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살인사건
2024년 0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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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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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은 개인주의와 배금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생생한 모습과,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채우는 사이비 종교 단체 지도자와 경찰 사이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사회파 미스터리다.
2. 화염의 십자가
3. 제4의 비극
4. 추적
5. 사도들
6. 협박
7. 북녘 들판
8. 지옥의 낙원
옮긴이의 말
첫 문장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에 눈을 뜬 가메이는 오늘이 일요일이라 가족들과 함께하기로 약속한 것을 떠올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기미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수히 많은 나비가 봄볕을 받아 날개를 반짝이며 날아다녔다.
콘크리트 포장도로 위로 아이들에게 짓밟힌 나비 사체도 점점 늘어났다. p14
“아줌마. 거기 떨어진 풍선 좀 주워 주세요.”
땅에 떨어진 풍선이라도 주면 동생이 울음을 그칠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여자가 대답이 없어서 소년은 여자 쪽으로 가 그녀의 얼굴 근처에 떨어진 고무풍선을 직접 집어 들었다.
그때 소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이 아줌마, 잠든 게 아니야.’
소년은 그렇게 직감했다. p31~32
다음 주 일요일, 우리 동지가 항의하기 위해 분신자살을 할 것이다. p36
소화액이 불길을 에워쌌다. 3초, 4초. 새빨갛게 타오르던 불길이 점점 작아지고 약해지더니 몇 분 후 검은 연기만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안자이는 소화기를 내던지고 서서히 투수 마운드로 다가갔다.
바람이 검은 연기를 날렸다.
그러자 눈앞에 까맣게 그을린 남자의 시신이 나타나 털썩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 p78
도쓰가와는 그런 집단의 지도자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봤다.
그들처럼 젊은 사람일까. 아니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일까. 젊은 사람 같기도, 지식이 풍부한 노인 같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교주다운 매력과 힘을 가진 게 틀림없다. 자신을 그리스도의 재림이라 믿고, 집단 구성원들에게도 그런 믿음을 주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목적이 대체 뭘까.’ p98
“저도 언젠가는 그들을 뒤따를 생각입니다.”
“자네도 죽을 작정이야?”
“여러분은 저희를 멈출 수 없고 멈출 권리도 없습니다.”
격앙된 말투였다. p156
“노미야마와 고바야시는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겠다고 했네.”
“왕국을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뜻일까요?”
“그들이 어떤 왕국을 그리는지는 몰라도 그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겠지.”
도쓰가와는 잠기운이 가신 얼굴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곧 아침이 밝을 시간이다. 과연 오늘 다섯 번째 자살 사건이 일어날까. p221
“여러분은 이곳에서 뭘 하는 겁니까?”
도쓰가와는 청년을 따라 걸으면서 물었다.
“하나님의 왕국을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지요.”
청년이 대답했다.
“그런 이유로 여러분의 동료들이 차례차례 목숨을 끊고 있는 겁니까?”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건 훌륭한 일이에요.”
청년이 도쓰가와를 보며 단호히 말했다.
“그럼 당신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네. 그러고 싶습니다.”
“실제로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아버지는 이곳에 계십니다.”
청년은 도쓰가와의 마지막 질문을 무시하고 ‘아버지의 방’ 문을 가리켰다. p311
‘죽음의 가치?’
도쓰가와는 벽에 기대어 노미야마를 바라봤다.
‘이곳에서는 삶의 가치가 아닌 죽음의 가치를 가르치는 건가?’ p322
보트에 아무도 타지 않은 줄 알았는데, 배 밑바닥에서 웬 젊은 남녀가 베개를 깔고 누운 것처럼 편하게 누워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 이 아니다. 두 사람 주변에는 붉은 남국의 꽃이 가득 뒤덮여 있었다. 수십, 아니 수백 송이의 꽃이다. 얼굴을 가까이하니 강렬한 향기에 취해 버릴 것 같았다.
꽃 속에 파묻힌 두 남녀는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뺨을 톡톡 두드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죽었나?’ p373
소녀가 이곳에서 뭘 기다리고 있는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실현될 수 없는 기적을 계속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소녀에게는 아직 이번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번 사건이 소녀에게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광경이었다. p462
1. 이 책에 대하여
‘현대의 광기’를 다이내믹하게 그려낸 거장의 역작 장편 미스터리!
『묵시록 살인사건』은 1980년 처음 발표된 작품으로 ‘니시무라 교타로’가 데뷔 초기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1970년대 후반 철도 소재 미스터리가 성공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사회파 미스터리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인기 등장인물인 도쓰가와 경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당시 일본 사회에 깔린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그늘 아래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생생한 모습, 그런 그들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채우는 사이비 종교 단체 지도자와 경찰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작품, 『묵시록 살인사건』을 내놓았다.
『묵시록 살인사건』의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일요일, 긴자의 거리에 나비 떼가 날아든다. 나비가 처음 나타난 곳에서는 성경 구절을 새긴 팔찌를 찬 청년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후 예고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도쓰가와 경부가 이끄는 수사본부는 당황하고 만다. 계속 이어지는 청년 신도들의 자살. 그들 뒤에 존재하는 어둠의 집단. 그곳의 지도자는 과연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정녕 죽음을 바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묵시록 살인사건』만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만 살펴보자면 첫째, 하늘을 뒤덮는 나비 떼와 풍선의 출현처럼 독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설정, 둘째, 일본 국내외를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 셋째, 하나하나 찬찬히 쌓아 올리는 듯한 정중한 전개, 넷째, 뛰어난 가독성으로 좀처럼 책장을 멈출 수 없는 것이 특징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작품 출간 4년 후 일본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을 일으킨 사이비 종교 단체 ‘옴 진리교’가 일본에서 결성됐다는 점을 통해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작가의 사회적 혜안 역시 엿볼 수 있다. 물론 출간된 지 오래된 작품답게 작품 속 세세한 장치나 설정이 다소 고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의성이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은 결코 80년대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낙관과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방황한다. 이들의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려는 집단이 여전히 있을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경고하는 듯한 작가의 메시지를 오늘날에도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결코 현란하지 않지만 그만큼 담백하고 정중한 이야기의 묘미를 맛보시기를.
“반대로 묻겠습니다만,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겁니까?”
클래식 미스터리의 레전드! ‘니시무라 교타로’는 193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립 전기공업학교를 졸업 후 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퇴직 후 사립탐정,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현상 공모에 도전한 끝에 1963년 단편 『일그러진 아침』으로 제2회 올읽기물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고 1965년 『천사의 상흔』으로 제1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지위를 확립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질 낮은 사회파 소설이 난립함으로써 일본에서 사회파 미스터리를 위시한 추리소설 붐이 차차 가라앉는 시기였던 1960년 중반에 어렵게 데뷔했다. 이렇듯 초반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이후 논리를 중시한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요소를 훌륭하게 융합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하며 70년대부터 서서히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렇게 작가로의 입지를 확보한 후, ‘니시무라 교타로’는 2021년까지 출간 작품 수 약 700편, 누적 발행 부수 2억 부가 넘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중의 거장이다. 그는 1961년 단편 『검은 기억』으로 데뷔 후 2022년 3월 92세로 별세하기 전까지 백 엔짜리 볼펜으로 특별 주문한 400자 원고지를 하루에 20장씩 쓰며 정력적으로 집필 활동을 계속했던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식상할 정도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리빙 레전드’라 부를수 있다.
실제로 ‘아야츠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수많은 유명 중견 미스터리 작가들이 ‘니시무라 교타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으며, 특히 1978년작 『침대특급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하는 그의 ‘트래블 미스터리’ 시리즈는 향수를 자극하는 일본 명소들을 아름답게 묘사할 뿐 아니라 열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참신한 트릭을 선보였다.
이러한 작가는 2017년 출간한 작품이 600편이 넘을 시점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출간해 도쿄의 대형 전파탑인 스카이트리의 높이(634미터)를 넘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2021년 출간 작품 수 680편을 넘기며 작가의 목표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2019년에는 대표작인 ‘도쓰가와 경부 시리즈’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고상’을 수상하며 또다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니시무라 교타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0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마음은 신인과 같다. 집필 속도가 늦어지면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 든다. 앞으로도 펜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
집필을 향한 ‘니시무라 교타로’의 포부가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는 없게 된 것이 애석하지만, 이미 680편이 넘는 작품이 선물처럼 남아 있다. 그중 옥석 같은 작품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께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주시기를 바란다.
작가정보
(西村 京太郞)(1930.9.6.~2022.3.3.)
철도를 무대로 한 트래블 미스터리로 판매 부수 2억 부를 기록한 일본의 국민 작가. 193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립 전기공업학교를 졸업한 후 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퇴직 후 사립탐정,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현상 공모에 도전한 끝에 1963년 단편 『일그러진 아침』으로 제2회 올읽기물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했다. 1965년 『천사의 상흔』으로 제1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지위를 확립했다. 초기에는 사회파 미스터리, 스파이, 밀실 등 다채로운 작품을 발표하다가 1978년 『침대특급 살인사건』을 선보이며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04년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의 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8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묵시록 살인사건』은 개인주의와 배금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생생한 모습과,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채우는 사이비 종교 단체 지도자와 경찰 사이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사회파 미스터리다. 다른 작품으로는 『살인의 쌍곡선』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종착역 살인사건』 등이 있다.
아사히신문 장학생으로 유학, 학업을 마친 뒤에도 일본에 남아 게임 기획자,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귀국 후에는 여러 분야의 재미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오사키 유고의 『체육관의 살인』 시리즈를 비롯해 니시무라 교타로의 『살인의 쌍곡선』, 우타노 쇼고의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아키요시 리카코의 『성모』, 미쓰다 신조의 『붉은 눈』, 시즈쿠이 슈스케의 『범인에게 고한다』『염원』, 오츠이치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이노우에 마기의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테미스의 검』 『은수의 레퀴엠』 『악덕의 윤무곡』, 오승호(고 가쓰히로)의 『도덕의 시간』 『스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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