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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불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김현집 지음
크레타

2024년 03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2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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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92MB)
ISBN 979119274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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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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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 물음표들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내 불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모름의 끝을 넘어설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삶의 문제들을 찾아 나선 젊은 인문학자의 발걸음이 빠르고 힘차다.
추천사
프로레고메논PROLEGOMENON

I. 위로 없는 마음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너무 슬퍼 입에 문 풀을 떨어뜨렸다
인성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질 수 있는가
편지

II. 아직도 운명을 들먹일 것인가
내 불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산 자가 있어 소식이 전해졌다
비극
후회만 남는다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

III. 독한 생각
안쪽 방의 공무원들
오해했다
게으른 뇌
즐거운 휴식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 것이라 하지만

IV. 영국의 유머와 여유
선택적 친화력을 생각하다
웃기는 사람들
5년간의 완벽한 행복
예스, 미니스터
여왕이 없는 나라

V. 남성미에 대하여
처음으로 문 열어주는 자
댄디
블레넘가에서 다우닝가 10번지로
마이크로 리퀘스터
남자의 권력

VI. 소소하지 않은 문학
정원사의 비극
양갱을 들여다보자면
《전락》, 나는 참회자이고 판사다
독서하는 여름밤

VII. 질투는 정의의 옷을 입는다
언어를 머리 빗듯이
그의 청중은 누구였는가
로코와 그의 형제들
소유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VIII. 원칙보다 변칙
괴짜의 가치
새로운 인간
톱니바퀴
터키시 딜라이트
라라

IX. 불만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다
밥 딜런의 꿈
아버지의 이름으로
운이 다할 때 사람은 정신을 넓혀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
나는 어떤 무리에 속하고 싶은가
왼손의 변명

X. 의외의 집착들
노트르담이 불타는 모습을 보며
두 교황
개 이야기
다시 두 남자 이야기

엑소도스EXODOS

인간 아닌 사물이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에 몹시 공감한다. 보통의 우리는 마음과 정신을 인간관계에 연연하는 데 다 써버린다. 문학이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자연이 되었든 다른 ‘사물’에 써보는 것은 어떨까. /31쪽

또 다른 세계로 빠져나가고 싶을 때,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기와 땅이 필요할 때,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저렴하고 실용적인 방법이 없다. 새로이 외국어를 배우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더 이상 갇혀 있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보면 된다. 외국어 공부는 역설적이게도 내 나라말 공부이기도 하다. /35~36쪽

관심이란 대상을 향해 쭉 뻗어나가는 것이다. 베유 말로는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된’ 사람이다.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이웃을 돕는 게 아니다.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사랑이다. 불행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의심 없이 편견 없이 받아들여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돈도 아니고 도움도 아니고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순수하게 관심을 주기는 어렵다. 관심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가 ‘공부’다. /39쪽

사회가 천천히, 은밀하게 변할수록 우리는 아이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어린 아들이 유대인을 “더럽다” 하자 문득 깨닫는 독일 아버지에게서 얻는 교훈이다. 우리 눈을 피하는 변화의 깊이를 아이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아이는 구름과 같이, 의지 없이, 우리에게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려준다. 또는 깨끗한 거울이다. 아이의 입에서 ‘정치’, ‘돈’ 혹은 ‘더러운 유대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우리는 계기의 시작을 찾은 것이다. /63쪽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이야말로 자기 이익을 버리는 사람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사실 끔찍하게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내 생각은 거의 남에 대한 생각인 까닭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생각, 내가 증오하는 사람 생각, 내가 성공했으면 하는 생각, 내가 원하는 것을 욕망하며 떨쳐버리지 못하는 생각. 이 모두가 다른 사람의 시선과 존재를 의식한 생각들이다.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에게만 집중할 수는 없는 것일까. /75쪽

인간이 보는 세상도 사실은 ‘가짜’가 아닌가 하고 많은 철학자들이 생각했다. 플라톤은 왜 우리가 ‘참 세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욕망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는지 이제 다시 설명할 수 있겠다.
욕망은 뇌가 수억 년의 진화를 거치며 우리에게 보내는 가장 강한 메시지다. /80쪽

니체는 투박한 철학자가 아니다.
그가 말하는 노예도덕은 은신처와 지름길과 뒷문을 사랑하고, 침묵하고, 원한을 잊지 않고, 기회에 따라 자신을 낮추고, 열등감과 증오로 마음에 독이 오른 상태라고 했다.
반대로 주인도덕은 관대하고, 정직하고, 쉽게 잊고, 엄격하고, 밝은 곳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강하다 했다.
하지만 니체는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되기를 바랐을까? 노예의 목소리도 주인의 목소리도 빌리지 않은, 나만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고 그는 보았다. /83~84쪽

철학을 읽거나, 글을 생각하거나, 음악을 고민하거나, 강의를 준비할 때, 그리고 내 미래를 생각할 때 나는 결과보다 과정, 즉 결과를 만들어 내는 재료와 방법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결과가 두근거리는 한 ‘점’에 불과하다면 그 이전의 준비 시간은 길고 넓기 때문에, 그리고 양으로만 따져도 삶의 대부분은 준비이자 과정이기에, 나는 아직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뒤돌아봤을 때 그 어떤 성과도 없다면 오싹하겠지만 말이다. /85쪽

아름답기로도 카라얀보다 더 관능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휘자는 없다. 인간의 원초적인 두 기둥인 타나토스와 에로스, 즉 죽음과 욕망이라면 이것을 소리로 구현한 지휘자는 카라얀이 유일하다.
음악이 음악을 뛰어넘은 무엇을 가리킬 때, 손에 쥐고 있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이 글에게로 관심을 강요하지 않을 때, 이게 이상주의다. 카라얀은 이상주의자였다. /121~122쪽

약자는 강자를 오해하기 쉽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에서 니체가 말했다. 당하는 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강자는 잔인하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잔인하지도, 악랄하지도 않다. 강자 스스로 대단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왕에게 하찮은 수준의 약탈이 거지에겐 살인이다. 이렇게 약자와 강자는 서로를 오해한다. 이런 관점의 엇갈림에서 마이크로 리퀘스터가 나타난다. /132~133쪽

유럽의 낭만주의는 불륜과 죽음과 예술과 영웅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연은 사람을 압도하는 태산, 폭풍, 깊은 계곡, 거친 힘이다. 반면 한국인의 자연은 꾸밈없고 욕심 없다. 사그라드는 꽃이고, 따뜻함이고, 길 위에 나뒹구는 은행알이다. 허무주의자들의 뒷방이다. 돈도 명예도 ‘덧없다’며 찾는 곳이라야 한다. 가책 없이 권력을 만끽하는 곳이라야 한다. 사람에게서 권력의 맛을 느낄 수 없다며 개나 고양이, 닭과 더불어 사는 삶에서 그 맛을 대신한다. 더 도덕적이고 더 자연스러운가? /136~137쪽

인간이 작은 생물을 보살펴 주고, 잡초와 화초를 구분하는 것은 자연에 대해 좋은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의 깨끗한 마음을 비춰줄 거울이 필요해서다. /144쪽

감각적인 미,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에도 있었다. 아니, 동양에 있었다. 양갱에도 있고, 양갱과 같은 어두움을 품고 있는 우리 할아버지 정원 석등 위에 자란 이끼에도 있다. 양갱 하나로 나쓰메는 내가 동양의 색깔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꿔 놓았다. 마치 코페르니쿠스(1473~1543)가 우주의 축을 다시 잡았듯이.
서양의 색이 발랑 드러내놓은 색이라면 동양의 색은 감추고 여민 색이다. 무엇이 더 아름다운지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양갱을 먹을 때마다 나는 나쓰메를 떠올리고 동양의 색을 음미하게 된다. /147~148쪽

지식에 대한 갈구도 일종의 탐욕이다. 짐칸에 짐이 쌓일수록 전차는 더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궤도가 바뀌려면 짐을 덜어야 한다. 아니 모두 버려야 한다. 유익한 책이 아닌, 정직한 책이 필요하다. 카프카(1883~1924)는 말했다. 책은 재앙이 닥쳐오듯 써야 한다고. 외진 숲에 추방된 듯, 우리를 비통하게 해야 한다. 책은 우리 마음속의 얼어붙은 바다를 위한 도끼다! 아, 역시 카프카다. /151~152쪽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자신에게 속삭이는 말이다. 알고도 모르는 척 언어를 느슨히 이해하며 본인의 행동을 스스로, 그리고 남에게 강요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어를 휘젓고 있다. /164쪽

인문학은 사람을 소중히 다루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말의 무게를 진지하게 재는 학문이다. 어떤 말도 정립해야 할 뒷이야기가 있다. 인문학은 말을 두텁게 해석하는 데 매력이 있다 할 것이다. /167쪽

플라톤은 객관적 진실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제 입맛에 맞춰 논증을 가져다 붙이는 것에 플라톤은 질려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이성으로 입증할 수 있는 진실을 확립하길 원했다. 서양철학의 기원은 인생의 불가사의한 의미에 대한 사색이 아니라 바위같이 묵직한 진실을 하나라도 확립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왔다 할 수 있겠다. /172쪽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는 독일에 협력한 자들을 ‘정화épuration’라는 이름으로 처형했다. 그것은 살인이었다. 오스만제국은 ‘포기된 재산emvâl-i metrûke’이라는 이름의 법을 만들어 아르메니아인들의 재산을 재분배했다. 약탈이었다. ‘소유’니 ‘정화’니 ‘포기된 재산’이니, 이 모두 우리를 너무나도 피로하게 하는 무거운 언어들이다. 살아 있어 느끼는 무게지만 말이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소유의 욕망은 어찌할 것인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인간의 숙제로 남는다. /176쪽

소크라테스는 누군가 너에게 악의를 가지고 위해를 가하면 다만 당하라고 한다. 악행을 하면, 도리어 본인의 영혼을 해하게 된다고 보았다. 육신으로 고통을 당하는 것이 복수하며 영혼이 상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이해는 되지만, 실천하기 힘든 거룩한 가르침이다. 그리스인들은 경악했다. 소크라테스는 삶의 방식을 새로 제시했다. 거룩한 말만 늘어놓았다면 소크라테스는 잊혔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가르침에 걸맞는 초인의 삶을 보여줬다. 죽음 앞에서 그의 당당한(태연한) 모습은 소크라테스의 삶의 가치를 보여주는 마지막 증거였다. /191~192쪽

사람을 바꾸는 것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운명과 인연을 보고 겸허히 해야 하는 까닭이다. 우리의 영혼이 흔들렸던 순간을 기억해 보자. 책보다 놀라워서도, 그림보다 아름다워서도, 음악보다 영원해서도 아니고, 살과 두 눈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더욱이 여기에 톱니바퀴 같은 관계가 맞물릴 때 영혼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거다. /195~196쪽

말은 얘기를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하지만, 사물은 엉킨 역사를 한번에 토해낼 줄을 안다. 이야기와 역사가 깊은 물건은 소리가 두터운 음악과 같다. 선율과 선율 사이를 오갈 수 있으니 정신이 자유롭다. 이런 근거로 요즘 세계 건축에선 유서 있는 건물을 복원할 때 현대인이 개입했다는 흔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추세다. 옛것과 새것을 뚜렷이 구분해 공존시키는 것이다. 국민은 어두운 역사를 가려줘야 할 만큼 비위가 약하지 않다. 교육은 일종의 축제다. 축제 분위기를 잃으면 강요다. 최악의 교육은 강요된 것이다. /198쪽

처칠은 다 가지고, 모든 것을 입에 물고, 손에 쥐고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그도 과오가 있었고, 실수가 있었으며, 후회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과오와 실패를 인정했고 평생 짐으로 여기며 부끄러워했다.
수치를 아는 것이 진정한 귀족의 자질이라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귀족적인 것’은 불평하지 않고, 남 탓하지 않고, 책임지고, 거짓되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 것이다. 수치가 아니라면 권력자가 머리를 굽힐 것이 무엇이 있을까. /218~219쪽

좌와 우도 이제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념이 되었다. 이념은 증상일 뿐이다. 이념은 사람이 두 눈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그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의 이념은 곧 그의 증상이다.
상식을 깨고, 재해석하고, 반대쪽으로 눈을 돌리고, 왼쪽으로 생각하는 것. 이것도 버릇이고 습관이다. /228쪽

“말은 정확하게만 하려면 시시해지고
의미를 두고만 말하려 하면 모호해진다.”

전통의 상징으로 알려진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에는 학교가 설립된 109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공이 있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클래식스classics(고전인문학)’라는 분야로, 정치, 철학, 문학과 문화, 심지어 수학과 수사학, 이 모든 것을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다룬다. 니체, 키에르케고르, 오스카 와일드, 영국 수상 글래드스턴, 심지어 보리스 존슨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들이 클래식스를 전공했다. 《내 불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의 저자 김현집은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매료되어 클래식스를 공부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영향을 받아 열린 사고와 문ㆍ이과 간 융합을 장려하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 철학자다.

옥스퍼드의 전통과 스탠퍼드의 열린 사고를 몸으로 겪은 저자는 그간 일상 속 이야기들을 기록해 첫 책을 펴냈다. 스탠퍼드 박사과정이던 2018년부터 공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을 가르치며 군 복무를 하던 시절까지, 5년 가까이 연재한 칼럼을 모아 이번 기회에 다듬고 보강했다. 에세이 형식의 짤막한 글이지만 그 안에는 철학, 문학, 영화, 예술 등 인문학의 시선이 담겨 작가만의 통찰이 돋보인다. 저자의 문장은 마치 아포리즘처럼 유려한 수식어 없이도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나아가고,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덧 저자가 안내하는 곳으로 도착한다. 특히 많은 이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소크라테스나 니체는 청년 철학자의 언어로 새롭게 태어나 다시금 그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고대 그리스를 곱씹으며 여전히 그들과 가까이 지내는 저자에게 소크라테스는 “새로운 인간”이며 니체는 “투박한 철학자가 아니”(83쪽)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이 오래된 철학자들의 정신을 닮고 싶어질 것이다.

“(…) 별무리같이 수많은 철학자 가운데에서도 소크라테스의 목소리가 맨 나중까지 울렸다. 내게는 새로운 인간을 부르는 소리로 들린다.
내게 고대 그리스를 왜 공부하느냐고 누가 굳이 물어, 또 내가 굳이 답해야 한다면, 소크라테스와 그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191쪽

저자는 철학 외에도 옥스퍼드와 스탠퍼드에서 겪었던 일상을 펼쳐보이며 그 속에서 보물을 캐내듯 문학, 영화, 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의 친숙하고도 낯선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생각 끝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직접 그려, 일부 글에는 저자가 그린 삽화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고뇌하던 청년 철학자 제논이 델포이의 신탁을 들은 에피소드로부터 출발해 저자만의 방식으로 그 의미를 풀어낸 ‘프로레고메논’으로 문을 열고, 이후 10가지 테마로 일상 속 사유의 편린들을 모아낸 46편의 에세이, 그리스 비극의 막을 닫는 ‘엑소도스’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들의 에피소드를 끝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에세이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용문은 출처를 밝힌 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자가 직접 번역했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사뮈엘 베케트 특유의 문체는 저자의 손끝을 거쳐 소개되며, 고대 그리스어보다 아름답다고 평가되는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낯선 인도 작가 바납하타의 소설 역시 저자의 언어로 전달된다.


살아 있는 것을 가꾸는 정원사처럼
답이 없는 삶의 문제를 찾아 나서는
청년 철학자의 에세이

“내 불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내 행운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내가 없어지고 남는 건 무엇일까?”
이 난폭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되묻는다.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까?” “그렇다면 누가 만든 길을 따라야 하는 걸까?” 그래서 우리는 인문학 책을 읽는다.

인문학은 일상을 살며 온갖 고난과 고통을 겪는 우리에게 길잡이가 되어주지만, 삶과 죽음, 아름다움, 사랑 등,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여러 인문학자 특유의 언어로 삶과 죽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새롭게 정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저자는 그만의 글에서 오히려 숨김 없이 힘주어 말한다.

“인문학자는 결국 정원사다.
새로 나무를 심기도 하지만, 정원사 일의 대부분은 살아 있는 것을 계속 가꾸는 것이다. 정원을 가꾸려 하는 한 일은 끝이 없고, 사실 그 끝은 생명이 다할 때, 모든 식물은 시들기 때문에, 결국 그날은 오고 만다. 답도, 의미도 없다고 납득하고도 계속 노력하는 게 인문학자의 미덕이다. 전쟁에 나가는 용기다. 무의미와 맞서는 용기다. 사람들은 인문학자가 죽음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명답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오해한다. 인문학자는 답을 찾지 못할 것이기에 용기 있다 할 만하다. 하지만 어떻게 명예롭게 패배할지는 고민해야 한다.”
-프로레고메논 중에서

이렇듯 저자는 어쩌면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는 삶의 문제를 정원사의 마음으로 찾아 나서는 인문학자의 마음을 전한다. 저자는 정원사의 마음을 담아, 단지 지혜를 찾는 게 아니라 지혜로 마음을 돌리고 싶어 하는 인문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청년 철학자로 살아가는 저자에게 어릴 적부터 영감을 준 이들은 지휘자 카라얀을 비롯,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철학자 스피노자, 시몬 베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글 곳곳에 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저자가 담는 철학에는 클래식과 문학, 영화에 대한 애정을 토양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10가지 주제로 만나는 일상 속 청년 철학자의 생각법

《내 불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에는 총 10개의 챕터, 46편의 에세이가 실렸다. 독자를 안내하는 ‘프로레고메논’에서,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불운’, ‘운명’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청년 시절 델포이 신전으로 찾아간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다. 고민 많던 청년 철학자의 질문은 “최고의 삶을 사는 방법이 무엇인가?”였다. 사제의 대답은 “죽은 자들의 안색을 취하라.” 과연 이 대답이 어떤 의미인지, 저자만의 방법으로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긴 통로로 이어진 이 문을 통과하면, 저자가 안내하는 일상으로 스며든다. 위로가 필요할 때, 도무지 나만 운이 없다고 느낄 때, 복잡한 머릿속이 궁금할 때, 영국 스타일의 유머, 남성미에 대한 생각,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문학, 정의에 대한 생각, 범상하지 않은 가치,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 인류가 지키고 계승해야 할 문화 등이 10개의 챕터에서 저자만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이 에세이에서 우리는 친숙한 이름도, 낯선 이름도 만난다. 친숙한 이름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건넨다. 릴케는 “다른 사람과 나눌 것이 없다면, 사물을 가까이” 하란다. 카뮈는 연극 〈정의의 사람들〉을 통해 그 어떤 정의를 위해서도 희생되어서는 안 될 생명의 숭고함을 역설한다. 강단에 서며 교육에 대한 고민을 소크라테스와 시몬 베유와 함께 하기도 한다. 베유가 말하는 ‘진정한 공부’는 관심을 기울이는 데서 시작한다고 전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보는 문제들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생각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 다양한 인문학적 시선을 독자에게 안내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현집

1993년 호주의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에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영국으로 유학했다. 에지 그로브Edge Grove 프렙 스쿨을 마치고 해로우Harrow 중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옥스퍼드Oxford대학교의 모들린 칼리지Magdalen College에 진학, ‘Classics(클래식스, 고전인문학)’를 전공했고, 그전에 서울대학교 인문학부에 입학, 한 학기 수학하고 자퇴했다. 현재 미국의 스탠퍼드Stanford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 3년 차에 있다.
한국에선 다소 낯선 ‘클래식스’를 왜 공부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있을까 싶어 잠시 설명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일하게 가르치고 있는 클래식스(라틴어로 classicus는 최고 계급의 로마 시민을 가리키는 말이다)는 옥스퍼드가 1096년 설립되었을 때부터 가르쳐 온 오래된 과목이다. 다른 학교와 달리 옥스퍼드의 클래식스는 라틴어 공식 명칭인 리테라이 휴마니오레스Literae Humaniores(즉 ‘좀 더 인간적인 공부’라고 번역할 수 있겠고, 우리가 아는 지금의 ‘인문학’)로 불리고 있다.
클래식스를 공부한 사람으로는 니체, 키에르케고르, 오스카 와일드, 내가 존경하는 영국 수상 글래드스턴, 심지어 보리스 존슨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지금도 스탠퍼드에서 클래식스를 계속 공부하고 있는데, 미국의 든든한 지원과 무엇보다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학교답게 ‘열린 학문’과 ‘교차 학문’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석ㆍ박사는 이곳에서 이어가게 되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성경을 알지 못하고는 서양문화와 문명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화와 언어를 알지 못하고서는 서양의 인문학의 근본을 알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치, 철학, 문학과 문화, 심지어 수학과 수사학, 이 모든 것을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직접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특히 마음을 끌었다.
처음부터 클래식스를 알고 공부했던 것은 아니었고, 원래는 영문학을 공부할 생각이었으나(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교내 신문사에서 에디터로 활동했다) 좀 더 확장되고, 좀 더 인문학의 근본에 가까운 학문이 없을까 싶어 궁금해하다가 선택하게 되었다.
청주의 공군사관학교에서 3년간 생도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군 복무를 했고, 2023년 12월 미국으로 돌아왔다. 취미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이외에도 활쏘기, 로잉, 걷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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