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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명경

키아츠 기독교 영성 선집 32
최병헌 지음 | 박종천 옮김
KIATS(키아츠)

2024년 04월 09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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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037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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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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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명경(聖山明鏡)』은 한국 감리교회 초기 목사인 최병헌(崔炳憲,1858-1927)이 전통 동양종교를 신봉하던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도하기 위해 저술한 작품으로 기독교, 유교, 불교, 도교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성산(聖山)의 영대(靈臺)에 모여 토론하다가 기독교를 수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최병헌은 한국사회에 이미 토착화되어 있던 전통 동양종교들과 토론과 대화를 통해 기독교로 개종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특히 전통 동양종교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기반으로 삼아 토착화와 종교다원주의라는 신학적 과제를 비교 종교론과 기독교 변증론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현대 한국 신학의 선구적인 업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2010년 출간한 「한국 기독교 고전 시리즈」 『성산명경』(한글, 영어, 원본 포함/182*257mm)의 보급판으로 한글 부분만 뽑아 읽기 편한 사륙판 128*188mm)으로 새롭게 제작했다.
서문 / 6
머리말 / 14
본문 / 25
최병헌 연보 / 128
참고문헌 / 129

천륜이라 함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성체와 신성하신 성품을 말씀함이라. 하나님께서는 온전히 능하시고 지극히 거룩하시며, 무소부지(無所不知, 모르는 것이 없음)하시고 무소부재(無所不在, 하나님의 적극적 품성의 하나로 그 존재와 섭리가 모든 피조물 속에 미치고 있음)하시며, 독일무이(獨一無二, 오직 하나뿐이고 둘도 없음)하시고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음)하시사 천상천하에 못하실 일이 없으시며, 사람의 생전사후와 만물의 흥망성쇠를 다 주관하시나니 성덕(聖德)과 공의(公義)와 인애(仁愛)와 자비(慈悲)와 진리(眞理)가 계시고, 전능 중에 성기(聖氣, 성스러운 기운)와 무시종(無始終, 시작과 끝이 없음)과 유일(惟一, 오직 하나밖에 없음)과 편재(遍在, 두루 퍼져 있음)와 불역(不易, 바꾸어 고칠 수 없음)이 계신지라.
그 위(位)를 말씀할진대 셋이 있으니 성부와 성자와 성신이시요, 그 체(体)를 말씀할진대 하나이시니 독일무이하신 하나님이시라. 성부께서는 천지와 바다와 그 가운데 만유에 물건을 창조하신 이시요, 성자께서는 이 세상에 강생하사 무한한 고초를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사 흘리신 피로 만국 만민의 죄를 대속하신 미새아(彌賽亞, 메시아의 음역어)시요, 성신께서는 이 세상에 오사 악한 사람의 마음을 감화하여 선하게 하시며 어두운 자의 마음을 밝게 하시고 어리석은 자의 성정을 지혜롭게 하시는 보혜사(保惠師)시라.
성자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사 장사한지 제 3일만에 다시 일어나사 40일 동안을 제자에게 전도하신 후에 승천하사 하나님 우편에 앉아계시다가 이 세상 말일(末日)에 무수한 천사를 거느리시고 재림하사 만국 만민의 선악을 심판하시되, 약한 자는 지옥 불멸지화(不滅之火,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불)에 던지시고 선한 자는 천당 낙원으로 보내사 무궁한 쾌락을 받게 하실지라. 이것이 이른바 천륜이니, 곧 하나님의 거룩하신 교회라. 사람이 세상에 날 때에 영혼을 하나님께 받았으니 하나님은 곧 우리의 큰아버지시라. 사람이 부정모혈(父精母血, 아버지의 정수(精髓)와 어머니의 피라는 뜻으로, 자식은 부모의 뼈와 피를 물려받음을 이르는 말)로 포태(胞胎, 임신)가 되어야 아이가 나거니와 그 영혼인즉 육신의 부모가 능히 마다하지 못하는 것이요, 반드시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며 정작 참 사람은 무형무상(無形無狀, 아무런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한 영혼이니 당초에 사람도 천륜으로 난 것이거늘 하나님을 경배하지 않음으로 천륜을 모른다 하나이다.

『성산명경』의 출판과 판본
『성산명경』은 감리교 계통에서 발간한 한국 최초의 신학잡지인 「신학월보」에 1907년 제5권 제1호부터 제5권 4·5호까지 총 4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셩산유람긔」 원고를 증보하여 출간한 단행본이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 존스(George H. Jones)가 교열을 맡았다. 본래 「셩산유람긔」는 『증뎡 셩산명경』의 총 76쪽 가운데 31쪽까지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성산명경』의 초판은 1909년 3월 20일 정동황화서재(貞洞皇華書齋)에서 발행하고 대동광지사(大同廣智社)에서 인쇄했으며, 재판은 1911년 8월 3일 동양서원(東洋書院)에서 발행하고 조선인쇄소(朝鮮印刷所)에서 인쇄했다. 3판은 1912년에 조선야소교서회(朝鮮耶蘇敎書會)에서 출판되었다. 본서에서는 총 80쪽 분량의 재판을 저본으로 영인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을 달았다. 이 책은 가로 15cm, 세로 22cm 크기이다.

『성산명경』의 저술 목적
『성산명경』은 최병헌이 유교, 불교, 도교 등 전통 동양종교를 신봉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도하기 위해 저술한 작품이다. 책 말미에 최병헌이 쓴 발문(跋文)격의 글을 보면, “유교의 존심양성(存心養性)하는 윤상지리(倫常之理)와 석가의 명심견성(明心見性)하는 공공(空空)한 법과 선가(仙家)의 수심연성(修心煉性)하는 현현(玄玄)한 술법을 심형(心衡)으로 저울질”하다가 기독교인이 된 뒤, 신약성경을 읽으면서 “성신의 능력을 얻어 유도와 선도와 불도 중 고명한 선비들에게 전도하여 믿는 무리를 많이 얻을까 생각하다가” 꿈 속에서 성산(聖山)의 영대(靈臺)에 이르러 네 사람이 토론하는 모습을 기록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이 꿈을 통해 유불선(儒佛仙) 삼도(三道)에서 공부하던 사람이라도 성신이 인도하여 토론을 통해 마음이 교통하고 기독교 개종이 가능함을 역설했다.
최병헌은 유교, 불교, 도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근거로 그들의 핵심 교리를 심성론(心性論)의 차원에서 각각 존심양성, 명심견성, 수심연성으로 요약하였으며, 전체적인 특징을 윤상지리, 공공한 법, 현현한 술법으로 표현하는 등 전통적인 동양종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이해를 선보였다. 그리하여 한국사회에 이미 토착화되어 있던 유교, 불교, 도교 등의 전통 동양종교들과 토론과 대화를 통해 기독교로 개종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이는 선교사들의 일방적인 전도방식과도 다르고 종교다원주의자들처럼 기독교를 상대화시키는 방식과도 다른 것이다.

『성산명경』의 내용과 특징
『성산명경』은 창조론, 인간론, 구원론, 인식론, 종말론, 윤리론 등을 주제로 기독교, 유교, 불교, 도교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성산의 영대에 모여서 토론하는 형식의 글이다. 여기서 “성산은 곧 믿는 자의 몸이요, 영대는 곧 믿는 자의 마음”이다. 성산의 영대에서 토론을 하는 설정은 심신의 수행을 중시하는 전통 동양종교인 유불선의 핵심적 교리들을 기독교와 비교하면서 본격적인 이성적 토론을 진행하고, 그 과정 중에 한 인간의 몸과 마음이 ‘성신의 인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종하는 체험의 경로를 보여줌으로써 개종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대화와 토론을 통한 논리적 설득이 성신의 인도에 따라 개종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그가 객관적인 종교학 혹은 철학적 비교가 아니라 종교적 개종을 위한 변증신학을 전개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성산명경』은 총 4회로 나뉘어진 이야기를 ‘시왈(詩曰)’로 표현되는 7언절구 형식의 한시(漢詩)로 시작한다. 1회는 각각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를 대표하는 진도(眞道), 원각(圓覺), 백운(白雲), 신천옹(信天翁)이 성산의 영대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다시 만나 본격적인 토론을 하기로 약속한 뒤 헤어지는 대목이다. 2회는 창조론과 인간론, 윤리론 등을 주제로 한 진도와 신천옹의 토론으로 시작하여 물륜(物倫)과 인륜(人倫)을 중심으로 한 원각과 신천옹의 토론으로 전개된다. 신관과 인간관을 중심으로 진도에게 기독교가 유교보다 우월함을 역설하던 신천옹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논의를 통해 원각에게 불교의 문제점을 논파했다. 3-4회는 물륜과 인륜에 이어 천륜(天倫)의 측면에서 불교의 문제점을 설파한 신천옹이 이어서 백운에게 신선설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기독교의 영육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영혼의 능력을 논하면서 영재(靈才)로서 각(覺), 오(悟), 억(憶), 사(思), 상(像) 등을 논하고, 심재(心才)로 욕심(慾心), 인정(人情), 호오(好惡), 시비(是非)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백운을 설득하였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결국 백운, 원각, 진도 순으로 개종을 결정한다.
『성산명경』은 성산이라는 비현실적이고 상징적 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작자가 꿈에서 목격한 사실을 스스로 해몽하는 방식으로 기술한 작품으로서, 당시 개화기문학으로 유행했던 토론체소설의 양식과 몽유록(夢遊錄)의 특징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인물의 성격에 따른 사건의 전개나 갈등이 없고, 대화 위주로 진행된다. 토론체 형식은 새로운 문명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종교로 기존 종교전통을 비판하는 개혁적 발상을 담기에 적합한 방식이었으며, 몽유록적 특징은 종교적 내용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형식으로 수용되었다. 토론 양식이 종교간 비교와 변증을 위한 체계와 논리를 갖추기 위한 통로였다면, 몽유록적 형식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 교리의 형이상학적 내용을 감성적으로 수용하도록 신비적 연출을 하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형식적 특징은 서양의 낯선 종교인 기독교를 거부감 없이 토착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최병헌은 전통 동양종교 중에서도 유교를 가장 큰 비중으로 다루었다. 최병헌은 유교 지식인이었다가 개종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유교의 진면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지배층이었던 양반계급의 종교가 유교였기 때문에 유교에 대해 특별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작품에 한시를 사용한 것도 한문을 사용하는 유교 지식인들과 양반계급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기 위한 배려였다.
『성산명경』에서 인물들의 등장순서는 진도, 원각, 백운, 신천옹 순이고, 토론의 순서는 진도-신천옹, 원각-신천옹, 백운-신천옹이지만, 개종의 순서는 백운, 원각, 진도 순이다. 인물들의 등장순서와 토론순서는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가 한국종교에 수용된 순서와 당시의 종교문화적 영향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개종의 순서는 그것과 반대의 순서다.
백운은 육체와 영혼의 이원적 구조와 영혼불멸설을 통해 도교의 불로장생설과 신선불사설을 비판하는 신천옹의 설명을 들으면서 선가의 허망함을 깨닫고 기독교로 개종할 것을 제일 먼저 결심했고, 원각은 인간의 윤리를 저버리는 점, 윤회와 업보의 논리가 지닌 문제점, 창조설의 부재, 출가로 인한 반사회성 등에 대한 신천옹의 비판을 듣고 백운의 개종 결심을 지켜본 뒤 따라서 기독교로 개종할 것을 서원했다. 그러나 유교를 대표하는 진도는 가장 마지막까지 완고하게 개종을 거부하다가 종교적 교리에 의한 설복이 아니라 ‘일등문명국’의 종교적 기반으로서 기독교가 지닌 가치가 ‘치국평천하의 도리와 정치학술’상 유교가 지닌 유용성보다 우월함을 인정하면서 개종하게 된다.
최병헌은 한국의 전통적인 동양종교인 유교, 불교, 도교에 속하는 사람들이 종교 간의 비교와 변증의 합리적 토론을 통해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기독교 수용의 설득력을 강화시키는 한편, 개종의 결실을 ‘성신의 도우심’으로 설명함으로써 합리적 이성과 종교적 신앙의 적절한 조화를 도모했다.

『성산명경』의 의의
『성산명경』은 일제의 강압적인 지배 아래 있던 한국인들이 전통 동양종교와의 비교를 통해 기독교를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기반을 다졌던 포괄적 성취론의 기독교변증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 유교 지식인이었던 저자는 기독교로 개종한 뒤 전통 동양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근거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타종교와의 비교를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독교가 지닌 외래성을 불식시키고 한국인이 기독교를 보편적 진리를 지닌 종교로 한국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지성적 기반을 제공했다.
한국종교사의 맥락에서 보면, 조선이 저물어가는 시기에 타종교와 기독교를 비교한 최병헌의 변증작업은 조선 초기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이 불교와 도교와의 비교를 통해 유교사상의 우월성을 논증했던 『불씨잡변(佛氏雜辨)』과 『심기리편(心氣理篇)』에 견줄 만하다.
『성산명경』은 유교를 중심으로 불교와 도교 등의 동양종교전통의 기반이 강했던 20세기초 한국에서 동양종교와 기독교의 사상적 비교를 감행함으로써 합리적 토론과 대화를 통해 지성적 선교 혹은 점진적 개종을 체험하고 지향했던 한국 기독교의 지성적 흐름을 잘 보여준다. 특히 전통 동양종교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기반으로 삼아 토착화와 종교다원주의라는 신학적 과제를 비교종교론과 기독교 변증론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현대 한국신학의 선구적인 업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병헌

(崔炳憲,1858-1927)
한국 감리교회의 초기 목사이자 최초의 신학자. 1858년 1월 16일 충청북도 제천의 가난한 선비 집안에서 출생했다. 1888년 과거시험에 응시하였으나 당시 부패한 상류층의 전횡으로 낙방했다. 1880년 중국 상해(上海)에서 친구가 가져온 『영환지략(瀛環志略)』을 읽으면서 발달한 서양 문물에 눈을 떴다. 1888년 정동의 서양 선교사 숙소에서 아펜젤러(Henry G. Appenzeller, 1858-1902)를 만나 한문 성서를 얻어 성서연구를 시작하여 1892년에 세례를 받고 전도인으로 활약했다. 1894년 아펜젤러와 함께 「죠션그리스도인회보」를 창간했고, 1900년에는 존스(George H. Jones, 1867-1919)와 함께 한국 최초의 신학 잡지인 「신학월보」(神學月報)의 주필을 맡았다. 1889년에 배재학당(培材學堂)의 한문 교사를 지냈고, 1894년 종로에서 서점 겸 사설 도서관인 ‘대동서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1898년부터 1900년까지는 아펜젤러가 중심이 되어 활동했던 성서번역위원회의 번역위원으로서 한글 신약성서를 완역하는 데 공헌했다. 1902년 5월 18일에 목사 안수를 받고, 1903년부터 아펜젤러의 후임으로 12년 동안 정동교회를 담임했으며, 1914년부터 감리사로 일하다가 1922년에 은퇴했다. 은퇴 후에는 감리교 협성신학교 교수로 추대되어 가르치다가 1927년 5월 13일에 서거했다.
1901년 한국 최초의 신학논문인 「죄도리(罪道理)」를 시작으로 「삼인문답」(1900), 「셩산유람긔」(1907), 「사교고략」(1909), 「종교변증론」(1916-1920) 등을 집필하였고, 이 가운데 「셩산유람긔」는 『성산명경』(1912)으로, 「종교변증론」은 『만종일련』(1922)으로 출간되었다.

한글 편집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한국유교를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을 거쳐 현재는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교수 겸 문과대학 인문학과문화산업융합전공, 동대학교 대학원 영상문화학협동과정 및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협동과정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국유교, 종교학, 영화, 만화, 문화산업, 문화콘텐츠 등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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