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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이 자연스럽게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황의진 지음
반비

2024년 04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09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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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7.56MB)
ISBN 9791192908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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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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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넘어 공동의 경험으로
‘나’를 찍는 여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다

그 어느 때보다 SNS의 영향력이 팽창되어 있는 지금, 인스타그램은 시각 이미지를 통한 과시와 명성의 자본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는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와 파급력을 누리고, 생활용품에서 음식, 여행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지가 선택의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며, 갈수록 과시만을 위한 산업이 발달한다는 뉴스가 호들갑스럽게 전해진다. 그리고 이런 경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의 중심에는 젊은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특별한 날은 과하리만큼 유난스럽게, 특별한 순간이 아닐 때조차 시시때때로 스마트폰을 들고 ‘인스타용’ 셀카를 촬영한다. 일반적인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접근이 어려운 식당이나 호텔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겨 업로드하고, 그렇게 쌓은 인지도를 이용해 거꾸로 수익을 얻으며 과시욕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질타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모습에 도취한, 별난 나르시시스트로 여겨지는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SNS에 올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나’를 찍는 여자들은 정말 나르시시스트일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는 ‘나’를 찍는 동시대 여성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여성과 사진 기술의 관계를 탐색하는 문화비평서이자, 촬영과 재현의 대상에서 주체로 변모한 여성들의 위치를 보다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포착하고자 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젊은 여성’임에도 사진 찍기를 즐기지 않는, 오히려 싫어하는 인류학자 황의진은 또래 여성들이 왜 그렇게 자기자신을 찍는지, 왜 그렇게 SNS에 공을 들여 업로드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토록 보편적 행위라면, 그 이면에는 ‘예쁜 나를 전시하고 싶다’는 개인적 차원의 욕구를 넘어선 동기가 존재하지 않을까. 세간의 편견은 젊은 여성들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하지만, 정작 저자가 만난 이들은 그 사진들을 분명히 ‘내 것’이라고 명명하며 소유 의식을 강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촬영에서 보정, 전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본인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주관적으로 선별하는 이 사진들을 ‘독사진’이나 ‘셀카’와 구별되는 “자기사진”으로 명명하고, 자기사진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자기 모습을 남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끈질기게 묻고 들으며 이들이 ‘좋아서 찍는 사진’ 속에 녹아든 즐거움과 재미, 슬픔,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악용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세심하게 읽어낸다. 동시에 과시 욕구에서 비롯된 산발적이고도 개인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자기사진 찍기가 사회와 기술이라는 거시적 배경과 맞닿는 지점을 추척해나가며 공동의 경험을 가시화해내고, 한국사회의 역사적·문화적 지형도 속에서 이들의 좌표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너무도 흔하기에 오히려 누구도 그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이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충실히 담아낸 이 책은 ‘사진 찍는 젊은 여성들’의 진짜 이야기에 접근할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카메라의 피사체에서 촬영의 주체가 된 여성들
자기사진을 통해 ‘나’의 역사를 쓰다

동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록함과 더불어, 황의진은 사진 기술과 여성들이 맺어온 관계를 통시적으로 톺아보며 ‘사진 찍는 여자들’을 구체적이고 복잡다단한 역사적 맥락 위에 위치시킨다. ‘사진 찍는 여자들’은 2000년대 최신기술과 함께 셀카족으로 처음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 카메라를 자유롭게 다룰 수 없던 시기부터 사진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출발점은 한국인들에게 사진이 익숙한 존재로 막 자리 잡은 1920년대로, 당시 여성들은 모던걸이나 저임금노동자 등 피사체로 렌즈 앞에 세워지며 사진과 첫 관계를 맺었다. 이후 가정용 카메라가 보급되고 여성들도 촬영의 영역에 들어섰지만 기술적인 측면과는 동떨어진 채 일상생활의 촬영을 전담하는 ‘주부 촬영자’의 역할에 머물렀다. 본격 카메라 대중화 시대가 도래한 뒤에도 사진 테크놀로지는 남성이 독점하고 있었으며 2000년대 디지털카메라의 광범위한 보급과 함께 여성을 피사체로 소비하는 경향은 대규모로 확산되었다.

여성들이 셔터의 주도권을 손에 넣을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이들을 ‘아름다운 피사체’로서 폭발적으로 이용할 수단을 제공한 바로 그 기술의 발전이었다. 마침내 여성들은 20·30대를 중심으로 2000년대 전반에 걸쳐 인기를 끈 ‘싸이월드’와 셀카 문화, 핸드폰 카메라의 확산과 함께 부상했고, 이어 스마트폰의 보급은 ‘젊은 여성’이라는 구체적인 성별·연령 집단을 사진 촬영의 가장 적극적인 주체로 분명히 각인시켰다. 늘 휴대할 수 있고 스스로를 촬영하기에 최적화된 본인만의 카메라를 소유함으로써 이들은 매일의 습관처럼 자기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일상의 단면들을 수집한 자기사진 갤러리를 통해 ‘나’의 모습과 인간관계, 추억과 취향으로 구성된 자기만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축해나간다. 이때 여성들은 눈앞에 주어진 상황과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누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 단계부터 빈틈없는 연출의 과정을 거치고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을 활용해 촬영한 사진을 수정하며 ‘나’의 이미지 형성에 깊이 개입한다. 인터뷰에 참여한 촬영자 여성들은 거슬리는 볼살을 보정으로 줄이고, 치아교정을 통해 전보다 자신감이 생긴 얼굴로, 눈앞의 슬픔이나 어려움은 가린 채 프레임 안의 요소를 빈틈없이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간다. “이제껏 일상적인 자기재현에서 배제되어왔던 촬영자 여성들의 자기사진이야말로 개인의 동기와 기술적 조건이 가장 극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인 것이다.


자기만의 사진으로 남을 수 없는 자기사진
그럼에도 ‘나’의 이미지를 온전히 소유하기 위하여

이제 촬영자 여성들은 자기만의 사진을 갖게 되었을까? 저자는 이들이 처한 사회문화적 조건으로 렌즈를 돌리고, 자기사진의 온전한 소유를 가로막는 외부자들의 욕망에 주목한다.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비로소 ‘나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게 한 기술의 발전은 한편으로 누구나 이들의 자기사진을 복제해 유통하고 수집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제 자기사진은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성적 대상화의 매개물’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외부의 타인, 특히 익명의 남성에 의해 쉽게 수집되고 소유된다. 저자가 만난 여성들은 자신의 일상적인 사진이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처럼” 상품화되어 품평의 대상이나 남성 집단의 즐길 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N번방 사건’으로 대표되는, 각종 사진과 영상물을 매개로 한 디지털 성범죄의 흐름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필연적으로 이들은 ‘자연스럽게 예쁜’ 자기사진을 연출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 이상의 치밀함으로 잠재적 위험 요소를 빈틈없이 계산하여 제거해나간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촬영자 여성들은 무엇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줄다리기를 하듯 자기사진을 생산하고 전시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자기사진과 연결된 개인 바깥의 사회적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행위에 내재된 논리를 살핀다. 저자가 만난 여성들이 ‘내 사진’의 촬영과 공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재차 언급되는 것은 ‘타인의 존재’이며, SNS 공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자기연출보다 소통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개인적 차원의 감성이나 욕구뿐 아니라 그들 자신을 촘촘히 둘러싼 현실의 관계망인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현재 가장 많은 자기사진이 결집하는 플랫폼으로, 저마다 돋보였던 자기사진도 이곳의 피드에 진입하는 순간 각각이 일정한 규격에 맞춰 나란히 늘어선 행렬 속 하나의 구성원으로 기능한다.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직업상 체중 관리가 필수적인 경우 술 마시는 사진은 업로드를 피하며, 돋보이되 지나치지 않도록 과시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든 과정은 자기사진 촬영과 전시가 단순히 개인적 욕구를 반영한 산발적 행위가 아니라 복잡한 사회문
들어가며
1장 ‘나’를 찍는 여자들은 나르시시스트인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를 가장 즐기는 집단
자기사진을 향하는 여러 시선들
촬영자 여성, 기술의 주변부에서 촬영의 주체가 되다
2장 피사체에서 일상의 촬영자까지
도시 여성, 사진의 피사체가 되다
가정용 카메라를 쥔 주부 촬영자
카메라 대중화 시대의 풍경
디지털 사진의 시대와 ‘○○녀’의 등장
3장 예쁘게,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나’를 찍기
내 카메라를 소유하다
‘감성’의 순간, 자기사진을 찍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예쁘고 기쁘고 즐겁게
4장 자기사진의 안전과 공포
자기 경험의 대체 불가능한 증거물
“여성의 몸은 재화다”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자기사진
5장 그럼에도 ‘나’를 찍는 이유
인스타그램, 소통과 자기표현이 결합하는 곳
자기사진으로 소통하기
돋보이지만 평범하게
인스타그램과 불화하는 자기사진의 모순
‘내 사진’을 온전히 소유하고 통제한다는 것
나가며

참고문헌

‘내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사진, 사진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런 관계를 잇는 고리로서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해서 뻗어나갔다. 사진을 찍기 싫어한다는 점에서 나는 그들에게 낯선 존재였다. 사진 잘 찍는 법과 고르는 요령을 이들에게 처음부터 배워가면서 언제부턴가 나는 왜 사진을 찍지 않을까 도리어 자문하기에 이르렀다. 나와 같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청하고 그들의 언어와 관점을 거쳐 다시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보는 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는 현실 속에서 같은 고민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달았다.(6쪽)

그럼에도 이 책은 ‘자연스럽게 예쁜’ 자기촬영의 전형에 집중한다. 사진 찍는 여성들의 다양한 면모를 지워버리기 위함이 아니라, ‘예쁜 연출’이 여성들의 촬영에서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여성들 대부분은 그러한 전형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의 일상적 촬영과 자기전시를 자기대상화라고 손쉽게 비판하거나, ‘그럼에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고 그들을 대신하여 변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책은 내가 가장 궁금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진 찍는 여성들의 시선에서 출발한다.(9쪽)

여성들은 ‘내 사진’의 촬영에서 보정, 전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본인의 관점에서 관리하며 주관적으로 사진을 선별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이 책에서는 타인의 도움을 얻는 경우까지 포함해서 여성들이 자신을 촬영한 결과물을 ‘자기사진’이라 부르고자 한다. 사진에 대한 ‘나’만의 소유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표현 “내 사진”은 1인칭의 입장을 강조한다. 자기사진은 독사진이나 셀카보다도 ‘내 것’의 정체성과 의미를 훨씬 강하게 반영하며 인간관계와 기호를 오직 ‘나’의 관점을 통해 프레임 안에 담아낸다.(11쪽)

사진은 촬영자이자 피사체인 젊은 여성들이 온전히 개인적인 의도를 담아 꾸미는 연출의 창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사진은 ‘나’의 역사적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부분적인 조각이자,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게 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생산되는 것이다. 이로써 촬영자 여성들은 자기사진을 매개로 ‘나’와 ‘우리’를 발견해나간다.(28~29쪽)

나는 한국사회에서 젊은 여성이 사진 매체를 통해 어떻게 재현되어왔으며 카메라를 다루는 주체로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위치를 부여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최근의 자기사진 문화는 그러한 토대 위에서야 비로소 규명될 수 있다. 이것은 이제껏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일상의 촬영 문화를 젊은 여성의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자기사진은 한국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이 자기만의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된 이후로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재현하는지 드러내는 단서이다.(31쪽)

200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초기의 SNS 플랫폼,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서비스를 통해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니홈피의 사진첩은 오로지 나만이 열람할 수 있는 폐쇄된 사적 공간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그보다 사진을 매개로 지인과 교류하며 친밀함을 유지하고 때로는 낯선 타인의 시선을 끄는 장場에 가까웠다. 이처럼 일상적인 사진은 인간관계의 형성과 유지에 깊게 개입하며, 최근 적극적으로 자기사진을 촬영하는 젊은 여성들의 실천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위한 소통의 의미도 띤다.(48쪽)

여성들은 ‘예쁘게’ 자신의 모습을 담지만 너무 튀지는 않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되 그러한 노출이 지나치지 않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모순적인 태도를 취한다. 나는 촬영자 여성들이 ‘좋아서 찍는’ 사진 속에 녹아든 즐거움과 재미, 슬픔, 그리고 공포를 읽어냈다.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자임하지 않는 여성들이 자기사진을 통해 ‘내 몸의 이미지’에 대한 소유권을 자각하고 주장하는 과정을 추적하고자 했다.(49쪽)

카페 웨이트리스, 여성 전화교환수와 공장노동자, 버스걸은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일했다. 직접 돈을 버는 직업인이 되었음에도 그 생활은 너무나 고달팠으며 적은 월급조차 마음대로 쓴다면 사치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곤 했다. 「여자직업탐방기」에 실린 사진은 기사 내용이 충분히 담지 못하는 1920년대 여성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기자는 여성 직업인의 ‘꽃 같은’ 모습을 거듭 강조하는 데 그치지만, 사진에서는 정숙함이나 에로틱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생활인의 면모가 드러난다.(66쪽)

가정용 카메라가 등장한 이후에도 여성의 촬영은 ‘주부 촬영자’와 같은 성별화된 정체성을 통해 좁게 규정되었다. 가정용 카메라 담론이 만들어낸 평면적인 여성상들, 즉 가정의 보조 촬영자인 주부와 ‘아름다운 피사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망이 자리 잡을 곳은 없었다.(77쪽)

1990년대의 ‘개성시대’를 향유하며 젊은 여성들은 카메라가 지닌 ‘자유’와 ‘위험’의 가능성을 동시에 접한다. 이는 이후 카메라를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다루는 태도와 감각에 큰 영향을 끼친다. 거리나 건물 내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용 카메라와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디지털카메라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지만, 여성들은 상이한 종류의 렌즈들을 일상에서 함께 경험하면서 복합적인 감각을 터득해냈다. 미처 깨닫지 못한 새 자신의 신체가 촬영될 가능성을 감지하게 된 것이다. (91쪽)

촬영자 여성들은 카메라폰을 구입하거나 친구의 카메라폰을 빌려 쓰면서 자기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김혜연이나 이현지는 개인 카메라를 갖게 되면서 일상적 촬영을 즐기게 되었다고 기억한다. 촬영이 일종의 놀이나 습관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이처럼 ‘내 카메라’의 소유가 중요한 기점으로 작용했다. 이때 촬영자 여성들의 손에 들어온 개인 카메라가 촬영 기능이 있는 통신기기였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 이보다 나중에는 카메라와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폰이 이들에게 최초의 ‘내 카메라’가 되어주었다.(99쪽)

지금 이 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지금의 나 역시 그렇다. 스물네 살의 나와 스물다섯 살의 나는 서로 다르고 그 이후의 나도 마찬가지다. 김혜연에게 ‘내 사진’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나’를 시시때때로 촬영해 남기고 싶다는 욕망의 결과물이다. 자기사진을 촬영함으로써 ‘나’는 특별한 존재로 남는다.(102쪽)

자기사진에 붙는 ‘내 것’이라는 인정은 단순히 내가 직접 촬영했다거나 스스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는 의미뿐이 아니다. 어떤 사진이 ‘내 것’이라는 인증은 촬영·보정·공유·전시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 사진에 유동적으로 부여되며 때로는 철회되곤 한다. 또한 디지털 이미지 형태의 자기사진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와 온라인 공간을 출현케 한 기술적 배경을 깊게 반영한다. 이제껏 일상적인 자기재현에서 배제되어왔던 촬영자 여성들의 자기사진이야말로 개인의 동기와 기술적 조건이 가장 극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이다.(111쪽)

‘자연스러운 예쁨’은 자기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미적 조건이다. 촬영자 여성들은 ‘자연스러움’을 상당히 넓은 의미로 쓴다. 어떤 느낌으로 사진을 찍고 싶느냐고 묻자 촬영자 여성들은 모두 ‘자연스러운 사진’을 강조했다. 촬영자 여성들은 얼굴과 몸에 대한 보정의 적절함을 가늠할 때뿐 아니라 사진의 좋고 나쁨을 이야기할 때(“자연스러운 사진이 잘 나온 사진이죠.”), 또는 촬영할 만한 순간과 공간을 포착할 때 자연스러움을 고려한다. 자기사진과 관련한 자연스러움은 좋음, 또는 만족스러움에 해당하는 가치로 통한다.(136~137쪽)

자기사진이 애초에 촬영자의 결점을 제거하고자 하는 계산에 맞게 촬영되고 보정된 이미지임을 감안하면 촘촘한 선별 작업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선별을 거쳐 주인공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은 남고 그렇지 않은 요소는 세밀하게 제거된다. 주인공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가족 관계 또한 숨길 수 있다. 자기사진은 촬영자 여성의 기호에 맞게 조정된 인간관계를 담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기사진의 갤러리는 가정용 카메라로 남긴 아날로그식 앨범과 구분된다. 자기사진은 철저히 촬영자 여성의 관점에 맞춘 세계를 보여준다. 무수한 자기사진들은 ‘나’ 중심의 서사로 재구성되며, 촬영자 여성들은 비로소 무결점의 역사를 지닌 개인이 된다.(160~161쪽)

사진과 카메라가 자신을 향한 범죄의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들에게 깊이 각인된다. 그런 이유로 사진에 대한 여성의 감각은 복잡한 층위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촬영자 여성들이 자기사진의 중요한 조건으로 본인의 승인과 인정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자연히 여성들의 자기사진 촬영은 잠재적인 위험을 여러 각도에서 계산하여 제거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여성들은 경험적으로 검열 기준을 만들고 사진 촬영에서 업로드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에 꼼꼼히 적용한다.(170쪽)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의 공유는 단순히 소식을 전하거나 안부를 묻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스타그램 내부에서 통용되는 분위기와 규칙에 맞춰 수행하는 ‘소통’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는 인스타그램식 소통의 규칙과 접합된다. 즉 나의 모습을 적절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스스로를 ‘인스타 여신’이나 활발한 유저와는 구분하면서 ‘자기과시’가 아닌 소통에 중점을 두는 평범한 유저로 자임하는 것이다.(216쪽)

젊은 여성들은 인스타그램의 모순적인 구조적 환경을 경험하면서 자기사진에 대한 소유권을 체득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히 SNS 플랫폼과 단절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말하자면 인스타그램 내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타인에 의해 자유롭게 수집될 수 있는 자기사진의 통제권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요구이다.(238쪽)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촬영자 여성들이 ‘내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계속해서 타인의 존재를 끄집어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의 감성이나 욕구뿐 아니라 주변의 관계들로 인해 ‘자기사진 촬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촬영자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 그리고 기술과 함께 독특한 촬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속에서 자기 자랑과 관계 맺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한편, 불쾌하게도 자기 이미지를 ‘수집당하는’ 상황에 그때마다의 전략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능동적인 실천’이나 ‘수동적인 재생산’의 이분법으로 갈라 볼 수 없다.(246쪽)

왜 자기사진을 찍는지를 질문하며 촬영자 여성들을 만나기 시작했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나는 왜 자기사진을 찍지 않는지를 거꾸로 묻게 되었다. 아마 내 이미지를 두고 피로한 ‘소유 경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촬영의 세계’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번 들어간 뒤로는 다른 행위자들과의 줄다리기에 용기를 갖고 임해야 한다. 어떤 모습의 사진을 찍든 촬영자 여성들이 그러한 관계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하길 나는 바란다.(247~248쪽)

작가정보

저자(글) 황의진

여성과 기술, 환경의 상호관계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일에 큰 흥미를 느껴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SNS에 공유하는 현상에 주목해 여성과 사진 기술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지금은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인식과 관련 시설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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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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