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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속에 호랑이

아침달 시집 12
최정례 지음
낭독자 최정례
아침달

2024년 04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11월 07일 출간

총 시간
1시간 9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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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상품 정보
듣기 가능 오디오
제공 언어 한국어
파일 정보 mp3 (157.00MB)
ISBN 979113576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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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속에 호랑이 총 1회
1회. 01_햇빛 속에 호랑이

69분 157.00MB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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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존재와 부재의 전후가 구별 없이 혼효되는 자리로 들어서는 것임을 이보다 더 넓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수명 시인

최정례 시집 『햇빛 속에 호랑이』(세계사, 1998)가 아침달 출판사에서 복간됐다. 시인의 개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주저이나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최정례의 두 번째 시집을 초판 발행 21년 만에 새 장정으로 만들어 새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시간, 죽음, 노동, 사랑이라는 네 가지 보편적 주제 아래 50여 편의 시를 묶은 본 시집은 시간과 기억 속에서 흐트러지고 휘발되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존재와 부재에 관한 물음들을 던진다. 표제작을 비롯한 많은 시편들을 여성 화자라는 관점을 통해 읽어 내려갈 때, 시집 도처에서 발견되는 부재에 대한 감각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이러한 다시 읽기를 통해 최정례의 시가 선취했던 감각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01_햇빛 속에 호랑이

꽝꽝나무야
꽝꽝나무 어린 가지야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날 여보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어린 가지야
꽝꽝나무야
나에게 물어줄 수 있겠니?
여보, 밥 먹었어?
엄마, 밥 먹었어? 라고
그럼 나 대답할 수 있겠다
꽝꽝나무야
나 밥 먹었다
국에 밥 말아서
김치하고 잘 먹었다
―「밥 먹었느냐고」, 59쪽.

나는 지금 두 손 들고 서 있는 거라
뜨거운 폭탄을 안고 있는 거라

부동자세로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는 거라 빠빳한 수염 털 사이로 노랑 이그르한 빨강 아니 불타는 초록의 호랑이 눈깔을

햇빛은 광광 내리퍼붓고
아스팔트 너무나 고요한 비명 속에서

노려보고 있었던 거라, 증조할머니 비탈밭에서 호랑이를 만나, 결국 집안을 일으킨 건 여자들인 거라, 머리가 지글거리고 돌밭이 지글거리고, 호랑이 눈깔 타들어가다 못해 슬몃 뒤돌아 가버렸던 거라, 그래 전 재산이었던 엇송아지를 지켰고, 할머니 눈물 돌밭에 굴러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그러다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식의 호랑이를 만난 것이라
신호등을 아무리 노려봐도 꽉 막혀서

─ 다리 한 짝 떼어놓으시지
─ 팔도 한 짝 떼어놓으시지

이젠 없다 없다 없다는데도
나는 증조할머니가 아니라 해도

─ 머리통 염통 콩팥 다 내놓으시지
─ 내장도 마저 꺼내놓으시지

저 햇빛 사나워 햇빛 속에 우글우글
아이구 저 호랑이 새끼들
―「햇빛 속에 호랑이」, 60쪽.

한참을 걷다가 집 한 채를 만났습니다 울타리 가득 붉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불타는 거 같앴습니다 울타리 너머로 두 남자가 보였습니다 하나는 아이고 하나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장독대 옆에도 칸난가 다알리아가 붉은 꽃대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꽃을 좀 줄 수 있냐고 했습니다 안 된다 했습니다 두말 않고 돌아서 걸었습니다 갑자기 바람이 한 줄 불더니 나뭇잎들 쏟아지고 벌판이 삽시간에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오래 걸었습니다 아이가 달려오며 부르는 소리 들은 것도 같습니다 꽃을 내미는 것도 같았습니다 받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릅니다 뒤돌아 안 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돌아본 듯도 합니다 그 집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아니 착각인지도 모릅니다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오래전의 꿈입니다 무슨 뜻일까 무슨 뜻일까 수년을 생각했습니다 어디 먼 다른 생의 알 수 없는 끝 장면이 내 몸에 찍혀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후로 길은 길이란 길은 다 멀고 캄캄했습니다
―「끝 장면」, 25쪽.

나와는 무관하게 유령처럼 흘러가는 이미지들

『햇빛 속에 호랑이』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장면 들은 꿈처럼 흐릿하다. 실재하는지 실재하지 않는지, 현실의 것인지 꿈속의 것인지 분간키 어려운 그 이미지들은 주체의 시선을 “조용히 스쳐 지나”가고 “급히도 사라져버린”다.

갑자기 바람이 한 줄 불더니 나뭇잎들 쏟아지고 벌판이 삽시간에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오래 걸었습니다 아이가 달려오며 부르는 소리 들은 것도 같습니다 꽃을 내미는 것도 같았습니다 받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릅니다 뒤돌아 안 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돌아본 듯도 합니다 그 집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아니 착각인지도 모릅니다
―「끝 장면」 부분

“일 분 동안에 십수 년이 흘러”가는 기억의 시간 속에서 이미지는 흐릿한 상태로 삽화처럼 등장한다. 최정례의 시 속에서 이 기억의 이미지는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와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있으며, 나는 그 시간의 한 틈에 놓여 흘러가는 풍경 사이를 스치는 존재로서 등장한다. 이 시집에서 현실과 몽환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설화, 민담과 상상이 뒤섞인 채로 장면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주체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유령처럼 흘러”가는 이러한 이미지들 속에서 독자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당혹감에 관해 해설을 쓴 이수명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실은 우리 또한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르며, 따라서 우리 또한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지금 우리의 눈앞에 놓여 있는 그것들처럼 우리 또한 처소 없이 순간적으로 편재할 뿐이라고 말이다.


흐릿한 생에 구멍 내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도 어디에 있는지 비로소 모르게 된다.”라는 이수명의 말처럼, 시집 곳곳에는 영문도 모르고 삶의 처소에 던져진 화자들이 등장한다. 「약국을 지나다」의 화자는 자신이 “왜 여기를 지나는지/왜 저 붉은 알약들을 바라보았는지/모른다”. 「고기 사러 갔던 길」의 화자는 고기를 사러 나갔다가 엉뚱한 장면들과 조우하며 길을 잃는다. 이러한 ‘삶 속에서 길 잃기’는 꿈이나 죽음과 같은 부재의 편린으로 자주 등장하며 변주된다.
때때로 그 꿈, 혹은 죽음 같은 부재는 자기 존재에 대한 외부의 부정으로도 나타난다. 직접적으로 여성의 노동과 관계하는 두 편의 시는 특히 그렇다. 「밥 먹었느냐고」는 가족 중 아무도 자신에게 밥 먹었느냐고 묻지 않아 꽝꽝나무를 향해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날 여보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라며 “밥 먹었어?” 하고 물어봐주겠냐고 요청하는 시다. 가족의 삶 속에서 그 존재가 축소되고 소외되는 여성의 날것인 목소리라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표제작 「햇빛 속에 호랑이」는 이러한 여성의 희생을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패러디해 그려내고 있다.

부동자세로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는 거라 빠빳한 수염 털 사이로 노랑 이그르한 빨강 아니 불타는 초록의 호랑이 눈깔을

햇빛은 광광 내리퍼붓고
아스팔트 너무나 고요한 비명 속에서

노려보고 있었던 거라, 증조할머니 비탈밭에서 호랑이를 만나, 결국 집안을 일으킨 건 여자들인 거라(…)
―「햇빛 속에 호랑이」 부분

호랑이를 만나 떡으로는 모자라 팔다리를 다 내어줄 정도로 자기를 희생해가며 집안을 일으킨 여자들의 이야기를 강렬한 채도의 이미지로 그려낸 이 시는 어떤 부정으로도 지워지지 않고 계속되는 여성성의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시의 힘은 자기도 모르게 내던져진 흐릿한 생의 한가운데를 찢고 구멍을 낸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정례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 『햇빛 속에 호랑이』 『붉은 밭』 『레바논 감정』 『캥거루는 캥거루이고 나는 나인데』 『개천은 용의 홈타운』이, 번역서로 제임스 테이트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가 있다.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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