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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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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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김건형 시선과 수치심, 권력과 아름다움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심사 경위 … 339
심사평 … 342
심사위원 김건형 김인숙 배명훈 최은미 황종연
선고위원 박서양 성현아 이소 임정균 전승민 전청림 최다영
★
김멜라의 「이응 이응」은 성적 욕망을 해소해주는 기계가 발명된 시대를 배경으로, 타인과의 교류 없이도 편리하게 욕구를 해소하게 되었음에도 공허함을 느끼는 인물의 감정선을 좇는다. 반려 가족을 상실한 주인공 ‘나’가 사라진 존재와의 신체 접촉을 깊이 그리워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섹슈얼리티는 다채로운 정서적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아름답게 펼친다. “여전히 김멜라의 고안과 발명들로 반짝이면서도 그간의 어느 작품보다 그리움과 상실의 정서들로 감정과 감각을 흔들어놓는 소설”(심사평, 소설가 최은미)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수영 센터의 강습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는 주인공 ‘주호’와 ‘희주’가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저만의 속도로 호흡하며 꿋꿋하게 연대해나가는 “사랑스럽”고도 “진중한(심사평. 문학평론가 김건형) 작품으로, 망해가는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김기태의 「보편 교양」은 고전읽기 수업을 맡은 국어 교사 ‘곽’이 어느 날 학부모에게서 민원을 받은 후 평온했던 그의 내면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을 포착한 문제작으로, 정교하고 촘촘한 문장에 녹아 있는 지식인 화자의 위선이 크나큰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킨다. 김남숙의 「파주」는 화자 ‘나’의 남자친구 ‘정호’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군대 후임 ‘현철’의 복수 서사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인 ‘나’가 겪어온 자기혐오의 문제를 겹쳐놓으면서 폭력의 구조를 질문케 하고 인간관계의 역학을 확장시키는 수작이다. 김지연의 「반려빚」은 전 애인과 동거를 하면서 생긴 일억 육천의 빚을 마치 가족인 양 ‘반려빚’으로 여기는 ‘정현’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서조차 이해타산과 채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과 그 구조의 약자인 청년 세대의 고통을 통렬하게 펼쳐 보인다. 성해나의 「혼모노」는 몸주로 모시고 있던 장수 할멈 신이 홀연히 떠나 이른바 ‘신빨’이 다해버린 삼십 년 차 박수무당 ‘문수’와 그의 앞집으로 들어온 ‘신애기’의 기 싸움이 인상적인 활극으로, 무속 문화라는 독특한 세계를 실감나게 그려냄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신 앞에 선 인간의 믿음과 불신, 진정성을 질문하는 강렬한 소설이다. 전지영의 「언캐니 밸리」는 야간 택시 운전기사 ‘나’가 과거에 태웠던 한 손님이 염산 테러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고딕풍 스릴러이다. 사건의 무대를 부유층이 주로 거주하는 폐쇄적인 마을로 설정함으로써 부자와 빈자, 미와 추, 정상성과 비정상성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불안과 나약함을 형상화한 야심 넘치는 이야기이다.
★
젊은작가상은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십 년이 넘지 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계간 『문학동네』의 계간평 코너를 맡은 박서양, 이소, 임정균, 전승민 평론가가 2023년에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검토해주었고, 이 작업을 바탕으로 성현아, 전청림, 최다영 평론가가 각자의 추천작을 더하고 함께 선고심을 진행해 총 스무 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김건형, 황종연 평론가와 김인숙, 배명훈, 최은미 소설가가 위촉되어 2024년 1월 26일에 본심 심사가 열렸다.
김멜라의 「이응 이응」은 성에 대한 대담한 상상력과 ‘반려’와 ‘사랑’에 대한 천착이 두루 지지를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김지연의 「반려빚」과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청년 세대의 현실과 그 고투를 생생하게 그려낸 점에서 눈길을 끌었고, 김기태의 「보편 교양」과 성해나의 「혼모노」는 위선과 위악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으로 주목받았다. 김남숙의 「파주」와 전지영의 「언캐니 밸리」는 인간의 폭력성, 불안이라는 주제를 인물들의 관계와 공간을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이렇게 일곱 명의 수상자를 꼽고 나서 보니, 젊은작가상을 처음 수상하는 신인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결과가 또한 반가웠다. 이들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재기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활약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이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독자 여러분에게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선물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_‘심사 경위’에서
★
■김멜라, 「이응 이응」 성적 끌림과 정서적 끌림이 분리될 수 있는지, 만지고 싶은 마음과 성적 쾌감이 분리될 수 있는지 물으며,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반려를 잃은 상실감과 그 이후의 생에 대한 질문들을 남긴다. (…) 여전히 김멜라의 고안과 발명들로 반짝이면서도 그간의 어느 작품보다 그리움과 사랑과 상실의 정서들로 감정과 감각을 흔들어놓는 소설이었다. _최은미(소설가)
“나는…… 다른 인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뺨을 맞대거나 포옹하거나, 아니면 반가운 사람이 상대를 안아서 들어올릴 수도 있겠죠. 너무 반가우니까. 반갑고 좋으면 개는 오줌을 싸잖아요. 물론 인간은 팬티를 입지만. 이를테면, 반가운 마음에 상대를 안고서 빙글빙글 돌면……”(문장웹진 2023년 5월호)
■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수영 센터 강습생으로 우연히 만나 친분을 쌓아가는 그들에 관한 서술은 지구 멸망에 대한 예감을 배경에 두고 있으면서도 전반적으로 밝은 어조다. 그것은 결국 어떤 대파국 앞에서도 건재한 사람의 살고 싶은 욕망을 따뜻하게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_황종연(문학평론가)
주호는 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밀려오는 자신이 이상했다. 그런 충동은 죽음에 대한 충동과 짝을 이루는 것 아닌가. 삶이, 살아 있음이 자연스럽다면 살고 싶다는 충동 자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호는 최근 들어 죽음에 대한 충동이나 갈망 없이도, 살고 싶다는 충동에 절실하게 시달렸다. 살고 싶다. 더욱 살고 싶다.(『악스트』 2023년 3/4월호)
■ 김기태, 「보편 교양」 위선으로 가득찬 한 지식인의 초상이 그려진다. 이 위선은 얼마나 정교한가. 소설은 또 얼마나 정교한가. 호흡 하나, 단어 하나 어긋남 없이 꽉 차 있다. (…) 이 완벽한 위선과 서술은 그 완벽함 때문에 곧 무너지게 되리라는 점에서 일종의 블랙코미디로 읽히기도 한다. _김인숙(소설가)
명백한 수업권 침해였다. 수강생들이 수업을 외면할 수는 있지만, 누가 자신에게 무엇을 가르치거나 가르치지 말라고 지시할 수는 없었다. 이 민원은 나의 불가침한 권리를 파괴하려는 시도 아닌가. 게다가 학생이 까다로운 『자본론』에 관심을 보였다는데, 거기에는 반드시 보호하고 독려해야 할 지적 호기심이 있지 않나. 자신은 물론 학생의 권리를, 나아가 ‘사상의 자유’를 위협하는 민원이라 생각하자 반항심을 더 정당하다 여길 수 있었다. 삶에서 한 번은 맞닥뜨릴 거라 예감한, 파괴될지언정 패배해서는 안 되는 시험이 먼 길을 돌아 눈앞에 나타난 듯했다.(『창작과비평』 2023년 가을호)
■ 김남숙, 「파주」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책임질 수 없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결국 일생 동안 안고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결론은 서늘하고 묵중하다. 이 소설의 시시한 복수극은 더없이 강렬한 죄의식을 담아냈다. _김건형(문학평론가)
나를 평가하는 것 같은 그 눈이 싫어요. 그 눈을 보면 매번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젠가 들킬 것 같아요. 내가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별로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지들이 뭐라고……
그렇게 말하자 어쩐지 얼굴이 뜨거워졌다. 현철이 한참 뒤에야 말을 꺼냈다.
그건 미워하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요. 근데…… 너무 무서워하다보면 미워지게 되거든요.(『에픽』 2023년 1·2·3월호)
■ 김지연, 「반려빚」 ‘두 여성이 한 공간에 사는 이야기’ 패턴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답을 낸 작품이다. 사랑이나 연대의 쓰라린 기억 다음에 오는 건 뭘까? 이 소설의 해답은 ‘돈, 돈, 돈’ 따지는 현실적인 목소리인데, 이 목소리가 오히려 경쾌하고 코믹하다. 그 끝에 도달한,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된 인물의 위치는 원점이 아니라 진화로 읽혔다. _배명훈(소설가)
빚이야말로 정현이 잘 돌보고 보살펴 임종에 이르는 순간까지 지켜봐야 할 그 무엇이었다. 빚 역시 앞으로 수년간은 정현의 옆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정현이 죽었나 살았나 그 누구보다도 두 눈 부릅뜨고 계속 지켜볼 것이다. 빚이야말로 정현의 반려였다.(『문학과사회』 2023년 여름호)
■ 성해나, 「혼모노」 심심할 틈 없이 강렬하다. (…) 무속의 세계라는 소재의 독특함이 먼저 눈에 띄기는 하지만 단지 그 때문은 아니다. 낯설고 새로운 무대는 익숙한 질문을 난데없이 생생하게 만든다. 무엇이 진짜일까. 이 질문의 대답을 구하려면 세대와 젠더와 심지어 영과 속을 가로질러야 한다. _김인숙(소설가)
구름도 다 사라진 땡볕 아래서 판수도, 악사들도 점점 지쳐가는 와중에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는 이는 오직 나뿐이다. 피범벅에 몰골도 흉하겠으나 시야가 환하고 입가엔 미소까지 드리워진다. 신령 근처에라도 가닿은 것처럼 몸이 가뿐하고 신명이 난다. 장단이 빨라질수록 나는 고조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삼십 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자음과모음』 2023년 가을호)
■ 전지영, 「언캐니 밸리」 이 소설에 세워진 결핍과 동경, 강함과 약함, 아름다움과 파괴의 구조를 어그러뜨릴 수 있는 잡히지 않는 악의를 나는 왠지 좀더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에 대한 정서적 감응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소설이 너무 궁금해지는 작가가 내겐 전지영이었다. _최은미(소설가)
당신은 청한동의 분위기, 상상 못할 만큼 부유한 삶, 필요한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능력에 감탄할 뿐이었다.
“그 집에서 뭘 해요?”
내 물음에 당신이 종이컵을 두 손으로 쥐고 나를 향해 몸을 돌려 앉았다. 허리를 쫙 펴고,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앉아 있어요, 거실 소파에.”(『창작과비평』 202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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