 본전도 못 찾는다’)라는 폄훼로 이어진다.
이에 한편에서는 기금 고갈은 확정된 현실이 아닌 가정으로 기금운용을 통해 만회할 수 있으며, 설령 고갈되더라도 국가 재정으로 막을 수 있고, 정 못 믿겠다면 ‘국가의 지급 보장’을 법으로 명시하면 그만이라며, 더 나아가 제대로 된 노후보장을 위해 소득의 40%가 아닌 50% 이상을 연금으로 지급하자는 대안(?)으로 성난 여론을 달랜다.

저마다 그럴듯한 불안과 희망, 공포와 낙관이 어지러이 교차하는 가운데 꼬박꼬박 붓고 있는 연금이 못 미더운 30대 기자와 곧 노후를 맞이할 60대 연금학자가 마주앉았다. 은퇴 후 국민연금으로 살아갈 ‘망원동 할머니’를 소망하는 기자 전혜원은 저널리즘 이력의 과반을 노동 현장에서 채워온 12년차 직장인이다. 초등학생 아들이 훗날 국민연금을 주제로 걸어올 질문에 당당히 응답하고픈 연금학자 오건호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복지·연금정책을 담당한 이 나라 최고의 공적연금 전문가다.

진단과 처방

두 사람의 대화는 국민연금과 그에 결부된 한국인의 노후에 관한 불안의 실체를 숨김없이 규명한다. ‘저출생-고령화’라는 메가트렌드와 ‘9%를 내고 40%를 돌려받는 체제’는 공존할 수 없으며, 기금 고갈 이후 미래세대는 월급의 최대 3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국고 투입? 그 세금 역시 미래세대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국가의 지급보장 법제화’라는 철석같은 약속은 비슷한 조항을 갖춘 공무원연금이 그랬듯, 재정불안 앞에선 언제든 사문화될 수 있다. 즉 연금이 끊기진 않겠지만, 얼마를 줄지는 그때의 재정상태에 달렸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미래세대는 현세대의 서너 배에 달할 보험료 부담을 감당할 수 없으며, 한국인의 노후보장 프로그램으로서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지속불가능’하다.

공적연금의 목표는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의 노후보장’이다. 따라서 대안 역시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한 해법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현실화다. 대담에 따르면 현세대가 ‘돌려받을 만큼’에 합당한 보험료율은 20%다. 현재의 9%에 견주면 엄청난 부담이고 불가능한 목표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럽·일본 등 ‘노인을 위한 나라’의 시민들은 다음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그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우리 또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연금개혁 당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바 있다.
한국인의 노후보장 방안으로 곧잘 거론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못한 ‘빈곤노인’의 삶과 무관할뿐더러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재정부담을 가중한다. 이에 대담은 국민연금에만 갇혀 있지 말고 그 너머를 보자고 제안한다. 요컨대 국민연금에 다른 공적연금-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연계한 ‘노후의 재구성’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올려 재정안정을 꾀하되, 실업·출산·병역 등으로 소득활동이 어려운 ‘연금 약자’에 대한 지원(크레딧 제도)을 강화해 이들을 국민연금 제도의 울타리 안으로 편입시킨다.
현행 70%의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지급 대상을 좁히고 혜택은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해 하위계층의 최저소득을 보장한다. 중간계층 이상을 위한 소득보장 방안은 퇴직연금이다. 이름만 연금일 뿐, 조기 퇴사 후 ‘장사 밑천’ 취급되는 이 제도의 중간 해지를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확실한 노후보장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을 허리로 삼아, 하위계층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중상위 이상 계층은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중간계층은 세 연금을 적절히 조합해 노후를 누리자는 것이다. 이른바 ‘공적연금 삼총사’를 활용한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다.

연금에서 진짜 진보란 무엇인가?

오늘날 민주당 등 진보진영 주류의 연금개혁 방안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소득대체율을 올려서 노후를 보장하자’ 또는 ‘더 내고 더 받자’로 요약된다. 얄궂게도 대표적 진보매체 기자와 진보정당의 정책설계자가 만나 도출한 결론은 ‘국민연금 너머’와 ‘더 내고 그대로 받자’이다. 이런 아이러니는, 역설적으로 두 사람의 문답이 관념과 진영이 아니라 현실의 계층과 세대가 갈등하는 현장으로 열려 있음을, 그리하여 연금문제에서 진짜 진보란 무엇인지 말해준다.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이 2030과 베이비부머 모두를 위한 ‘국민연금수업’인 까닭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전혜원

1988년생 《시사IN》 기자. 2013년부터 기자로 일했다. 2017년부터 쓴 노동 기사를 모아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2021)을 냈다. 2024년부터 정치 기사를 쓰고 있다.
2018년 연금 기사에 달린 ‘분노의 댓글’을 분석하면서 연금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의 연금정치 지형은 좀 독특하다. 양쪽 진영이 기초적인 사실에서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공적연금 제도 자체에 회의를 품고 ‘연금해지’를 외치고 있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슈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전달하는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자로서 ‘어렵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현실을 호도하지도 않는’ 연금 기사를 쓰려 노력했다. 그런 기사 쓰기에 많은 영향을 준 취재원이 오건호 박사다. 그의 말을 더 많은 이들에게 ‘번역’해 알릴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 작업에 도전했다.

저자(글) 오건호

1964년생 사회학자. 지식이 세상에 쓰임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학위를 마치고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공공부문·사회복지 분야를 담당했고, 사회공공연구소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금·재정을 연구했다. 2010년 이후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를 만들어 시민복지운동에 나섰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행신2동에서 주민자치회 회장으로 지역사업에도 애쓰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기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하면서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임에도 노동시장 주변부에 혜택이 적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과중한, 세대 내-세대 간 형평성 주제에 주목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사회연대 임금인가》(2006), 《내가 만드는 공적연금》(2016)을 썼다. 국가재정과 복지국가 전반을 주제로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2010),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2012)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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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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